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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베이비시터님, 최고!

불량엄마 조회수 : 2,603
작성일 : 2010-08-05 12:53:18
큰 애 백일때부터 맡겼으니까 올해로 4년째예요. 출퇴근 하시구요.
사람 쓰는 게 처음이라 아이와 살림 맡기는 게 불안했었는데,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나서 둘째까지 맡기고 있네요.

성격 유~하시고, 교양 넘치는 분은 아니지만,
왜 하실 말씀은 딱딱 하시고, 뒤끝 없으시고,
자기 일 완벽하게 잘 하시고, 경우바르신 분... 그런 분이세요.

본업이신 육아는 말할 것도 없고,
자잘한 청소와 반찬, 빨래도 잘 해주시고,
가끔 퓔~ 받으시면 김치도 담그시고, 냉장고 청소까지 싹 해주십니다.

해주시는 것만도 감사하지만,
손이 빠르고 야무지셔서 마법 부리는 것 같아요.
그 분 손을 거쳐가면 살림살이들이 새 것으로 바뀝니다. 반짝반짝~
빨래도 항상 하얗고 보송보송하게 탁탁 두드려서 옷가게 진열된 것처럼 딱딱 각잡아 정리해놓으시고
음식도 너무 정갈하고 맛있고, 맛 보실때 쓴 숟가락은 절대 다시 안 넣으세요.
집에서 직접 말리신 버섯,멸치,야채들 갈아서 천연조미료 해다주시구요.
심지어 주스 사다 먹는 것도 못마땅하셔서 갈아주십니다. -_-;
82쿡에서 간혹 뵙는 '살림 고수'님들이 이렇시겠구나 싶어요.

서로 오해 사는 일은 없는 게 좋다고 절대 안방 출입 안하시고,
(그래서 안방과 서재만 지저분합니다. ㅋㅋ)
필요하실때 쓰라고 넣어둔 돈은 영수증 챙겨 놓으시고 메모장에 잔돈까지 정산에 기록해두십니다.
그러시면서 아이옷 장난감 선물은 어찌나 자주 해주시는지...
돈 드리면 애 맡기고 버는 돈은 귀한 돈이라고, 젊었을때 한 푼이라도 더 모으라고... 안 받으세요.


4년동안 단 한 번도 결근 없으셨고, 딱 한번 1시간 지각하셨어요.
지난 겨울 폭설 내린 날, 버스가 길 위에 서버려 눈길을 헤치고 30분을 걸어서 지하철 타고 오셨다고...

올해 둘째까지 맡기면서 너무 죄송해서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1주일 드렸습니다. 휴가비 10만원에...
(직업상 긴 휴가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벼르고 별러서 휴가를 드렸네요.)
그래서 이번 주는 제가 5살-5개월 아이 둘 데리고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4일째 되는 오늘 출근을 하셨네요.
지루해서, 애들 궁금해서 오셨답니다.
집에 있으니 휴가 중이신 남편분과 말다툼만 하고, 속 끓으신다며,
이럴때 우리 천사들 보고, 집 청소 싹 하면서 속 좀 풀어야 한다면서요.

그 동안 개판된 집안... 청소 싹 해놓으시고,
김치에, 밑반찬에 아이들 간식까지 바리바리 싸 오셔서
텅빈 냉장고 꽉~ 채워 놓으시고, ㅠㅠ
둘째 싹 씻겨 재워 놓으시고,
첫째도 싹 씻겨서 옷 갈아 입혀 놀이터 데리고 나가시면서
"OO엄마야, 오랜만에 푹 쉬어~" 하시네요.

아, 깨끗해진 거실에서 에어콘 틀고 누워서 인터넷 하는 이 기분....
꿀맛입니다.

시터님, 사랑합니다.
IP : 125.146.xxx.246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디서 그러 천사를
    '10.8.5 12:55 PM (220.87.xxx.144)

    시터님이 하늘에서 강림하신 천사 같아요.
    님은 전생에 도대체 뭘 구하셨어요?

  • 2. 아...
    '10.8.5 12:56 PM (122.32.xxx.10)

    원글님은 정말 전생을 나라가 아니라 대륙을 구하셨나 봅니다.
    제가 들은 좋은 베이비시터님 얘기 중 최강이에요. 친정엄마보다 낫네요.
    이런 분과 오랫동안 함께 하시는 걸 보면 원글님도 좋은 분 같아요.
    너무 부럽습니다. 새로 애 낳아서 그 시터분께 맡기고 싶을 정도에요... ^^

  • 3. 우와..
    '10.8.5 12:56 PM (147.46.xxx.76)

    원글님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봐요. 진정 부럽습니다~
    간혹 출퇴근 시터님들은 좋은 분들 계신 거 같은데, 입주 시터분들은 좋은 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에요ㅠ.ㅠ

  • 4. 어이구야~!
    '10.8.5 12:57 PM (221.138.xxx.224)

    업고 냉면이라도 드시러 가삼~!
    정말 존경스럽네요....

  • 5. ..
    '10.8.5 12:59 PM (203.226.xxx.240)

    이건 뭐..

    남편 자랑보다 더 속쓰립니다. ㅜㅜ

  • 6. 와우
    '10.8.5 1:00 PM (112.149.xxx.16)

    우리집 청소좀 해주시면 안될까나....--;;

  • 7. 정말
    '10.8.5 1:01 PM (116.125.xxx.33)

    좋으시겠어요. 원글님.^^

  • 8. .
    '10.8.5 1:02 PM (218.144.xxx.47)

    부러워요 원글님. ^^

  • 9. 글 읽기만 해도
    '10.8.5 1:04 PM (203.153.xxx.115)

    참 기분 좋네요. 정말 좋으시겠어요. 원글님^^

  • 10. ..
    '10.8.5 1:05 PM (203.226.xxx.240)

    저 근데 원글님..
    아이 둘에 출퇴근 하시는 분께는 보통 얼마나 드리나요?
    저도 둘째 태어나면 시터분을 구해야 할거 같은데...입주를 할까 출퇴근을 할까 고민중이거든요.

  • 11. 불량엄마
    '10.8.5 1:21 PM (125.146.xxx.246)

    원글입니다.
    항상 고마운 마음이였지만,
    월-화-수 3일... 엄청 고생하면서 폭발 직전이였는데,
    천사 시터님 강림하셔서 으흐흐-
    너무 좋습니다.

    너무 완벽하셔서 가끔 아침에 빵쪼가리 먹고 있거나
    아이 앞에서 아이스크림 빨고 있으면 등짝- 얻어맞지만
    얻어맞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

    유일하게 보시는 TV프로가 EBS 요리비결 이신데, (가끔 애 재워놓고 보십니다.)
    그거 보시다가 휠~ 받으시면 그 날 저녁 메뉴에 올라옵니다.
    아이들 반짝 반짝 윤 나게 보살피는 것,
    살림 닦아놓고 뿌듯해 하시는 것,
    음식 해놓고 사람들 잘 먹이는 게 낙이시랍니다. 스트레스가 확 풀리시다네요.
    살림에 큰 취미가 없는 저에게는 놀라울 따름이죠.


    ..님, 저는 큰 애 하나일 때는 월-금 오전 9시-8시 100만원 드렸고,
    둘째까지 맡기면서는 월-금 8시반-8시반 150 드립니다. 큰애는 유치원 갔다 2시에 오고요.
    130이면 충분하다 하셨는데 워낙 해주시는 게 많아서 더 드립니다.

  • 12. .
    '10.8.5 1:23 PM (175.118.xxx.16)

    베이비시터 분이 눈길을 뚫고 원글님 댁에 오시는 모습이 막 상상이 돼요~^^
    멋진 분이시네요.

  • 13. 훈훈
    '10.8.5 1:27 PM (123.214.xxx.76)

    훈훈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원글님도 편하신 성격인 것 같아요^^ 시터님을 진심으로 인정해 드리고 존중해 드리는 모습에서 그 분도 성취감을 느끼신 듯 합니다.. 등짝 맞는 다는 표현도 정겹게 들리고요^^

  • 14. 정말
    '10.8.5 1:29 PM (59.6.xxx.11)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하는 일화네요..ㅋ
    저도 괜찮은 시터님 구해서 막 같이 지내기 시작했는데 이정도는 아닐듯..
    이런분은 본인 성격 탓이 큰거 같아요..
    아무튼 복받으셨네요~

  • 15. 저두 자랑!
    '10.8.5 1:33 PM (221.155.xxx.11)

    저두 백일부터 9살까지 봐주신 분이계세요.
    방학맞아 4학년인 아들 내일 그집에 놀러가구요.
    입주하면서 헤어졌는데 주차장에서 통곡을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짠합니다.
    벌써 칠순이 되셨고 다리 아프시다 할때마다 괜히 미안하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잠시 시터비용 아껴보려구 몇달간 친정근처로 이사 했는데 아이(3살때) 꼬질거리고 방목하시길래 시터 할머니랑 통화하면서 펑펑 울었어요.
    시터할머니랑 있을때는 왕자였는데 엄마 봐줄때는 ....ㅋㅋ
    결국 다시 그곳 근처로 이사하고 지냈습니다.
    둘째 낳아도 잘 키워주신다고 딸 낳으라했었는데...
    오늘 시터 할머니가 보고 싶네요.
    이번주에 찾아뵙고 저녁 먹기로 했어요.
    할머니,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매운 김치가 너무 그립네요^^

  • 16. 좋은 분이시네요.
    '10.8.5 1:33 PM (220.124.xxx.227)

    마음 이쁘게 쓰시는 원글님 복이네요.
    시터분, 정말 훌륭한 분이시네요.
    하루 12시간에, 완벽한 일처리, 150만원이면,
    정말 아깝지 않게 드릴 수 있겠어요.

  • 17. ..
    '10.8.5 1:40 PM (203.128.xxx.169)

    저희 아주머니도...참 좋으세요..
    저희 애가 복이 있는거같아요..^^

  • 18. ㅋㅋ
    '10.8.5 1:43 PM (121.55.xxx.97)

    저도 일한다면 그렇게 할것 같아요.
    집안일 좋아하는취미를 가졌걸랑요.ㅎㅎ

  • 19. 와..
    '10.8.5 1:48 PM (122.34.xxx.34)

    부러워요..저도 직장 나가야하는데 그런 분 구할 수 있을까요?
    근데 출퇴근하시는 분들, 150이나 하나요? 저도 그정도 시간대로 구해야하는데, 150드리면..ㅠㅠ

  • 20. 프로시터
    '10.8.5 2:11 PM (116.40.xxx.63)

    이시네요.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프로처럼 일하면 어느곳에서나 환영받지요.,
    저도 그분같은 터를 만났으면 평생 일 안놓고 커리어 쌓았을텐데..
    원글님 그분 건강하실때 맘놓고 일하세요.
    그거 얼마나 큰복인지 아시죠?
    친정엄마보다 더 귀한분일겁니다...
    내아이,내살림을 거둬 주시는 분이니.. 돈으로만 살수 없는 것들이죠.

  • 21. ..
    '10.8.5 2:13 PM (203.226.xxx.240)

    우앙 답글 감사드려요. 비용 문제라 민감해서 여쭤보기 그랬는데..^^
    근데..출퇴근이라도 8시-8시30분에 가사까지 그렇게 해주신다면 입주보다 더 나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정도로 해주시면 150도 아깝지 않을거 같아요.
    아...저 인복 많은 편인데...시터님도 이 공식이 해당될지...ㅜㅜ

    암튼 복많은 원글님...^^
    시터님과 좋은 관계 쭉~ 이어가세요.

  • 22. 찡찡이맘
    '10.8.5 3:50 PM (210.80.xxx.194)

    우왕.. 정말 원글님은 복이 많으신가봐요?
    저도 베이비시터님 구해야하는데.. 참 부러울 따름입니다.

  • 23. 어머~
    '10.8.5 6:56 PM (118.36.xxx.145)

    정말 복받으신 분이세요~~그정도 금액으면 적정하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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