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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일도] 시골학교라서 그런가요?

못살아~ 조회수 : 1,095
작성일 : 2010-04-20 15:23:55
독서동아리 수업 끝내고, 책 배열하면서 나름 편하게 있는데,

한 녀석이 불쑥 들어옵니다.

(수업시간에도 집중 못하고 돌아다니는 녀석이라서
좀 안쓰러운 맘이 드는 녀석이라 늘 눈여겨 보는 아이인데...)

"선생님, 책 보다 가도 돼요?"
"응."

서가를 좀 둘러보는 듯 하더니...
"선생님, 제 뒤에 뭐 있는 줄 아세요?"
문이 열렸기에, '그 녀석 꼬리가 참 기네'이런 생각하면서
얼핏 고개를 돌렸는데,...
뱀꼬리가 어깨에 걸쳐져 있는 거에요.
속으로 징그럽고 무서웠지만 꾹 참고...
"뱀 데려온거야?"
"뱀은 아직 안 나왔어요. 나오면 데려올게요"
"그래! 고마워~"
"선생님, 근데 이건 이구아나에요. 말 잘 들으라고 엄마가 사줬어요."
"수업할 때는 얘 어디다 뒀니?"
"아뇨, 집에 갔다왔어요. 선생님 보여 드릴려구요."

문 닫고 스윽~ 나갑니다. 아유~ 정말 끔찍했었는데,
이 녀석! 장난끼 발동했는지, 방과후수업마다 이구아나 데리고
다니면서, 놀래키고 있습니다. 돌림노래처럼
"으악~ 으악~"
여학생들 숨 넘어가는 소리 들리고, 어디선가 말소리 들립니다.
"야~ 도서실 가봐~ 선생님 놀래키게."
"야, 가봤는데, 하나도 안 놀래!"
제가 뒤로 넘어가는 시늉이라도 할 걸 그랬나봐요.
창가에 날아온 땅벌에 혹시 아이들 쏘일까봐, 백과사전으로 즉사시키는 걸
보더니, 아이들이 제게 할 말을 잃습니다.
"선생님, 개구리 가져 와도 돼요?"
"선생님, 우리 교실 땅벌도 잡아주세요."

계약직으로 일하지만, 이 곳은 아직은 사람냄새 나는 곳입니다.
제가 퇴근해서 혹시 만나기라도 하면 멀리서 뛰어와 인사합니다.

초등학교는 처음이라서 아이들이랑 눈높이 맞추는 일도 쉽지 않네요.
다음엔 장난치면 속아주는 오바액션이라도 해야할까봐요!

요즘 민감한 이야기들만 올라와서 한 자 적어봅니다.
IP : 211.253.xxx.19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은
    '10.4.20 3:27 PM (121.125.xxx.233)

    선생님이네요.
    어쨋든 학교도서관이든 도서실이든
    선생님이 부드러워야 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 입니다.

    책하나 읽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도서관이 놀이터처럼 쉼터처럼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편해야 자주오고 그래야 책도 읽게 되지요.

  • 2. ㅋㅋㅋ
    '10.4.20 3:28 PM (211.196.xxx.205)

    여기도 시골인데요..정말 분위기가 그래요.
    우리애들 학교 도서관에 사서샘이 계시는데 참하고 젊은 여선생님이시거든요.
    근데 여름방학에는 밤 10시까지 열린도서관이라고 문열고 계셔야해요.
    작년 여름에 8시 넘어서 갔더니 6학년 머스마들이 선생님 혼자있음 무섭다고
    옆에 지키고 섰더라니까요..ㅋㅋㅋ
    대견하기도하고...귀엽기도 하고 그렇네요.

  • 3. ㅋㅋㅋㅋ
    '10.4.20 3:31 PM (221.155.xxx.11)

    저두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중학교를 시골에서 보냈는데
    얄미운 친구가 있었어요.
    친구와 둘이서 개구리를 잡아 그친구 필통에 쏙!
    ㅋㅋ~
    티비에서 보면 개구리가 폴짝 뛰어올라오잖아요.
    현실은 좀 다르더라구요.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서 그닥 놀라지도 않고..
    다음달에 그 친구 결혼하는데 축하해주러 갑니다^^

  • 4. ^^
    '10.4.20 3:32 PM (175.112.xxx.223)

    이런 이야기 좋아요^^
    정말 시골이라서 그럴까요??
    선생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그런거 같아요
    야~~~~~~~~~~~$%^#^%^&^*&^(*(&&^%^$$%^*&(* 이런분이 더 많을거 같아요^^;;

  • 5. 우와
    '10.4.20 3:33 PM (119.212.xxx.231)

    너무귀여워요 아이들..ㅎㅎ

  • 6. ...
    '10.4.20 3:48 PM (61.83.xxx.220)

    웃었어요

    님..작가 하셔도되겠어요
    글 잘 쓰시네요

  • 7. 친구
    '10.4.20 4:16 PM (61.79.xxx.45)

    저라면..아마 근무 못할거 같아요..
    애들 장난 대처 잘하시네요..좋은 선생님이셔요.
    저는 벌레,,파충류..끔찍해서..시골생활은 힘들거 같아요..

  • 8. ...
    '10.4.20 5:22 PM (211.210.xxx.62)

    귀엽군요.
    수업시간에는 가져오지 않는거 보면 착하기도 하구요.
    이구아나라... ㅋ

  • 9. ...
    '10.4.20 5:28 PM (58.234.xxx.17)

    원글님 글을 보니 오래전 읽었던 "난 선생님이 좋아요"란 책이 생각나네요
    감명깊게 읽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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