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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께 아직 하고 싶은 말씀도 못 드렸는데 떠나시려나봐요
아버님이 올해 칠순이신데, 저번주부터 감기 걸리셨는데 주말이고 그래서 병원에 늦게 가셨거든요.
폐렴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원래 폐쪽이 안 좋으셔서 그냥 그러려니 했고, 입원하시고 좀 쉬시면 괜찮으실 줄 알았어요.
어제 아이들과 문병갔는데 작은 애가 너무 난리를 치고 그래서 제대로 뵙지도 못하고 왔죠.
근데 밤새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셔서 지금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하고 계세요.
남편은 지금 병원에 가있고, 전 애들과 집에서 소식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눈물만 나고 후회만 계속 됩니다.
전 경상도에 시집온 서울 며느리인데, 여기 사람들은 서울사람들이 다들 사근사근하고 그런줄 알더군요,
전 정말 곰같은 며느리에요, 다정하고 그런거랑 거리가 멀죠,.
아버님은 좀 귀엽고 깜찍하고 애교많은 사람 좋아하는데, 전 한 번도 그런적 없어요.
근데 어제 사촌동서가 면회를 왔는데, 아버님 손을 덥썩 잡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더군요.
그게 어찌나 부럽던지,,,,저도 그러고 싶은데 안 하던 행동이 선뜻 나오지 않더군요,
그냥 "아버님, 애들 걱정말고 푹 쉬세요, 다음주에 또 올게요" 이딴 소리나.
저 사실 하고 싶은 얘기 많았거든요.
"아버님, 빨리 나으시면 우리 여행가요, 멀리 여행간 적 한번도 없잖아요, 그리고 아버님 좋아하시는 김영임 콘서트도 보러가구요, 진작에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맨날 핑계만 대다가 이렇게 됐네요.
아버님, 정말 이렇게 돌아가시지 마세요.
큰 애 대학가는 것 보고 돌아가실거라고 늘 말씀하셨잖아요."
비행기 한 번도 못타보신 아버님 모시고 꼭 여행 한 번 가고 싶었는데
그게 그냥 바람으로만 끝날까봐 겁나네요.
1. 따스함
'10.8.15 9:38 PM (119.67.xxx.202)원글님 글을 읽노라니 따스한 마음이 느껴지면서 눈물이 나려해요
참 착한 며느리 인데 속으로만 ..겉으로는 표현을 못하셨군요
아버님이 원글님 맘 잘아실꺼예요
어르신들은 건강하신것 같아도 아프시면 갑자기 나빠지고 하더군요
원글님 맘을 아버님이 아셔서 건강하게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힘내세요2. 칠순
'10.8.15 9:39 PM (121.155.xxx.59)에궁~~~저희도 올해 시어머니 칠순이시라 한번은 꼭 쾌차하셔서 이런 며느님 효도 받으셨으면 얼마나 좋을실까요
3. 에고
'10.8.15 9:42 PM (211.47.xxx.10)저도 시아버님 보낼때가 생각나서 가슴이 짠합니다.
의사선생님의 마지막 통보받고 준비하느라
집으로 가는 택시안에서
엉엉 울면서 왔던 기억이 나네요.
건강히 일어나실거에요.
기운내세요.4. 뚝뚝하다
'10.8.15 9:58 PM (59.23.xxx.246)하시지만 아니에요.
이런 며느리들 이곳에도 많으시겠죠?
일어나셔서 여행 함께 하시기 저도 빌겠어요.
행하려하나 부모가 계시지 않는다는 옛말도 있어요.
부모님은 그런 존재시죠.5. 힘내시길
'10.8.15 9:59 PM (116.40.xxx.111)우선 아버님의 쾌유를 빕니다. 꼭 털고 일어나시길 바래요...
그리고 지금이라도 해드리고 싶은 얘기 있으면 꼭 해드리세요.6. 순이엄마
'10.8.15 10:38 PM (116.123.xxx.56)아버님 소식 듣고 주저 앉았어요. 지금도 지나다가 아버님 닮은분 보면 ... 돌아가시기전에 이야기 해주세요. 청각이 제일 늦게까지 살아있다던데...
7. 에이고
'10.8.15 11:34 PM (175.196.xxx.136)참 마음 고우신 분이시네요...
여기서 하도 '시"자 욕하는 분들만 많이 봐서 님처럼 시아버님 그리는 글 보니 마음이 따뜻해지려해요...
저도 이참에 시아버님께 안부전화드릴려구요..8. 홍냥이다
'10.8.16 6:24 PM (116.121.xxx.65)니 글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아침에 전화왔는데 애가 징징거리는 바람에 통화도 못하고.
속이 말이 아니지..믿기진 않지만. 나도 그랬고. 보면 눈물만 나고 말도 못하고..암튼 그랬지.
그래도 후회 많이 되니 하고 싶은 말 하거라. 목이 메어 다 못해도 조금이라도 해보렴...
장례식장에서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더라구. 그 추억땜시..남은 사람이 괴롭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