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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 목 : 비싼 명이를 사야만 했던 귀한 소금 이야기

| 조회수 : 7,650 | 추천수 : 5
작성일 : 2019-06-16 21:58:34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는 아이들이 아주 어렸다. 아기들이라 먹는 것에 얼마나 신경을 쓰던 시절인지, 밀가루도 우리밀로 먹이겠다고 베이킹해서 빵도 피자도 케이크도 만들어 먹이고 식재료는 유기농을 고집했다.

좋은 재료로 만들어 먹이면 모든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던 세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당장 생선은 어찌 먹이나, 내가 좋아하는 어묵의 미래는 어찌 되는가.. 걱정하는 중에 문득 스친 소금.


김치, 장아찌 등 모든 요리에 소금이 안 들어가는 레시피가 있던가? 설탕은 대체가 되더라도 소금은 아니었다.

간장을 써도 결국은 소금이 들어가니까 소금이 제일 걱정이었다.


그래서 원전사고 나기 이전에 생산된 소금을 한 가마 쟁였다. 어찌 뿌듯하던지..

겨울 오기 전 보일러실에 연탄을 쟁이던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소금을 애지중지 간수 빼가며 아기들 데리고 이사 세 번 하는 동안  잘도 모시고 다녔다.


해마다 봄에 나오는 명이로 장아찌를 담그면 고기 먹을 때마다 참 뿌듯한데, 저번 주에 하나로마트에서 1kg 한 박스에 9,900원 하는 걸 보고 들었다 놨다 하면서,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 귀차니즘에 밀려 내려놨다.


그런데 불현듯 이번 주 아침에 일어나 명이 장아찌를 담그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명이 2kg만 사다가 장아찌 하자는 생각을 하고는 양에 맞추어 소금물을 끓여놓고 마트에 갔다.

마트에는 이제 더 이상 명이가 안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 귀한 소금물을 어쩌나! 하는 생각만 했다.


일단 다른 마트에서도 명이를 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오이지라도 담그자는 생각에 오이를 10개 샀다.

동네에 있는 슈퍼마켓에 갔더니 반갑게도 명이가 있는데 무려 1kg에 27,000원!

한우를 구우면 고기로 명이를 싸 먹어야 할 듯.

다른 때 같으면 코웃음을 치며 그깟 소금물 버리면 되지.. 했을 텐데, 그게 무슨 소금이더냐..


그리하여 1kg만 사서 오이 10개와 같이 절였다.

그 귀한 소금 때문에 저런 요상한 소비를 했지만, 마음은 풍요롭다. 소금을 지켰으니.


명이 장아찌 1kg 레시피


재료 :  명이 1kg

절임물 : 물 2리터. 소금 200ml (물 : 소금 = 10:1 비율)

간장물 : 간장 500ml, 물 500ml, 식초 250ml, 설탕 250ml


1. 명이 잎은 한 장 한 장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잘 말린다. (비싸니까 소중하게)


2. 소금물은 팔팔 끓여 한 김 식힌 후, 명이에 붓고 누름돌로 눌러서 3일 정도 실온에 방치.

    누름돌이 없으면 밀폐용기를 깨끗하게 씻어 물을 담아 눌러도 됨.


3. 명이의 숨이 죽으면 건져서 물기를 뺌.


4. 간장물을 끓여서 밀폐용기에 옮겨놓은 명이에 부어주고 식으면 냉장고에.


5. 2~3일 후 다시 간장물을 따라 끓인 후 다시 부어 줌. 며칠 지나면 고기로 귀한 명이를 싸드시면 됩니다.


*저는 명이 2kg을 하겠다고 절임물을 2배로 만들어서, 오이 10개를 같이 씻어 담아 절였습니다. 별도의 용기를 사지 마시고 집에 있는 곰솥에 절여도 됩니다. 밀폐용기로 눌러주고 냄비 뚜껑을 닫아놓으면 편리합니다.


오이는 건져서 소금물을 다시 끓여 식힌 후 다시 부어줍니다.

오이에 명이 향이 은은하게 나서 뜻밖의 수확입니다.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해피코코
    '19.6.16 11:42 PM

    개굴굴님 글을 읽고 김치 냉장고에서 2년 묵은 명이장아찌를 꺼내서 맛을 보니 맛있게 잘 익었네요.
    오늘 저녁 메뉴는 고기구워서 명이나물^^ 감사해요~

  • 개굴굴
    '19.6.17 7:59 AM

    명이는 오래 될 수록 맛있는거 같아요. 2년차 명이는 정말 부드럽겠네요.

  • 2. 테디베어
    '19.6.17 8:52 AM

    오이지는 해마다 담으면서 명이나물 장아찌는 한번도 시도를 안해봤습니다.
    내년에 명이가 많이 나오는 철에 꼭 담아보겠습니다.
    소중한 레시피 감사합니다.^^

  • 개굴굴
    '19.6.17 6:14 PM

    저도 철 지나서 올려서 뒤통수가 따갑습니다. 내년에 꼭 하세요. 고기의 친구입니다.

  • 3. 윤양
    '19.6.17 10:47 AM

    귀~한 소금을 구하기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하나로마트에 비하면야 비싼 명이지만, 또 식당에서 한 접시에 3~5천원씩 주고 사먹는다 생각하면
    개굴굴님이 위너세요.

  • 개굴굴
    '19.6.17 6:15 PM

    그치요. 그 놈의 소금 때문에. 사실 이미 방사능의 영향은 많이 받고 있을거 같아 의미는 없지만, 그냥 그 소금에 애착이. ㅎㅎ

  • 4. 생강나무꽃
    '19.6.17 1:40 PM

    저도 딱 그 생각으로 소금 한푸대 샀는데 그늘에 놔둘곳이 없어 햇빛이 그래도 드는 베란다에 놨더니... 비닐이 삭아서 소금이랑 섞여서 어떻게해도 분리가 안되서.. 눈물 머금고 다 버렸죠. 소금물 만들고 비닐조각을 건졌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아.. 아깝 ! (아까운 마음 개굴굴님은 이해해주실듯^^)

  • 개굴굴
    '19.6.17 6:15 PM

    너무너무 아까워서 눈물이 나네요. 그 귀한 것을!!! 저는 깊이 이해합니다.

  • 5. 뮤뮤
    '19.6.17 5:39 PM

    개굴굴님이 혹시 예전 장터에서 버스 사신다고 했던 개굴굴 님이신가요? 한번 꼭 여쭤보고 싶었어요. 넘 궁금해서요.

    명이 장아찌 넘 좋아하는데 올해는 명이철이 지났다니 내년에는 꼭 해좌야겠어요. 이 레서피로 깻잎은 안되려나요? ㅎㅎㅎ

  • 개굴굴
    '19.6.17 6:17 PM

    장타에서 버스를 사신다는 분은 저도 궁금하네요. ㅋㅋ 뽀로로 버스 아니지요? 개굴, 개굴개굴님이 이미 계셔서 저리 지은 듯 합니다.

  • 개굴굴
    '19.6.17 8:42 PM

    깻잎도 괜찮을 듯 하지만, 우리에게는 히트레시피가 있으니 거기서 찾아보세요. ㅎㅎ

  • 6. 개굴굴
    '19.6.17 6:13 PM

    레시피는 히트레시피에서 가져왔어요. 그걸 안 밝혔네요. 저는 요즘 탄수화물 흡입량을 줄어보겠다고 간장, 설탕을 안 넣고 하고 싶었는데 색을 내야할 거 같아서 레시피를 바꿨어요. 맛은 원래대로 하는게 더 맛있네요.

    간장200ml, 물600ml, 소금80ml, 스테비아(감미료)80ml, 식초250ml를 끓여서 절인 명이잎에 부었습니다.

  • 7. 하예조
    '19.6.18 11:28 AM

    그때 산 소금 지금도 먹고있네요 ㅎㅎ

  • 개굴굴
    '19.6.18 12:16 PM

    역시 82쿡 여인들은 대단합니다!!

  • 8. remy하제
    '19.6.18 3:16 PM

    아.. 명이 이야기만 나오면 울컥하는... 명이 산지에 사는 1인 입니다.
    올해 울릉도명이 값이 헐값이었습니다.
    농협으로 출하시키면 경매가가 1키로에 8,000원.
    직거래가 13,000 - 15,000원.
    인터넷으로도 18,000-20,000원 내외.
    그나마 잘 안팔려 수확을 포기한 곳도 많습니다..

    저,, 홍천군 내면에 삽니다.
    검색하시면 아시겠지만, 홍천은 인근 인제, 평창과 함께 산나물을 많이 재배하는 곳이고
    그중에서도 내면은 홍천산나물의 산지입니다..

    양파도 그렇지만,, 아무리 산지에서 갈아엎어도 소비자가는 꿈쩍 않지요..
    씁쓸..합니다..

    귀한 것이니 아껴드세요..
    기회가 된다면 내년엔 저렴하게 구입하셔서 이까지껏.. 하며 드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개굴굴
    '19.6.18 4:02 PM

    제가 명이를 사서 장아찌로 담그기까지 이런 수고와 사연이 있다는 걸 알려주셨네요. 마음이 아파요. 정성껏 길러서 출하 앞두고, 떼돈 벌자는 것도 아닐텐데 일한만큼 정당하게 벌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지요.

    갈아 엎은 분들도 계신다니 더 심란합니다. 사실 산지에서 수급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면 그건 할 수 없구요, 중간 상인들이 장난질해서 돈 벌어가는 구조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기를 항상 바랍니다.

    농협이 정말 싸게 팔았군요. 고기에 명이를 싸먹도록 하겠습니다.

  • 9. 에르바
    '19.6.19 9:22 AM

    전 10년도 더 된 소금이 있으니 귀한 소금이네요 ^^
    김치를 잘 안담가 먹어 소금이 그냥 묵네요
    가끔 오이지 담그고 나물 데치는 물에 한숟가락씩 퍼넣고 하는데
    소금 푹푹 쓰면 아깝단 생각이 들긴 해요
    사먹는 김치는 다 믿을수 없는 소금일테니
    그게 그거라 켕기긴 합니다 ^^

  • 개굴굴
    '19.6.19 1:38 PM

    사실 이제 와서 소금을 따져 먹는게 무슨 의미인가 싶지만, 하도 귀하게 애지중지하며 데리고 다니던 소금이라. ㅎㅎ
    에르바님도 귀한 소금 아껴드세요.

  • 10. 하양머리앤
    '19.6.19 10:13 AM

    그래서 소금을 한가득 사놨던 기억이 나네요..
    몇년이 지나 이제 소금을 다먹었는데...

    얼마전 체르노빌 미드를 보고 다시 검색해보니
    그보다 더 심한게 후쿠시마원전이라는데...

    다시 한번 조심또 조심해봅니다.

  • 개굴굴
    '19.6.19 1:40 PM

    이미 많이 오염되었고, 바다는 결국 흘러흘러 하나라고 생각하면 따져 먹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싶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있으니 조심 또 조심 해야죠.

  • 11. 수니모
    '19.6.19 2:27 PM

    원전사고 당시엔 바다에서 나는 것 들
    이젠 어떡하나... 걱정으로 좀 가려가며 먹었는데
    지금은 다시 원점으로..
    아주 느리게 느끼지도 못하게
    몸이 망가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면서도.. 멸치도 다시마도 그냥 먹습니다.
    망각이 없다면 스트레스로 또 병들었을 거라
    위안하며...ㅠ
    그 유명한 명이나물을
    본적도 먹은적도 없는 1인이
    신기해하고 갑니다..

  • 개굴굴
    '19.6.19 6:32 PM

    어찌해도 지구는 한 가족이니 피해갈 수는 없구요, 좀 덜 먹는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명이는 아주 위험한 식품입니다. 고기가 끝도 없이 들어가요. 하지마세요. ㅎㅎ

  • 12. 우준맘
    '19.6.22 7:07 PM

    저도 그 당시 사서 쟁인 소금 중 토판염을 제일 먼저, 그 다음으로 천일염을, 이제는 포대에 든 안데스소금을 먹고 있는데요, 맛도 순서대로인 듯 해요. 어찌나 열심히 쟁였던지 앞으로도 15년은 소금을 안 사도 될 것 같아요. ^^ 김장배추 절일 때도 알뜰하게 봉투에 담아 한 방울 흘리지 않으려고 하고, 장 담글 때도 잘 썼네요. 다 떨어지고나면 어쩔 수 없이 그냥 쓰게 될 것을 아니 아껴아껴 쓰게 되요. 고기를 부르는 위험한 명이 나물 동의합니다. 명이 3kg를 담갔는데 고기는 몇 키로를 먹게 될런지... ^^:;

  • 개굴굴
    '19.6.22 7:35 PM

    오, 정말 든든하시겠어요. 안데스 소금을 포대로도 파나보네요. 사실 이제와서 생선이든 뭐든 안 먹는것도 아닌데, 그래도 까탈을 부리게
    되네요. 명이는 정말 위험한 식물이에요. 몸무게 증량템이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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