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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삼시세끼 밥상차리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조회수 : 2,319
작성일 : 2009-12-15 20:18:26
9살때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무능하셨던 아버지 때문에 10살에 남의집에 살러 갔었어요.
학교선생님댁으로 가게되었는데.. 첨엔 좋았어요
춥지않았고, 배고프지 않아서요.
학교도 제대로 다닐수 있었고요.

그렇지만.. 항상 심부름을 비롯해 자잘한 집안일을 해야했어요.
청소,빨래,장보기.정원이 넓다보니.. 그에따른 자질구레 일..
80년초반이니 방마다 연탄도 기본갈아주어야 하고.
개도 키우니까 걔들도 챙겨야 하고,
할아버지,,할머니.. 아들.. 여튼 대가족 살림이었습니다.
오래된 옛집이라.. 수도시설,,주방시설.. 진짜 열악했어요.
어른들이 계시니. 해마다 장담그고, 김장하고.. 도시에서 살았지만. 완전 시골살이처럼
살았네요.
명절에는 준비해야 할것도 많고,, 손님도 많이오고,,
진짜. 명절이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그나마 견딜수있었던건 중학교들어갈무렵부터 라디오를 들으면서
좋은 음악들에 위안을 많이 받았거든요.
중고딩 사춘기무렵에는 친구들과 놀고싶기도 한데..
그럴수가 없었어요.
어른들 밥차려드리고. 살림해야해서.. 학교땡하면 집으로 가야했죠.
집,학교,시장... 이것말고는 다른생활이 없었어요.

그러니.. 제가 어땠을까요?
살고싶은날보다 죽고싶은날이 넘 많았어요. ㅠ.ㅠ
고등학교때는 주부습진도 심해서 병원치료도 오래 받았었어요.
아직도 그 주부습진 이 저의 평생 고질병이 되어 있습니다.
스무살에 사회생활과 더불어 독립하면서 너무 행복해서 며칠 잠도 못잤어요.

그런 저..
서른에 남편과 결혼할 즈음.. 결혼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휴.. 다시 삼시세끼 밥차려야 한다 싶으니..
어느 순간은 결혼하기도 싫은거에요.

  참 우습죠.
남편은 아직도 모르지만.. 절친동생이랑 수다하면서 ..
그런얘기하면서 한참 웃으면서도 공감하고 그랬네요.

지금이야 애셋엄마가 되었으니 꼼짝없이 주방에 묶여있지만..
아직도 완전 극복이 안된것 같아요.

정말 미치도록 밥하기 싫은날도 있거든요.

그래도.. 엄마가 해주는건 다 맛있다는 우리 아가들이 있어..
힘을 내봐야 겠어요.
IP : 119.64.xxx.143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겨울날
    '09.12.15 8:24 PM (125.149.xxx.30)

    정말 장하세요.

    대단하세요.

    글로 봤을 때는 굉장히 따듯하고 긍정적인 분 같으세요.

    잘 이겨내시고 멋진 분 되셨군요.

    저도 잘 이겨내고 좋은 사람되어야 할 텐데요.

  • 2. 어린나이에
    '09.12.15 8:29 PM (125.178.xxx.192)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봉순이언니가 생각나네요.

    저는 원글님과는 댈것도 안되지만.. 약간 있어요.
    엄마가 일하셔서 열살때부터 귀가하는 아버지 밥상을 차렸는데
    그게 너무 싫은거에요.
    듣기싫은 잔소리까지 꼭 포함해서요.
    반찬투정이나 기타등등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가 속이 없으신거죠.
    열살 딸내미한테.

    그래서 지금도 밥차리는거 엄청 싫어해서요.
    토일은 무조건 외식하거나 남편보구 해달라해요.
    다행 좋은남자만나 편하게 살구있구요.

    저는 밥차리는것만으로도 그런데
    그 어린나이에 오만가지 일 다 하셨을 원글님 생각하니
    눈물날라 그래요.

    앞으로는 내내 행복하시길 바래요.
    그리고 밥도 주말엔 하지마세요.

  • 3. 토닥토닥..
    '09.12.15 8:33 PM (211.213.xxx.233)

    밥하기 싫은 날은 하루쯤 외식으로 해결하세요.
    아이들 하루쯤 밖에 음식먹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어린 나이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생각만해도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이제부터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실거예요.

  • 4. ```
    '09.12.15 8:36 PM (203.234.xxx.203)

    선생님 나빠요.
    그 어린것을 그렇게 부리다니...

    요즘은 과잉섭취가 문제니 원글님 힘드실 땐 살짝 손 놓으시고 대충 드세요.
    아이를 셋이나 낳으신 걸 보면 책임감도 많으실텐데
    그런 날이 얼마나 자주겠어요?^^

  • 5. 아유
    '09.12.15 8:42 PM (211.216.xxx.224)

    우리 시누이요.
    애가 둘인데 밥 하는걸 거의 못 본거 같아요.
    매일 시켜 먹어요. 그래도 우리 시매부 한번도 타박 안 하던걸요.
    물론 시매부가 순하고 좋은 사람이긴 합니다만...시켜만 먹어도 되요.
    시누이는 스스로 얘기 하던데요...음식은 정말 못하겠다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 뭐 어때요...아예 하기 싫어서 안 하는것도 아니고
    그런 아픔과 슬픔이 있다면 저라도 하기 싫겠어요. 맘 편하게 가지세요. 힘내세요.

  • 6. 세상에!!
    '09.12.15 8:46 PM (125.187.xxx.39)

    그 어린시절을 겪어낸 당신께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 7. ```
    '09.12.15 8:57 PM (203.234.xxx.203)

    원글님, 주부습진에 프로폴리스 좋아요.
    면역력을 높여주는데 습진도 치유되나 보더라구요.
    아이들과 같이 드시고 힘내세요.

  • 8. 사드세요~~
    '09.12.15 9:28 PM (125.131.xxx.199)

    원글님 남들보다 어린나이에 일찍부터 부엌에서 보낸 시간 많으시니 밥하기 싫은날은 사드세요.
    나이들면 젊은시절보다 좋은게 각자 지고가야할 삶의 무게만큼 살아갈수 있다는거죠.
    어둡고 힘든 과거를 잘 극복하셨으니 오늘날의 원글님의 가정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밥 사먹는게 불륜도 아니고 범죄도 아니고 트라우마의 고통을 느끼신다면 가볍게 사드시고 아이들에게 방긋 웃어주는 엄마가 되시길 바래요.

  • 9. 트라우마
    '09.12.15 9:47 PM (121.170.xxx.179)

    제가 가서 한끼차려 드리고 싶네요.

    전 엄마가 있었지만
    밥하는 걸 싫어했어요.
    그래서 늘 먹을 게 없었어요.
    전 울 애들 끼니 챙기는 걸 좀 병적으로 열심히 해요.

  • 10. 말콤X
    '09.12.15 11:14 PM (87.217.xxx.53)

    며칠 님을 위해 집안 일 해드리고
    맛있는 것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참 많이 훌륭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11. ,,,
    '09.12.16 4:00 AM (99.230.xxx.197)

    원글님, 토닥토닥~~
    근데 하루 3끼 밥상 차리는 것 좋아라하는 사람 아마 거의 없을걸요...
    저도 하루 3번 밥상 차리려면, 으~~
    가끔 외식도 하시고 라면도 끓여 드시고 하세요.
    화이팅!!!

  • 12. 1234
    '09.12.16 5:09 AM (24.215.xxx.78)

    밥상 까잇거 그냥 대충 하세요
    저는 하루 세끼는 무슨... 한끼나 제대로 먹을까..
    나머지는 아침에 빵과 쥬스에 사과 하나 또는 바나나 이렇게 먹구여
    점심은 대충 밥에 밑반찬 몇개
    저녁은 점심과 동일
    밥을 한.. 3~ 4일에 한번 정도 하는것 같아요
    남편요???
    안도와주면 전 그냥 혼자 먹어요 ^^
    냠냠냠.. 밥상 차리기 싫으면 먹지 말라죠 뭐, 누군 밥상 차리고 싶어서 차리나요? ^^
    그래도 울 신랑 암말도 안해요 넘 착하죠?
    밥상 같이 안차리고 뒷처리 안할거면 먹을 자격이 없다는게 저의 지론입니다.
    같이 하니까 밥상 차리는게 즐거워요 ~(가끔 귀찮지만..)

  • 13. 무슨
    '09.12.16 10:11 AM (222.107.xxx.148)

    무슨 트라우마씩이나 하고 들어와봤더니
    그럴만 하셨네요ㅜㅜ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사시는거죠?

  • 14. 눈물이 핑
    '09.12.16 10:27 AM (124.49.xxx.81)

    도는군요
    울 막내가 11세인데....그저 투정뿐인 아기일뿐인데...
    10세, 그나이에 , 연탄불 무서웠을거 같은데....시뻘건 윗탄을 꺼내야 아래에 넣지요...
    아빠가 하시는거 옆에서 지켜만 봐도 무서웠는데...불에 데일까봐...
    가슴이 아려요...전에 어느 여탈렌트의 어머니도 5살때 남의 집살이 갔다고 하더군요
    ....힘든일 겪으신분들은 다 잘되셨으면 좋겠어요

  • 15. 헉~~
    '09.12.16 10:44 AM (125.131.xxx.199)

    5살이 남의집살이?? 도당체 5살이 뭘 한데요??
    우유도 혼자 따라보겠다고 고집피우다 다 쏟는 수준인데..

  • 16. 설움에복받혀
    '09.12.16 10:58 AM (121.189.xxx.215)

    헉님~~ 5살도 남의집에 보내요...
    주인집식구들..갈비찜.. 실컷먹고난 기름양념에 밥멕이고요....
    주부습진엔 맨손으로 물만지는거 조심하시고
    고무장갑 속에 면장갑 꼭 끼시면 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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