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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챠네 이야기 : 아버지의 답장.
그래서 간만에 여러 가지 부탁과 함께 편지를 썼습니다.
잠깐 아버지 얘길 드려야겠는데,
사실 울 아버지는 아프리카에 계십니다. 저기 세렝게티 공원아시죠?
기린과 얼룩말이 뛰어놀고 킬리만자로에는 짐승의 썩은 고기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용필이형네 표범이 살고 있는 탄자니아의 영주권자세요.
어떻게 영주권을 받게 되었는지 설명하자면 무쟈게 길구요,
사건사고도 많았구요, 어머니는 아버지 못나가게 하실려구
아버지 지갑에서 비행기표랑 돈이랑 다 들고 가출(?)도 감행하셨었구요, ㅋㅋㅋ
여튼 아버지께서 한국에 들어와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간만에 부자지간의 정을 돈돈히 해볼려구
편지를 썼지요,
ㅇㅇㅇ 좌하
소자는 가족의 안녕을 도모하고자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고생하시는
아바마마(?)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프고 눈에는 눈물이 맺힙니다.
저를 이리로 보내시며 공항에서 헤어질 때,
떨구신 용루는 불초 소자의 가슴에서 강이 되어 언제나.......어쩌구저쩌구
머 이런, 쌍팔년도 국민학교에서 어버이날 강제 편지쓰기를 시켜도 이정도
치킨스킨은 아닐꺼야 하는 식으로다가 보냈습죠.
머...머랄까 막상 또 펜을 잡으니까 머슥하기도 하고
입도 잘 안떨어지고 그렇더라구요. ‘내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는
답장을 받기에는 좀 늦은 나이고, 그렇다고 아버지와 대작하며
같이 늙어가기에도 애중간한~~그런 상황이긴 했지만, 군대있을 때도
편지 한 장 제대로 써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더라구요.
사실 남자, 부자지간에서 젤 큰 덕목은
1. 목간통 같이 가기.(한 때 할아버지, 아버지, 형, 저 이렇게 3대가 같이 즐겨 간적이 있습니다. 그 포스는...상상 이상입니다. 배경음악 ‘스타워즈’ 쫙 깔리고. 남자들 동네에서는 S자 라인, 우윳빛깔 피부, 머 이런거는 신경도 안쓰고 그 무시무시하다는 등짝 캔버스에 그려진 용, 호랑이, 곰, 도끼, 달마도, 잉어, 붕어, 독수리, 전갈, 태극기 이런 것들.......3대 앞에서는 다 찌그러집니다. ㅋㅋㅋ )
2. 군대 갔을 때 편지 쓰기.
3. 임종은 반드시 지킬 것.
인 것 같은데요, 뭐.. 우리 집에선 말입니다. 형은 ‘신의 아들’인지라 2번 못했고
저는 ‘평민의 아들’인게 억울해서 2번을 ‘안했고’ ㅋㅋㅋ. (같은 아버지인데..ㅠㅠ)
그래도 나름 아버지께서 먼땅에서 고생하시는 이야기라던가
아니면 아들한테 하고싶은 얘기라던 가 이런 걸 기대하면서
아버지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드랬죠.
네, 맞습니다, 맞고요. 전형적인 갱상도 남자지요.
밥은? 아는? 자자. 요거 세마디로 40년을 버텨오신 분인데,
오죽하려구요. 그래도,...
그래도....
이거보단 좀 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디.해.라’
딱 네 글자. ㅠㅠ
(주) 원본의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부산사투리연구 MA 논문에 의하면
단디해라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디 ~ 하다 (= do동사 + completely)
표준어로 ''확실히'', ''분명히'', ''단단히''란 뜻.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상투적인 배려의 표시다.
부산/경남지역 20대 사이에 광역적으로 번져있는 관용구
예제)
◆ 이번 시험은 단디 봐라.
◆ 추운데 옷 단디 입고 나가라.
◆ 미꾸자꾸 단디 메고 학교 잘 다녀와 : 주로 노인분들이 애용
※ 동의어 :학시리, 츨즈히, 메메 [meme]
부산 사투리 분석 기타내용들: http://djent.kr/tc/32
1. ㅋㅋㅋㅋ
'09.11.29 12:37 AM (59.9.xxx.236)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우 쉬크하시고 쏘쿨하신 아버님이실듯 ㅋㅋㅋㅋㅋㅋㅋㅋ
2. ㅋㅋㅋㅋ
'09.11.29 12:38 AM (115.143.xxx.96)ㅋㅋㅋㅋ
3. ㅋㅋㅋ
'09.11.29 12:39 AM (110.11.xxx.108)단디해라! ㅋㅋㅋ
제 남편은 같은 갱상도라도 그 말 모릅디다....
제가 '~~ 잘 매조지고...' 이러니 멀뚱멀뚱... 외계어 하는 것 같다나...
현량켄챠님 참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 일면식 없는 이가 반가와서.. 히힛~
오늘 하루도 잘 매조지소소~~~ ㅋㅋ4. 아하하하
'09.11.29 12:39 AM (203.152.xxx.3)경상도에선 단디해라가 참 대단한 언어예요~~
아버님 멋지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5. ㅋㅋ
'09.11.29 12:42 AM (121.140.xxx.230)반가버요...많이 궁금했고 많이 기달렸어요...ㅋㅋㅋ
그 글 솜씨, 유머 감각은 여전하시군요.6. 홍선생
'09.11.29 12:42 AM (125.185.xxx.33)저는 울엄마가 쓰던 말 제딸에게 씁니다
누구야 ~쫌~
이말뜻 아실라나7. ㅎㅎㅎ
'09.11.29 1:04 AM (112.149.xxx.70)"쫌~~~~!!!"
최대 막강 함축의 언어.......
이말 한마디면,
갱상도 사람들은 알아서
다 찌그러 집니다.8. 현랑켄챠
'09.11.29 1:17 AM (123.243.xxx.5)ㅎㅎㅎ, 사투리 관련해선 에피소드가 많죠.
억양은 서울, 단어는 사투리, 서울가서 버스기사아저씨에게
'아저씨~~뒷문 좀 깨라주세요!' ㅋ ㅋㅋ
'ㅋ'님 세렝게티는 안부러워 하셔도 되요. 요즘은 집나가면 X 고생이람서요?
아버지도 살이 10kg이나 빠지셨대요. ㅠㅠ.9. 프리댄서
'09.11.29 1:19 AM (218.235.xxx.134)YS 어록에는 이런 표현도 있습죠. 애무부 장관(외무부 장관), 강간의 도시(관광의 도시).ㅋㅋ
(걍 문득 생각나서...^^)
전에 부산 갔을 때 터프한 말씨 때문에 깜놀해서 뒤 돌아봤더니 말씨의 주인공은 아주아주 이쁜 아가씨들. 와... 그 부산 사투리의 포스라니.^^ 영화 <정글주스>에서 갈매기파 언니들도 그 포스를 단디 보여주더만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경상도 사투리의 최강 포스는 영화 <똥개> 속 대사.
엄지원이 다방에서 일하는 친구랑 친구 스쿠터를 타고 논둑길을 달리면서 정우성에 대해 말하던 중 "아(정우성)가 쫌 이상하다."라고 하자, 다방 친구가 다짜고짜마로 왈.
왜, 벵(병) 씹어 묵드나?
저 한마디에 정신이 단디 들면서 고마 뒤집어지비데요.10. 프리댄서
'09.11.29 1:21 AM (218.235.xxx.134)오타 '다짜고짜마로'-> 다짜고짜로.
그리고 '왜'가 아니라 '와'였음.
와, 벵 씹어 묵드나?11. ㅎㅎ
'09.11.29 1:21 AM (24.1.xxx.139)뒷문 좀 깨라주세요ㅎㅎㅎㅎㅎ
억양은 서울,단어는 사투리하니까 생각나는게 있어서리-
"친구야-손 짤리면 위에 있는 거 내려줄래??"
거기에 있던 친구들 다 눈 꿈뻑꿈뻑 뜨면서 손을 왜 잘라??ㅠ
켄챠님의 위트있는 글 오랜만에 읽으니 참 좋네요^^
건강하게 잘 귀국하세요^^12. 어머?
'09.11.29 1:39 AM (110.14.xxx.184)컴백하셨군요. 반가워요 ^^
또 재밌는 얘기 많이 들을 수 있겠네요~13. 울부부둘다
'09.11.29 1:42 AM (125.177.xxx.79)갱상도라서,,ㅋㅋ
맨날 ,,,
단디~해라,,를 입에 달고살아요 ㅋㅋ
뒷문 좀 깨라주세요ㅎㅎ
다꽝 쫌 썽글어주세요 ㅎㅎ
켄챠님^^ 그곳은 날씨가 어떤가요,,^^14. 절밥
'09.11.29 1:42 AM (118.223.xxx.203)옛날에 버스 기사한테 "아이씨 제 좀 널짜 주이소!" 하면서 댕겼던 기억 나네요..ㅋ
15. 프리댄서
'09.11.29 1:45 AM (218.235.xxx.134)뒷문 좀 깨라주세요... 아이씨 제 좀 널짜 주세요..의 의미를 대충 때려잡아 파악하고 있습니다만,
들으면 들을수록 정감 있네요. 경상도 사투리.^^16. 절밥
'09.11.29 2:00 AM (118.223.xxx.203)고딩 동기넘이 서울로 대학 와서 학교에서 실험하다가 급한 나머지 튀어나온 말이 "야! 빨리 따꿍 도!" (비이커 뚜껑..ㅋ).
17. 절밥
'09.11.29 2:01 AM (118.223.xxx.203)깨라 주이소= 열어 주세요, 널짜 주이소= 떨어뜨려 주세요 ㅋ
18. 수구리 ㅋㅋ
'09.11.29 2:09 AM (125.177.xxx.79)피겨대회에 일본선수 중에 수구리 라는 여자선수가 있길래..남편하고 웃었어요 ㅋㅋ
수구리,,선수가 막 숙이면서 피겨를 하니까,,ㅋㅋ
수구리 이말이 숙여라 는 뜻이거든요 ㅋㅋ19. 잘은 모르지만..
'09.11.29 3:29 AM (222.238.xxx.158)아버님이 참 멋있으신것 같아요.
그리고 경상도 사투리 하니까 강산에의 '와그라노' 라는 노래가 생각나는군요.
그노래 첨 들었을때 참 신기하더만요.....경상도 사투리로 노래한 최초의 가요일걸요.
참 독특하고 실험적인 가수라고 생각했죠.20. 현랑켄챠
'09.11.29 8:31 AM (123.243.xxx.5)ㅋ ㅋ 너무 웃겨요...따꿍!.ㅋㅋㅋ....
'울부부둘다'님...여기 날씨는 무쟈게 덥답니다.
내사마, 더버서 잠도 제대로 몬 자고 이래 일찍(?) 일어나가
이카고 있다 아입니까..ㅋㅋ21. 카후나
'09.11.29 8:42 AM (122.35.xxx.37)켄챠님:
귀국하시면 82번개 하셔야죠?
추진위원장 지명해서 슬슬 준비 시작하세요.. 출장있으면 미리 비켜놓으려구요^^22. 현랑켄챠
'09.11.29 9:09 AM (123.243.xxx.5)카후나님,
어이쿠, 참으셔요. 이러다가 진짜 일커지겠네요. ㅎㅎㅎ23. .
'09.11.29 9:37 AM (203.229.xxx.234)벙개는 당근 있는거 아닌가요? 영등포라고 하셨지요?
24. 굳세어라
'09.11.29 10:14 AM (116.37.xxx.188)재미있네요.. 진짜로 그리 쓰셨단 말씀인가요.. ㅋㅋ 그런데 울 도련님은 경상도 토박이인데 종자가 다른가 징하게 말 많아요. 투박하고 억세고.. 어떤땐 무섭기까지 해요.
25. ㅋㅋㅋ
'09.11.29 10:57 AM (211.196.xxx.141)영등포 아니구 영동시장 이요..
억만씨도 함께...ㅋㅋ
전에도 말했지만 친구 아들이 학교서 다쳤다고 연락 왔어요
친구랑 저는 춘천에 잇었고..
친구가 남편에게 전화해서는...
"** 손가락 다쳤대.. 병원 가서 기워야 한대"
기워.. 기워..기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26. ㅍㅎㅎ
'09.11.29 11:05 AM (220.88.xxx.254)경상도 사람 아닌데도 눈물나게 웃었네요...
댓글들이 너무 재미있어요.27. 하하하
'09.11.29 11:45 AM (96.49.xxx.112)아, 저도 혼자 막 깔깔대고 웃었네요.
깨라주세요, 널짜주이소..가 뭐야...하다가 중간에 해석도 보고,
따꿍에서 막 넘어가다가 위위에 '기워...'에서 아주 그냥 숨 넘어가는 줄..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핳
저는 친정아빠가 경상도였음에도 평소에 가족들과는 서울말을 쓰셨기 때문에
경상도 억양이 익숙하긴 하지만 사투리는 많이 몰라요.
그런데 정말 너무 귀여워요^^
배워서 막 쓰고 싶어요.28. 저도
'09.11.29 11:49 AM (218.238.xxx.38)갱상도인데요...경기권에서 산지 9년쨰인데...쓰던사람들은 걍 잘 씁니다..
남편은 서울인데요..아이하고 아빠한테...입에 달고사는말..
메메해라~단디해라~
봉다리~비루(비닐)~빼다지(서랍)~자주 쓰니 다 알아듣습니다..
저는 뭐랄까...표준말 뭐 이런거 떠나서요...그 말들이 너무너무 정감이있어서..
잊을까싶어(여기에는 고향그리워..라는 개념도 있겠지요?) 자주자주
꺼내줍니다...그런데요...저랑 제 갱상도 이웃몇..다 그렇게 서로서로 씁니다...ㅎㅎ29. 빠제기
'09.11.29 12:21 PM (63.166.xxx.215)울 시어머니는 '빠제기"라고 하시는데......
비루 봉다리는 신식말입니다 ㅎㅎㅎㅎ
신혼때 어른들 말씀은 조카가 통역을 해줬어요.
조카 없었으면 부엌일 못했을 거예요.30. 절밥
'09.11.29 12:39 PM (118.223.xxx.203)저 위에 "수구리"라는 말이 나온 김에 우짜고 하는 얘기 하나 할게요...
보리문디 그 것도 깡촌에 살던 넘이 군대 가서 훈련 중에 던진 수류탄이 미끌어져 바로 옆에 떨어지자 급한 김데 주위에 있는 분대원들에게 외쳤습니다. "수구리!!!!".... 결국 혼자만 살아 남았다는 야그....31. ㅋㅋㅋ
'09.11.29 3:02 PM (110.11.xxx.176)전에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말인데요~
약간 나이드신 분들이 단체로 어디를 가느라고 열차를 탔는데
그 같은칸에 다른 팀들이 좀 목소리가 컸었나봐요.
그래서 서로 간에 말은 못하고 싫은 눈치만 주고 있었는데...
그 쪽 사람들이 이 쪽을 보면서 어디서 왔는지 자기들끼리 뭐라 말들이 있었던 가 보더군요.
그러던 중에...아무리 안 좋은 눈치를 줘도 소용없이 하도 시끄럽게 떠들어대서
참다 못해 어느 한 분이 그 쪽으로 가셔설랑... 투박스러운 오리지날 경상도 억양으로...
'아이구마 시끄러버서... 이카이 말카 너거 카이가~'
이렇게 한 마디해 주고 자리로 돌아갔다는데...
그 뒤에선... 그 봐 내 말이 맞잖아` 저 사람들 일본사람들이잖아~ ㅎㅎㅎ32. 근데
'09.11.29 4:05 PM (123.215.xxx.22)'깁다'는 표준말 아닌가요?
일반적으로 꿰매다를 쓸 자리에 깁다를 잘못 쓴 것이지 사투리는 아닌데요.33. ㅎ
'09.11.29 6:26 PM (113.10.xxx.103)어렸을 때 부산에 조금 살긴했지만 잘 모르겠네요. 근데 웃겨요.
제가 아는 건
경상도에서 서울로 전학온 애가 짝궁이랑 창문을 닦는 중
서울: 여기 얼룩있다.
전학: 문때뿌까? (문질러서 없앨까?)
서울: 문때면 선생님한테 혼나.
경상도 남자 5명이 촌스런 미팅을 나가서 웨이터에게
"여기 마카 다 커피 주이소." (전부 다 커피요.)
웨이터: 마카다 커피는 없습니다.34. 크크...
'09.11.29 8:10 PM (218.232.xxx.175)단디해라.
전라도 토박이인 저는 경상도 사투리 들으면 왠지 딴나라 언어같아요.
우리 동네 사투리 한토막이 생각납니다.
하드 한개를 둘이서 사이 좋게 나눠 먹던 친구 중 한녀석이 그럽니다.
"목구녁이 쎤허니 겁나게 조타잉."
켄챠님 글을 보니 눈구녁이 쎤합니다.35. 맨토끼
'09.11.29 8:38 PM (112.147.xxx.252)서울사람이 경상도 사람에게 물었어요 "경상도에서는 토끼를 뭐라고 하니" 그랬더니 경상도 사사람이 "맨(똑같이) 토끼라고 하지" 그랬더니..서울사람이 "아 ! 경상도에서는 토끼를 맨토끼라고 하는구나" 라고 했다는 전설이..있답니다..
36. 배꼽이...
'09.11.29 11:18 PM (125.178.xxx.88)40년도 넘게 서울 사시면서도 경상도 사투리 무지막지하게 쓰시는 친정부모님이 계셔서
글 재밌게 읽었어요.
댓글들이 넘 재밌어서 배꼽이 들락날락 해요.
문때뿌까 ㅋㅋㅋㅋ 마카다 커피 ㅋㅋㅋ 맨토끼 ㅋㅋㅋ
정말 재밌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