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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보기에는 멋져 보이나.. 그런데 힘들어요..

힘들어요 조회수 : 2,495
작성일 : 2010-04-21 09:39:37
82에 오랜만에 들어왔네요..
제목 그대로에요..
몇달전에 홍콩 파견 근무 나왔어요. 홍콩에서 젤 좋다는 센트럴 빌딩 고층 사무실에서 무슨 뉴스에 나오는 멋진 금융인처럼.. (뭐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래 보여요) 잘난척하면서 2층버스 타고 출근하지만.. (첨에는 신기해서 무조건 2층 앞자리였으니, 요즘은 그 짧은 계단 올라가는 것도 귀찮아서 무조건 1층에 앉아요 ㅎㅎ)
이번주는 참 힘드네요.

여기는 유럽계 금융회사의 아시아본사구요, 한국인은 한국말못하는 교포 포함 (그러니 전혀 도움 안됨) 저까지 2명.. 맨날 안되는 영어로 회의하고.. 살려니까 정말 갑갑해 미치겠어요.. 그제는 전화회의를 하는데 (우리 보스가 출장중이라..) 눈앞에 있으면 그나마 말하다가 안되면 손짓발짓으로라도 하니까 좀 괜찮은데, 전화로하니.. 미치겠는거에요. 왕창 깨졌답니다.
게다가 또 저보다 직급이 1단계 높은 동료 (여기는 1단계는 뭐 높은 것 취급도 안해요.. 게다가 영어니 뭐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구분도 안가구요 ㅋㅋ)랑 전화상으로 (얘도 또 다른 나라에 출장 가서) 의견이 안맞아서 거의 싸우다 시피 했는데.. 제가 한국아줌마답게 목소리는 또 엄청 크거든요.. 아마 사람들이 저 여자는 왜 저러나.. 싶었을 거에요.
여튼, 한국에서는 나름 잘하는 영어였는데, 여기 오니 택도 안되고.. 어느정도 말빨로 해야되는 경우도 있는데.. 뭐 전혀 안되니.. 오히려 실력을 깎아먹지나 않으면 다행이죠..

저도 초4 아들 영어에 올인하고 있지만, 이러니 영어.. 영어 하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아니, 영어 공부할 시간에 다른 것 하면 얼마나 능률이 오르겠어요..

여튼, 회사에서 왕창 깨져, 집에 오니 아들내미 사고쳐.. (아들 영어 공부시키려고.. 저혼자 아이 데리고 옴. 친정 부모님이 잠시 홍콩에 와서 봐주고 계시나 곧 귀국 예정)
친정부모님은 아이 봐주는 것 외에 뭐든지 저만 쳐다보고 있지요.. (이건 당연하겠지요), 조그만한 일만 있으면 삼실로 전화해서 해결하라고 하시니.. (예를 들어 인터넷 연결이 잠시 안되거나, 인터넷 전화가 안되거나 티비가 잘 안나오거나.. 무조건 전화.. 콜택시 부르라고 전화, 골프장 예약하라고 전화.. 복덕방에 전화해서 뭐 알아보라고 전화..)

그제는 아들이 집에서 좀 말을 안들었는데, 저더러 집에 빨리와서 훈육 좀 하라는 아빠의 화가나신 독촉전화를 받고.. 너무 속상해서 삼실에서 잠시 혼자 눈물 뚝뚝.. 그때가 밤 9시쯤이었는데 다 퇴근하고 없었기에 망정이지, 남들이 봤으면 또 저 아줌마.. 혼자 쇼하네.. 그랬을 거에요..
하필이면 그제 엄청 깨지고 담날까지 보고서 준비하라는게 있었거든요.. 결국 집에는 밤 12시쯤 갔지만..

왠지 한국에 혼자 있는 남편이 얄미워지고 막 그러는거에요.. 저랑 애랑 보내놓고 혼자서 얼마나 편할까.. 생각하니..
여튼 어제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또 다시 회의하고 (어제는 그나마 좀 나았음).. 하루종일 동동거리다가..
오늘 아침은 여유가 좀 있네요.. 그래봤자 잠시지만..
그래서 간만에 82 들어와서 속풀이 하네요..

결론은 겉으로 보기에 제 생활은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에게) 잘난척하고 제 허영심을 채워주기에는 충분하지만.. 속으로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거에요.. 한국인 망신안시키고 파견기간동안 (한 1년반쯤.) 잘 견디고 돌아가야할텐데 말이에요. 힘내야겠네요. 아자!
IP : 203.117.xxx.21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음..
    '10.4.21 9:42 AM (121.125.xxx.233)

    그럼 영어 때문에 애랑 나와있는거예요?
    지금 영어가 문제가 아닌듯한데...정 뭣하면 아들을 아빠한테 보내는것도 방법이겠네요.
    4학년이면 아빠와의 교류가 필요하거든요...그나저나 남편은 맨날 만세! 하고 있겠군요...흠...

  • 2. 부러운1인
    '10.4.21 9:45 AM (119.199.xxx.249)

    그래도 님 너무 대단하세요...ㅠㅠ
    영어는 한국어와 정확히 반대로? 정렬하는 언어라 미치도록 어려운거죠.
    저주받은 우랄알타이어계 사용자의 운명이예요.
    좀 망신 당하면 어때요?
    외국인들, 서양언어자들, 한국에 십년을 살아도 문법 어색한 사람은 어색하던데.
    힘내시고!
    영어 그까이꺼 그냥 대~충 하세요.
    님은 영어 외에 금융계쪽으로 전문지식이 있으시니까요.

  • 3. 에구
    '10.4.21 9:46 AM (220.124.xxx.239)

    힘내세요!!!
    그래도 님 사는거 읽다보니
    영화에서나 보는 멋진 커리어우먼 같아 부럽네요...ㅋ
    화이팅!!! 하세요^^

  • 4. !!
    '10.4.21 9:51 AM (192.44.xxx.103)

    저도 부러운 1인이에요~ 물론 힘은 드시겠지만 1년 반이 지나고 나면 정말 님과 아드님 모두 엄청 성장해 있음을 느끼실꺼에요~ 지금의 고생이 밑거름이 되어.....조금만 더 힘내세요!!

  • 5.
    '10.4.21 9:58 AM (218.186.xxx.233)

    남푠따라 해외나와있는 아짐인데요
    부모님 심정이 이해돼요
    영어는 안되지 뭐가 뭔지도 모르고 아이 학교는 보내야하고
    회사에서 바쁜 거 이해는 해도 급하면 전화하게 되거든요
    영어공부안한 거 무지 후회하고
    스스로 바보가 되버린 자괴감에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도 말이 안돼서 혼자 해결할 수 없으니
    그래도 기운내세요.

  • 6. 메이드
    '10.4.21 10:04 AM (218.186.xxx.230)

    한국 가정에 있었던 메이드를 구해보세요. 어차피 친정 부모님 한국으로 돌아가실텐데 아이 돌보려면 사람 있어야 하잖아요.
    메이드가 세세한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한국가정에 있던 사람은 한국말도 좀 하고, 영어도 하고, 한국 음식도 하고.. 할꺼에요.
    힘드신데 와서 따듯한 밥 차려주는 사람 있는게 어디에요.

  • 7. 주평안
    '10.4.21 11:04 AM (119.236.xxx.99)

    저 홍콩에 있어요.. 주재원남편따라.. 전업이라 님의 커리어가 부럽네요.. 맞아요.. 제 친구들도 저를 엄청 부러워해요.. 럭셔리한 해외생활하는줄로.. 하지만 실상은 도우미전혀 안쓰고(일주일에 한번 3시간 8개월 이용했는데 더 피곤해서 지저분해도 혼자해요) 자동차없이 장바구니들고 매일 장보고 아이들 도시락싸고.. 습도는99% 날씨는 으시시.... 여행이 아닌 생활은 멋지기가 어려운거 같아요.. 힘내세요..

  • 8.
    '10.4.21 10:35 PM (221.148.xxx.72)

    사실은 저도 해외 파견 근무 신청해 두었는데, 제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 언어 거든요..
    제가 하는 걱정이 생생이 재현된 모습 같아서 겁이 더럭 납니다
    님은 아들까지 따라 오셨으니 더하시겠네요 힘내세요!

  • 9. 음.
    '10.4.22 12:09 AM (115.136.xxx.103)

    결국은 언어 때문이군요. 목소리 큰 것도 창피하죠. 특히 싸우는 것은 더더욱더.
    방법이 없죠. 그러면서 배워야죠. 배운다~ 생각하고 창피한것도 무릅쓰고 본인의 한계를 인정하시면서 하시면 덜 마음이 속상할거에요. 힘내세요. 그리고 메이드 추천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목소리 크게 싸우는거는 자제하세요. 뭐 자제가 잘 안되죠. 안되는 영어에 싸우려면 목소리가 점 점 더 커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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