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마종기

시 한편 조회수 : 446
작성일 : 2009-12-02 00:14:30
물빛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 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수 있다면

그 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 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셔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IP : 219.255.xxx.18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 아침에
    '09.12.2 12:22 AM (99.231.xxx.16)

    반가운 시인의 좋은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2. 아~
    '09.12.2 1:02 AM (210.105.xxx.217)

    제가 너무나 흠모하는 분이세요. ♥

    여고시절 마종기 시인의 첫시집에 깊은 감동을 받곤 했죠.

    정말 반갑습니다.

    몇해전 낭독의 발견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하신 적도 있었는데...

    당신이 쓰신 시를 더듬더듬 읽던 모습이 좀 서글펐던 기억이 새롭내요.

  • 3. 바퀴를 보면
    '09.12.2 8:40 AM (203.247.xxx.210)

    굴리고 싶게 하신
    마해송 아드님...

  • 4. 앗!
    '09.12.2 9:04 AM (211.196.xxx.141)

    82에사 마종기님 시를 보다니~^^
    나는 바퀴를 보면..은 황동규님 아닌가요?

  • 5. 마종기님의
    '09.12.2 9:43 AM (210.181.xxx.77)

    한잎의 여자'도 참 좋은데..
    오랫만에 좋은글 감사합니다.
    바퀴를 보면... 황동규님의 시 입니다.

  • 6. 이분
    '09.12.2 9:51 AM (203.170.xxx.66)

    의사지요?
    자기일갖고, 시도 쓰고..
    참 멋있어요

  • 7.
    '09.12.2 2:17 PM (98.110.xxx.111)

    이 분 글 참 잘 쓰시는데,
    읽고나면 가슴이 아련하다고나 할까요...
    힘든 가정사로..본인말고 가족.. 인해 마음 고생 심하게 한게 글에 비쳐져 짠하고요.
    행복하게 사셨으면 해요.

    미국서 하시던 의사일은 은퇴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 8. ...
    '09.12.2 6:25 PM (125.137.xxx.198)

    한잎의 여자는 오규원님의 시 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05513 영어 조기교육이 효과가 그렇게 좋나요 ? 20 조기교육 2009/12/02 1,897
505512 미친년 하나 추가 69 이상해 2009/12/02 11,273
505511 두껍아 두껍아 ...줄게. 노짱님 제발 돌려다오. 9 ㅠ.ㅠ 2009/12/02 547
505510 MB 외아들 시형씨, 한국타이어 퇴사 4 왜???? 2009/12/02 993
505509 진심으로 조언구합니다 3 이혼 2009/12/02 596
505508 어떻게 해야 지혜롭게 대처하는건가요.(시댁이야기) 14 도인 2009/12/02 1,673
505507 애슐* 매장에서요 2 ^^ 2009/12/02 701
505506 도종환님의 '담쟁이'를 아시나요 7 버스정류장에.. 2009/12/02 461
505505 세탁기, 설겆이, 욕실 물내려가는 소리... 3 야행성아지매.. 2009/12/02 1,187
505504 개념찬 기독교 사이트 부탁드립니다.. 30 궁금 2009/12/02 1,043
505503 PD수첩을 보고나니... 11 입만 열면 2009/12/02 1,110
505502 희망 수첩에 댓글 달면, 31 궁금해요. 2009/12/02 1,577
505501 생리 끝나고 일주일뒤에 또 생리를 하네요ㅠ.ㅠ 3 병인가요 2009/12/02 2,040
505500 7세아이와 뉴욕 가려는데... 18 조언부탁 2009/12/02 1,453
505499 아고라가 `철도파업` 토론으로 난리 났네요. 15 사랑 2009/12/02 778
505498 에@랜드..자유이용권..몇세부터 효용적일까요? 2 놀자 2009/12/02 329
505497 82님들..넘넘 멋있으십니다. 5 나도82 2009/12/02 977
505496 가스오븐 vs. 직화오븐.. 어떤 게 좋나요? 3 고민중 2009/12/02 1,076
505495 우리 공산당에서 살고있는거죠???????? 10 ........ 2009/12/02 797
505494 생모짜렐라 치즈....남은거...어떻게 보관하면 될까요? 3 생모짜렐라 2009/12/02 1,291
505493 자궁경부암인데 어느 병원이 괜찮을까요? 3 궁금맘 2009/12/02 1,056
505492 마종기 8 시 한편 2009/12/02 446
505491 스킨바를때요 화장솜으로 닦아 쓰시나요? 9 ^^ 2009/12/01 1,581
505490 12월 1일 주요일간지 민언련 일일 브리핑 1 세우실 2009/12/01 282
505489 몇달전부터 오른손이 자주 저린데요..병원가봐야겠죠?? 8 건강이최고 2009/12/01 752
505488 현직 철도 운전직이 쓴 철도공사 파업과 관련하여 60 2009/12/01 1,710
505487 제니칼도 살빠지나요? 10 제니칼 2009/12/01 1,880
505486 남편이 고맙고 안쓰럽네요.. 5 하이탑 2009/12/01 807
505485 거북이 키워 보신 분들 어떤가요? 6 ^^ 2009/12/01 630
505484 편강.^^ 1 2009/12/01 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