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대한 발견을 했습니다.
이태리 요리 흉내내다가 망치면, 파마산 치즈가루로 `만회'하면 된다는 사실.
정말 허접스러운 맛이 많~~이 커버되더군요.
그저께 퇴근하니까 친정어머니가 아이들 데불고 집에 오셔서
냉장고를 열어보시고 나뒹굴던 야채 짜투리들을 몽땅 한 냄비에 끓이셨더군요.
비틀어진 감자 조가리, 당근 조가리, 표고버섯 기둥, 양배추 남은거 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저보러 알아서 하라시며 휑 친정집으로 가셨습니다.
제 뒤통수에 "기왕이면 서방도 좋아하는 걸로 하라"시며...... 저와 Y모씨 식성이 무지 달라요.
어머니는 냉동실에 있던 고기국물을 좀 녹여좋으셨더군요.
닝닝한 국물은 한심했지만, 두 말 할것 없이 그건 야채수프 재료였습니다.
여기에 미소된장을 풀겠습니까. 된장찌개를 만들겠습니까.
그래서 우선 고기국물을 부어 끓이고, 토마토 소스와 케첩을 반반 섞어 부었습니다.
윽~~ 못먹겠시유.
이놈은 이태리가 고향이니까 마늘을 넣어야겠군. 중부시장표 마늘을 2-3쪽 저며넣고....
이태리표에서 절대 빠질수 없는 월계수잎을 한장 넣고. 소금.후추 간하고.
야채수프에 만만한게 셀러리라고 이걸 뚜꺽뚜꺽 썰어넣고.
이 대목에서 비프나 치킨스톡이 무지 아쉬웠습니다. 이게 들어가야 맛이 날거 같은데.....
그리고 약한 불로 뭉근하게 끓이는데 영 껄죽해지지 않는 겁니다.
예라이~~ 으깨자. 속의 감자를 숟가락 뒤면으로 대충 으깼더니 목표치만큼 걸쭉해졌어요.
드디어 야채수프가 완성됐는데 두 꼬마들이 첫 숟가락에 다 뱉어내는 겁니다.
제가 먹어도 별로였는데. 아마도 소.닭고기같은 육질이 안들어가서 그런가봐요.
그래서 우짜겠어요. 제가 다 먹었지요.
짜증스럽게 파마산 치즈가루를 확 뿌렸더니, 참말로 맛이 많이 커버됩디다.
거의 치즈 맛에 먹었다고나 할까. 배고플때 먹었더니 솔직히 맛있었어요.
이태리요리 하시다가 망치시면, 절망하시지 말고, 파마산 치즈에 매달려보세요.
길었습니다.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파마산 치즈 예찬
김화영 |
조회수 : 3,553 |
추천수 : 49
작성일 : 2003-04-24 12: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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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김수연
'03.4.24 1:27 PM저두 그런적 있는데... 파마산치즈 넣어볼 걸 그랬네요.
결국 엽기 음식 만들었었죠. 나중엔 하다하다 안되서 국물만 놔두었다가 크림슾 밑국물로 썼는데
그건 맛있게 먹었어요. (전, 진육수까지 넣어봤답니다...--;)2. 예쁜유신
'03.4.24 1:29 PM하하하하
한참 웃었습니다.
김화영님 글이 너무 재밌군요.
좋은 충고 감사3. 세실리아
'03.4.24 3:39 PM좋은 아이디어네요 ^^ 파마잔치즈 그렇게 쓸생각 못했는데~감사
4. 김혜경
'03.4.24 7:30 PM하하
친정어머니 넘 재밌네요....
Y씨 안해먹어여도 밖에서 잘 먹고 다닌다고 하시지...5. jasmine
'03.4.25 9:55 AM스톡 하나만 있었으면 맛난 스프가 됐을텐데. 아쉽네요. 토마토소스땜에 떫었을거예요.
프랑스 친구에게 배운건데, 감자, 당근, 양파, 마늘을 모두 덩어리로 넣고 푹
곤 다음 소금, 후추 찍어먹는스프도 있거든요. 담백하게 맛있어요. 일명 컨트리슾이래요.
고기도 한 덩어리 넣으면 환상이랍니다.6. 독도사랑
'11.11.17 11:41 PM진짜 맛있어보이네요 ㅎㅎ 너무 먹어보고싶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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