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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녀되는게 제가 행복한 길인거 같아요

이제 그만 조회수 : 1,325
작성일 : 2010-05-27 15:50:08
안녕하세요.
저는 28살, 공과 대학원 졸업발표 앞두고 있는 처자입니다.

죽도록 하기 싫었던 전공 이였는데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바람에 당신들 즐겁게 해드리고자 이 한 몸 희생하자 한 게 대학원까지 절 이끌었네요.(3형제 중 큰 기대를 걸었던 언니와 동생이 한량이라서 자식들 잘못 키웠다고 매일 매일 한탄하시거든요.. )

2년간의 대학원 생활에 정말 지쳤습니다. 하루하루를 울면서 살아가야 할 만큼...

왜 그만 못 뒀냐고 하신다면 대학원에 계신 교수님과 기타 다른 분들이 다 아버지와 친분이 있으신 분들이세요.

제가 그만둔다면 아버지 얼굴에 엄청나게 먹칠하게 되는 꼴이 되는 거죠. 이게 참 저에게는 두렵고 크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참고 참고 참고 어찌어찌 견디다 지금까지 왔습니다. 졸업발표 2주 앞두고 있는 실정이고 전공관련

연구소에 계약직이지만 좋은 조건에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너무 싫어하는 전공이다 보니 정말 수박 겉핥기식으로 버텨온게 드디어 터졌습니다.

억지로 끼워 맞춰서 적어 놓은 논문을 절반 이상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물론 엄청나게 욕먹고 무시당하면서.. 지난 2년간 그렇게 무시당하고 지냈지만 오늘 정말 온갖 무시를 다 당하고 나니.. 정말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잘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졸업만 하자 여서 열심히 안 해서 욕먹는 거 당연한 거 아는데

왜 이지경이 되도록 하고 싶은걸로 옮기지 않고 이 지긋지긋한 전공을 못 그만뒀는지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죽고 싶을 정도로 비참합니다.

그렇게 전공 살리는걸 좋아하시던 부모님은 정작 공무원 한답시고 놀고 있는 언니와 남동생에게 더 후하고 더 잘해주시네요..

저는 왜 지금껏 부모님을 위해서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뭐가 그렇게 두렵고 무서웠는지 28살이나 되도록 그 싫었던 전공을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래도 논문은 써야하기에 선배 앞에선 비굴하게 웃으며 있었는데.. 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하고 싶은 거 하면 잘할 수 있는데.. 나도 잘하는 거 많은데..

이 지긋한 전공을 완전히 그만두고 싶은데 이미 마음은 그렇게 되었는데 부모님이 노하실까봐(이미 연구소 간다고 다 자랑식으로 말씀해 놓으셔서) 두렵기만 합니다.

짐 싸서 집을 나올까 영어공부하러 워킹을 갈까 너무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뒤엉켜져 하나도 풀리지가 않네요..

인생 선배님들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도와주세요..

IP : 112.145.xxx.31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잘하신 생각
    '10.5.27 4:06 PM (79.89.xxx.39)

    과감히 효녀컴플렉스에서 벗어나셔야 한다는 생각. 그래야 이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부모님이 자식을 사랑하신다면, 그 자식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그래서 행복하길 바라는 것이 부모님의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부모들에게 효는 뭔가 자식이 부모에게 단단히 보답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그걸 할 수 없으면 나쁜 자식이 되버립니다. 자식의 행복.그 자체가 부모에게 기쁨이 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식이 조종당하길 부모가 바란다면 우린 그런 효는 내던져 버려야합니다. 그 사람잡는 효가 서로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한번 정도 부모님의 기대와는 정 반대의 딴길로 멀리 가보세요. 그럼 그 때부터 자기 뜻대로 살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노하시겠죠. 너한테 뒷통수 맞았다 하시겠죠. 그럼 난 당신들의 장난감이 아니라고 말하세요. 내가 원하는거, 내가 뭘하면 행복한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냐. 내가 이렇게 괴로운데, 왜 나를 이 속으로 집어넣느냐. 이제 어른이 되세요.
    우린 효녀가 되러 태어난게 아닙니다. 자신의 인생을 완성하려고 태어난거죠. 그러고 나서 몇년뒤에 부모님과 훨씬 편한 관계가 될 겁니다. 논문을 다시 손보기 전에 잠시 여행을 좀 다녀오시는 건 어떠세요. 그리고 나서 논문을 한 번 다시 들여다 보세요. 지긋지긋해서 손도 댈 수 없다면 그땐 터시구요. 내가 좋아하는 전공 분야일지라도, 논문을 쓴다는 것은, 그 정해진 틀이라는 것 때문에, 사실 지긋지긋하긴 하거든요. 논문 즐겁게 쓰는 사람 거의 못봤어요.
    부모님 뜻에 질질 끌려 사는 삶을 정리하는 건 좋지만, 지금껏 쏟아온 시간에 대한 마무리는
    깔끔하게 하는게, 이후의 자신감을 위해서라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논문은 시간을 약간 뒀다가 비운 마음으로 마무리 하시고, 새로운 길 찾으세요.
    여긴 유럽인데, 이쪽에 유학오는 사람들은 죄다 늦깍이에요. 미국유학이 성공을 위한 달음박질의 연장선에 흔히 있다면, 이쪽으로 오는 사람들은 엉뚱한 길 부모님때문에 갔다가 접고.
    뒤늦게 꿈을 일구러, (성공이 아니라, 자기 삶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죠.
    님 나이에 새로운 길 떠나는 사람, 얼마든지 많다는 거. 그게 자기길을 스스로 찾지 못하도록 하는 한국사회의 또 다른 슬픔이라는거. 아셨으면 합니다.

  • 2. .
    '10.5.27 4:14 PM (183.98.xxx.238)

    윗분 말씀에 구구절절 동감합니다.

  • 3. ..
    '10.5.27 4:16 PM (121.50.xxx.124)

    졸업 논문만 쓰면 되는 상황이면 논문은 마무리지으세요.
    사람 일 모르는 거고, 수료와 졸업은 분명 다릅니다.
    그리고, 어쨌든 몇 년을 쏟아부은 일인데 마지막을 잘 끝내는 게 나중에 본인에게도 도움이 될 겁니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중간에 포기하고 그만 둔 내가 잘한 걸까.. 그런 후회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저도 공대 대학원 석사했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할 짓은 못됩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거 붙들고 고민하진 마세요.
    단, 막연히 다른 게 더 나을 거야.. 그런 생각으로 그만 두진 마시고
    어떤 걸 할지,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결정하세요.
    확신이 없다면 일단 연구소를 가시고 한 두 달 생각하시면서 결정하셔도 되겠지요.

    스물 여덟이면 늦은 나이 아니예요.

  • 4. .
    '10.5.27 4:36 PM (221.140.xxx.143)

    저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데...
    그냥 콱 죽어버리거나 아니면 어디 아무 연고로 없는 곳으로 사라져버리고 싶어요.
    휴우.

  • 5. 우리딸도
    '10.5.27 8:11 PM (116.122.xxx.139)

    공대생인데 생각 했던것보다 공부가 자기와 안맞는다고해요.
    그렇다면 다시 수능을 봐서 원하는곳으로 가라 했더니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네요. 요즘 고민이 참 많은것 같아요. 뭘 하며 살아야할지...
    부모가 능력이 좋아서 경제적인것 걱정안하고 하고 싶은거 맘껏 하라고 하고 싶지만
    50대에 이미 접어 들었으니 노후도 걱정이고 아이들에게 부담주는 부모는 되지말자
    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데 지금 3학년인데 걱정이에요.
    아이는 좋아하는 일은 정말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아이라서 적성에 맞는것만 잘 찾으면
    쭉쭉 뻗어 나갈것 같긴한데 그걸 찾기까지가 쉽지 않은것 같아요.
    대학원은 안간다길래 뭐든 하고 싶은걸 하라고 부모 미안해서 망설이지 말라고는 했는데
    좀더 지켜봐야 할거 같아요.

  • 6. 졸업
    '10.5.27 8:31 PM (124.54.xxx.167)

    논문 발표 앞두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일단은 2주동안 성질도, 성격도, 욕구도, 마음도 다 비우시고
    졸업논문에만 매진하세요.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수료와 졸업은 충분히 다릅니다.
    일단 논문통과해서 졸업만 하세요.
    그런 다음 다른 전공이나 직업, 직장을 찾으십시요.
    지금은 죽을 것 같이 힘들고 눈에서 피눈물 나고 가슴에 피멍이 들어도
    논문을 완성해서 졸업했다....가 인생에서 크게 힘을 줍니다.
    논문발표를 앞두고는 질풍노도의 시기보다 더 힘든 시기를 겪게 됩니다.
    그러나....그래도.......조금만 힘 더 내시고 하던 일 마저 마치시기를 바랍니다.
    졸업한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전 제 인생에서 제일 잘한일이
    우리 아이들 낳은 것과 석사졸업논문 쓴겁니다.
    논문쓸때 제 학부때 전공이 아니어서 정말 힘들었고 외로웠고
    그래서 죽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그래도,,,,세월 지나고 나니 우리 아이들한테 얘기해줄때도
    전 가끔 제 자신이 기특합니다.
    조금만 더....좀만 더 힘을 내세요.
    그 시간이 지나면 님은 날개를 달고 자유로이 날 수 있답니다.
    님께 용기를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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