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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전 한은 총재가 지켜본 노 대통령의 '서민 걱정'

하얀반달 조회수 : 1,225
작성일 : 2010-12-11 12:22:25
새벽에 너무 마음이 아파 올렸는데 많이 안보신 것 같아서 지난 글은 삭제하고 다시 올려봅니다.
댓글이 4개 달렸는데 지워지는 게 그래서 같이 올려요...

......................


박승 전 한은 총재가 지켜본 노 대통령의 '서민 걱정'
회고록에서 부동산, 양극화 등 '노무현의 역설' 진단...'정책효과는 현 정권이 누려"



참여정부 말기 항간에는 ‘효자동의 개가 짖어도 노무현 탓’이라는 말이 있었다.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수구기득권의 집요한 물어뜯기에서 비롯됐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친서민’을 표방했던 참여정부가 집권한 후에도 서민들의 삶은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았다는 실망감도 일조했다.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최근 “서민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집권 후반기에 낮은 평가를 받아 허망했다”는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친서민’을 표방한 참여정부의 위기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집권 후반기에 서민들로부터 왜 인색한 평가를 받았을까?

이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지만, 한국은행 수장으로서 참여정부의 정책운영을 깊숙하게 지켜본 박승 전 총재(74)가 내놓은 진단이 눈길을 끈다. 그는 얼마 전 출간한 회고록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를 통해 이른바 ‘노무현의 역설론’을 내놓았다. 노 대통령은 진심으로 서민을 위한 정책을 추구했지만,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던 외부환경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회고록을 통해 정책결정 과정에서 지켜본 노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도 소개했다.

박 전 총재는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8~89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과 건설부 장관을 했으며, 1999년 한국경제학회장, 2001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역임하고, 2002년부터 4년간 한국은행 총재로 재직했다. 그는 6공화국부터 김영삼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까지 두루 요직을 거친 인사로, 특히 일산·분당 신도시 건설 추진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참여정부 초기 그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노 대통령은 임기를 존중하는 쪽을 택했다.

참여정부 출신의 한 인사는 “참여정부는 한국은행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인사 불개입이 원칙이었다”며 “박 전 총재는 제3자의 입장에서 참여정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저회의와 대통령의 진면모

박 전 총재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 편에 있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2003년 카드채 문제로 청와대 관저에서 정부, 청와대,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모인 대책회의가 있었다. 앞서 몇 년간 신용카드 회사들이 연리 20% 안팎의 고리대금을 하다가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돈을 못 갚게 되자 카드회사들이 부도 위기에 몰린 것이다. 당시 카드회사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한 채권이 100조원에 이르렀다.

이때 모든 참석자들은 어떻게 하면 금융기관 부실화를 막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리대금을 못 갚은 신용불량자들과 가계부채 문제라고 말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우선 세우도록 주문했다. 노 대통령의 주문으로 카드대출 금리인하, 신용불량자 대책, 신용회복위원회 발족, 가계부채 대책 등 ‘친서민 대책’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박 전 총재는 또 노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관저회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주요 경제현안 회의를 주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박 전 총재는 “이런저런 공직을 겪으면서 많은 청와대 회의를 경험했지만 대통령 관저에서 회의는 처음이었으며, 또 그렇게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해보기도 처음이었다”고 회고했다. 회의는 상의를 벗고(때에 따라서는 넥타이도 풀고) 식사를 하며 농담도 주고받으며 진행됐다. 그때 노 대통령은 담배를 태우고 있었는데 담배를 권하기도 했다고 박승 전 총재는 기억했다.


외부효과로 인한 ‘노무현의 역설’

박 전 총재는 임기 4년 중 3년은 노 대통령과 일을 했다며, 수없이 정책관련 회의를 했는데 노 대통령은 한마디로 친서민 정서가 몸에 배어 있는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모든 정책이 친서민 위주였고 서민들을 무척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혜택을 본 사람들은 부유층과 대기업이었고, 빈부격차는 더 커졌다는 것이다.

박승 전 총재는 이것을 ‘노무현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즉, 노 대통령은 배를 동쪽으로 열심히 저었는데 역풍을 맞아서 결국 배가 서쪽으로 간 경우에 비유했다. 그는 이를 매우 안타까워했다.

박 전 총재는 이러한 ‘역설’의 원인으로 집값과 양극화 현상을 꼽았다. 집값은 집권기간 내내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여 참여정부를 시종 괴롭힌 문제였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상승을 반도덕, 반형평의 사회적 죄악이라고 말할 만큼 강한 거부반응을 나타냈다고 했다. 특히 서민생활을 더 어렵게 한 ‘역설’의 원인으로, 경쟁우위의 대기업과 경쟁열위인 중소기업, 자영업, 농업의 양극화 현상을 꼽았다.



대통령의 노심초사, 그리고 역사의 평가

박 전 총재는 집값 상승과 관련한 수많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노 대통령은 늘 최강도 대책을 주문했고, 그 대표적인 성과가 부부 합산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고율로 누진과세하는 ‘종합부동산세’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양도소득세 중과, 주택담보비율 인하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동시에 시행했다. 그러나 정책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어서 노 대통령 임기 중 그 효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집값 안정 효과는 후임 정권이 누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박 전 총재는 특히 양극화 문제가 노 대통령이 가장 노심초사한 현안이었다며, 청와대에서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열고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묘안이 없었다고 고백했다(노 대통령은 2006년 2월 총리관저 모임에서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에게 비정규직 비율에 대해 파악해오라고 했더니 무려 1년이 걸리더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양극화의 원인으로 강한 자만 살아남는 세계화 개방질서, 저임금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중소기업, 자영업, 농업 부문의 몰락을 꼽으며, 이 문제는 세계경제 질서와 관련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서 정책적 노력만으로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러한 ‘역설’은 여전히 진행형 과제이며, 만일 현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지 않는다면 민생고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 전 총재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노심초사했던 이 문제의 해결을 보지 못한 채 떠나신 노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박승 전 총재는 지난해 5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서울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방명록에 "시민민주주의의 역사적 기수 노무현, 역사는 길이 기억할 것이다"라고 남겼다.




노무현재단


출처 : http://www.knowhow.or.kr/foundation_story/story_view.php?start=0&pri_no=99957...
IP : 58.235.xxx.68
4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댓글1
    '10.12.11 12:23 PM (58.235.xxx.68)

    ... ( 125.142.147.xxx , 2010-12-11 09:41:33 )

    그래요...실패한부분있었지만 그의 진심을 알기에 마음아픔니다...잘할려고하는사람은 좀 보듬어주면 안돼나요...물어뜯어야만 속시원하지....

  • 2. 댓글2
    '10.12.11 12:26 PM (58.235.xxx.68)

    . ( 211.104.0.xxx , 2010-12-11 11:02:03 )

    ㅠㅠ
    봄비님도 이 글을 한번 읽으면 좋겠네요...

  • 3. 댓글3
    '10.12.11 12:28 PM (58.235.xxx.68)

    ( 218.52.127.xxx , 2010-12-11 12:06:20 )

    내가 내 자식에 대한 마음이
    그 분이 우리를 대하는 마음과 같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그 분의 빈 자리를 슬퍼하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영원한 나의 대통령.

  • 4. 댓글4
    '10.12.11 12:28 PM (58.235.xxx.68)

    116.39.60.xxx , 2010-12-11 12:20:55 )

    ㅠㅠㅠ
    봄비라는 그사람 이 글 한번 꼭 읽기 바래요

  • 5. .
    '10.12.11 12:41 PM (119.203.xxx.231)

    저는 다른 것은 모르겠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는 적어도 상식적인 사람이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분의 안타까운 선택이 제가 아는 어는 타인의 죽음보다도
    마음이 아픕니다.
    타인의 죽음이 이리도 마음 아파보기는 처음인데
    죽을때 까지 화상처럼 지워지지 않을것 같아요.

  • 6. 노짱
    '10.12.11 1:06 PM (180.67.xxx.205)

    그분의 진심을 믿어요. 진심으로
    그땐 적어도 정치가 이 정도로
    혐오스럽지 않았지요.
    여당 단독으로 예산심의가
    막무가내로 결정나는 이딴 세상, 상상하지 못했지요.

  • 7. 노무현
    '10.12.11 1:25 PM (211.215.xxx.39)

    그가 저지른 가장 큰죄는 ...
    서민들이 꿈을 갖게 만든거지요...
    희망...이란거...
    상식이 통하는 세상...
    백일몽처럼...
    한 순간의 바람처럼...
    현실로 만들어줄수 있는 그 유일한 사람이 영원속으로 묻혀버린듯...
    정말 전설로만 남아서는 안되는데...
    현실이되어야 하는데....
    도데체 우리는 어디서 꿈꾸고 꽃피우고...그렇게 살수 있을지...ㅠㅠ
    우리가 빼앗긴것이 노무현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가 아닌지...

  • 8. ..
    '10.12.11 1:56 PM (114.203.xxx.5)

    정말 그 시절로만 돌아갈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네요..

  • 9. ,,
    '10.12.11 2:02 PM (211.32.xxx.176)

    노무현이 진정성이 있는건 알겠지만 대통령직을 수행 하기에는 맞지않는 분같습니다.

  • 10. .
    '10.12.11 2:05 PM (119.203.xxx.231)

    ,,님 그럼 누가 대통령직 수행 하기에 맞는 사람일까요?

  • 11. 마자요
    '10.12.11 2:17 PM (119.65.xxx.47)

    노대통령은 현재 우리나라국민수준에는 안 맞지요-,-;;

  • 12. 마자요2
    '10.12.11 2:29 PM (218.145.xxx.124)

    노대통령은 현재 우리나라국민수준에는 안 맞지요-,-;; 2222

  • 13. ,,
    '10.12.11 2:32 PM (211.32.xxx.176)

    아무래도 대통령은 그시대 그상황에 적합한 인물이 있겠죠.

    김대중은 오랜세월 박해를 받았지만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인 반면에
    노무현은 타협을 할줄 모르는 강한 성격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너무 솔직해서 탈이었던거 같습니다.
    또 노무현은 사람을 너무 다룰줄 몰랐던거 같아요.(이건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만 있는게 아니라 반대자들이 있기 마련인데 특히 반대자를 다루는데 서툴렀어요.
    노무현은 지지기반이 약하기도 했지만 언론의 악평을 받은건 본인의 책임도 크다고 봅니다.
    (진보언론도 노무현을 비판했습니다.)
    그렇게 된건 본인 스스로 그 상황을 크게 키운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노무현은 다른 사람들이나 언론이 자신을 빗발치게 비난하면 그 비판을 감당을 못해요.
    꾸준한 인내력을 가지고 반대자를 대했던 김대중과는 대비가 되어 보였습니다.

    진정성이 있고 강직한게 인권변호사에게는 미덕이 되겠지만 대통령으로서는 그리 어울려 보이지 않아서 한말입니다.
    물론 그에 대비되는게 능구렁이 정치9단이지만 때로는 타협도 해야만 합니다.
    각계층간의 서로 다른 요구와 이익집단의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해야하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특히 그렇죠.

  • 14. 우리는
    '10.12.11 2:35 PM (112.187.xxx.64)

    두 대통령을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통치이념을 가진 그런 대통령이 당분간 다시 나올 여지가 없어보이는 현실이 속상합니다.

    이분의 회고록을 읽어보고 싶네요. 글 올려주셔 감사합니다.

  • 15. 봄비
    '10.12.11 2:36 PM (112.187.xxx.33)

    봄비라는 그 사람 봤습니다.
    한겨레 타도투쟁을 열심히 벌이시는 원글님께서 저를 타겟으로 삼아서 올리신 글이군요. 그러니까...
    논쟁을 이어가는 것으로 이해하고 간단히 답변하겠습니다.

    박승 총재는 자기가 모시던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최대한 갖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럴만한 분이시죠. 노대통령은....
    하지만 외부환경 때문에 양극화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면
    지금 명박이한테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더더욱 어불성설입니다.
    전세계 경제위기로 외부환경은 더더욱 나빠졌는데 어찌 그러라고 요구할까요.
    이런 위기속에서 아닌게 아니라 가카 말대로 수출 호전시키고 경제 '살려낸' 것만 해도 찬양받아야 할 일이지요.
    지금 삐걱거리지 않는 나라와 지역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양극화 해소 요구라니요....

    무슨 뜻인지 알겠고 많은분들이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시는 것 압니다.
    그런데 님들중에는
    김주익 곽재규 배달호 김동윤 최복남 이용석 이해남 이현중 정해진 하중근 박수일 허세욱 전용철 홍덕표...
    저 서러운 이름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계신지요?

    노무현대통령의 진정성은 저도 믿지만 그 진정성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 만큼이나 실책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런식의 주장으로는 명박이한테 뭘 요구할 수가 없어요.
    죄송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여러분들께서...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시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소수만이라도 저 위의 서러운 이름들을 기억하면서 저분들의 눈으로 세상을 좀 바라보겠습니다.

  • 16. ,,
    '10.12.11 2:37 PM (211.32.xxx.176)

    제가 보기에 인간 노무현은 김대중을 닮은게 아니라 박정희를 닮았어요.
    다른점은 박정희는 힘이 있었고, 노무현은 힘이 없었다는 거죠.

  • 17. ㅇㅇ
    '10.12.11 2:48 PM (183.105.xxx.123)

    서민을 위해서 노력햇는데 부자가 혜택봤다.
    그것이 무능한건데요.

  • 18. d
    '10.12.11 3:17 PM (203.130.xxx.160)

    떠라이들은 여기서도 욕하고 난리네요 ㅉㅉㅉ......그래서 결국 가진 정부가 쥐도리 정부면...뽑아준 국민이 떠라이죠. 한나라의 정치수준은 국민수준하고 일치하는게 맞습니다...정치인 욕하면 자기얼굴에 침뱉기죠....범죄자 뽑아놓고....수준 타령하는거 보면...한심합니다...

  • 19. 노무현 대통령이
    '10.12.11 3:22 PM (110.9.xxx.43)

    하고자하는 일을 맘대로 펼칠수없게 만든게 주위환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ㅇ쪽은 ㅇ쪽대로 저쪽은 저쪽대로.
    일반인들의 대인관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으로 말 좀 들어주려는 사람한테는 막 대하고 윽박지르는 사람들한테는 슬슬 기고.
    진짜 사람한테 질립니다.

  • 20. .
    '10.12.11 3:29 PM (119.203.xxx.231)

    그럼 만족들 하시겠네요.
    유능한 정부 아래서.
    그래서 한나라당이 재집권했군요...

  • 21. ,,
    '10.12.11 3:39 PM (211.32.xxx.176)

    참 머리아프네요.
    봄비님은 참여정부의 실책을 주위환경이나 남탓하지 말고 냉철하게 비판하자는 뜻으로 보입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이나 어려운 상황이 있었고,
    대통령에게는 항상 수많은 비판자들이 있을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유시민을 덮어놓고 무조건 지지말고 그의 정책을 한번 살펴봐라는 뜻인걸로 압니다.

  • 22. ㅋ..
    '10.12.11 3:40 PM (220.121.xxx.150)

    부동산 댓글 달다보면 한번씩 꼭 검색되는 대통령 관련 글이군요.

    진정성..그건 개인 사정이죠. 법과 상식을 논할때 빠져줘야 하는 덕목입니다.
    노대통령이 진정성이란 관념을 주장하는 분은 아니죠. 사람들이 개념은 가졌으면 좋겠어요.
    진정성은 아집과 동류입니다. 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를 아는 분에게 진정성이라고 평가하는 건
    결례가 아닐까요?

  • 23. .
    '10.12.11 3:56 PM (211.104.xxx.37)

    봄비님, 님이 말씀 하신 그 이름들을 저도 압니다.
    그런데 노대통령이 그런 결과를 정말 원하셨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말로 그 분을 겨우 그 정도로만 여기셨단 말입니까?
    님들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이들을 그토록 온몸 바쳐 돌봐주던 분을,
    어쩌면 그렇게 돌팔매질을 해대나요?
    그 분이라고 그리 하고 싶었을까요? 그럼 그 분이 사욕과 비겁함으로 그리 하셨을까요?
    우리들 중 그 누구보다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명확히 아셨을 것입니다.
    박승씨의 이 글이 왜 립서비스 인가요?
    다시 보세요.
    팩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분은 그 노동자들의 죽음을 접할 때 마다 적어도 봄비님 보다는 더 많이 더 크게 우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봄비님, 노통의 실책도 알아두고, 잊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정권이 바뀌고 나서 해도 충분 합니다.
    님의 노통 까기는 그렇지 않아도 잃어버린 10년 실패한 10년 운운하는 더러운 한날당 지지자들이나 춤추게 할 뿐이며
    노통을 진저으로 지켜내지 못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회한으로 다가오는 글입니다.

  • 24. ㅋ..
    '10.12.11 4:15 PM (220.121.xxx.150)

    무능하단 말도 웃기는군요.
    그래요. 통상적인 대통령직은 이회창이 더 잘했겠죠. 눈높이에 더 맞을테니까요.
    그러나 과연 이 사회가 각 분야에서 얼마만큼 전진했을까요? 시대를 얼마나 반영했을까요?

    노무현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의 가치를 반토막낸 부분도 많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주어졌던 시대의 짐들을 최대한 끌어안은 지도자라는 점에서
    그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헌법과 법률의 수준이 낮더라도 그 밑으로 내려온 첫 지도자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러했듯 그 역시 역사의 선로에 치였고 이 사회는 그래도 굴러갑니다.
    그가 무슨 말을 했던가?? 라는 부분에 귀기울여 주는 것이 시민의 도리인거 같네요.

    개개인의 이념적, 지역적 준거에서 벗어나야 할 시대인거 같습니다.
    욕망과 정의는 같은 물건입니다. 조절된 욕망이 정의입니다.
    조절된 식욕이 건강인것처럼요.
    사회적 정의의 수준은 법과 제도를 근간으로 합니다. 우린 어디까지 왔을까요?

    핀란드가 무상급식을 논의하고 시행한 역사는 백년이 넘습니다.
    복지가 경쟁력의 근간이 된다는 논의 역시 그 정도 됩니다.
    우리는 어느 시점에 살고 있고 미래는 어떻게 될런지....보일듯 말듯...아득한 시절입니다.

  • 25. 봄비
    '10.12.11 4:51 PM (112.187.xxx.33)

    점하나 / 님 그런 논지로는 서로의 대화가 차단됩니다.
    그럼 제가 이리 물어볼수밖에 없어요. 님의 추측으로 저보다 더 크게 우셨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왜 노동자와 농민이 저리 죽어나갔는데도 비정규직 악법을 통과시켰을까요? 그것도 한나라당과 손잡아서 날치기로...
    그것으로도 모자라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는 한미FTA는 왜 밀어붙이셨나요?
    더구나 헌법적 가치를 아시는분이 왜, 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면서 강행하셨나요?
    최소 준비기간만 두 정권 이상이 필요하다는 그 엄청난 것을 단10개월만에 밀어붙이면서
    왜, 왜 아까운 노동자의 희생을 또 낳아야 했나요?
    그리고 한미FTA에 반발하면서 노조가 총파업하겠다고 하니 왜 명박이와 똑같이 불이익을 주겠다면서 엄포를 놓으셨나요.

    김주익 열사는 고공 크레인에 올라가 100일 넘게 투쟁하셨습니다.
    당시 근무연속 20년차가 넘는데 급여가 105만원이었고 세금을 제하면 80만원 정도 받으셨어요.
    재산이라곤 5000만원짜리 집. 그것도 회사가 청구한 손배소 때문에 다 빼앗겼습니다.
    그리고는 결국 크레인에서 목을 매셨지요.
    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저는 왜 그분이 저런 노동자를 귀족이라 하면서 그리 잔인하게 나오셨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분이 아니라는 것 압니다. 하지만 그분이 그러신 것도 사실이잖아요.

    원글님은 노무현 대통령과 유시민이 비판받는게 마음아파서 잠을 못이루었다고 하셨지요.
    저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능가하는 충격이 김주익 열사의 죽음이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납니다. 그 높은 크레인 위에서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그 힘없고 서러운 사람들이 외롭게 투쟁할때 진보세력마저 외면해야 하나요?
    당시 진중권이 썼던 칼럼 내용이 생각나네요. 김주익, 배달호 열사들을 노동귀족이라 칭하는
    보수언론을 향해 김주익 백작, 배달호 공작의 급여는 이렇고 재산을 이랬다.
    그런 그들이 귀족이라면 당신네 기자들의 월급을 까보자. 그래서 얼마나 서민인지 따져보자.
    그리고는 대통령을 '조롱'했습니다. 네... 좀 씹었습니다.
    보수언론의 장단에 맞춰서 노동귀족이라고 하는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겠다고 나섰으니 이참에 대통령도 비정규직으로 바꿔보자구요.

    그게 잘못한 것인가요? 진보세력도 침묵을 지키고 있어야 했을까요.
    저 외롭고 서러운 사람들에게 달려가 힘을 주면서 정권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라 '씹은게' 잘못인가요?
    소수라도 저 사람들의 눈으로 계속 세상을 보면서 차악(참 진부한 표현이지요)을 경계하겠다는게 그리도 큰 잘못인가요?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죄... 라는 감정을 앞세워 논쟁에 임하시면
    그분의 죽음은 그것대로 가슴 아프고 참여정부때 죽어간 노동자, 농민들의 죽음은 그것대로 가슴 아프면서 심사가 복잡해집니다.
    서로 일치할려고 애쓰지 맙시다. 애증이 얽힌채로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기로 해요.
    그러면서 필요할때 손잡읍시다.

  • 26. 봄비
    '10.12.11 4:56 PM (112.187.xxx.33)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좌파들의 입장은 이 추도문으로 대신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노통께서 변호사일 때 무료변론을 해주셨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추도문입니다.
    김주익 열사 추모제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권력의 맛이 그리 달콤하냐면서 울부짖으셨던 분이지요.
    "오랜 세월 동지였고 짧은 시간 적이었던" 인간 노무현에게 그의 동지이자 적, 친구인 김진숙이 바치는 추도문입니다.
    제가 읽다가 울었던 글이네요.

    집회도 없고 수련회도 없는 휴일은 외려 잠이 일찍 깨요. 아무 일도 없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 언제부터 저는 평화가 실감나지 않는 삶을 살게 된 걸까요.

    아무 일도 없는 이상한 토요일. 아니나 다를까. 텔레비전 화면에 뉴스 속보가 뜨는군요.

    "노무현 전 대통령 뇌출혈로 입원."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입원으로 시작해서 휠체어나 마스크가 구명보트처럼 등장하는 꼴을 늘 봐오긴 했습니다만, 당신은 그런 쇼를 할 사람은 아닌지라 스트레스가 어지간했나보다 생각했습니다. 10여 분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한 듯"이라는 자막이 뜨고 그제서야 뒹굴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나날이 일구 우일구하기 여념없는 시시껍절한 방송이 중단되고 속보가 이어지더군요. 경호원, 사저 뒤편, 부엉이바위, 세영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심폐소생술, 열상 따위의 일상과 밀접하지 않은 단어들이 바퀴벌레처럼 툭툭 튀어나와 소름을 돋게 했습니다.

    정신적 공황 상태까진 아니었지만 불면 탓으로 약간 멍한 채로 이틀을 보냈고 월요일 아침 부산역까지 가긴 했으나 조문은 못하고 역 광장을 몇 바퀴 빙빙 돌다 왔습니다. 선뜻 신발을 벗고 절을 하는 문상객들의 거리낌없는 몸놀림이 참 부럽다고 생각하며. 잠이 안오대요.

    다음 날 다시 부산역엘 갔습니다. 역 광장을 또 빙빙 돌다가 그냥 돌아가면 다시 닥칠 불면의 밤이 성가셔 문상객들의 뒤에 얼른 붙어 섰습니다. 방명록에 몇 줄 쓰기도 했습니다.잠을 자야하니까.

    "오랜 세월 동지였고 짧은 시간 적이었습니다. 1990년 변호사 접견 오셨을 때처럼 봉하 마을 어딘가에 앉아 각자의 위치가 만들어 낸 그동안의 원망과 미움들을 두런두런 털어낼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곧…. 고맙고 죄송합니다."

    1990년. 제가 첫 징역을 살 때였습니다. 접견을 오셨었지요. 보통 변호사 접견은 재판 전날 와서(사실 재판 전날도 안 오는 변호사도 많습디다만) 재판 절차를 일러주고 이빨도 맞추고 하는데 재판 날짜와는 아무 상관없는 시기였던지라 많이 의아했던 만큼 20년 전인데도 이리 생생하네요.

    접견실에 먼저 오셔서 기다리시더군요. 보통은 재소자들이 한 시간 이상씩 주리를 틀면서 기다리는데. 요샌 교도소 반찬이 뭐가 나오냔 얘기, 여사에선 뭐하고 노냐는 얘기, 변호사가 해주던 징역살이 얘기, 남사에선 뭐하고 논다는 얘기, 법무부 시계도 가니까 재밌는 놀이를 많이 개발해서 징역을 잘 깨라는 얘기. 변호사가 접견을 와선 재판 이야긴 한 마디도 없이 노닥거리기만 하다 그 더디기로 유명한 법무부 시계가 세상에 한 시간이나 흘렀습니다.

    "가야겠네" 일어서시길래 하도 황당해서 물었습니다.

    "왜 오셨어요?"
    "진숙 씨 징역살이 힘들까봐 놀아 줄라고 왔지요."

    그리고 당신은 정치권으로 갔고, 정치권으로 갔다는 건 권력을 탐하는 변절로 규정하는데 한치의 주저함도 없었으니 변호사 비용을 거침없이 떼먹고도 사기꾼의 돈을 떼먹은 것마냥 일말의 부채의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복직하면 갚으마. 유전 발견하면 갚으마. 보물선 찾는대로 갚으마. 막연한 약속이 선임비였던 시절이었으니. 그게 인권변호사의 당연한 책무였으니. 이제와 생각해보니 상실감이었어요.

    그 시절 당신은 우리들의 유일한 빽이었는데. 공돌이 공순이 편을 들어주는 가장 직책 높은 사람이었는데. 당신이 있어 우린 수갑을 차고도 당당할 수 있었는데. 그때 직감적으로 생각했어요.

    이제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겠구나. 재판장 앞에서 수갑을 찬 채 잔뜩 주눅 든 우리를 향해, "피고인은 무죕니다" 외쳐 줄 사람이 이젠 없겠구나. 이제 재판에서 지더라도 찾아가 울 데도 없겠구나. 노동자들이 그들의 부엉이바위인 크레인 위에 올라갈 때 따라 올라가지도 않겠구나.

    그리고 당신을 잊었습니다.

    용감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없어서 혼자 진행했던 1심 재판에서 당연히 지고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왜 항소를 안했어요?" 라는 질문에 "항소가 뭔데요?" 라고 되묻던 저에게 "노동자가 항소를 알면 그건 노동자가 아니지" 하던 말도 잊었고, 노동자도 이론이 있어야 세상을 바꾼다며 함께 했던 소모임도 잊었고, 군사정권 시절 해고된 노동자의 그 막막한 눈빛을 들여다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유일하게 내 얘기를 그대로 들어주던 무료법률 상담소도 잊었고, 어느 날은 밤에 오라 길래 밤에 찾아갔더니 그날이 전태일이라는 노동자의 기일이라고 변호사 사무실 구석에 조촐한 제상을 차려놓고 아무 말도 없이 유령들처럼 절을 하던 그 뭉클하던 밤도 잊었고, 함께 같은 거리를 달리던 6월 항쟁도 잊었고, 최루탄 가루가 싸락눈처럼 내린 범냇골 국민운동본부 옥상에서 막걸리를 나누던 걸판지던 뒤풀이도 잊었습니다.

    그리고 침례병원이 초량에 있을 때였습니다.

    노동조합 조합원 교육에 초청을 받았는데 앞 시간 강사가 당신이었더군요. 당신은 내려오고 나는 올라가던 계단에서 마주쳤습니다. 난 참 어색하기가 짝이 없습디다. 그냥 모른 척 할라고 했습니다만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지요?" 굳이 손까지 내미시더군요. 그때 대답을 했거나 웃기라도 좀 했으면 지금 잠을 이루기가 좀 쉬었을까요.

    그리고 당신이 출마한 대선에서 전 4번을 찍었습니다. 단 한 번도 단 한순간도 고민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외포리를 한번도 벗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평생 1번을 벗어난 적이 없는 큰언니가 전화를 했더군요.

    "이 노무헤니가 그 노무헤니지? 니 벤호사. 그 사람 찍었다. 너 인쟈 깜빵 안 가지? 복직두 되갓지?"

    얼른 대답할 말이 떠오르질 않더군요.

    제가 왜 "내 변호사"를 놔두고 4번을 찍었는지 우리 큰언닌 죽을 때까지 이해 못할 거예요. 2번과 4번의 극심한 차이를 설명하는 일도 이리 막막한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그 미세한 차이를 설명하는 일은 저의 재주로는 난망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기뻐서 우는 사람도 있습디다만 이회차이가 당선된 거보다 노무혀이가 당선된 게 노동자들에게는 더 힘들 거라고 떠들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고립은 깊어졌고 고착화되었습니다. 김영삼이가 당선되었을 때 운동권이 3분의 1이 떨어져 나갔고, DJ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이른바 재야가 사라졌고, 당신이 대통령이 되면서는 그야말로 오롯이 노동자들만 남았습니다. 한 사업장에서 수천 명이 한꺼번에 해고될 때 그 무지막지한 자본을 향해 호통쳐주는 어른 하나 없습디다. 노동자들이 핏발 선 눈으로 거리로 나설 때 역성들어주기는커녕 죄 우리만 나무랍디다.

    그거 아세요. 당신은 조·중·동이랑 열심히 싸우셨습니다만 우리에겐 조·중·동이랑 한편처럼 보인 거.

    "당신이 대통령이 되면서는 그야말로 오롯이 노동자들만 남았습니다. 한 사업장에서 수천 명이 한꺼번에 해고될 때 그 무지막지한 자본을 향해 호통쳐주는 어른 하나 없습디다. 노동자들이 핏발 선 눈으로 거리로 나설 때 역성들어주기는커녕 죄 우리만 나무랍디다."

    "야~ 기분좋다!" 시며 봉하로 가셨을 때 오리농법보다 더 중요한 일은 농민들의 삶의 실상을 들여다보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왜 목숨 걸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했는지. 그리고 전용철, 홍덕표 그들의 죽음에 당신이 늦게나마 사과를 하면 참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랬다면 제가 봉하 마을을 갔을까요. 아마 갔겠지요. 그리고… 김주익 얘기도 했을까요. 아마 그 얘긴 못했을 거예요. 말로 꺼내긴 크나큰 상처였으니까.

    죽음이 투쟁의 수단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그 말씀.

    유난히 노동자들에겐 가혹하셨습니다. 2003년도 한진중공업에서 저는 한꺼번에 두 명의 지기이자 동지를 잃었습니다. 김주익은 600여 명 조합원의 명퇴에 맞서 2년을 싸웠고 노사가 합의를 했고 그 합의를 회사가 번복을 했고 그래서 크레인에 올라갔고 그 크레인 위에 129일을 매달려 있다가 아시다시피 목을 맸습니다.

    죽음이 투쟁의 수단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시대는 정말 지났을까요.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에게 종종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조각인 것을….

    저는 당신을 부정한 게 아니라 당신을 넘어서고 싶었습니다. 착한 사람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지배가 없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시대에 그 꿈은 가장 허황되고 지리멸렬해졌습니다. 때론 우리가 품은 꿈이 너무 초라했고 궁색했습니다. 당신의 시대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잘렸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구속됐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됐고 그리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귀족으로 격상됐고 그들은 언론과 자본은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조차 적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이기주의를 꾸짖으십디다만 동료가 수백 명씩 잘리는 걸 목격한 노동자가 비정규직에게 내밀 손이 남아 있겠습니까. 저 살아남는데 써야지.

    징역을 살 때 만난 사형수가 있었어요. 이 여잔 영치금이 한 푼도 없는 개털이었는데 새로 신입이 들어오면 아주 불쌍한 표정으로 샴푸나 속옷을 사달라는 거예요. 출소한 사람들이 쓰다만 물건들도 다 그 여자 차지였죠. 언제 죽을지 모를 사람이 사소한 물건에 집착하는 게 도덕의 눈으로 보자면 참 추접스럽습디다. 그 여자 집행되고 보니 샴푸나 속옷 나부랭이가 구석구석에서 쏟아져 나옵디다. 백분의 일도 못쓰고 죽었죠. 생에 대한 나름의 집착이었던 거죠. 샴푸 생길 때마다 빌었겠죠. 이거 다 쓰고 죽자.

    정규직 노동자들은 삶의 벼랑에서 그런 심정으로 잔업하고 철야를 합니다. 얼마가 남았을지 모를 정규직의 삶을 그딴 식으로 저축하면서. 그 무렵쯤이었을 거예요. 변호사비용을 이제 그만 갚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당신의 시혜나 은전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 건. 적이 될 거라면 호적수이고 싶었습니다. 실력도 한참 모자라고 열정도 전만 못하고 진정성마저 잃어 그리 되진 못했습니다. 그게 참 부끄러워요.

    똑똑한 사람들은 다 떠나 우리를 속속들이 아는 가장 무서운 적이 되었고 남은 자들은 동네북이 되어 초딩들마저 두들겨대고 천덕꾸러기가 되어 크레인엘 올라가고 굴뚝엘 기어 올라가도 언놈 하나 눈길주는 놈이 없어졌습니다. 당신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고등학교 밖에 못나온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입 달린 사람은 죄다 침이 마릅디다만 고등학교도 못나온 저 같은 노동자들은 당신의 시대에 대부분 절감해야 할 원가가 되어 구조 조정당했고 효율화를 위해 비정규직이 됐습니다. 차라리 군사독재 시절엔 대드는 노동자만 잘렸으나 당신의 시대엔 남녀노소가 잘렸습니다. 서민의 벗이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나 부자와 빈자의 간극은 훨씬 더 까마득해졌습니다. 당신이 변호사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는 24년의 세월 동안 전 아직 복직도 못한 해고노동자로 찌질한 50대가 됐습니다.

    생각해보니 짧은 시간 동지였고 오랜 세월 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 뜨겁고 바른. 만고 씰데없는 소립디다만 그래서 대통령 같은 거 하지 말았으면 참 좋았겠단 생각, 지금도 해요.

    불안하고 불길한 기운으로 떠돌던 예감이 당신의 죽음으로 확연해집니다. 한 시대가 갔다는….

    이제 상고출신이 변호사가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양양한 가도가 보이고 그 길을 편하게 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향해 "이의 있습니다!" 외칠 때, 그 외침에 뒤돌아보는 사람도 이제 더는 없을지도 몰라요.

    만 명이 울어주면 천국에 간다했던가요. 천국에 가셨을 거라 믿어요. 진심으로.

    김주익 곽재규 배달호 김동윤 최복남 이용석 이해남 이현중 정해진 하중근 박수일 허세욱…. 당신의 시대에, 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서러움으로 억울함으로 목 놓아 울었던 죽음들입니다.

    당신처럼 벼랑 끝에 내몰렸던….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죽음을 당신이 이해해주길 바란 적이 있었어요. 하도 야속해서. 노동자의 삶을 안다는 사람이 어찌 저럴 수가 있나 너무 미워서. 아무리 야속하고 미워도 그런 바람은 품지 말걸 그랬다 싶어요. 애증도 부질없어 졌습니다.

    언젠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말들이, 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말들이 기형도의 시처럼 떠돌다 때때로 부딪히겠지요. 이제 변호사 비용은 영원히 안 갚아도 되게 생겼습니다.

    다음 생에 오실 땐, 너무 똑똑하게 오지 마시구려. 사법시험 같은 것도 합격하지 마시구요. 그냥 태생대로 기름밥 먹는 노동자로 만났으면 해요. 저는 당신에게 변절이라 손가락질 할 일 없이, 당신은 절더러 경직되었다거니 세상을 모른다거니 한심해 할 일 없이. 떠날 일도 보낼 일도 없이 그냥 내내 동지로. 그래서 언젠가 하셨던 말씀대로 자본가가 지는 해라면 노동자는 뜨는 해다. 그 멋진 말씀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순수한 열정, 남다른 정의감 그대로 만날 수 있길.

    다시는 미워할 일도 상처 받을 일도 이렇게 미어질 일도 없이…

  • 27.
    '10.12.11 5:34 PM (112.185.xxx.18)

    다.. 알아요..
    당신의 진심을..

  • 28. .
    '10.12.11 5:52 PM (119.203.xxx.231)

    봄비님이 올려 주신 글 읽고,
    정말 궁금해서 질문합니다.
    이라크파병, 한미 FTA는 노대통령의 실책이라고 평가하고,
    그럼 누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미 FTA 를 막아낼 수 있었을까요?
    한미 FTA를 대통령 혼자서 막아낼 수 있는 일인데 그가 회피했던 걸까요?
    이대통령은 한미 FTA 수정안에 대해 안보와 맞바꾸었다고 말하는데요.....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이 집권하면 이런 일들이 이상적으로 처리 될수 있는건가요?
    전 요즘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에 표를 주고 있긴 하지만
    과연 집권하는 날이 오기는 하는걸까 싶어요.

  • 29. --
    '10.12.11 7:20 PM (210.108.xxx.155)

    82에서 노무현은 사실 성역인데 참여정부의 실정에 대해 이야기 하니 좀 놀랍긴 하군요.
    저도 한마디 하겠습니다.
    여기 82님들이 흔히 하는 말이 노대통령은 현재 우리나라국민수준에는 안 맞다든지,
    지지자들이 노무현의 가치를 반토막 냈다는 이야기는 상황을 정반대로 이야기 하는거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그는 진정성은 있었지만 한마디로 정치를 너무 못했습니다.
    노무현보다 무능한 대통령은 김영삼 밖에 없을겁니다.
    위에 ,,님이 말했듯이 그건 그의 진가를 못알아본 국민들 때문이 아니라 노무현 스스로 그 상황을 자초하면서 악화시키고 자신을 고립시켜 버렸습니다.
    국민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노무현 자신이었어요.
    자신의 진솔한 진정성이나 의도와는 상관없이요.
    그건 위에 ,,님말대로 노무현이 기득권층을 비롯한 사람들을 다루는 솜씨나 국정운영의 미숙과 같은 경험부족이었습니다.
    물론 그가 취임때부터 지지 기반층이나 조직 시스템이 약하고 기득권층의 노골적으로 비협조적이었지만 그의 기질이나 성격이 한몫했어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대안은 유시민밖에는 없는거 같아요.
    노회찬이가 대통령이 돼겠습니까? 심상정이가 대통령이 돼겠습니까?
    이게 슬픈 현실이죠.
    유시민이 이미지 정치로 먹고 사는 꿀먹은 벙어리 박근혜하고는 사실 비교가 안되니까요.
    물론 그녀의 아버지의 업적은 인정은 합니다만..

  • 30. 유리...
    '10.12.11 7:49 PM (125.183.xxx.109)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라는 말 참 진심으로 가슴에 다가오네요. 그냥 일개 시민으로서 누가 누구를 비판하기 보다 가장 최선을 위해 살면 안되나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전혀 정치라는 것에 관심없었던 사람으로써 지금 이 정권에서 살아내기가 너무 힙듭니다.

    노무현대통령이 실책이 있건 없건... 관심없을 때 였는데도,
    왜?? 도대체 왜?? 대통령이 무심코 한 말을 리와인드 무한반복하면서
    씹고 씹고 또 씹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되었네요~
    제가 듣기에 틀린 말도 아닌데??
    상담연수 받을 때 한 교수는 수업 시간 내내 수업내용과 상관도 없는
    노무현 대통령 씹기에 열중하는지~ 수업도 재미없게 하면서...

    적어도 그 때는 이렇게 정의가 뭔지 고민하고 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울분으로 미쳐 버릴 것 같지 않았습니다.
    어떤 실책이 있었건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습니까??

    돌아가신 분에 대한 비판은 접어두고
    제발 쫌 이런 정권이 다시 우리 땅에 나타나지 않도록
    진보라 불리우는 분들이 쫌 단결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목소리, 한 마음이 되어 보수라 불리우는
    사실은 그냥 사리사욕에 눈 먼 그들이
    이 땅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기애...
    정말 숨막힙니다.

  • 31. .
    '10.12.11 9:54 PM (211.104.xxx.37)

    말인즉슨 맞는 소리만 하고 현실에서는 힘을 보이지도 힘이 되어 주지도 못하는 사람들...
    뜻은 좋으나 결과적으로 무능한 주제에
    남의 실책은 기가막히게 찾아내고 두런거리면서 만만한 동지만 때릴 줄 아는 사람들...
    그렇게들 유능하고 똑똑하면서 왜 지지율은 아직도 계속 그 모양인지.

    어느 경계에서 설득력과 세력을 확장 시키고 있지 못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고민하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 이들,
    이 나라에도 진보라는 이름 아래의 세력이 있다는 것으로
    마치 이 나라가 민주주의국가로 보이도록 일조 해주는 사람들...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대통령으로까지 밀어 올리고만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를 이토록 추앙하는 이유 같은 것은 씹다버린 개껌처럼 취급하는 사람들...
    그래서 결국은 정권교체에 온 힘을 쏟을 생각도 없는 사람들...

    그런 이들과 손잡을 '필요'가 있는 날이 과연 오기나 할지.
    우린 이제 손을 내밀 힘도 잃어 가고 있는데, 계속 공자 왈 맹자 왈....

    김진숙 위원의 추도문은 몇 번이고 읽었습니다.
    참 답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추도문에서조차 악담 아닌척 악담하는 그런 종지만한 심사의
    그런 사람들과 동지라는 이름 아래 함께 지내시느라 노무현 대통령도 그간 참 힘드셨겠구나 싶더군요.

    봄비님이 마음의 바닥을 보이셔서 저도 모처럼 솔직히 써봅니다.

  • 32. &
    '10.12.11 11:39 PM (211.180.xxx.206)

    오래전에 여기서 노무현을 예수에 비교한 글을 읽었습니다.
    어느 교회 목사님이 노무현 서거당시 쓰신걸로 기억하는데 노무현을 예수처럼 실패한 정치가로 차분하고 담담하게 썼더군요.
    아마 그가 자살하지 않았으면 기소유예처분을 받거나 벌금형을 받아서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야 하겠죠.
    그렇지만 그는 자살을 함으로써 하나의 신화(다소 거짓포장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를 만들어 버렸고 우리나라의 정치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예수가 죽음을 당해서 세계역사를 바꿔 버렸듯이 말이죠.

    저는 위에 ,,님 말씀에 동의 합니다.
    사실 그는 정치에 발을 들이지 말았어야 할 사람입니다.
    정치세계에서 그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능력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의 자살로 인한 극적인 반전이 진보진영을 결집시키는 하나의 힘이 되었고,
    오늘날 진보진영에 상당한 힘을 주는건 부인 할수 없는 사실이죠.

  • 33. &
    '10.12.12 12:02 AM (211.180.xxx.206)

    의회민주주의와 현대정치제도의 발상지인 서유럽등 서구사회에서는 2차대전후 이후부터는 영웅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복잡다단한 현대세계에서 서구인들에게 영웅신화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거 같습니다.
    서구사회에서 그런 이야기는 19세기 때나 통하는 낭만적이고 순진한 발상이 되버린거 같아요.

    저는 여기분들이 특정인물에 그렇게 집착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물론 유시민씨가 신화가 되어버린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받은 계승자 이기는 하지만, 82의 많은분들이 생각하는것과는 다른 비전을 갖고 있으면 정책에 따라 지지자를 바꿀수도 있지 않습니까?
    봄비님이 좋게 평가하는 손학규가 대안이 될수도 있구요.

    사실 정치세계는 냉혹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되는 세계입니다.
    유권자가 정치인을 버리고 다른 정치인을 선택하는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 정치인을 "정"으로 지지할수는 없지 않습니까?
    정치인들도 잘못하면 국민들로부터 냉혹하게 버림을 받는다는 사실이 인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34. \\
    '10.12.12 12:12 AM (125.143.xxx.105)

    김진숙님의 글 찬찬히 읽어보았는데 심정적으로 많이 공감이 됩니다. 점하나님. ( 211.104.0.xxx , 2010-12-11 21:54:25 )의 참 답답한사람들...종지만한심사..이런 말씀들이 막연하게 추측만 되고 구체적으로 어떤건지 무척 궁금합니다. 좀 더 풀어서 말씀해 주실수 있으신지? 사실 요즘 봄비님 글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데 점하나님 말씀은 또다른 관점에서 알고 싶네요...정치라는 것이 곧 사람관계인것 같은데 앞으로 삶에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이 관계들을 잘 풀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점하나님의 관점도 배우고 싶답니다.

  • 35. &
    '10.12.12 12:18 AM (211.180.xxx.206)

    그리고 사실 진보진영에는 박정희에 필적할만한 인물이 없는게 사실이지요.
    박정희는 공도 많고 과도 많은 인물이고, 우리사회의 논란에 중심에 서있는 한국의 키워드 같은 인물인거 같습니다만, 서구사회로 치자면 그는 19세기 인물인거 같습니다.

  • 36. .
    '10.12.12 12:37 AM (211.104.xxx.37)

    125.143.님.

    제가 하고픈 말은 위에 다 했습니다.
    김진숙 씨 글 속에 있는 '경직되어있고 세상을 모른다'는 표현이 가장 적확 하겠네요.
    정치가 사람관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정치는 현실입니다.
    지금 여기의 현실을 반영하여 미래의 현실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세상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게 대처 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과연 그들이 원하는 현실을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앞으로 힘껏 달리는 것도 좋지만 때에 따라서는 눈치껏 멈춰주어 가면서
    궁극적으로 같은 편에게 힘을 실어 줄줄도 아는 아량이 없으니 결국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봅니다.
    부박한 땅에서는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지요.

  • 37. 봄비
    '10.12.12 12:45 AM (112.187.xxx.33)

    윗분. 기왕에 찍힌 사람이니 그럼 한마디 더해보겠습니다.
    님의 말씀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말씀이군요. 지금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 너희들은 왜 파업을 하면서 정부를 욕먹이냐고 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니까요.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참여정부에서 일어나면 우리가 눈감아야 하는 것이고 현정부에서 일어나면 다함께 들고 일어나야 하는 것인지요?

    김진숙 지도위원이 님같은 사람에게 매도당해야할 이유, 없습니다.
    노무현대통령과 유시민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싸다구맞아도 좋은 그런 사람이 아니란 말입니다!
    지금 여기 현실의 반영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양산입니까?

    경제정책... 특히 노동정책은 참여정부와 현정부 사이에 차이가 없습니다. 제가 저번에 재능교육 노조 사무국장집에 동산 가압류가 실시됐다는 글도 올렸었는데.... 그 전에 노조 만들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서 재능교육에서 노조에 손배소를 청구했지요. 그게 YS때부터 이어져온 노조탄압, 파괴방식입니다. 노동자들로서는 대대손손 물어도 물지못할 액수가 청구된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느때보다 노동자의 지지를 많이 받고 출범한 참여정부에서 더 심하게 저런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저 위에서 말씀드린 김주익열사는 300명이 집단해고된데 항의하면서 고공크레인위에 올라가 농성을 벌였지요. 한진중공업은 어김없이 손배소를 청구하여 얼마되지도 않는 재산을 다 빼았았습니다. 하지만 과거라면 즉시 노동자들에게 달려와 함께 투쟁해주던 사람들이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우리말을 들어주는 어른 한분 없습디다고 한 것은 그런 현상을 두고 말한 것입니다. 오히려 민주정부에 부담을 준다면서 노동자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요.

    보수언론은 급여를 105만원 수령하는 20년차 노동자를 가리켜 노동귀족이라 칭하며 그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또 불법파업에 나섰다고 맹공세를 펼쳤습니다. 여당은 외면했고 대통령 역시 노동귀족이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규탄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129일 홀로 서럽게 고공크레인위에 올라가 농성하던 노동자는 결국 목을 매었습니다. 그게 지금은 손배소 청구에 이어 동산 가압류 형태로 더 '심화'된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희생은 계속 이어졌지만 정부는 달라지지 않았지요. 변함없이 나오는 말이 노동귀족.... 불법파업 엄단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그런 결과를 원했겠냐는 반문은 저로서는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분이 아니었다는 것은 알지만 그분은 그런 대통령이 되셨습니다.

    그래서 진짜 그런 의문도 듭니다. 날치기를 할거라면.... 이왕이면... 4대 개혁법안을 날치기하지 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비정규직 악법을 날치기를 했을까.... 개혁법안을 타협하고 비정규직 악법을 날치기통과시켰다고 해서 대통령에 대한 조중동의 평가가 달라졌던가? 그렇다면... 개혁법안으로 이미 사회적 논쟁은 벌어질대로 벌어졌고 심상정, 노회찬, 단병호, 권영길등 평소 대통령을 물어뜯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도 적극 지지하고 나섰고... 이러나저러나 조중동이 물고늘어지는 진배없으니.... 열우당이 다수당일때 이 나라를 위해서 좋은 개혁법안을 날치기하고 노동자와 서민에게 해로운 비정규직 악법은 비정규직을 없애는 법안으로 바꾸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김진숙 지도위원의 말대로 우리는 더이상 고졸 대통령을 볼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토록 뜨거운 사람을 정치판에서 더는 만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요. 저는 그 뜨거움을 노무현대통령의 가장 큰 매력이자 정치적 자산이었다구 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그 뜨거움을 차라리 비정규직을 없애는데 쏟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님은 오히려 파업을 한 노동자들이 참여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했던걸 원망하고 계십니다. 저는 그리 들려요!

    또 국민이 멍청해서 위대한 지도자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말은 애들 사교육비를 지출하고나니 당장 생활비가 없어 덜덜거리게 되고 애아빠가 정년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지 전전긍긍해지는.... 그래서 누가 이런 문제를 시원히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서민들에게 왜 당신은 그런 문제보다 개헌에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가지고 있는 제도가 우리 제도입니다. 그럼 의원내각제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요? 왜 선거구 개편에는 무심한가요? 그게 따지고보면 얼마나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데요? 참 한심하군요.... 그리 말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들릴 수도 있다구 봅니다.

    부동산대책에 대해서도 참여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는 것 인정합니다. 하지만 또 그것과 함께 왜 집값 안정과 토건자본에 의한 경기부양이라는 상반되 목표 사이를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많은 노력과 절절한 애씀에도 불구하고 일관되지 못한 정책, 집값 안정을 말하면서도 대통령에서부터 아파트로 열배 남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말을 동시에 남발하는 현상. 김진표, 유시민, 임종석등 핵심 여권인사들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한다는 표명.... 그런 것들이 결국에는 집값폭등에 일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저는 종부세에 적극 찬성입니다만....박승총재도 말했다시피... 복지도 결국 집값폭등이라는... 토건적 거품현상의 기반위에서 종부세를 신설하는 방안으로 해결할려구 했었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나라를 멍들게 하면서 좌지우지하는 상징이 삼성과 토건자본이라 생각합니다. 4대강만 말하면 부동산정책 입안자들을 꼬드겨서 비싼 분양가로 집을 잔뜩 지어놓은 뒤 미분양 아파트가 발생하면 우리 망하면 나라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니까 세금 감면 같은 특혜를 주던가... 정부에서 국민세금으로 미분양 물량을 사들이라고... 배째라고 나오는 토건자본의 횡포를 간과하게 될 것 같습니다. 또 그들이 4대강에서 철수해도 유시민이 말하는 새만금에 지어지는 100개의 골프장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저런 점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여 차기정권에서는 더 나은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구 봅니다. 그런데 무조건 결사적으로 옹호하면서 말을 못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비판적으로 모색해야할 대안을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말씀을 누누이 드린 것입니다.

  • 38. 봄비
    '10.12.12 12:47 AM (112.187.xxx.33)

    얼마전에 분신 시도한 현대차 노동자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보십쇼.
    지금 여기의 현실을 모른채 철모르는 떼나 쓰는 사람이라고!

  • 39.
    '10.12.12 1:22 AM (211.196.xxx.200)

    봄비님은 견강부회가 좀 심하시군요.
    글로만 보면 지난 정권=현 정권, 노무현 = 이명박 이라고 보시는 것 같네요.
    아무리 아쉬움이 커도 너무 하시네요.

  • 40.
    '10.12.12 1:31 AM (211.196.xxx.200)

    살아생전에는 양쪽에서 난도질 당하고도 모자라
    이미 죽은 후에도 계속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분이시네요.

  • 41.
    '10.12.12 2:39 AM (211.38.xxx.21)

    봄비님의 지적들은 사실 참여정부의 치부를 드러내는 거라서 82님들 대부분 모르거나
    알더라도 외면하는 부분들이지요.

    전 대우건설사장 남상국씨 자살사건을 보면 기분이 참 묘해지더라구요.
    검찰이 가해자가 된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
    노무현 대통령이 가해자가 된 남상국씨의 자살.
    그리고 거기에 대한 진중권씨의 자살세 발언....

  • 42. .
    '10.12.12 9:16 AM (119.203.xxx.231)

    봄비님 전 정말 궁금한게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안할수 있었는데 했다는 거잖아요.
    정말 그럴수 있는 상황이었는지가 궁금합니다.

  • 43. 봄비
    '10.12.12 11:30 PM (112.187.xxx.33)

    지금에야 답글을 쓰게 되네요. 예.. 안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정부가 안하면 되는 거였어요.
    한마디로 삼성보고서에 홀리신겁니다.
    누군가 그러대요. 그만큼 삼성보고서가 대단한거라고....
    최고의 보고서라 극찬하셨지요.

    2005년 열우당 워크숍때까지 '공식적으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정책강의를 했었습니다.
    당시에 다 삼성 히로뽕을 맞았던게지요.
    진짜 대통령께서 농담이 아니라 뭐에 홀린듯이 밀어붙이셨습니다.

    당시는 미국의 힘을 빌려서라도 우리 산업구조를 금융+서비스업 위주로 개편하면
    농업과 공공분야가 희생되더라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하셨고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두바이가 국민소득 5위권 안을 휩쓸면서 증명해주고 있었습니다.
    동북아 금융허브론이 제조업 발전없이 미국 월가 같은 금융산업으로 국민소득 세계1위
    삶의질 1위를 달성한 아이슬란드처럼 되겠다는 전략이지요.
    우리 산업구조를 그리 개편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진보진영에서는 그게 위험한 것이라고... 제조업과 복지증진을 통화 분배 강화에 더 힘을 쏟으면서
    고삐없이 날뛰는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구요.
    대통령께서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미FTA가 이대로는 위험하다... 재고해야 한다고 하셨던 것도 바로 그때문입니다.

    한미FTA 찬성론자들이 하는 말이 다 옳은 것이라 해도
    그것을 추진했던 과정이 사회적 합의없이(사회 전부야가 관계된 문제인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우리가 어렵게 이룩한 형식적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너무나 큰 문제이구요....
    그걸로 의료민영화, 공기업민영화가 이루어져서 서민생활이 위협받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입니다.

    그걸 지적했던 개혁적 관료들은 밀려나고 삼성을 등에 업은 김현종 같은 더

  • 44. 봄비
    '10.12.12 11:41 PM (112.187.xxx.33)

    참고로... 한미FTA 의약품분야에서 '치명적 독소조항'이라고 평가받는 '허가-특허 연계' 조항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번에 정부가 추가협상이 졸속, 퍼주기협상이라는 평가를 받자 아니다... 우리도 얻은 것이 있다면서
    저 '허가-특허 연계' 조항을 3년간 유예하기로 한 것을 들었습니다.
    그만큼 현정부에서도 독소조항임을 인정하고 있는 '치명적' 독소조항이지요.
    국회비준이 통과되면 3년 유예기간 후에는 도입된다는 말이겠지요.

    (여기 나오는 용어중에서 오리지널 약품은... 예를 들면 타이레놀 같은 것이고
    제네릭을 그것의 복제품인 펜잘, 사리돈, 게보린을 뜻합니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권이 심하게 강화되어서 타이레놀만 비싼 값을 주고 사먹어야 하고 특허권이 풀리기 전에는 펜잘을 만들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한미FTA 유효기간은 70년이고 한번 통과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글의 작성자인 공돌이님의 글을 검색하셔서 읽으면 한미FTA의 문제점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649...

  • 45. .
    '10.12.13 2:44 PM (119.203.xxx.231)

    그럼 이제 믿을수 없는 국회의원들 손에 달린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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