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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된장, 그리고 시어머니
최근엔 남편이 알아서 막아주는 편이라 좀 마음이 편했네요.
그렇다고 영 요구가 없었던 건 아니고 1000만원 해 달라면 500 해 드리고 200 해 달라면 100 해주고
그런 식으로 막기도 하고 딱 잡아떼고 안 해 주기도 하고 했었답니다. 남편이...
그런데 일요일에 시어머니 전화를 받고나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돈 달라는 게 아니니 당당히 저한테로 전화를 하신 모양인데
‘너희 추석에 올 때 차 가져오지?’ 하시더니 ‘니집 된장, 고추장 맛있던데 그거 좀 퍼 와라.’ 하시네요.
전화를 끊고 나니 열이 뻗쳐 미치겠는데 신랑한테 말하니 너무 쪽 팔려서 그러는지 별 말 없이 그냥 잡니다.
하루 이틀 생각을 정리해 볼래도 잘 안 되서 글 씁니다.
저희 시어머니 무남독녀 외동딸에 직장생활 같은 거 한 번도 안 해 보고 20에 저희 남편 낳았답니다.
그렇다고 연세가 높은 진짜 할머니냐면 제가 시집 갈 때는 50대 이제 겨우 62세입니다.
매사에 다른 사람의 기분이나 경우에 대한 배려 같은 건 아예 없습니다.
뭐든지 자기 맘대로 하시고 안 따르면 누구에게나 독설 퍼붓고...
참 견디기 힘들었는데 살아 온 환경이 그래서 저런데 이제 와서 내가 고치겠나 어쩌겠나
그냥 체념하고 삽니다.
저희가 사정이 있어 친정에 들어 와 살게 되었는데 집이며 차며 친정 덕을 많이 봤습니다. 그해 추석 무렵에 남편이 자기 어머니한테 자랑을 했답니다.
우리 장모님 장독이 베란다 그득 있고 장맛이 장난이 아니라고...
시어머님이 하도 부러워하시기에 추석에 서울 가면서 정성스레 된장 한 통 싸고
소를 그득 넣은 맛있는 왕송편도 일부러 좋은 쌀로 맞추어 가져갔습니다.
우리 어머니 받으시더니 ‘야 무슨 송편이 이래 촌스레 커다랗냐? 아이고 니동네에선 이렇게 해 먹냐? ’
아마도 노란색 거피팥소 넣은 왕송편을 처음 보신 모양이더군요. 그냥 웃고 말았죠 뭐
그거 펼친 채로 그냥 냉장고에 넣더니 딱딱하다고 타박하시고 된장은 잘 받았다 고맙다 말도 없으십니다.
친정 엄마 보기 미안해서 돌아오는 길에 시어머니가 주시더라 하고 홍삼 사다 드렸습니다.
다음해 추석이 다가오는데 느닷없이 시어머니가 된장 말고 메주를 달랍니다.
‘니 어머니 메주 하셨지? 된장은 필요 없고 메주만 주면 내가 담아 먹을란다.’
친정어머니가 유달리 장 담그는 데 집착 하시는 분이라 중간에 말 전하면서 엄청 신경 썼습니다만 그래도 엄마는 자기가 담근 된장이 맛없다고 그러는 모양 이라고 자존심 상해하시더군요.
좌우간 엄마를 달래서 메주로 가져다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곰팡이가 피니 어쩌니 말이 많으시더니 답례는 입 싹 닦으십니다.
엄마 마음도 달랠 겸 메주값 주시더라고 두툼한 봉투 만들어 드렸습니다.
해마다 휴가가 되면 서울로 가서 시누들 까지 다 모시고(?) 대접하고 용돈 드리고 오는데
금년엔 제가 괜히 마음이 그렇더군요.
아들이 처가살이를 하니 아들 집에도 한 번 못 와보는 게 마음에 걸려서 친정엄마는 잠시 오빠 집에 가시라 하고 시어른들을 초대 했습니다.
당연히 시누가족들도 와서 저희 차 두 대로 거제도 펜션으로 놀러도 다녀오고 좋았습니다.
제 남편이 좋아하니 저도 기뻤구요.
근데 그 때 제가 병원에 다니느라 집을 비울 때가 잠깐씩 있었는데 부엌, 안방 다 들어 와 보시고 - 증거를 꼭 남기시더만...- 고추장을 퍼 가셨답니다.
전 몰랐습니다. 엄마가 살림을 해 주셔서 어느 게 고추장 독인지도 모릅니다.
조금 퍼 왔는데 맛이 참 좋더라며 이번에 서울 올 때 더 가져오라 하시는데...
짜증이 불같이 일어 미치겠습니다.
도데체 나이가 스무살 가까이 많은 사돈을 뭘로 보고 사돈 장단지에서 된장 고추장 퍼 오라고 시키시는지?
황당해 죽겠습니다.
저희 친정엄마도 만만찮은 분이라 저하고 같이 살면서도 오로지 아들 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제집에서 장 담그고 김치 해서 오빠네 퍼다 주는 꼴 그다지 보기 안 좋아서 엄마하고 다툰 적도 있구요.
그런 상황에서 엄마한테 장 달라 그러기 정말 싫습니다.
우리 시어머니 가까이 사는 시집 간 딸집엔 일주일에 몇 번씩 들러서 애도 봐주고 반찬도 해다 주시곤 하면서
맞벌이 하느라 허덕이는 저희 집엔 밑반찬 한 번 안 해 주시면서 왜 저러시는지
딱 잘라 거절을 하고 싶은데 그러면 애초에 자기 처신이 잘 못 됐다는 생각 없이 저한테만 모진소리 하실텐데 며칠 생각해도 답이 없네요.
지혜를 빌려 주세요.
1. ..
'09.9.23 3:00 PM (202.136.xxx.248)우리 어머니가 평소에 <사돈이 준 음식은 저울로 달아서 먹고 꼭 그 만큼은 해드려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인데... 쩝.. 힘든 상황이시네요
2. 이런이런...
'09.9.23 3:03 PM (203.232.xxx.45)베란다로 빗물이 들이쳐서 그만...
어머니, 요새 저희도 사다 먹어요.
그렇게 하세요.
원글님, 홧팅!3. 마트에서
'09.9.23 3:12 PM (203.248.xxx.3)고추장 한통 사다 드리세요.. 맛있는거라 사왔다 하시구
경우없는 사람에겐 경우있게 할 필요없는거 아닐까요..
정말 웃기는 시월드의 개념입니다.4. 음...
'09.9.23 3:25 PM (211.210.xxx.62)저도 인터넷으로 한통 주문해 드리심이 좋을듯 싶어요.
집에는 장을 조금씩만 두고 드시고요.
뭐 시댁이랑 나눠 드셔도 좋긴 하겠지만
저리 하시면 드릴 필요 없죠.5. 시애미
'09.9.23 3:25 PM (220.76.xxx.163)정말 놀랍습니다..
이런 무개념인 사람이 있다는게....
혹시.....
미친것아닐까요?....6. 헉헉
'09.9.23 3:32 PM (218.144.xxx.145)하고 갑니다...
세상에 어디 사돈 어려운줄 모르고 쯔쯔쯔
몰라도 넘 모르신다.
그게 다 아들 체신 깍는 일인줄 ...7. 봉여사
'09.9.23 3:43 PM (125.248.xxx.74)위에 점 세 개...님 댓글을 읽으니 기분이 울컥하네요. 친정에도 못할짓하고 산다???
짧은 글 하나 읽고 저렇게 단정을 하시니 좀 무섭습니다.
저희가 사정이 있어 친정에 들어 와 살게 되었다고 간단히 말씀 드렸는데 그게 좀 사연이 깁니다.
돌아 가신 아버지가 건강이 점점 안 좋아지셔서 노인네 두 분만 살 수가 없게 되었답니다.
저희가 4남매인데 아들은 하나뿐이고 제가 막내인데 다들 다른 도시에 살고 저랑 제남편 직장만 이곳이라 할 수 없이 들어 와 살게 되었습니다.
친정 덕 보러 들어 와 산 것도 아니고 상황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들어왔는데 그게 못할짓이라니 참 당황스럽습니다.8. 맏며느리
'09.9.23 4:15 PM (118.218.xxx.54)저희 시어머니도 경우없기론 둘째 가라면 서럽습니다. 결혼하고 임신하고 명절 때 뭘 보내도 친정에 전화 한 통 없더니 친정에서 보낸 한과를 먹어 본 사람이 주문해달라고 하니 친정에 전화하셨답니다. 주문 좀 할 수 있냐고. 그 뒤로 저희 엄마 본 데 없는 집이라고 무시합니다.
9. 사돈끼리
'09.9.23 4:19 PM (125.176.xxx.213)음식 오가는 건 참 보기 좋은데, 이렇게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퍼주는 건 좀 그러네요..
저희 친정은 농사를 지어서 1년에 한번씩 저희 시집에 쌀을 보내세요..
저희 시집은 바닷가여서 생선을 그득하게 보내주시고요..
이렇게 왕래하시는게 아니시라면...다른 댓글님들 말씀처럼 그냥 사서 가져가시고, 된장,고추장 다 먹어서 없다 그러시는 게 낫겠네요..10. 핑계
'09.9.23 5:12 PM (211.106.xxx.136)올해 비가 들이쳐서 메주가 잘못되어 장 담그는 거 망쳐서 사다먹기로 했다고 하세요.
친정엄마도 연세가 있어서 매년 장 담그기 힘들어하셔서 사다드시기로 했다고 하시거나요.
상대방에서 자진해서 주는 것에도 부담 느끼고 그 만큼 보답하는 걸 예의로 아는 터에
대놓고 뭐 가져와라 바라고 하는 건 정말 아닌 거 같아요.
딱! 잘라 끊으세요.11. 가져가지마세요...
'09.9.23 5:56 PM (124.49.xxx.221)한번가져가면 당연한줄 알고 담에 또 가져오라고 하십니다...
님 집에 있는거는 다떨어졌다고 하시고...
친정도 조금밖에 없다고 하세요...
저희 친정이 시골이라...가끔 시골에서 머 가져가면...
당연한 건 줄 알고 담에 친정가면 머가져오나 기다리십니다...
고맙다고 전화한번한적없구요...
첨에 길을 잘 들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