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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사라예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카트리나 비트 인터뷰 중에서

딴지 조회수 : 1,644
작성일 : 2010-02-28 21:09:19
http://www.ddanzi.com/news/9946.html


질문) 그런 평범한 삶이 부러웠던 적도 있나요?


지금 돌이켜보면 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당시엔 다 그만두고 남들처럼 살고 싶단 마음이 종종 밀려오기도 했죠. 매일 연습을 하지만, 늘 연습이 잘 되는게 아니에요. 연습을 한만큼 늘 실력이 좋아지는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계속 연습은 하는데, 향상되는 느낌이 없이 제자리에서 머물고 있단 생각이 들거든요. 그럼 늪에 빠진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어요.



하지만 난 평범한 성격은 아니었어요. 언제나 지지 않겠다는 마음이 있었죠. 남한테 지지 않겠다는 마음과 동시에 스스로에게 지지 않겠다는 마음이요. 물론 질 때도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이고 싸워야겠다는 그런 파이터 정신이 타고난 성격인가봐요. 늘 무대에서의 긴장감, 컴페티션의 압력을 은근히 즐겼으니까요. 물론 그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죠. 그렇다고 거기서 도망가거나 할 수는 없어요.





질문) 누군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벗겨지는 기분이라던데요.



맞아요. 그 중압감은 말로 다 할수가 없죠. 그걸 이겨내지 못하고 경기를 망치는 사람도 많아요. 연습에서는 잘하는데 실전에서는 연습에서 한 것, 준비한 것 만큼 하지 못하는 거에요. 몸을 움직이면서 끝없이 생각을 해야하니까, 물론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안무를 수행하고 음악을 느끼고 관객들의 시선을 느끼고 그 모든 과정이 절대로 기계적으로 이뤄지는게 아니에요.



늘 빙판위에 설때마다 순간순간이 다르고, 수분의 일초가 다르게 느껴지죠. 수만명의 사람들의 시선이 당신에게 고정되어 있는게 어떤 기분인지..아마 모를거에요. 어지간한 오페라나 콘서트 홀보다 규모가 훨씬 크잖아요. 하지만 한편으론 흥분이 되기도 하죠. 그 짜릿한 흥분을 참 사랑했던 것 같아요.






나를 두고 금메달을 2번 획득한 살아있는 유일한 스케이터라고 하지만 그걸 목표로 선수생활을 지속한 건 아니었어요. 84년에 사라예보에서 금메달을 따고나서 곧장 88년까지 선수생활을 하겠다. 다시 한번 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결정한 건 아니죠. 그냥 스케이팅이 너무 좋았으니까요. 그만두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한 해, 한 해 선수생활을 계속해 나갔어요.



심지어 나는 동독으로 돌아오고 나선 내가 인기가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매일매일의 삶은 똑같잖아요. 그 다음해의 월드에 갔는데 팬레터며 선물이 쏟아지는거에요. 그제서야 알았죠. 내가 좀 유명해졌다는 걸요. 하지만 그때에도 다음 올림픽 출전을 결정한 건 아니었어요.



도쿄에서 열렸던 86년 월드에서 데비에게 금메달을 빼앗겼고, 아주 오랜만에 포디움의 꼭대기에 선 다른 사람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자존심이 상했어요. 다음해 월드에서 메달을 찾아오겠단 생각과 동시에 올림픽에 다시 한번 출전해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먹었어요. 아직 내가 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아까 말했듯이, 제가 지는 걸 참 싫어해요. 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마음에 88년 캘거리를 목표로 하게 되었어요.





질문) 그리고 당신은 카르멘이 되었죠.



하하, 맞아요. 사람들은 카르멘 전쟁이라고 부르는데, 그건 미디어가 만들어낸 단어에요. 브라이언 전쟁처럼. 그 둘은 우연히 이름이 같았고..데비와 나는 동서 진영을 대표하고 있었고, 미디어는 늘 그렇잖아요. 그들은 늘 라이벌리를 만들어내야 하죠. 그렇게 해야 흥미로워지니까요.



데비와 나는 스타일이 달랐으니까 우리를 묶어서 라이벌이라고 칭하는 건 저에게도 데비에게도 달갑지 않은 일이에요. 우연히 같은 카르멘을 고르게 되었는데, 설령 같은 음악과 테마를 정했다고 해도 그녀와 저의 스케이팅이 같을 수는 없는 거니까요. 각자의 프로그램에는 각각의 가치가 있어요. 단순히 트리플을 몇 개 뛰었고, 누가 실수를 했고 넘어졌고, 이런 걸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가치에요. 전 저 자신만의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기를 바랐어요. 제 자신에게 집중했고요.







그런데 사실 뭐랄까. 실전에서는 늘 연습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 이렇게 해야지, 하고 준비하고 생각한대로만 하는게 아니라 그걸 조금씩 벗어나면서 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작은 실수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빙판 위에서 그런 자유를 가졌기 때문에 가져올 수 있었던 것들이 있어요. 그런 빈틈과 공간이 저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락해주었고, 그래서 더 특별한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음악이 불러오는 감정들을 한층 더 진하고 깊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던 건 그래서가 아닐까 싶어요. 구 채점제와 신 채점제의 차이라면요. 전 신 채점제는 경험해보지 않았는데, 그냥 구성요소들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위해, 빙판위에서 스케이터에게 허용되는 빈틈이나 개인적인 공간이 줄어들었단 생각이 드네요.



내가 만약 뭔가 특별한 일을 했다면, 피겨 스케이팅에 뮤지컬이나 연극적인 연출을 하는걸 시도했다는 거에요. 카르멘도 그렇고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도 그 중 하나에요. 그게 또 제가 잘 할 수 있는 거였으니까요. 안 그래도 새롭게 글을 쓰면서 지난 올림픽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쭉 봤는데, 제가 트리플 악셀을 포함 트리플 점프를 7개를 뛰는 이토미도리와 같은 프로그램을 할 수는 없는거잖아요.



나를  감동하게 하는 건, 당신이 나를 만나러 온다니까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는 그 숱한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이 나를 티비로든 실제로든 내 경기와 쇼를 보고 나를 기억하고 있는거요. 아직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찡해지고 내가 받았던 그 박수와 환호성과 갈채가 환청처럼 들리는 것 같아요. 그 순간 캘거리의 카르멘 이후로, 그 이후에 섰던 숱한 쇼의 마지막 인사를 할때로 돌아가는 것 같거든요. 음, 무대에 서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분일거에요. 나는 무대를 사랑했어요. 사람들이 나로부터 감동을 받고 또, 나를 기억하는 것, 그건 정말 근사한 일이잖아요.



올림픽 금메달? 그건 사실 별로 대단한게 아니에요. 그래요, 내가 사라예보에서, 캘거리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고 금메달을 받았죠. 그 좋은 기분은 얼마 가지 않아요. 그래, 이제 금메달을 땄지. 오히려 그 이후엔 허탈해지기 시작하죠. 좋은일이 있으나 나쁜 일이 있으나 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그 시간과 함께 우리는 조금씩 무뎌지니까요.



대신 당신의 학교 선생님들처럼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한국처럼 대륙의 저 쪽 끝에 있는 먼 곳에서도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다니, 그게 얼마나 우주적인 건가요. 나를 감동시키는 건 그런 거에요. 이런 기억 속에 살아있는 나를 만나는 일이 내가 무뎌지고 무덤덤해지는 것으로부터 나를 막아줘요.



당신은 참 좋을 때에 왔어요. 날씨는 나쁘지만요. 왜냐면, 사이트를 새로 정리하면서 새해를 맞아 올림픽에서의 기억들, 아이스 쇼와 투어의 기억들에 대해 정리했거든요. 내가 며칠전에 정리하듯 써내려간 뒤에 모든 기억이 더 정돈되었어요. 그리고는 당신을 만났네요. 그렇게 정리해둔 채, 당신에게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거에요. 아, 이 기분도 너무 묘한걸요?  



연아가 가장 현명한 선택을 내린 건 브라이언 오서를 선택한거에요. 그는 정말이지 좋은 사람이죠. 카르멘 온 아이스를 통해 그와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하는 말은 아니에요. 누구를 만나 아주 짧게 이야기하더라도 브라이언에게 반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에요. 그만큼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에요. 인격적으로나 스포츠인으로서, 선수로서도. 그런 사람에게서 받는 기운이라는 게 있잖아요. 브라이언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사람들, 트레이시와 데이빗을 위시한 캐나다의 사람들. 토론토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그녀가 피어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았어요.







나도 유튜브에서 연아를 찾아봤거든요. 월드 챔피언십을 보고는 그녀가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의 영상에선 그녀도 사람이더라고요. 실수를 하기도 하는 구나. 했어요. 또 누가 있었지. 연아 말고도 몇 명 더 찾아보긴 했는데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아요.



아무튼 그녀는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그 숱한 광고들 속에서 움직이는 그녀는 정말 매력적이던데요! 우유도 있고, 립스틱, 휴대폰, 요구르트, 스포츠 광고도 있고..대단한 슈퍼스타던걸요.



지금의 본드 걸을 보면 제가 카르멘을 할때보다도 더 어린 소녀같고, 이제 열아홉이죠? 그러니까 아직은 더 소녀라는 느낌이 강해요. 하지만 이제 여인으로서 피어나려는 듯한 시점에 있더군요. 나의 카르멘이 만개한 장미꽃이었다면 아직 연아는 봉오리 진 꽃인 것 같아요. 그 풋풋하고도 묘하게 매력적인 지점에 있는 연아를 보면서 참 매력적이란 생각을 해요. 그리고 그녀의 스케이팅은 순도가 높아요. 물론 연아의 스케이팅을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유튜브로만 봐도 느껴져요.





왼쪽이 브라이언 오서


스케이팅에도 격이 있고 질이 있어요. 연아의 스케이팅이 특별한건 순수함 때문에, 불순물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진짜배기라는 느낌 때문이에요. 음악적이고, 때로는 드라마를 전달하는 힘이 강해서 보는 사람을 뒤흔들어 놓죠. 무엇보다 모든 기술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확해요. 그렇게 점프를 뛰는 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에요.



* 오서 코치 옛날 사진 보니 정말 미남인걸요. ㄲ ㅑ
IP : 211.208.xxx.3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딴지
    '10.2.28 9:09 PM (211.208.xxx.37)

    http://www.ddanzi.com/news/9946.html

  • 2. ㄴㅁ
    '10.2.28 9:45 PM (115.126.xxx.13)

    오서 코치..연아를 맡았을 당시만 해도 훤칠 날씬 하던데요..살이 조금 쪄서 완전 아저씨됐지만.... 오늘 연아 갈라쇼보면서 계속 연아의 경기를 오래오래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군요,..하지만 연아가 당장 은퇴를 한다해도 연아의 결정이 무어든 축화해주고 응원해주고 싶네요..

  • 3. ^^
    '10.2.28 9:51 PM (61.105.xxx.148)

    저도 이 인터뷰 보고.. 인상적이었어요.
    카타리나 비트에 대해 여러 가지로 다시 보이더라구요.
    인격적으로도 성숙하고 똑똑한 사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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