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한국과 시차가 정반대라서 아침 8시 30분에 경기를 시작했어요.
원래 가게를 9시에 여는데 종업원 아이들에게 경기 관전마치고 11시쯤 오라고 했죠.
오늘은 늦게 가게 연다고 생각하고 느지막히 잠들었는데 아침에 귓전에 고함소리가
나길래 보니 벌써 경기 시작.
처음부터 선수들이 꽁꽁 얼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처음 박주영의 실책골 영향이 큰 듯.
강쥐랑 함께 동네를 한바퀴 도니 아침 10시쯤이 됐는데
모든 가게들이 다 문 닫았고 카페테리아에 모여 사람들이 열심히 경기를
관전하더군요. 이청용이 골 넣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꽥 질러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쳐다보구요. 집에서 남편과 껴안고 난리치고
강아지는 그런 주인을 보고 자기도 좋다고 장난감 뼈 물고 와서 흔들며 골 세리머니를 하더군요.
그러다 결국 결국 더 이상 못 보겠더라고요.
이어서 계속 터지는 아파트 주민들의 환호...
허정무 감독 탓하지 맙시다.
애시당초 게임이 안됐어요. 아르헨티나에 사는 한국인이면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였을 거예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은 상상초월입니다.
초등학교부터 패스, 드리블이 매우 뛰어나요. 선수층도 굉장히 넓고요.
또 축구, 연예가 가진게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신분상승할 수 있는 기회이지요.
브라질의 호나우두,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가 모두 빈민굴 출신이랍니다.
마라도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의 빈민촌 '보까'에서 공을 굴리던 소년이었죠.
키 160센티의 단신이지만 아직도 펠레조차도 그에 필적할 수 없을만큼
사상 최고의 축구 플레이어로 꼽히죠. 펠레는 팀 전체가 스타였다면 마라도나는
오직 자신 한 사람으로 월드컵 1위를 끌고 간 플레이어라는 점에서요.
아, 정말 작전이고 전술이고 나발이고 전반적으로 한국이 기량이 월등히 달리더군요.
저와 다른 분들은 처음부터 아르헨티나와 3-0으로 지지나 말고 무승부만 되라고 기원했답니다.
축구는 아무리 한국이 잘한다해도 남미와서 보면 게임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 거예요.
브라질을 비롯 남미국가는 축구팬들의 저변이 넓어요. 클럽경기도 많고
축구 선수들의 층도 대단히 넓구요. 전국민이 한 클럽의 팬으로 클럽대 경기가 있으면
경기 전부터 줄이 좌악 늘어선답니다. 한국은 k리그가 그만큼 일반국민들의 성원을
받는지도 문제구요. 여성 대통령인 크리스티나도 축구에 대한 애정을 변함없이 과시하죠.
당연히 한국과 엄청 차이가 날 수 밖에요. 차라리 북한과 통일돼서 한 팀으로 나가면 좋겠네요.
근데...오늘 솔직히 창피하네요. 2대 1도 아니고 4대 1...
가게 문을 열러 나가야 되는데 ...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어요.
아무리 명박씨가 나쁘다해도 그래도 축구에서 승리하면 국민들에게 위안이 되잖아요.
모든 선수들 참으로 열심히 하셨습니다. 그리고 남북통일을 바래야 겠어요.
먼저 스포츠, 문화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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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올려퍼지는 네 번의 환성 소리...처참하네요.
여긴 아르헨티나여요. 조회수 : 1,190
작성일 : 2010-06-17 22:36:44
IP : 186.12.xxx.16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음
'10.6.17 10:39 PM (121.140.xxx.86)기분좋게 그네들 축하해주세요...
어차피 안되는 경기였는데 그리스전을 워낙 잘 해서 전세계 시선이 집중되었었죠.
괜히 국민들 기대도 많았구요.
응원하던 국민들도 질것을 예상했지만 기적을 바랬던거였지요.
다음 경기가 있으니 뭐...2. 저
'10.6.17 10:41 PM (180.64.xxx.147)그 심정 압니다.
차범근 감독이 충격적이게도 대회 기간에 해임 되었던 1998년 월드컵 당시
저는 브라질에 있었습니다.
네델란드에게 지고 야시장에 놀러 나갔는데
안면 있던 브라질 사람들이 저를 보며 다들 한마디씩 하더군요.
"에이 꼬레아나 씽꼬아 제로"3. ...
'10.6.17 10:46 PM (112.156.xxx.175)명박씨를 생각하면 온국민이 축구에 열광하는 동안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져주어서(?) 축구열기가 빨리 식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 생각되네요.4. ,,
'10.6.17 11:08 PM (180.67.xxx.152)아르헨티나가 이번에 감독의 독선으로 안뽑은 선수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최고이긴 하네요.
대단하고 훌륭해서 져도 별로 기분 나쁘진 않아요...
청용선수가 한 골 넣어줘서 다행이기도 하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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