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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 안 갚는 사람도 있는 반면

감동 조회수 : 1,729
작성일 : 2010-10-18 09:36:48
  제 친정 아버지와  친구분 가족 이야기입니다.

  3-4년 전 쯤에 아빠 친구분이 좀 편찮으시다고 돌아가셨어요.
  근데 얼마 전에 친구분 부인께서 아빠한테 꼭 만나고 싶다고 전화를 하셨더랍니다.
  꼭 드릴 말씀이 있으니 한 번 뵙자구요.
  이런 경우는  사실 70 가까우신 연세에 흔치 않은데다 좀 어려운 경우라 무슨 일일까
  좀   긴장하셨었나봐요.  물론 무슨 일인지 짐작도 하지 못하셨고요.
  혹시 무슨 장사라도 시작했나 싶은 마음이 드셨지만
  상대방이 그토록 중요한 일이라며 친정 가까운 곳으로 오신다 하니 안부도 물을 겸 까페에서 만나셨답니다.

  그런데 그 분께서 남편이 돌아가시기 전에
  저희 아빠께 빌린 돈이 있다며  꼭 갚으라고 하셨다고....
  남편이 돌아가신 후 이일 저일 처리하고
  자기가 벌어서 돈을 모아 연락 드리느라 이제서야 찾아왔다고 하시며
  돈 봉투를 내미시더래요. (액수는 말씀 안 하시지만 천만원은 넘는 듯)

  그런데... 저희 아빠께서는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아빠 친구분이 생전에 그 돈을 갚으셨던 것 같았답니다.
  (사실 아빠가 한창 사업이 잘 될 때 인심이 좋으셨어요.
  친구분들 사이에서도 그렇고, 친척들한테도 그렇고....
  덕분에 지금 노후가 한창 때에 비해 그냥 그럭저럭 ㅠ,ㅠ)
  그래서 '내 기억엔 받은 거 같다."고 돌려보내셨대요. 두둥~
  그러시면서 돌아가신 아빠 친구분과 부인이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감탄을 하시더라구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일단 저도 짠했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아직도 긴가민가 싶어하시는 것 같아요.
  이제까지 여러 상황을 볼 때 굳이 받을려고 빌려준 돈 아니고, 따라서 돌려받은 적 없다에 한 표!
  하지만 그 분 상황이 별로 안 좋은 것을 아시니 그냥 '기다'라고 밀어붙이고 계시는 듯.
  사실 아빠도 사업상 한 푼이 아쉬운 상태이시거든요.
  그래서 내심 "아빠가 금전관계가 그리 불분명해서 지금 더 편안하게 못 사는 거예요"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지만,
  조금 손해보더라도 사람답게 사시는 인품에 흐뭇해 하기로 했답니다.  

  아래 글에서 어려운 형편 고려해서 "굳이 안 주셔도 된다"고 했더니
  살 만해지셔서 자기 치장은 다 하시고 조카에게 빌린 돈 안 갚는 분 있다는 글을 보니

  아직 이런 분들도 계시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졌네요.

  
IP : 218.55.xxx.23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버님이
    '10.10.18 9:39 AM (203.254.xxx.197)

    대단하시네요,,아마 생전에 안받으셨을거같아요,,갚으셨다면 유언비슷하게 남기지도 않았을거에요,,두분다 좋으시네요,,,

  • 2. 존경
    '10.10.18 9:41 AM (124.53.xxx.11)

    친정아버지 존경스럽습니다.
    안받으셨는데 그쪽형편생각해서 받았다 하셨을지도^^
    어쨌든 그 친구분이나 부인분이나 님 아버지나 모두모두 존경 스럽네요.

  • 3. 그러게요.
    '10.10.18 9:42 AM (183.98.xxx.119)

    돈도 좋지만...의리나 측은지심...이런거 갖고 사는게 편하고 좋더군요.
    천성은 어쩔 수 없어요.^^ 아버님 같은 분이 계셔서 세상이 살만한거겠죠.
    누구에게나 정을 베풀기 보다는 상대편 봐가면서 해야할듯...
    그 부인도 괜찮은 분이네요.

  • 4. 원글이
    '10.10.18 9:46 AM (218.55.xxx.231)

    그냥 생각나서 끄적거려봤는데
    여러분들께서 동감해 주시고 칭찬해 주시니
    아침부터 기분 좋네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적당히 실속 차리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ㅎㅎ

  • 5. 에효
    '10.10.18 9:49 AM (121.151.xxx.155)

    님글읽으니 생각이 나네요
    저희엄마가 형제많은집 장남에 시집와서 정말 고생이 많았지요
    그런데 삼촌이나 고모들에게 인정을 받지못햇어요
    저는 그저 엄마말만듣고는 할머니할아버지 고모삼촌들이 너무 미웠지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엄마가 하는 행동이 좀아니다라는생각이 들었지요
    한삼촌이 사업을하다가 망해서 도와주었던 다른삼촌고모들도
    잘못되어서 집팔고 월세로 들어가기도하고
    시골에 허름한 집으로 들어가서 몇년씩 고생했지요
    울집은 천만원정도 빌려준것이 전부라고 알고있구요
    그러다보니 울집이 형편이 제일 좋기도합니다

    그런데 할머니 돌아가시던날
    사업하다가 망해서 서울에가서 막일하고있는 삼촌이랑 숙모에게
    엄마가 돈천만원이야기를했나봅니다
    돈좀해달라고요
    제가듣기로는 그 삼촌숙모가 숙모여동생네집에서 방한칸얻어쓰고있고
    사촌들은 둘다 군대에 간것으로 알고있었어요
    그런 삼촌에게 돈이야기를하니 숙모가 화를 냈나봅니다
    다른사람들은 왜그런지 몰랐구요

    나중에 집에와서 엄마가 그이야기를하는데
    정말 숨고싶더군요
    빌려갓으니 갚는것 당연하죠
    그러나 그시기에 그런말을해야했는지
    장남이지만 할머니할아버지는 다른삼촌집에서 노후를 보내고있었거든요

    그렇게 지냈지만 저도 어느순간에 제부모님이지만
    내려놓고있네요
    어느순간 사람을 쳐다보지않게 된다는것이 어떤것인지 알게되더군요

    돈에 대해서 정확한것이 맞지만
    가끔 확을 띄게 될때도있더군요

    그친구분이나 님아버님이나 너무 좋으신분들갔네요

  • 6. .
    '10.10.18 9:53 AM (207.216.xxx.174)

    등장인물 세분 다 보통 분들은 아니시네요.^^
    죽기 직전에 친구한테 빌린 돈 갚으라고 유언 남기는 친구분이나
    미망인으로 살기 힘드실텐데 돈 벌어 목돈 만들어 갚으려고 찾아온 부인이나
    이미 돌려 받았었다고 되돌려 보내신 원글님 아버님이나....

    가끔 82 하다보면 세상 사람들 참 이상한 사람 많구나...싶어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버리는 거 같거든요.
    실제 제 주위를 보면 여기 게시판에 나오는 이상한 스타일 사람들은
    거의 없는거 같은데 말이죠...
    오히려 원글님 글에서 보이는 거 같은 분들이 제 주변에는 더 많은거 같거든요.^^;;;
    온라인에서 보는 세상이 실제 세상보다 더 각박하고 거칠게 다가오네요.
    82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넷에서 주류를 이루는 가치판단 기준을
    선별해서 선택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라고 느낍니다.

    존경할 수 있는 아버님이 계신 원글님 좋으시겠어요.^^

  • 7. 정말..
    '10.10.18 9:54 AM (58.122.xxx.3)

    이런글좀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맘 한쪽이 훈훈해지네요 ^^

  • 8. 윗분..
    '10.10.18 10:18 AM (203.234.xxx.3)

    그런데....쌍커플 수술하고 할 일은 다하셔서....연락 끊었습니다 <- 원글 훈훈하게 읽다가 눈물도 약간 나려다가 하는데 갑자기 쿨럭! 실소했습니다

  • 9. 훌륭한 분들
    '10.10.18 10:31 AM (182.209.xxx.164)

    정말 저런 분들 밑에서 성장한 자식들은 참 행복한 존재인것같아요.
    원래 세상엔 좋은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겁니다. 그래서 늘 잘 살피고 살아가야겠지요.

  • 10. 정말
    '10.10.18 11:25 AM (112.164.xxx.48)

    두분다 복받으실겁니다.
    남의돈 떼어먹는 사람들
    그만큼 인생에 헛다리가 많을겁니다.
    어떻게 남의돈을 그냥 떼어먹을 생각을 하는지.
    이 글보고 깨달음을 받음 좋겠네요

  • 11. 저도
    '10.10.18 1:27 PM (123.248.xxx.124)

    생각나는 일이 있어요...
    울아버지도 저 중학교때쯤 친구분께 1억가까이 돈 빌려드렸는데...
    (지금 사시는 집이 1억남짓이니 엄청나죠. 여긴 지방주택. 또 그때가 20년전이니)
    아직 못받았습니다. 이자고 뭐고 없었고 이제 소식도 없고.
    저는 그 생각하면 여전히 분한데, 아빠는 뭐... 워낙 사업이 어려운데 그럼 그 집도 애가 셋이고 뭐 어쩌냐? 하십니다. 이제는 나아졌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저 말씀만.
    사람이 돈 앞에 저럴 수 있다는 것이... 우리아빠 존경합니다.
    그 돈 없어서 우리가 길바닥을 헤맸다면 모르지만, 것도 아니니 제가 어쩌겠어요?
    옆에서 야무지게 챙길 아내가 없으니 저런 일도 있다 싶기도 합니다. 엄마 돌아가시고 돈 나갔거든요.
    워낙 초연한 분이라 제 아빠지만 어쩜 저랑 너무 다르신지...
    저 어릴적 월급봉투 시절에, 3백만원 월급봉투 양복저고리에 꽂아놓고 잃어버리셨을 때도 기억나네요. 꼭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으면 퍽 다행이다... 하신 말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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