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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와의 전화통화, 역시 끝이 않좋아요...ㅠㅠ

조회수 : 1,798
작성일 : 2010-11-01 11:28:32
저는 친정엄마에게는 하나뿐인 딸이에요. 남자 형제만 있죠.

결혼 후 10년 넘도록 외국생활 하다가 귀국해서 지방에 사는데요,
친정엄마는 전보다 가까워졌다구 좋아하시면서도 다른 지방에 살아서 손주들 자주 못보시니 참 안타까워 하셔요.


결혼 전에는 엄마랑 친구처럼 잘 지냈어요. 가장 좋은 친구였죠.
근데, 친구같은 엄마가 제가 결혼 하구 나니 저의 모든 것을 아주 자세히 알고싶어 하시더라구요.
외국사는 제가 남편 출근길에 아침은 뭘 해서 먹였는지, 도시락은 뭘 싸줬는지, 저녁 반찬은 뭔지...
집에 전화해서 않받으면 어디 갔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의 아이들은 몇살인지, 그 사람의 남편의 직업은 뭔지.........--;;

결혼 초반에는 엄마랑 너무 멀리 떨어져 살아서 속상했는데,
날로 높아지는 엄마의 관심에 '아... 멀리 사는게 어쩌면 다행이겠다' 싶었죠.

한두달에 한번씩 커다란 소포를 한번씩 보내곤 하셨어요. 아이들 옷이며, 건어물이며 정말 별거별거 다 보내셨어요.
너무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렇게 소포를 한번 보내시면 보내시고는 전화하셔서 조목조목 이런거 저런거 보냈다구 일일이 설명하시죠.
며칠 후 잘 받았다구 전화 드리면 내가 뭘 보냈더라... 이건 어떠니? 저건 어떠니? 그리구 또 내가 뭘 보냈지??.... 20가지 보내시면 20가지 다 하나하나 짚어서 그건 이렇게 쓰구 저건 이렇게 쓰구, 이건 이래서 사보낸거구, 저건 저래서 사보낸거구 다시 한번 오랜 통화가 이어집니다.

손도 크셔요. 맛있다구 소문난 조미김을 한박스씩 보내시면 시댁, 형님네, 친지들 다 나눠 먹어도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담번에 또 보내신다 그래서 아직 많으니 보내지 말라 하시면 아직 그것도 않먹구 뭐했냐구 또 막 뭐라 그러셔요.


한국 들어오기로 결정되고서는 이런점들이 살짝 걱정되었어요.
근데, 역시나 정말 잦은 통화에 점검에 이거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네요.
게다가 친정엄마 뿐만 아니라 날 너무나 사랑해 주시는 이모들까지 돌아가며 전화하셔서 나와 수다 떨기를 원하셔요. --;;
친손주도 아닌 조카손주들까지 너무 예뻐하셔서 2-3일에 한번은 제 아이들과 통화하구, 저와도 오랜동안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네요. '**야, 난 네 아이들이랑 통화하면 너 어렸을 때로 돌아간 거 같아. ㅎㅎ' 하며 너무 기뻐들 하시네요.
여기서 끝이 아니구 엄마랑 이모들이 서로 통화하면서 제 얘기, 제 아이들 얘기를 나누시고 하하 호호하시며 즐거워들 하시는 거 같은데...


좀전에 엄마가 또 전화하셔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풀어놓으십니다.

저는 그리 가까이 지내지 않는 사촌언니, 오빠들과 그 자제들의 현재상황과 앞으로의 계획까지 모두 알구 있어요. --;; 사촌언니 시어머님이 편찮으셔서 90이 다 되신 그 시아버님이 밥을 차려주신다는 것과, 사촌언니의 형님이 암에서 완쾌하셔서 미국에 있는 그 따님과 약혼자를 만나러 미국에 갔다가 얼마 전에 돌아왔다는 것.... 등등.
정말 사돈의 8촌 얘기까지 다 알게될 지경이에요.


그러면서 또 제가 제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엄마인냥 뭐라뭐라 하십니다.

아이들이 수영을 하는데, 가서 지켜보기는 하는거냐, 선생님과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잘 하는지, 얼마나 나아졌는지 얘기는 나눠봤냐 않했다고 하니 그냥 데려다주고 데려오기만 하면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거냐...

제가 울컥해서 '엄마는 어땠는데...'라고 하니 당신은 차가 없어서 못데리구 가구 못데려왔다구, 사는게 바빠서 너한테 신경을 많이 못써줬는데, 너야 그렇지 않으니 아이들에게 더 신경을 써야되지 않겠냐... 날이 추워졌으니 아이들 수영 끝나구 머리 드라이를 해줘서 데리구 나와야 한다, 모자를 하나씩 쓰구 나오게 해라...

아이들과 통화하다가 기침이라도 한번 콜록 하면 감기 걸렸냐, 당장 저를 바꿔라 하셔서 애를 얼마나 춥게 했길래 감기가 걸리냐, 양말은 신겨 보내니, 기침에는 도라지 다린 물이 좋다, 시장 가서 도라지를 사다가 끓여 먹여라... 끝없는 관심과 그 표현.


역시나 시큰둥한 제 반응에 또 일침을 가하십니다.
**이모가 그러는데, 네가 전화통화할 때 징징거리는 소리를 낸다더라, 평소에는 않그러는데 한번씩 그럴 때가 있다더라. 너무 피곤해서 그런거 같은데, 아이들한테도 그럴까봐 걱정이다. 네가 않그랬으면 좋겠다구 걱정하더라.


아..............................저 정말 돌아버리겠어요.

엄마 건강하신것 너무 다행이구,  저에대한 관심 & 사랑 감사한 일이지만....
저 너무 힘드네요.
이젠 연세드셔서 제가 전화응대에 조금이라도 귀찮은 내색 보이거나 하면 삐지셔서 이모들한테 전화해서 또 하소연하시고, 이모들은 또 저한테 전화해서 '네가 이해해라. 하지만 ##야, 어쩌구저쩌구....'


이런 상황들 개선의 여지가 없는걸까요...

참다참다 여기에 하소연 합니다. ㅠㅠ





IP : 61.99.xxx.58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기억
    '10.11.1 11:33 AM (186.13.xxx.154)

    어머님이 많이 외로우신 거 같습니다. 그래도 얼마나 좋습니까? 어머니가 15세때 돌아가신 저는 너무 부럽기만 해요.

  • 2. 그래도
    '10.11.1 11:40 AM (180.65.xxx.108)

    착하시네요 .. 전 싫은 티 팍팍~ 내거든요 ㅎㅎ

    저희 엄마는 전화해서 울어요 ... 넘 걱정이 많아서 우시는 거죠 ...
    친척들 흉보고 싸우고 한 이야기들 ... 정말 듣기 싫은데 ...

    원글님 스트레스 엄청 받는 거 .. 이해 합니다. ^^;;

    전화에 시달리고 나면 전화 끊고 기분이 내내 .... 멍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

    그래서 아예 왕래를 안하다시피 했어요. 명절 생일만 가고, 전화도 아이들만 하도록 ...
    그랬더니 뜸 해지시고요 ...

    몇년 그렇게 하다가 .... 다시 먼저 안부전화를 드리니 엄청 좋아하시네요 ㅎㅎ

  • 3. 아이고
    '10.11.1 11:42 AM (122.46.xxx.33)

    저도 부럽네요

  • 4. 힘드시겠어요
    '10.11.1 11:42 AM (121.146.xxx.50)

    저도 친정 어머니가 결혼한 딸을 너무 밀착해서 간섭하니까 짜증이 나더군요.
    적당히 하시면 좋으련만...

  • 5. 그런 엄마를
    '10.11.1 12:01 PM (211.106.xxx.11)

    올 6월에 먼저 가계신 아버지께 보내드렸습니다
    전 우리엄마가 그렇게 젊은 나이에 가시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엄마가 우리곁을 떠나고 나서 오징어를 내돈주고 사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구요
    고추가 10근의 양을 보며 놀라고 그 고추를 우리가 다듬어서 빻으리라고 생각도 못했구요

    저희 친정엄마가 그랬습니다,
    나이 40후반이 다가오는 저에게도 이런저런거 챙겨 보내시면
    그 물건들 냉장고,냉동고에 다들어 가서 어느칸에 자리잡고 앉았는지 조차 궁금해 하시던
    그런분이었구요.
    그래서 늘 전화요금은 영업 하시는분들 만큼 나왔던....

    그런데요 그런 엄마는 딸과 친구처럼 지낸다고 생각하시거던요
    저 역시 그런생활에서 살아왔기에
    엄마 빈자리가 너무너무 감당이 안될만큼 커더군요
    아직까지 저희 집은 가끔 폭탄 맞은집처럼 되었있을때가 있습니다.
    퇴근후에 아무것도 안하고 전화기만 잡고 있을때가 있습니다.

    아마 저희 엄마는 외로웠나 보더군요
    고향 동네에서 나름 이런저런일도 바쁘신 분이었는데요

  • 6. 엄만 다그래..
    '10.11.1 12:01 PM (118.221.xxx.38)

    딸들도 거의 다 그렇구요..
    저도 30대엔 풀기가 빳빳하니 남아있어서 엄마에게 싫은티 팍~팍~냈어요.
    엄청 까칠했죠.
    그러다 마흔 넘어 물건너가서 3년쯤 살면서 철이 좀 들었는지 요즘 좀 나긋 나긋(?)해졌어요.
    언제까지 이 모드를 유지할수 있을지...

  • 7. ~
    '10.11.1 12:07 PM (211.189.xxx.161)

    어떤 심정인지 알것같아요. 저도 그렇거든요.
    그래서 전 엄마들이 [딸이 있어야 해~]라고 말하는거 보면 참 징그럽기까지 해요.
    딸 성격따라 원하지 않을수도 있는 일인데, 무조건엄마입장에서만..
    그게 가끔은 내가 엄마의 쓰레기통이 된것같은 기분이 들때도 있거든요.
    원글님은 그래도 엄마가 좋은 얘기만 하시고, 애정어린 잔소리라고 볼수도 있지만
    제 엄마는 본인 주변사람 욕, 저한테 대한 욕, 항상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재수없는 소리..

    그래도 나중에 엄마 돌아가시면 지금 이거마저도 그리워질것같다는 생각은 해요.
    엄마와 딸 사이가 그런가봐요. 궁합 안맞으면 세상 어느 관계보다도 괴로운 애증같은거.

  • 8. 친정어머니
    '10.11.1 12:25 PM (110.9.xxx.43)

    돌아가신지 10년이 가까와옵니다.
    정말 힘든 어머니셨는데 그보다 10배 더 힘들어도 좋으니 옆에만 계셔주시면,밥먹었냐고 물어봐 주셨으면 그리운 마음이 나날이 더해갑니다.
    후회하지않는 따님 되세요.
    그 힘들었던게 그렇게 좋은 일상이었던걸 그땐 왜 몰랐을까 그런 생각이.

  • 9. .
    '10.11.1 12:32 PM (119.203.xxx.221)

    소쿨한 엄마 둔 덕에 원글님 글에 헉~하고 숨막히는데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딸이 되라니요.^^;;
    엄마와 딸은 친구도 되지만
    저렇게 시시콜콜 모든걸 해주려고 하고 모든걸 알려고 하는
    친구라면 저라면 멀리 할것 같아요.
    자식이든 부모든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어야지요.
    독립된 한 인간인데.
    나무와 나무 사이에도 간격이 있어야 서로 잘 성장하듯이 말이죠.

  • 10. ^^
    '10.11.1 12:43 PM (121.135.xxx.226)

    저랑 비슷하세요~!
    오빠들만 있는거 딸이 하나라 엄마가 저랑 당신을 동일시하면서(결혼시키고나서 더욱 심해지심...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관심거리는 온통 저~)정말 윗글과 비슷한 상황이었네요
    저는 거기에 추가해서 엄마가 시도때도 없이 오셔서 계셨답니다...ㅎㅎㅎ
    저도 그때는 미칠거 같고 엄청 싸우기도 싸우고 그랬어요
    다시는 니네집 안온다~! 이런 말은 주기적으로 들었네요

    그러나 그것도 젊을때 일인가봐요
    나이 40넘으니 엄마의 얘기를 들어줄 수 있다는거-엄마는 사실 그런 얘기할 곳이 저밖에 없는지라-늙어가는 엄마의 의논상대도 되어주고 조언도 해줄 수 있고 물론 저도 도움 받고...이런 관계가 너무 좋네요
    전 아줌마들이랑은 5분 이상 수다 잘 못떠는데요 엄마랑은 30분이 기본이고 1시간도 가끔 얘기합니다 엄마가 저에게 얘기 할 수 있어서, 너같은 딸 있어서 참 다행이다..이런 말 듣는게 넘 좋아요

  • 11. ㅋㅋ
    '10.11.1 1:51 PM (121.55.xxx.170)

    원글님 마씀듣고 보니 울딸들 특히 큰딸아이 시집보내고 나면 원글님 어머니같이 될것 같아요.
    지금고딩이고 중딩이지만 ..지금부터 서서히 관심돌려야겠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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