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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속이 상해서 많이 혼냈어요...
월요일은 수업이 4교시밖에 없어서 1시 10분이면 와야하는데, 1시 40분에 왔더라구요.
아이가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니 저한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구요,
전 무슨 일인가 싶어서 마음 조리면서 기다렸는데, 아이말을 들으니 화가 났어요.
아이네 학교에는 1인 1역이라고 해서 학급일을 하나씩 맡아가면서 하는데요
자기랑 그리 많이 친하지는 않지만 같은 반 아이가 학급 비품 정리하는 일을 하는데
혼자서 많이 힘들어 하길래 그걸 도와주다가 늦었다고 하네요.
마치고 집에 돌아오려는데, 선생님께서 그 아이와 제 아이에게 뭔가 하나를 더 시키셔서
그것도 같이 해드리고 오느라고 더 늦었대요. 근데 전 정말 아이에게 화가 나요.
지난 금요일에는 자기꺼 1인 1역을 하다가 시간이 늦어서 방과후 수업에도 늦었대요.
근데 오늘은 자기것도 아닌 다른 친구 껄 도와주다가 연락도 없이 늦고...
게다가 오늘은 미술 그룹수업이 있는 날이라 빨리 오라고 당부를 해뒀는데,
또 잊었대요. 맨날 그래요. 일찍 오라고 하는 날 맨날 까먹고 자기 할일 다하고 와요.
연락도 없이 늦었다고 손바닥을 몇대 때려줬는데, 제 마음은 그게 아닌 거에요.
연락없이 늦은 것도 속이 상하지만, 자기 일은 자기 일대로 그거 혼자 하느라고 늦고
다른 애 일까지, 그것도 도움도 청하지 않았다는데 그냥 자기가 보니 힘들 거 같아서
그거 도와주느라 늦었다고 하는데 그 오지랍이 왜 이렇게 미운 걸까요... ㅠ.ㅠ
실속없이 다른 사람것까지 맨날 함께 도우려는 아이가 고우면서도 미워요.
그냥 자기것만 딱 마치고 돌아설 수 있는 깍쟁이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아이는 조금 아까 미술 수업에 갔어요. 근데 엄마가 왜 그런가 했을 거에요.
평소에 힘든 사람이나 어려운 친구를 도와야 한다고 늘 말하던 엄마가, 그래서 자기는
그렇게 했을 뿐인데 매를 들고 때리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을 거에요.
저도 제 마음이 왜 이런지 모르겠는데, 그냥 아이가 실속없고 어리석게 느껴지고
그걸 그렇게 생각하는 제 자신이 참 뭐라 말할 수 없이 속물처럼 느껴지고 정말..... ㅠ.ㅠ
아이한테 뭐라고 해야할까요...
1. ^^
'10.5.17 2:33 PM (124.54.xxx.16)심성이 고운 아이입니다.
엄마로서야 당연히 답답한 노릇이죠.
제 작은 아이가 그런 성향인데
그래서 늘 누구에게나 칭찬 착하다 성품이 좋다.. 그런 소리를 듣고 삽니다.
모둠 활동을 할 때도 약삭빠른 여자 애들 땜 에
혼자무겁고 비싼 준비물을 다 도맡아서
제 속이 상한 적도 많아요.
화낼 일은 아니고(물론 저도 그 때는 열받아서 화냈습니다.ㅎㅎ)
아이를 앉혀놓고 차근차근히 이야기 하세요. 좋은 점은 길러주고 미진한 점을 깨우쳐주어야죠.
네가 그렇게 다른 사람일에 협조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네가 그렇게 도와주고 네 일까지 피해봐가면서 하는 일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상대방은 너의 도움에 익숙해서 바로 서지 못할 수도 있고
너 역시 그 시기에 배워야 할 것을 다른 사람 때문에 놓치면 되겠느냐.
1인1역은 스스로 책임감을 기르는게 우선인 일이다.
그 목적에 맞게 행동하자.
너무 깍쟁이 같은 사람도 매력없지만 그렇게 뭐든지 나서서 남 일에 우선하는 사람도
가까이 있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서서히 자기것을 좀 챙겨가면서 남도 도와주고
스케줄 조정하라고 잔소리 하시는 수밖에요.
초등 때 그랬던 울 아이 ..지금 중학생인 울 둘째는
요즘은 그렇게 무조건 남을 도와주고 하는 것보다는 적절히 조절하면서 잘 합니다.
그래도 근면상을 또 받아왔네요 ㅠㅠ
아! 혹 칭찬을 너무 바라는 성향은 아닌지도 살펴보시구요. 연락없이 늦어지면 네가 남 도와주다 엄마를 걱정하게 하는 것이니까 연락하라 하시구요.. 잔소리 하면 좀 나아진답니다.^^2. 나쁜 엄마...
'10.5.17 2:39 PM (122.32.xxx.10)윗분 댓글 너무 너무 감사드려요.
아이에게 하셨던 말씀 그대로 제 아이에게 해주어야겠어요.
1인 1역은 스스로 책임감을 기르는게 우선인 일이다.
그 목적에 맞게 행동하자.
너무 깍쟁이 같은 사람도 매력없지만 그렇게 뭐든지 나서서 남 일에 우선하는 사람도
가까이 있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 ---> 정말 딱 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에요.
다른 건 다 그런대로 괜찮은데요, 꼭 자기 스케줄까지 제대로 못 챙기면서
저러면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무작정 못하게 하려니, 평소에 하던 얘기랑은 너무 달라서
도대체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할까 싶었는데, 딱 짚어주셨어요...
제 아이도 몇년째 모범어린이 표창에서 상을 받고 있답니다.
'협동' 부문에서요... 아이들 투표로 결정해서 상을 받는다고 하더라구요.
제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런 상 안 받아와도 좋으니,
자기꺼나 야무지게 챙겼으면 좋겠는데, 휴... 아이를 인정해야겠지요.
그리고 창찬을 너무 바라는 성향이 아닌지 살펴보라는 조언도 감사해요.
안 그래도 워낙 순뎅이였던 아이에게 동생을 보면서 누나노릇까지 잘해줄 것을
바랬고 또 아이는 그대로 잘 해왔는데 혹시 그게 잘못이 아니었는지도 생각해볼께요.
많이 도움되는 따뜻한 댓글 정말 고맙습니다...3. 으음..
'10.5.17 2:51 PM (121.147.xxx.217)원글님 아이의 모습에서 제 어릴 적 모습을 보네요.
제가 그랬어요 어릴 적부터 오지랖이었어요.
다른 애들 일 다 도와주고 숙제를 같이 해도 제가 더 많이 맡고
다른 애들은 학원간다 엄마가 찾는다 이리저리 빠지면
저도 물론 학원도 가야했고 엄마도 기다리셨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달라, 나는 이거 다 할 수 있어.. 뭐 그런 생각으로 그랬었던 것 같네요.
덕분에 선생님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신임이랄까.. 뭐 그런건 좀 얻어서
초등학교 6학년 땐 전교 회장도 하고 고 3때까지 매년 반에서 총무라도 감투를 꼭 썼구요.
그런데 만약 제 딸이 저의 그런 성격을 물려받아 다른 사람 도와주고 내 일 미루고 그런다면
저는 그렇게 못하게 할거에요. 지나고 보니, 제 나이가 이제 서른 넷인데요.
그렇게 제 시간 나눠주고 공을 들이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랑 평 받으면서 지냈지만
제게 남는게 없더라구요. 그 시간에 내 공부나 더 할걸, 내 일이나 더 똑부러지게 할걸..
뭐 그런 후회가 남아요. 어쩔 수 없는 천성이기 하겠지만요.
얼굴도 모르는 어느 분의 딸아이에게서 제 옛모습을 보며 이런 회한에 젖는것도 우습지만
속상했다는 원글님 마음도 이해가 가고, 따님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뭐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