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네에...8년만에 짐싸서 길 떠났습니다.
딸, 냉장고 반찬 꺼내 잘 챙겨 먹어라
남편, 알아서 하도록..ㅋㅋ
경상북도 함양의 문헌공(文獻公) 일두 정여창 고택은 조선조 성종때 설중매의 지조를 보여준 선비의 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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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만난 가을과 고택의 지붕선도 아름다웠지만
중년의 나이에 새삼 보는 선비의 일필휘지(一筆揮紙)의 기개는 부럽기도 하고
말뿐이 아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감회를 느끼게하는 것이었읍니다.
아하..국사시간에 공부 좀 열심히 할것을..ㅋ
선비의 사랑채와 그 뜰에 심겨진 소나무의 기개가 퍽 잘 어울려 보이죠?
함양에서 시작한 둘레길 여정은 전라북도 남원으로 이어졌읍니다.
드디어 둘레길, 가슴이 너무너무 뛰더라구요.
그 벅차는 마음.. 자연은 사람의 독소를 씻어준다는 말이 그냥 말뿐이 아님에 정말 감사했답니다.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맛뵈기로 조금만...
지리산 초입 식당에서 대놓고 말리던 곳감..
지지고 볶고 기름치고 푹 끓이는 요리들 보다 훨씬 더 인상 깊었던 건..왜 였을까요........
마지막 방점은 조계종의 사찰인 지리산 실상사.
생명운동을 하시는 도법스님이 계신 곳이었어요.
비록 제가 마음을 둔 개인 신앙과는 다르지만
8년만의 외출의 방점을 실상사로 잡은 이유는
다름아닌 소박하고 정직한 대웅전의 단장하지 않은 지붕때문입니다.
대웅전이라 칭하기엔 너무 작아 보이는, 너무 단장하지 않은..
하루 하루 부딛치는 일상에서 내려놓기는 늘 저의 과제 중 과제입니다.
왜 늘 알면서도 욕심을 조절치 못하는지
왜 늘 알면서도 그 순간 과욕을 부리고야 마는지..
집으로 돌아온 지금, 과제 수행은 여전히 어렵지만
담백하고 말간 실상사 대웅전은 고맙고 기특한 저의 시금석이 되었네요.
만나게 돼서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2박3일, 적당히 걷고 적당히 침묵한 참 좋은 여행이었어요.
다녀와서 후배와 통화를 하니 후배가 그러네요, 제 목소리가 평안해졌다고.ㅎㅎㅎ
언제 한번 또 가고 싶어요.
.............................갈 수, 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