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을 주로 선호 하는가에 대해서는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어떤 배우자가 가장 좋은 배우자인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제 결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비교적 그럴 듯한 대답을 주는데, 그건 "자신의 가치가 최고로 높을 때"다.
미국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직후 결혼 하는 경우 이혼율은 90%를 넘어선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에는 자신의 가치가 얼마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결혼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잡고 나서 이루어진다. 그 정도 시점이 돼야 한 사람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자신의 가치가 확정되기 전에 결혼 하는 사람은 일종의 위험을 감수하는 셈이다.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고 할 때, 고시생과 결혼할 수 있는 여자와 고시에 합격해 판검사가 된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여자는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하다면’이라는 전제)라고 부른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결국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돈이든, 지위든, 외모든, 지적인 능력이든 간에 그게 판명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내가 만날 수 있는, 내가 결혼할 수 있는 대상의 수준이 어디쯤인지 빨리 깨달을 수 있다. 작가 김수현은 인터뷰에서 "결혼은 양가집안을 천칭으로 달아 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능력보다 집안 배경이 압도적으로 선호되는 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결혼의 경제학’과 크게 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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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경제학
저울 조회수 : 701
작성일 : 2010-05-06 17:40:38
IP : 220.80.xxx.17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저울
'10.5.6 5:41 PM (220.80.xxx.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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