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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때문에 우울하고, 남편한테 고맙고...

레드 조회수 : 2,799
작성일 : 2010-01-08 19:12:07
며칠전 결혼한 여동생이 아이둘을 데리고 우리집에 놀러왔어요.
제부는 자영업을 하고 있어요.
제동생과 제부는 40에 동갑이에요.
그런데 요즘 경기가 안좋은지 사는것이 조금 힘들어보이더군요.
그것도 제가 눈치로 아는거지, 제동생은 결혼한 이후로 힘들다는 말한마디 해본적이 없어요.

저희는 강남에 살고있고, 노후준비는 되있는 상황입니다.
어젯밤에 제동생이 저에게 1억이상하는 자기땅을 사라고 하더군요.
그이야기를 하고 있는 도중 제남편이 퇴근을 해서 옷을 갈아입으러 안방에 들어가
제동생이 한 이야기(땅 사라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거실에 나와서(제동생은 거실에 있었어요)맥주한잔 하자더니
"처제 요즘 무슨 고민있어? 형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오빠라고 생각하고 얘기해봐"
그래도 제동생은 아무일도 없다고 얘기를 안하더군요.
"처제, 요즘 장사는 잘돼? 힘든일은 없어?"
그제서야 제동생이 울기시작하더라구요.
전 깜짝놀랐습니다.
여지껏 자라면서 외할머니 돌아가셨을때 우는거 말고는 처음이었거든요.
부부지간에는 아무문제 없지만(제부가 참 착합니다) 아이들은 점점 커가는데 사는게 힘들었나 봅니다.
아이가 여섯살, 네살이에요.
돈이 좀 있으면 가게에 물건도 더 들여놓을수가 있을텐데, 점점 희망이 없어진다고 하더라구요.
제남편은 얼마나 있으면 되냐고 하니까, 이삼천이면 될것 같은데 돈이 없으니까 땅을 팔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말을 듣고 제남편 저에게 내일당장 삼천주라고 하더군요.
저는 정말 제남편에게 얼마나 미안하고 고마운지 말로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도 처제 힘들거라고 매달 30만원씩 4년째 자동이체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더 미안했던 이유가 제남편도 장남인데, 작은여동생이 살기가 좀 어려워요.
작은시누이남편은 거들먹거리기 좋아하고 허풍이 좀 센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도 제남편도 멀리 하고 있어요.
그시누이가 작년 11월에 큰시누이에게 전화를 해서 오빠하고 언니하고 천만원씩을 해달라고 했답니다.
처음은 아니에요. 예전에도 몇백씩 빌려갔는데 몇년있다가 갚곤 했어요.
저희 시집에서도 이미 시아버님에게 천만원을 가져간 상태구요.
그전화 받고 제남편이 제게 무척 미안해하면서 제 비유맞춰가며 천만원을 줬거든요. 갚을생각 말라고 했어요.
갚으면 더큰 금액 빌려달라고 할까봐서...
그당시 저는 개xx을 떨면서 다시는 이런일이 없을거라는 남편말에 제가 송금해줬어요.

그런데, 제동생에게 삼천만원 갚을생각하지 말고 (더 큰금액 빌려달라고 할까봐서는 결코 아니에요.)
하는 일 잘 됐으면 좋겠다고, 또 제동생이 시댁에 살고 있는데 분가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 하더군요.
25평 아파트는 사줄수 있다면서... (지방이라 2억정도 합니다)
저번주에 실제로 그쪽 부동산에 다니면서 알아봤거든요.
그얘길 듣는데 제동생도 안됐고 남편한테는 얼마나 고마운지 말로 다 표현을 할수가 없더라구요.
나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자기는 얼마전 동생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다 났습니다.
역시 사람은 닥쳐봐야 안다더니 내동생이 이런일이 생기니 시누이도 돌아봐 졌습니다.

좀전에 남편에게 전화가 왔었어요. 처제는 잘 갔냐고
여전히 다정한 목소리로... 그말을 듣고 고맙다는 말한마디 못한 내가 너무 싫었습니다.
오늘은 저희 친정아버지 오시라고 해서 호텔에서 점심 사드렸다고 하더군요.

제남편 제가 보기에도 시댁보다는 저희 친정에 훨씬 더 잘합니다.
이제 돌아올 시간이 된것 같은데, 오면 고맙다는 말 한마디 꼭 해줘야 겠어요.
이런 곰같은 마누라를 데리고 살아줘서 고맙다고...

지금도 또 전화가 왔어요.
뭐 먹고 싶은거 없냐고... 튀김이 맛있어보이는데 사갈까?

제가 아무래도 결혼은 잘 한것 같아요.

두서없이 써서 죄송합니다.

IP : 121.138.xxx.60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
    '10.1.8 7:15 PM (112.152.xxx.240)

    너무 부러워요~ 좋은남편두셨네여...

    저도 형제가 있었으면 남편이 그렇게 잘해줫을까요?
    전 무남독녀라...

    서로잘하고 사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 2. 자랑맘
    '10.1.8 7:15 PM (124.199.xxx.73)

    착한 남편 두셨네요..그래서 사람일은 한치앞을 못보나 봐요..^^앞으로도 레드님도 시댁에
    잘하고 신랑한터 더 잘하시면 되겠네요..^^ 부럽네요..착한 신랑 두신거..

  • 3. 어머나..
    '10.1.8 7:21 PM (218.38.xxx.130)

    정말 멋진 남편.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로 하는 것도 좋지만
    작은 카드나 편지에 써서 전해주세요..
    받을 자격이 있는 분이네요.

  • 4.
    '10.1.8 7:21 PM (122.34.xxx.16)

    부럽습니다.
    멋진 남편이네요. 많이 이뻐해 주셔도 되겠어요.

  • 5. ~~
    '10.1.8 7:23 PM (61.73.xxx.103)

    저희 아들이 당신같은 사람과 결혼할까봐
    걱정이네요. 개지~ 떠는여자

  • 6. 알다가도
    '10.1.8 7:28 PM (121.144.xxx.37)

    시댁에 가는 돈에는 이혼해라 결혼하지마라는 댓글이
    올라오고 친정에 해 준 건 복 받은 거라는 이중성이 재밌어요.

  • 7. ~~님
    '10.1.8 7:40 PM (112.152.xxx.240)

    많이 꼬이신듯...

  • 8. ..
    '10.1.8 7:40 PM (125.139.xxx.10)

    좋은 남편 두신 님께 부러움을 느껴요.
    그런데 윗님 말대로 82의 이중성에 가끔 뜨악해지지요
    동생을 시누이라고 바꿔서 올렸다면 댓글들이 안봐도 비디오지요

  • 9.
    '10.1.8 7:41 PM (218.232.xxx.5)

    좋은 남편 두셨네요.

    그치만 동생분에겐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세요.
    남편 보기 미안하시잖아요.
    미안해만 하지 마시고 동생분한테 밑 빠진 독에 물 부어주는 것도 그만 하세요.
    계속 동생한테 돈 그렇게 주실거면
    시댁에도 신경 좀 쓰시구요.....

  • 10. .
    '10.1.8 7:44 PM (118.176.xxx.75)

    참 좋은 사람이네요.

  • 11. 에구
    '10.1.8 7:46 PM (125.178.xxx.192)

    처제에게 매달 30만원씩 4년을 이체했다시면서
    시누에겐 어찌 그럴수가 있나요..

    남편분이 넘 속좋은분이신듯.
    암튼.. 잘 하셔야겠네요

  • 12. 이중성
    '10.1.8 7:50 PM (115.136.xxx.24)

    이중성이라는 말이 좀 안맞는 거 같아요,,
    남편이 글을 올렸다면 (와이프가 기꺼이 시누이 도와주라고 해서 감동했다고)
    그 와이프를 비난할까요?
    남편이 처가를, 아내가 시가를 진심으로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잘 해준다는 글은
    어느쪽이고 할 것 없이 감동적인 것 같은데요,,,

    그건 그렇고 원글님 남편 정말 존경합니다,,,,,

  • 13. 찬물...
    '10.1.8 7:51 PM (112.104.xxx.224)

    남편이 시댁에서 학대나 차별받고 자란 경우인가요?
    시누가 보면 피가 꺼꾸로 솓을 글이네요...

  • 14. 예전에...
    '10.1.8 7:51 PM (85.146.xxx.62)

    다른 싸이트에서 비슷한 내용을 남자분이 쓴 글을 봤어요.

    그 남자분이 한 이야기가 마누라가 시댁이야기 나오면 그렇게 쌍심지를 켜고 지x 했다고요.
    그래서 일부러 친정에 그렇게 잘 해 줬답니다. 보고 배우라고...
    그런데 그렇게 얼마를 해도 마누라가 느끼는게 없어서 더 이상 살기 싫타구요.

    님 남편분은 좋은분같으니 님도 앞으로 시댁에 더 잘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그러면 서로서로 더 좋아지겠지요. 부부사이도 가족관계도...

  • 15. 원글님
    '10.1.8 7:54 PM (124.56.xxx.125)

    제발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지난번 시누이 일에 내가 너무한 것 같다...고 꼭 사과하세요!

  • 16.
    '10.1.8 7:57 PM (125.186.xxx.166)

    아니 그래도..처제한테 매달 30씩 이체한것도 있는데, 그간 좀 섭섭하셨겟네요..

  • 17.
    '10.1.8 7:59 PM (203.218.xxx.156)

    말로 하기 힘들면 원글님이 올린 글이라고 이 글 프린트 해서 보여주세요.
    댓글은 말고 원글만요.

    그리고 원글님 오늘 이 기분 절대 잊지 말고 남편분께 잘하고 사세요.
    노후준비도 벌써 되어있다니 시누가 좀 어려울 때 먼저 돕자 한마디도 하시고요.

  • 18. 눈물이 핑
    '10.1.8 8:37 PM (58.142.xxx.56)

    낚시면 뭐 어쩔 수 없지만
    어쨌든 눈물이 다 핑 돌게 감동합니다..
    낚시라도 좋으니 이런 훈훈한 이야기 자주 듣고 싶어요.
    나도 그렇게 형제 자매 도울 수 있는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고 싶네요.

  • 19. --
    '10.1.8 9:52 PM (125.187.xxx.194)

    멋져 부러~~멋져부러~~

  • 20. 매달 30만원
    '10.1.8 11:11 PM (180.69.xxx.144)

    동생에게 자동이체를 해준 금액만해도 천만원이 넘는데
    시누이에게 돈 천만원 해줄때 그 난리를 피우다니.... 아주 많이 어이없고
    그 시누이한테 시아버지가 돈해준것까지는 원글님이 상관할 바가 아니죠. 여기서 들먹거릴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게 도와주지 마시고, 해봤자 밑빠진 독에 물붓기.. 그냥 동생네 땅을 매입하세요.

  • 21. 원글
    '10.1.9 10:39 AM (121.138.xxx.60)

    원글입니다.
    아침에 들어와 보니 많은글이 올라있네요.
    ~~님 제가 상황설명을 제대로 안한것 같은데 저 23살에 결혼해서 13년동안 맞벌이했습니다.
    아이둘 낳아서 친정엄마가 키우시고 전 친정가까이 살았어요.
    제남편 맏이이고 2남2녀였구요.
    저 결혼할 당시 막내시동생이 고3이었어요.
    저희시댁은 경상도에서도 아주 촌이었어요.
    옛날 어른들 생각이 그러하듯 결혼을 하니 맏이가 동생들 책임지는걸로 알고 계시더군요.
    그당시 저 월급 22만원 받아서 그다음해 재수하는 시동생 18만원씩 보내줬습니다.
    결국 4수까지해서 대학갔구요.
    그리고 시누이 둘 다 제가 시집보냈구요.
    이만하면 제 할일은 다 한거 아닌가요?

    저 맞벌이할때 제여동생 유치원교사여서 제아이들 다 봐주고 친정엄마랑 같이 키워줬어요.
    그당시 제가 시동생이며 시누이 뒷바라지 하느라 돈이 없으니까 제동생이 제아이들
    옷과 신발도 많이 사 줬어요.
    제아이들에겐 엄마같은 존재였어요.
    지금도 큰아이는 대학3학년인데 이모를 엄마보다 더 따르지요.

    그리고 동생 집 사줄려고 알아본것은 저희 친정부모님께서 땅이 있으신데
    얼마전 자식들에게 명의이전을 해주셨어요.
    제가 큰딸인데 저에게 좀 더 많이 해주셔서, 제남편이 저희는 살만하니까
    어려운 동생 집사주자고 한거에요.

    낚시의 냄새가 나신다고 하신분
    어제 호텔에서의 식사는 제남편이 그근처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매달 30만원님
    제가 시아버님이 돈해주신것을 쓴것은 제가 시댁에 보내는 돈만해도
    일년에 칠팔백이 넘습니다.
    어쨌든 제가 시비걸건 아니지요.

    제가 좀더 상황을 자세히 썼어야 하는데 어제는 너무 속상하기도 하고 해서
    썼더니 제가 많이 실수했나봐요.

  • 22. 두 분..
    '10.1.9 12:00 PM (121.166.xxx.183)

    부럽네요.
    원글만 봤을때는 그냥 남편분이 너무 착하고 원글님이 복받은 분이네..하고 생각했는데,
    댓글까지 읽고보니, 두 분이 열심히 살았고, 결혼초기부터 원글님이 시댁에 베풀고 살아왔기에(남편 처지를 이해하고 아내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신거네요),
    지금 남편의 처가에 대한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나온거라 생각되네요.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되시는 듯 한데, 50 다 된 연배에서도 원글님만큼 시동생,시누 뒷바라지 하면서 살았던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겁니다.(60대 이상에선 대부분 그리 사셨다고 생각합니다만...그 시대엔 출가외인이란 말이 당연시되었으니까요^^)
    힘들었지만,(때론 부부싸움도 있었겠지요) 그래도 아내가 참고 남편과 시댁 뒷바라지를 했기에, 지금 처제가 힘들어졌을때 남편도 선뜻 돕고싶은 마음이 생긴거라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도, 착하게 살다보면 끝이 좋다는 옛말이 맞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제가 기분이 다 좋네요.
    아내의 그런 희생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자기 욕심만 부리는 남편도 많거든요.

    좋은 남편 두셔서 정말 부러워요.
    그리고 그 복은 또한 원글님이 뿌린 좋은 씨앗의 결과인 것 같아 더 흐뭇하구요.
    서로 챙겨주고, 이해해주고,또 고마워 할 줄 알고..그게 사람 사는 모습이지요..
    두 분 행복하세요.

  • 23. 원글
    '10.1.9 12:30 PM (121.138.xxx.60)

    윗님 정말 고맙습니다.
    제마음속에 저도 모르게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봐요.
    윗님 글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 24. ,
    '10.1.9 6:18 PM (59.138.xxx.230)

    원글님은 전생에 좋은 일 많이 하신 분인가 봅니다

    좋은 남편분이네요

  • 25. 특히
    '10.1.9 7:22 PM (61.98.xxx.137)

    원글님이 좋은 분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남편분과 계속 좋은 관계 유지하시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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