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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놓을 데가 없어 여기 와서 신세한탄 합니다

아휴 조회수 : 2,828
작성일 : 2010-09-24 00:56:36
갓 백일 넘은 아이와 여기저기 몸이 안좋아 어린이집에 거의 못가고 있는 5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남편은 항상 일이 바쁘고요, 여유 시간이 생기면 일단 친구들을 만나서 새벽까지 놀고, 약속이 없거나 (거의 없는 일이지만) 아주 피곤하면 비교적 일찍 귀가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집에 오면 큰아이와 조금 놀아주고 자는 게 일이지요. 낚시를 무엇보다 좋아하지만 제 간절한 부탁으로 좀 자제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두 아이와 부대끼고 있습니다. 첫째는 눈만 뜨면 코가 막힌다 배가 아프다로 시작해서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도 않고 심심하다며 저를 볶는 게 일이예요. 백일 때부터 아토피에 시달리다 좀 나아졌지만 심신이 예민하고 허약합니다. 게다가 희귀병의 소인이 있어 아이 얼굴을 볼 때마다 걱정 밖엔 떠오르지 않습니다.
둘째는 갓 백일 지난 아이라 손이 많아 갑니다.

항상 새벽 5시쯤 젖을 먹는 둘째 때문에 잠을 깨면, 음식들을 꺼내놓고 속이 답답할 때까지 먹어댑니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고요. 위는 그득하고 아직 남아있는 살들로 온 몸은 터져나갈 것 같구요. 다시 눈을 뜨면 짜증나는 하루의 시작입니다. 찰나이지만 일상에서 거의 유일한 즐거움을 주는 음식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먹어댑니다.

처녀시절 그렇게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서울에 있는 학교를 나와 제 전공이라면 알아줄만한 회사에 약 400대 1의 경쟁 속에서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른 일로 고민하면서 3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결혼, 1년간 외국 생활을 했습니다. 항상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의욕에 넘쳐 배우고 시도하고 돌아다니느라 바빴구요. (부끄럽지만) 이성에게 인기가 많아 남는 시간은 남자친구들이 줄줄이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니 많은 것이 변해버리더군요. 외국에서의 1년 동안에는 영어 공부를 하는 등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지만 무관심한 남편 때문에 속을 많이 썩었습니다. 원룸 아파트에서 남편 친구들이 자고 가는 일이 빈번하고, 매일 남편에 끌려 친구 집들을 전전하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에 돌아오니 그동안 모르고 있던 시댁의 문제들이 하나하나 드러나더군요.(결혼 전에 알았다면 문제 삼지 않았을 것까지 제게 숨겼더군요) 첫째 형님은 아버지의 전처 소생이고 시어머니가 낳은 둘째 형님은 이혼해서 시댁으로 돌아왔고, 도련님은 심한 우울증에 히키코모리이고.
첫째를 가졌을 때 어머님이 다리를 다치셨는데, 함께 살고 있는 형님이 아닌 제게 도련님의 상담치료에 동반시키시더군요. 게다가 시아버지는 어찌나 못되게 구시는지. 가끔 첫째가 계속 몸이 안좋은 것이 임신 했을 때 스트레스 때문인가 라는 생각까지 든답니다.

첫째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지난 직장 동료가 주는 일을 집에서 하기도 하고 일주일에 두 세 번 나가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남편의 도움은 눈꼽만큼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나가는 일은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타박에 무시에) 지금은 꼼짝없이 집에 있네요.

사는 낙이 없습니다. 이렇게 맥놓고 살다보면 이룬 것 없이 돈도 없고 나이만 먹은 뚱뚱하고 멍청한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미칠 것 같습니다. 책도 영화도 만화도 그렇게 좋아했지만 지금은 마음이 가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젖먹이 아이만 아니라면 그냥 사라지고 싶을 뿐입니다.
커다란 문제를 안고 계신 분들이 보신다면 바보 같은 잠꼬대처럼 느껴지시겠지만 저는 정말 숨 쉬기가 힘듭니다.
엄마에게 얘기하면 걱정하실까봐, 친구들에게 얘기하면 괜히 부담을 주거나 혹은 뒤통수를 맞을까봐(그런 적이 있거든요) 툭터놓고 대화할 사람도 없이 이렇게 혼자 곪아갑니다.
IP : 222.234.xxx.17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9.24 1:13 AM (112.72.xxx.151)

    그거 육아 스트레스 라고 할수있죠 아기키워본 입장에서 보면 그래요
    그러니 더 능력없고 그런사람들은 원글님보다 더 느끼는감정이구요
    원글님은 그래도 능력이 있으신가본데 직장알아보시고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맡기셔도
    되지않을까요 물론 아이크는동안은 돈이란건 내가버는거 모두 나갈생각하셔야해요
    두가지 다 가질수는업어요 돈을 쓰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피곤함도 덜하고요
    어느길을 선택할것인가 그건 본인이 결정할수밖에요
    일을 하고 다른사람의 도움을 받을것인지 .그돈을 아끼고 아이들 옆에서 있을것인지--
    능력이 있다면 일을 하시고 다른사람의 도움을 받는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스트레스도 덜쌓이고 여러가지 다양한면이 있으니까요

  • 2. 일단은
    '10.9.24 1:16 AM (122.34.xxx.16)

    아가가 어리고 큰 애는 지병도 있다니
    3-4년 정도는 아가들한테 전념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사랑을 퍼부우시면서
    원글님 전공에서 요구하는 스펙 열심히 인터넷 통해 쌓아 놓으시고

    시간 지나서 아가들 어린이집 보낼 수 있게 되면
    직장 잡고 도우미 쓰세요.

    사람은 어떤 위치에서든 불만이 더 많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입니다.

    제가 보기엔 님의 경우 아가들 연령이나 건강상 지금은 엄마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니
    나중에 후회없을 정도로 충분히 사랑해 주시고

    남편이 도와주지 않는 거 정말 화나는 일이지만 아직 젊고 어리석어서 그럽니다.
    잘 적어 놓고 디카로 기록도 빠짐없이 해 놓으세요.

    아마 남편 나이 40 넘고 애들 크면 많이 부끄러워하고 기가 죽을 거에요.

    말도 물가로 끌고 갈 순 있어도 억지로 먹일 순 없다잖아요.
    원글님 남편이 지금 그런 때입니다.
    너무 속상해 하고 억울해 할 필요도 없어요. 시간 지나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갈 겁니다.
    인생의 소박한 진실은
    그때 그때 충실하게 열심히 산 사람이 결국은 승리하는 거랍니다.
    원글님이 그냥 실속 챙기시고 기록 남기세요.

  • 3. 맞아요.
    '10.9.24 2:49 AM (123.204.xxx.132)

    위에 일단은 님 말씀이 구구절절이 옳습니다.
    뭐한가지 버릴 말이 없네요.

  • 4.
    '10.9.24 4:00 AM (59.28.xxx.172)

    저도 아기때문에 집에 있는데..
    일단 큰애를 남편분 낚시가실때 묶어서 보내심이...

  • 5. 혼자
    '10.9.24 7:40 AM (115.136.xxx.234)

    남편의 무심함과 시댁문제 그리고 아이에게 몸이 묶일 수 밖에 없는 양육 조건이 힘든 상황이네요.
    저도 비슷한 시기를 겪었어요. 다만 저는 스트레스 받으면 우유 한잔도 못마시는 탓에 몸이 많이 말라서 기운이 빠지고 늘 피곤함에, 잦은 건강상 아픔(위, 장 등)때문에 힘들었구요.

    우선 아이들 잘 건사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힘들게 하는 건 남편이 힘들게 하는 것보다 아픔이 100배라고 하더군요. 저는 정말 다행스럽게 아이들이 엄마 마음 잘 이해하고 힘든 줄 알아서 애들로 인한 고통은 지금 거의 없습니다.
    돈없고 기대기만 하는 시댁, 온갖 평지풍파 겪은 시댁이 싫었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에 참고 살았습니다. 홧병도 났지요 당연히...
    그리고 제가 힘든 일 참아내면서 제 아이들도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게 아니구나. 하기싫은 일도 참으면서 해야하는 구나'하는
    이치를 깨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댁 일 정말 하기 싫었지만 내색않고 해낸 탓에
    지금은 자리를 조금씩 잡아 갑니다.

    남편 사랑과 관심, 배려 못받는 것 정말 힘들고 견디기 힘든 시기이네요.
    저는 제 상황에서 아이들을 보통의 아이들처럼 키울 생각 접었어요.
    그런 부모(아빠) 만난 것도 너희의 운명이다.
    엄마는 엄마로서 할 일 할 뿐이다.
    나머지 일들은 너희가 하기에 달렸다
    라면서 계속 제 머릿속을 세뇌시키고 아이들에게 여유를 갖자 라면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직장 생활합니다. 직장일이 힘들지가 않아요. 몸은 힘들지만 맘은 위로가 되어요.
    제 스스로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이 여기 뿐이지 않는가 라고 생각해요.
    (남편은 제게 힘주지 않는 존재고 애들은 제가 힘을 주어야 하는 존재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잘 안되지만
    남편이 나를 이렇게 키웠다고 생각하려 애씁니다. (저 좋은 대학 나왔고 결혼전 단란하고 유복하게 살았지만, 시댁은 매우 가난하여 겨울 난방도 못하고 살며 시댁 형제들 지금도 지방의 13평 다세대에서 가난하게 삽니다. 남편은 자기 인생 찾겠다고 겨우 자기 생활비만 벌었습니다)
    능력 있으시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시고
    아이 젖떼면
    어렵지만 살살 구슬려 남편에게 아이 맡기고 근교의 유원지나 템플스테이(종교가 무교나 불교시라면)이 다녀 오세요.
    내 인생 내가 소중히 여기고 살면 길이 보입니다.(지금 저에게도 다짐합니다)

  • 6. 바보같은 잠꼬대
    '10.9.24 8:31 AM (116.123.xxx.56)

    아닙니다. 원글님은 심신이 지쳐 있으시네요. 시댁일이 없어도 아이들 그만한 나이때 우울증 옵니다. 첫째는 첫째려니 하고 키우다가 둘째가 세월을 잡아 먹으니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좋게 표현해 사라지고 싶지 지금 죽고 싶을겁니다. 많은 대화 필요합니다. 옆에 사람 없으면 자게에라도 신세 한탄 꼭 하세요. 마음이 짠하네요. 저도 힘들었어요. 시부모님이 도와줘도 힘들었는데...

  • 7.
    '10.9.24 9:51 AM (221.147.xxx.143)

    남편을 왜 놔두세요? 휘어 잡으세요.

    그래도 충분할 만큼 님은 현재 힘든 시기라고 봅니다.

    외벌이라 할 지라도 양육은 함께 해야 하는 겁니다. (님만의 자식이 아니잖아요?)

    돈 벌어 온다고 봐 주지 마세요. 적극적으로 육아에 동참 시키세요.

    안 그러면 님이 견뎌내지 못할 거에요.

    정 안되시거든 일주일 두세번, 도우미라도 부르시던가요.

    하여튼 한국남자들 문제 많습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이라도 아들 교육 똑바로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 8. 남편에게
    '10.9.24 10:24 AM (175.114.xxx.13)

    님의 힘든 상황을 다 얘기하고 남편이 못도와줄 형편이라면 친정 근처로 아주 가까이로 이사하셔서 엄마와 함께 일상을 지내보는 건 어떤지요? 제 딸이 나중에 님같은 상황인데 혼자 말못하고 끙끙거리는 거 알았다면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아요. 혼자 짊어지긴 너무 벅찬 상황입니다. 친정에 구원의 몸짓을 보내보세요.

  • 9. N.B
    '10.9.24 10:54 AM (122.35.xxx.89)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 님처럼 집에 들어 앉아 계시면 자이상실의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지요. 저도 그런 타입이거든요. 원글님의 글 내용으로 봐서는 남편분이 굉장히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분인듯 해서 뭐라고 말씀 드리기 힘들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남편을 설득해서 조금씩 아르바이트 일부터 시작해 보세요.
    (한번에 남편을 바꾸려고 하지 마시고요). 제친구가 결혼후 한동안 전업주부로 있다가 대학 조교서부터 시작해 전공 관련 아르바이트 하면서 석사, 박사 공부해서 뒤늦게 교수가 되었는데 이젠 남편이나 아이들이나 엄마가 교수가 된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자랑스러워 한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친구가 자아 성취했다는 만족감과 행복감이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도 훨씬 좋아졌다는 거예요. 친구는 공부를 시작할때 가사 도우미 아줌마를 두어서 자기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충당했지요. 남편이 도우미 월급 줄 여력이 충분히 됐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랬다더군요.
    저는 님처럼 능력 있으신 분이 가사와 육아에 인생을 바친다는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남편을 설득시키는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님의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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