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남편 얼굴만 보면 웃음이 피식하고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습니다.
뭐 제가 결혼한 지 20년이 다 돼가는데 남편 얼굴이 예뻐서 그랬겠습니까?
이유는 따로 있지요.
남편이 주사가 살짝 있습니다.
심각한 건 아니구요, 술을 좀 많이 먹었다 싶으면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눈에 거슬리나봐요.
특히 택시 기사, 대리 기사, 현관문 등등...
택시 기사와는 먼 거리 돌아서 간다고 싸우고, 대리 기사와는 정해진 요금보다 더 받는다고 싸우고,
현관문은 번호키도 제대로 못누르면서 안 열린다고 뻥 차고
가끔 저한테도 문 안열어 준다고 성질 부리고....
며칠 전에도 술을 먹고는 혼자 집에 올라오기 싫다고 저를 불러내길래 나가서 데리고 들어오는 중이었어요.
저희집은 1층은 주차장인 빌라인데요, 3층 사시는 분이 차를 대서 계단 입구를 좀 막아놨더라구요.
그걸 보더니 남편이 발로 툭툭하고 그 차를 차는 거예요.
왜 계단 입구에다 차를 대냐고 평소에도 기분 나빴다고 하면서요.
제가 왜 남의 차를 건드리냐고 밀고 땡기고 하다가 술에 취해 몸을 비틀거리던 남편이 제 힘에 밀려
계단 옆 기둥에 정통으로 얼굴을 딱! 하고 박았습니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남편을 살펴보니 아픔에 어쩔 줄 몰라하더니만 피를 조금 뱉어냈어요.
저한테는 신경질 좀 부리더니 집에 올라와 보니 술이 조금 깨는지 괜찮다고 하더군요.
전 남편에게 고의가 아니었다고 계속 사과를 했구요.
자세히 보니 윗입술 안쪽에 상처가 나면서 슬슬 부어 오기 시작했어요.
남편 잘 때 보니까 한 쪽 입술이 심하게 부풀어 오르더라구요.
정말 미안한 마음에 괜히 이불도 덮어 주고 그 다음날 아침도 잘 챙겨 주고 했지요.
근데 이로부터 한 이삼일 지나니까 입술은 괜찮은데 눈두덩이가 부으면서 점점 초록색을 띄어가네요.
처음에는 놀라서 이걸 어쩌나 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초록색과 짙은 꽃분홍색이 점점 올라옵디다.
이젠 미안한 마음은 없고 어찌나 고소한지 남편 안볼때 저혼자 피식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고소해 죽겠습니다.
저 진정한 악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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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악처일까요?
고소해~ 조회수 : 422
작성일 : 2009-11-30 12:30:51
IP : 61.102.xxx.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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