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바람 불고 비오는 날은 호박전이 딱이다.
느닷없이 찾아온 여름마냥 끈적끈적 덥더니 ‘비가 온다.’는 예보가 맞았다.
바람소리, 빗소리에 자다 깨다를 반복한 아침 호박전이 어울리듯 하다.
주말부터 김치냉장고 한편에 굴러다니던 애호박 반 토막을 커냈다.
적당한 두께로 썰며 ‘그냥 찜을 할까?’ 잠시 흔들렸지만 비바람은 ‘호박전이 어울린다.’ 한다.
약한 불에 프라이팬 올려놓고 호박에 밀가루 묻혀 계란 옷을 입혔다.
올리브유 살짝 두르고 프라이팬에 계란 옷 입힌 호박 올렸다.
‘지지직~ ♪♬♩’ 소리가 경쾌하다.
한 여름이나 먹을 수 있던 애호박을 지금은 일 년 내 먹는다. 물론 가격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질 때면 집안의 광주리, 소쿠리 가득, 때론 마루서 꾸들꾸들 말려지던 호박의 추억은 더 이상 없다. 그 말린 호박 다시 불려 전으로 살아오던 설날의 기억도 이젠 없다. 하지만 오늘처럼 호박전이 어울릴 듯한 날, 뚝딱하고 밥상에 오르기도 하니 분명 ‘옛 기억에 없는 5월, 현실의 맛’이다.
물론 ‘옛 기억에 없는 현실의 맛’ 중엔 꼭 모양 좋고 입에 살살 녹는 호박전만 있는 건 아니다. 어처구니없는 맛과 모양도 있다.
호박전 같은 경우, 밀가루 묻혀 계란 옷 입혀야 하는데 거꾸로 ‘계란 옷 입히고 → 밀가루 묻히는’ 그리고 천연덕스럽게 “오늘은 왜 호박이 잘 익지도 않고 모양도 안나고 지저분한거야!”라고 궁시렁거리는 일도 가끔 벌어진다. 이렇게 정신줄 놓고 만든 호박전은 ‘나 왜 이러는 거야!’라는 참담한 목소리를 듣게 한다.
아무튼 때마침 내린 비와 바람 불어 좋은 날, 이 호박전과 막걸리 한잔할 동무 있음 더 좋겠다.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비바람 분 날 아침 호박전
오후에 |
조회수 : 7,472 |
추천수 : 193
작성일 : 2010-05-06 11: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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