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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보고 나서 가슴이 울컥...

걸오앓이중 조회수 : 2,098
작성일 : 2010-10-11 23:33:29
그다지 즐겨 보지 않는 게 드라마이지만, 모처럼 푹 빠져 있는 게 '성균관 스캔들'입니다.

재방 삼방 사방을 봐도 질리지가 않고, OST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 그러네요.

근데...볼 때마다 왜그런지 가슴 한 켠이 싸하게 시려옵니다.

그냥 부모님 시키는대로 공부만 하다가 멋 모르고 들어갔던 대학,

조금 지나서 이것저것 주워듣고 보는 게 생기면서 사회의 부조리에 눈을 뜨게 되었고

끓는 피를 주체못해 어떻게든 기성세대의 오만함에 저항해보고자 발버둥도 쳐 봤지만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의 미약함만 절감하고 무기력증에 빠지곤 했었지요.

그 답답함을, 맘 맞는 이들과 소주나 막걸리를 나누며 밤 늦게까지 토로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리고...겪을 때마다 왜 그런지 익숙치 않던 감정 '사랑'...

제게도 걸오사형같은 선배가 있었지요.

비교적 거칠고 여학생들에겐 일말의 관심도 없던 사람이지만 이상하리만치 저에겐 늘 다정했습니다.

실은 저도 그 사람이 절 좋아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고, 제가 손만 뻗으면 바로 올 사람이란 것도 알고 있었죠.

하지만 사람 맘은 참 내 맘대로 안 되는게...

이렇게 좋은 이가 있어도, 마음은 이상하게도, 불확실하고 힘들기까지 한 쪽을 따라가더군요.

오늘 방영분에서 윤희가 만취해서 걸오 등에 업혀가면서 선준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던 것 처럼,

저도 대동제의 밤에, 막걸리를 잔뜩 마시고는 그 선배 어깨에 기대서 울었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며 우는 후배의 등을 토닥여주던 그 기억이 어제 일마냥 생생합니다.

제가 유독 걸오란 캐릭터에 빠져 있는 이유는,

그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자꾸 그 선배의 기억이 떠오르고, 선배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이 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 맘이 시린 이유는,

지나고 보면 호수에 자갈돌 하나 던진 만큼 미약해서, 뭐하러 그리 애썼나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많지만

당시로선 심각하고 치열하게 살아갔던, 내 소중한 젊은 날이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절감해서입니다.

이런 노래가 있었지요.

-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떤 곳에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나이 서른에 우린 무엇을 사랑하게 될까 젊은 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진 않을까~ -



내 생의 황금의 시절을 이미 흘려 보내고, 나 자신도 기성세대가 되어 버린 지금,

성균관 유생들의 치열한 나날들이 더없이 부럽고 그립습니다..
IP : 116.38.xxx.86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0.10.11 11:36 PM (218.209.xxx.49)

    제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들의 젊음과 패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총명함...이 너무나 가슴시리게 부럽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아 두렵기까지 했던 그 미래를 그들은 가지고 있네요.

  • 2. 깍뚜기
    '10.10.11 11:37 PM (122.46.xxx.130)

    빈 가슴마다 울려나던 참된 그리움의 북소리를
    나이 서른엔 우리 들을 수가 있을까.


    아!

  • 3. dd
    '10.10.11 11:39 PM (58.143.xxx.14)

    http://sungg.woc.kr 성균관스캔들 다시보기 14회

  • 4. ㅋㅋ
    '10.10.11 11:40 PM (121.161.xxx.145)

    그 시절의 내가 정말 그립죠....

  • 5. 그리워
    '10.10.11 11:42 PM (116.37.xxx.217)

    제게도 그리 아름답고 뜨거웠던 청춘의 시절이 있었죠...
    그때로 돌아간다면 좀 더 치열하고 뜨겁게 살 수 있을거 같은데...

  • 6. 맞아요
    '10.10.11 11:46 PM (124.5.xxx.143)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약지 않고 비겁하지 않게 좀 더 치열하게 살수 있을 까요 ?
    이상은 높게, 사랑은 깊게, 술잔은 평등하게 ... 모두들 건배.

  • 7. .
    '10.10.11 11:47 PM (121.135.xxx.221)

    건배!

  • 8. ,,
    '10.10.11 11:48 PM (218.232.xxx.210)

    이미 한입털기...

  • 9. 깍뚜기
    '10.10.11 11:49 PM (122.46.xxx.130)

    한 입 털고 깍뚜기 하나....

  • 10. 참...
    '10.10.11 11:57 PM (125.178.xxx.88)

    옛날 생각 나게 하시네요 ㅎㅎㅎ 앞에들 계시면 막걸리 한 잔 정말 하고 싶네요. ㅎ

  • 11. 정말
    '10.10.12 12:19 AM (125.187.xxx.174)

    옛생각나게 하네요. 우리 같이 막걸리해요^^
    전 안암동 89학번 과,단대,총학활동하면서 보낸 대학4년.
    내가 좋아했던 멋진 정외과,법대 형들이 있었고 또 나를 좋아했던 문대,경영대 형들이 있었죠.
    가끔씩 그 형들은 어디서 뭐하고 지낼까 궁금하기만 하고..

    그 시절은 왜 사랑이 거북하고 멀리해야할 상대처럼 보였을지요??
    강하게 살아야 하는 나약한 사랑은 안되는 것처럼...

    다시 돌아간다면 사랑도 후회없이 하고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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