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영어 한지 십여년이 되었나봅니다.
물론 주욱 했다는건 아니구
한두어달 하다 말고 몇개월 쉬었다가 또 해보고 뭐 그랬다는거죠.
항상 필리피노 선생과 해왔는데(미국인 보다 친절하고 저렴)
필리핀식영어발음때문에 선생님이 바뀔때마다 적응기간이 필요해요.
영어에 뜨뜨루 꼬뜨루 뭐 이런 소리가 들리거든요.
일이주 하다보면 그 선생님의 발음에 익숙해지죠. (익숙해지는것과 알아들어먹는것은 다름)
애니웨이...
올해는 5월달 부터 9월 현재까정 해오고 있는데요.처음으로 5개월을 연속 해왔네요.
(그 이유는 성생님때문에...아레에 나옵니다.)
너무나스트레스고 힘드네요. 아주 귀찮아요.
어쩔땐 전화를 일부러 안받기도 하는데 내가 이러면서 내 자식 공부 열심히 하길 바라면 안된다~~~
는 심정으로다가 헬로우를 해버리죠.
그래서 등록만기인 10월까지만 하고 그만두려고 하는데요.
문제는....제가 영어성생님을 쫌 좋아해요. 남자거든요.
한때는 설레임도 있었죠.
일단 발음이 너무 훌륭해요.
원래 남자선생이랑 안하는데 처음부터 발음이 너무 좋아서 하게 된거예요.
그런데 이 성생님의 기본 성품이 참 좋은것 같고 쎈스도 많고 로맨스도 있어요.
예전에 여자선생들프리토킹 하면 쇼핑 이야기, 육아, 남편 등등 이야기를 했는데
남자선생은 무뚝뚝하고 날씨이야기,뉴스이야기 이래서 선생바꾸고 그랬었는데
이 성생님은 정말 남달랐어요.
교재에 bad habbit에 대해 나와서 우리 딸이 손톱을 깨문다고 말하니
그럼 예쁜 매니큐어를 발라주면 어떻겠냐고 해요. (총각 남자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여름에는 에어컨 자주 틀어서 전기요금이 걱정된다고 하니
에어컨을 끄고 바로 선풍기를 회전으로 틀어두면 한참은 시원하대요.(울 남편도 이런말은 안해줌)
아이스커피를 자주 마셔서 밤에 잠이 잘 안온다고 하니
오후에 커피를 마시게 되면 디카페인으로 마시라고 해주고요.
가끔 운전중에 전화를 받으면
이어폰을 낀거냐 도로 상황은 괜챦냐 물어보고 최대한 단순한 질문들만 해줘요.
배고프냐, 잠은 잘 잤냐, 하늘에 구름은 있냐, 앞에 있는 차는 무슨 색이냐...
아끼는 화분이 죽어가고 있다고 하니
화분에게 물만 주고 있는건 아니냐...물만 주지 말고 말을 걸어주고 음악도 들려주래요.
서점갔다 온 이야기를 하니
항상 you는 딸을 위해서만 서점을 가는것 같다.가을이 됬으니 당신을 위한 책을 한권 사서보고 낭만을 즐겨보래요.
what's your favorite song이 뭐냐고 하기에 비틀즈의 아이 윌이라 대답하며 노래는 좋아하는데
가사의 뜻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하니
a ha!!! 일케 추임새 넣더니 그 아이윌을 불러 주며 노래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요
(아이 윌 불러 줄때 아아...행복했어요)
해피추석 되라고 하기에 메리드 우먼 인 코리아는 (한국에서 결혼여성)들은 해피 추석이 아니라 언해피 추석이라고 하니 why? 라 묻기에 올 데이 롱 일해야 한다고 하니 성생님 왈
그럼 맛있는거 먹어가면서 일하면 입이라도 해피하길 바란다고 하네요.(쎈쓰 짱)
오늘 아침엔 날씨를 물어보기에 추워졌다고 대답하며 이제 코리안들은 아우터와 긴팔을 입는다고 하니
당신은 무얼 입었냐 묻더라구요.
투데이 나는 쟈켓에 진 팬츠를 웨어링했다고 하니
성생님 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다 예쁘다. 당신은 쟈켓에 진팬츠를 입어도 예쁘고 부리플 할것이다'라고 말해주네요.
정말 친구처럼. 애인처럼 주옥같은 대화를 나눈 것 같은데 언제 부턴가 점점 영어도 딸리고 귀찮+피곤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제가 좀 드라이하게 대하고 있어요. 도움도 안되는 교재 따라 읽기나 하고...
마음으로는 즐거운 대화도 나누고 영어공부도 하자고 하는데 아침 시간에 쉽지 않네요.
놓치기 정말 아까운 선생님인데 이젠 긋 바이를 해야할 것 같아요.
그냥 서운한 마음에 수다 떨고 갑니다.
제가 쓴거 다시 읽어보니 별 내용도 아닌데 혼자 주책감정 떤것 같기도 하지만
추억을 위해 글을 펑하진 않겠어요.
영어가 주는 그 단어의 느낌과 발음의 전달이 한국말로 따다 써대니 감흥이 덜하네요.
p.s
에립클랩튼의 원더풀 투나잇이란 노래 아시죠?
그게 에뤽의 목소리랑 멜로디가 제 스타일이 아니라 명곡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하질 않았거든요.
그런데 가사를 보며 천천히 음미해보시면 정말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아침마다 전화 영어도 추억으로
긋바이 마이러브 조회수 : 662
작성일 : 2010-09-30 10:33:02
IP : 128.134.xxx.8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긋바이 마이러브
'10.9.30 10:33 AM (128.134.xxx.85)http://blog.naver.com/tjsdk2705?Redirect=Log&logNo=30091326590
에뤽의 wonderful tonight2. 아니 왜
'10.9.30 10:41 AM (220.87.xxx.144)계속 하세요.
귀찮아도 꾸준히 하셔서 영어도 업그레이드 되고 생활의 활력도 느끼시고.
그리고 선생님이 참 자상하신거 같으네요.
같은 말이라도 이쁘게 할 줄 아시네요.
울 아들도 그렇게 키우고 싶어요.3. 음..
'10.9.30 10:56 AM (222.113.xxx.160)제가 괜히 아쉽네요..
저도 전에 외국인 회사라, 독일 직원과 매일 아침마다 이메일로 업무를 했거든요.
가끔 문제가 생기면 전화도 했었는데,
목소리가 무척 좋고 발음도 굉장히 정확해서 전화 할때마다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생각이 나서 참 재미있게 글 읽었습니다.
근데, 전화 영어는 매일 하는 건가요?
시간은 얼마나 하시나요?
사실 매일 전화로 대화를 나눈다는게 쉽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아쉽네요..4. 어디서
'10.9.30 11:00 AM (61.79.xxx.112)어디서 하세요? 저도 작년에 하다가 나중에 선생님이 사정이 생긴뒤로 연락이 안와서 돈 버린셈친일이 있는데요.. 어디서, 어느분과 하신건지 조금만 귀뜸해주심 안되나요?
5. 찬물
'10.9.30 11:42 AM (118.91.xxx.249)끼얹어 죄송하지만
게이라는데 백표 겁니다..
(좋아하는 남자가 모두 동성애자였던 기구만장한 츠자로 부터)6. ㅎㅎ
'10.9.30 2:04 PM (116.43.xxx.65)원글님 이야기 흥미진진하게 듣다가
찬물님 글 보고 푹 웃고 갑니다.ㅋ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