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손녀 왔다고 가래떡을 방앗간에서 만들어 오셔서는
슴덩 슴덩 잘라 고만고만한 아이들 앞에
조청이나 엿을 담아 주시고
우리들은 그 달콤함에 마지막까지 입에다 종지를 넣어 버릴정도로
아쉬움을 만들었던것 같네요
해지는 저녁절에 평상에 자리를 펴시고 부침을 부치시면
구워내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빈접시를 그저 흐믓히 웃으시고
이 종지에 넘치던 양념장을 건네시던 모습도요
마당 한가득 번지던 들기름 고소한 향내를 어떻게 잊을까요?
그래서 인지 전 들기름을 좋아합니다
추운 겨울날 정지에서 하던 설겆이 놀이
맞아요 그건 저에게 놀이였어요
나름 읍네에 살던 저로서는 산골마을의 일상이 신선한 체험이었죠
물을 길러와서 정지 부뚜막 옆에 큰 독에 담아 놓아야 하고
그 물을 떠서 밥을하고 채소도 씻어야 하고 마지막에 설겆이를 하던 모습들이 어제일 같네요
추운 날씨에 스뎅이 얼어 쟁반에서 빙그르 돌아 가고 서로 붙어 안 떨어지고
두개인지 모르고 밥을 담다가 밥그릇 모자란다고 하던일들
커다란 소반에 남자 어른들 둘러 앉고 그뒤로 여자들이 모여 앉아 밥을 먹으면서
현저히 차이나는 밥상 분위기가 그시절엔 당연한거라 생각 들었던것들이
지금사 생각하니 하나도 억울하단 잣대보단 그리움으로
슝늉 가져오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밥상머리 추억들이
자잘한 여자일들
손가는 여자일들
바람숭숭 들어 오는 아궁이 온기가 그나마 언몸을 녹이는 그곳에서
빨래도 비비면서 신난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물을 써야 할때는 꼭 할머니에게 물어 봐야 햇던 기억이 나네요
저가 그 시골집을 결혼하고 새신랑하고 신행길에 들렀을때
할머님이 뭔지 기억은 없지만 여기에다가 싸주면서
자연스레 할머님 유품이자 저의 살림살이로 울 주방에 있네요
어설픈 신혼시절 잘하는 반찬이라곤 계란후라이 햄 볶음
페리카나 치킨을 사오는 날이면 이 종지들은 언제나 케찹그릇이 되고
아이들 이유식할땐 소독하기 좋다고 던져도 깨지지 않는다고
잘 사용했구요
묵그릇도 하구요
아이들 앨범을 보다보면 이 그릇들이 주인공 아닌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언제부턴가 슬슬 살림의 눈이 트이면서
새론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고 미시족이란 말들이 나오면서
너도 이제 바꿀때가 된거야
코렐이 타파통이 우리집 주방을 점령해 버렸네요
살려면 셋트여야 한다는 부추김은
언제나 내 인생을 즐겁게 그리고 급후회하게 만들지만
이 접시는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처럼 개인접시로 소스접시로 과일 앞접시로 다이어트할땐 밥공기로
식사차릴라하며 우리 가족 모두는 일단 수저랑 이 그릇을 개인별로 가져다 놉니다
은은한 꽃그림이 저의 청춘과 함께 물들어 가고 있네요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것처럼
요즘의 저는 다른 연예를 하고 있답니다
한번에 갖기에는 부담스런 그대들입니다
그래서 야곰 야곰 의미를 두면서 나에게로 선물을 합니다
하나둘 채워가면서 언제쯤 그 자리를 다 채울지 기약없는 빈 자리에 조급합음 없습니다
살아보니 채워가는것도 비워가는것도
요령껏 터득해 가더군요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다보니요
이렇게 저의 그릇 종지에 대한 맘을 적어 봅니다
아울러 한 동안 맘에만 있던 할머님 얼굴도 기억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