영원한 사랑의 아이콘, ‘고양이’를 메타포로 삼은 영화들
고양이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동물입니다. 새끼 고양이가 옆에서 놀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적인 위안을 얻기도 하고, 무엇에선가 놀라 털이 곤두설 때는 작은 맹수를 보는 것 같기도 하죠. 고양이에 매혹된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고양이에 애착을 둔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들을 접할 때면 저도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오늘은 고양이를 다룬 영화들을 한번 모아봤습니다. 영화 속에서 고양이는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고 있는지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사랑의 전도사 ‘고양이’
많은 영화에서 고양이는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로 그려져 왔습니다. 올해 개봉된 영화 중에서는 미란다 줄라이 감독의 <미래는 고양이처럼>이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이 영화는 권태기에 접어든 커플이 보다 책임감 있는 삶을 위해서 수명이 6개월 남은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고양이 치료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수의사의 말에 이들은 ‘마지막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 새로운 일상을 보내기로 하죠.
이 영화에서 고양이는 사랑의 메타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한 번 길든 야생 고양이는 애정이 지속되지 않으면 외로움을 느끼고 새로운 주인을 갈망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사랑의 상대에게 익숙해지는 것도 고양이의 습성과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번 애정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상대와 헤어지더라고 다른 애정의 대상을 찾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일본영화 <구구는 고양이다>에서 고양이는 보다 직접적으로 사랑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도쿄의 작은 마을 키치조지에 사는 순정만화 작가 아사코는 13년간 함께 지낸 고양이 ‘사바’를 잃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되는데요, 큰 슬픔에 빠져 있던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펫샵에서 3개월 된 새끼 고양이를 만나고, ‘구구’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됩니다.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구구를 찾으러 공원에 나갔다가 세이지라는 연하의 남자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되죠.
이 영화에서 아사코는 13년간 함께해온 사바에게 길들어 있었다가 사바가 죽자, 상실의 고통을 새로운 인연을 통해서 극복해나가고 있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유명한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이 과정을 아주 아기자기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답게 과장되게 그려지는 인물이나 상황이 이 영화만의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죠.
고양이 같은 ‘인간’
일찌감치 우디 앨런은 자신의 배우 데뷔작에서 고양이를 인간에 비유하여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습니다. 바로 1965년 작 <고양이>(What's New, Pussycat)입니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뚱뚱한 아내에게 성적인 만족을 얻지 못하는 의사, 겉으로는 온갖 우아를 다 떨며 도도한 척하지만 늘 섹스를 갈망하는 중년 여인, 자신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은 여인을 짝사랑하는 얼빵한 청년 등. 그중에서도 천하의 바람둥이로 등장하는 잡지사 편집장 마이클은 자신의 바람기를 잠재우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소동을 겪으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데요. 마치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들 고양이가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이 묘사되고 있지요.
일본영화 <개와 고양이>는 개와 고양이처럼 성격은 정반대인 두 여자아이의 우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내향적인 요코와 외향적인 스즈는 의사 표현 방식이 다른 개와 고양이처럼, 너무나 다른 캐릭터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매번 좋아하는 남자는 같습니다. 영화 <개와 고양이>는 20대 초반 여성들의 우정과 사랑, 이해와 용서 등 삶에 관한 진솔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스무 살의 요코와 스즈의 삶을 잔잔하면서도 진솔하게 보여 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요코와 스즈가 한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면서 그들의 일상에 크나큰 파장이 생기고 둘의 흔들리는 우정과 질투, 그리고 갈등이 영화의 골격을 이루면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죠. 20대의 여성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어낸 바 있는 이 영화는 고양이가 직접 등장하는 건 아니지만 개와 고양이라는 너무도 다른 동물을 인간에 비유해 섬세하게 연출한 영화였죠.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그린 영화
고양이가 등장하는 영화는 특히 일본영화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구구는 고양이다>나 <개와 고양이>도 그렇고요. 또 일본 사람들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난 <나는 고양이 스토커>라는 영화도 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이 영화는 고양이를 하루 종일 쫓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초보 고양이 일러스트레이터 하루는 거리의 고양이들을 관찰하고 그 흔적을 쫓아 산책을 하면서 일과를 보내는데요. 특별한 사건이나 시끌벅적한 소동이 일어나지 않아 잔잔하다 못해 지루할 수도 있는 이 영화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만큼은 듬뿍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참을 고양이와 관련된 영화를 상기하고 있다 보니 고양이가 그려진 담배 레종이 떠오르네요.
그것도 커피 향이 물씬 나는 ‘레종 카페’는 담배 맛이 거칠기보다는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인데요.
포갑지에 그려진 커피 향을 마시고 있는 고양이의 모양은 마치 담배 연기처럼 그려져
커피와 담배가 한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고양이 로고 자체가 레종 카페 그 자체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앞에 열거한 고양이를 다룬 영화들과 레종 카페는 진하고 부드러운 향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 보입니다.
없을 때는 모르지만 이미 함께 하고, 길들어져 버린 후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처럼,
레종 카페도 저에게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여러분에게 고양이와 담배처럼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