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다시 직장에 복귀해서 다시 정신없는 일상으로 돌아간지 2주가 되었습니다. 덥고 습했던 미얀마의 거리를 누비던 추억도 한국에서의 꿈같았던 혼자만의 몇칠도 그리고 징하게 멀기도 멀었던 뉴펀들랜드 여행의 기억도 다 잊고 눈썹이 휘날리게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중에 뭔 심리인지 자꾸 까맣게 잊고 지내던 연근 조림, 진미채 무침, 마늘쫑 볶음 뭐 이런 도시락 반찬스러운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먼전 진미채 무침. 이요리의 핵심은 뭐니뭐해도 맛있게 매운 칼칼함과 윤기, 불타는 선명한 색상입다. 전 고추장, 조청, 마늘, 생강, 고운고추가루, 맛술, 매실청, 간장은 넣는둥 마는둥해서 끓인다음 진미채 투하, 잘 섞어준다음 마지막에 마요네즈 한수저, 참기름, 물엿추가해서 윤기를 내주었어요.
멸치 볶음도 마요네즈만 빼고 비슷한 방법으로 했구요. 전 멸치볶음을 작은 멸치는 머리까지 먹는게 좀 부담스러워서 국물 멸치 약간 작은것을 다듬어서 합니다.
다음은 마늘쫑 볶음. 마늘쫑을 슬쩍 데처서 멸치볶음과 비슷한 방식으로 볶아봤어요.
취나물은 두시간정도 불리니까 부드러워 지더라구요. 씻어서 물기 제거후 참기름, 국간장, 멸치액젓, 마늘 조금 넣어서 무쳐준다음 팬에 멸치 다시마 육수 조금씩 추가하면서 부드럽게 볶아주었어요.
마지막으로 대망의 연근 조림. 이게 아주 시간을 엄청 잡아먹는 하마더라구요.
생연근을 껍질벗겨 썰어서 40분정도를 끓는물에 삶아주고 흑설탕 두어 스픈과 맛술, 생강 몇쪽, 다시마 명함크기 두장, 색깔진한 간장을 투하해서 뭉근히 조려주었습니다. 여기 토론토 중국가계에서 다크 소이소스라고 해서 색이 엄청 까만 간장을 팔아서 이렇게 조림에도 쓰고, 약밥만들때도 쓰고, 볶음밥할때도 쓰고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어요.
조림장이 거의 졸아들었을때 이제 물엿을 넣고 뒤적여주면서 자작자작 조리다가 국물이 거의 없을때 흑설탕 한스푼 투하 국물이 완전 없어질때까지 조려주었습니다. 마지막에 흑설탕 투하는 윤이련님 유투브 채널에서 보고 따라해봤어요. 조리는 시간만 한시간은 걸린것 같아요. 맛은 있었으나 다시는 못할짓... 계속 지켜서서 뒤적여 주어야 해서 인내심의 한계가 오더만요.
어째튼 인고의 시간끝에 무사히 야매 가정식 백반 한상 탄생... 계란찜은 연두부를 섞어서 했더니 희끄무래 하네요. 그리고 마늘쫑 무침의 행방이 묘연. 사진을 세팅 중간에 찍은 모양입니다.
곧 추석이네요. 모두들 즐거운 추석 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