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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에 대한 단상 ...

며느리 조회수 : 1,457
작성일 : 2010-01-05 13:48:09
10년차구요 .. 크게 시집살이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놀멘놀멘 편하지도 않은 며느리입니다.
스트레스 마니 받은 적도 있고 세상에서 제일 가는 효부가 되어야지 하는 순수한 시절도 있었던 ...

그래도 결혼 10년차에 아이들 둘 낳고 나니 .. 어머님 말씀처럼 "이것이 인생이구나" 하고 살아요

카리스마 강하시고 (남편의 말을 빌자면) 권력의 중심에 계셨던 아버님이
편찮으시면서 집안이 내내 어수선 합니다.

육체적인 고통은 빨리 호전되어 이젠 이상이 없으신데 .. 우울증이 아닐까 걱정될 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셔요
너무 힘들어서 분노로 표현되는 거 ... 그런 것 같아요.
어머님에 대한 서운함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적개심같은게 생기신 것 같고 ....

사실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닌데 .. 너무 서운해하셔서 어떻게 수습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어머님도 그닥 정신적으로 건강한 분도 아니시고 본인 몸 간수하시기도 귀찮아하시는 상황에서
자식들 없이 두 분이 사시면서 예전과 달리
매일 격렬하게 다투시고 극도로 긴장된 관계를 이어나가세요

두분 다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  어찌 수습이 안되네요 -.- ;;;

형제 중 한 사람은 "부부간의 일이니 어찌하겠느냐" 이리 원론적으로 말씀하시는데 ...
그렇게 가볍게 여길 수위는 아닌데 말이죠 ...

그래서 저희 부부가 아버님 마음 편하게 해드리려고 이방법 저방법 찾느라 정신없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식단배달 하는 업체를 찾아 주 3회정도 배송받을 수 있게 해드리고
몸에 좋다는 민간 약초 엑기스 배송해 드리고 그러고 있어요

주말에 갈 때마다 국이랑 반찬이랑 해가는데 ... 몸과 마음이 지친 아버님이 입맛없다고 영 드시질 못해요
평생 반찬 투정 없으시던 분이신데 .. 정말 당황스럽더라구요
게다가 연로하신 어머님이 매일 챙겨드리는 음식은 도무지 못잡수시겠다고 힘들게 말씀하시네요
제가 먹어도 이젠 어머님 음식이 영 간도 안맞고 그렇거든요 ...(어머님의 나이 생각하면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주중에 드실 새로운 국과 반찬 공급 주문 ....

민간 약초 엑기스는 아버님이 매우 좋아하시고 꼬박 꼬박 잡수시는데
(노인들은 누가 자신을 위해 뭔가 애쓰는 것 보시면 좋아하시고 든든해하시잖아여)
어머님이 잘못 챙겨 드리거나 주말마다 쉬러 가시는 주말농장에 가끔 안들고 가시는 문제로 (건망증 있으세요)
두 분이 너무 격해지셔서 ... 그 즉시 바로 한 박스 더 주문해서 양쪽 집에 놓고 잡수시게 바로 처리해드렸어요

심지어 집에 배달오는 무지방 우유를 어머님이 간혹 잊고 주말농장(시골)에 가시는 바람에
아침마다 밥대신 그걸 잡수시는 아버님이 서운하고 분한 마음에 엄청나게 충격받으시고 ...
(환자인 당신을 보살피는 손길이 넘 성의 없다 생각하시는 듯 ... 단지 우유랑 약 챙겨달라는 것인데 ..)

그래서 제가 그 시골에 배송되는 우유 ,, 그것도 꼭 무지방으로 찾아서 ... 배달시키려 했는데 .,..
어머님이 못하시게 하네요

우유가 겹쳐서 아깝다시기에 집에 오는 우유를 줄이시고 주말에는 시골에서 받으세요 했더니
귀찮다 ..내가 챙기면 되지 ... 그러세요

제가 알거든요 ... 울 엄니 또 잊으세요 .. 건망증이 매우 심하세요 .. 노인성 질환이거든요

치킨 먹고 남은 닭뼈 담은 비닐 봉투를 제가 설거지 하는 동안
정리하신답시고 둘둘 말아 서랍에 넣어 두시고 ...
나중에 제게 전화해서 다짜고짜
"너 무슨 마음으로 닭뼈 봉투를 서랍에 넣었냐!! 나 골탕먹이려고 하냐!" 그러실 정도예요
그때 얼마나 놀랐던지 ... 모골이 송연하는 느낌이랄까요 ..
그래도 순간 정신 바짝 차리고 ...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요즘 그렇게 정신이 없어요 .. 이러고 제가 빌었죠

어머니는 필경 또 우유 잊고 아버님과 다투실거고 ... 또 이번 사건이 반복될거고 ...

아마 식단 배달 시킨 거 아시면 어머님이 필경 뭐라 하실거예여 ... 돈 쓴다고 ...

아버님은 몸이 아프시니 정성으로 보살핌을 받고 싶고 가족들의 노력을 보고 싶으신거고
어머님은 연세가 드시니 귀찮으시기도 하고, 얼마나 더 산다고 돈들이냐, 그냥 살던데로 살지 ...

이런 생각이세요 ... 부부간의 성격차이가 연세가 드시면서 체력적으로도 감당이 안되고 그래서 더욱
갈등이 심화되는거죠. 저희 부부가 다른 형제들처럼 그러시려니 ... 그러지는 못하겠구
도와드리고 싶은데 ...

인터넷과 전화기 들고 열심히 찾아서 도와드리려 했는데
귀찮고 우유 8개값 아깝다고 싫다하시니 ... 결국 신청은 안합니다만
마음이 답답하네요 ....

제 생각은 일단 아버님께 가족 모두가 애쓰고 있다는 것 보여드리고 마음 편하게 해드린 후
아버님이 필요없다 하시면
우유야 끊으면 그만이고 .. 그것도 제가 해드리면 되는데요

시부모님 문제로 머리를 맞대고 남편과 상의 하면서
저희 부부 역시 결혼 10년차이다 보니 부부갈등이 첨예하던 차였는데 ...

우리 부부 사이좋게 여생을 보내자구 다짐하는 계기를 가졌어요 .

정말 이것이 인생인가봐요

시부모님의 관계를 보면서 앞으로 우리 부부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지
그 방법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IP : 114.202.xxx.24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런데
    '10.1.5 1:54 PM (121.138.xxx.201)

    제 생각에는 시아버님 말구요.
    시어머님이 단순 우울증이나 건망증 아니시구요.
    치매초기 내지 벌써 중간 단계에 들어서신 것 같아요.
    빨리 한 번 검진받아보셔야 겠어요.

  • 2. 윗님말씀
    '10.1.5 2:06 PM (116.41.xxx.187)

    동감입니다 시어머님 검진이 꼭 필요한것 같습니다

  • 3. 공감
    '10.1.5 2:08 PM (222.109.xxx.95)

    그래도 며느님이 마음이 따뜻하시네요...

  • 4. ../
    '10.1.5 2:33 PM (121.144.xxx.37)

    시어머님은 지금 아버님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치매인데 자꾸 야단하고
    화를 내시니 어머님은 더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 5. 며느리(원글)
    '10.1.5 2:45 PM (114.202.xxx.245)

    아휴 ... 다들 말씀 감사합니다.
    어머님 문제는 뜨거운 감자예요. 다들 어찌 병원을 모시고 갈 것인가로 몇년을 보내네요
    제가 올린 사례는 초기 아주 심하셨을 때였고 - 지금은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 ... (아버님이 건강하셨을 때는 그런 어머님 많이 배려하셨어요) 으로 이제는 단순 건망증 정도신 것 같아요
    일상 생활은 무리가 전혀 없으신데 .. 단지 기억력이 매우 나빠지셨죠
    다른 님들 의견처럼 하루 빨리 모시고 가야 하는데 ... 일단 아버님 문제부터 해결해야해요
    아버님이 카리스마는 강해도 정은 많으셔서 어머님이 파스 찾으시면 밤중이라도 내려가
    택시를 타고서라도 열린 약국을 찾아 사다 주시는 분이신데 ...
    아버님이 자제력을 잃으시니 예전과 달리 어머님의 건망증을 몰아 부치시네요 -.-;;

    형제들이 다들 미루기만 하니 .., 이번에도 제가 알아보고 예약해야 할까봐요
    이럴 때 ... 시집에 대해 .... 제가 짜증이 나는 것입니다....
    전 시집에서 제일 막내에 학교도 안다니는 어린 아그들이 둘이나 있건만 ... 휴우 ,,,

    일단은 불평말고 사태를 수습해야겠지요... 감사합니다.

  • 6. 막내며느리님
    '10.1.5 3:05 PM (210.103.xxx.39)

    마음이 따뜻하시네요^^
    다른 형제들은 미루고 신경안쓰시는데
    복 받으실거예요~

  • 7. 천사표
    '10.1.5 3:56 PM (119.67.xxx.242)

    며늘이시군요..
    걱정과 관심을 보이시니 어른들께서 감사하실텐데...
    복받으실겁니다..

  • 8. 두유
    '10.2.23 9:57 AM (115.137.xxx.49)

    참 따뜻하신 분이시네요. 정말 복받으실거에요.

    우리 부모님은 한살림 두유 드시거든요. 그리 달지도 않고 몸에도 좋다고요.
    멸균팩에 담겨있으니 유통기한 걱정도 없고..
    우유문제가 나와서 도움이 되고자 몇자 적어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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