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경기고
-서울대 상과대 경제학과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8회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대통령 비서실 정책기획 수석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한미FTA체결 지원회 위원장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부총리직을 그만두고 청와대로부터 권오규씨가 부총리 자리에 새로 왔다. 프로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한 부총리는 우리나라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최고의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한 부총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던 사람의 하나로 한 부총리가 지난해 3월 부총리에 임명됐을 때 대단히 큰 기대를 가졌었다. 한 부총리는 그야말로 철저한 개방주의, 시장주의, 자유주의 경제를 철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아니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확실히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 부총리가 상공부(현 산업자원부) 시절 자동차와 전자, 조선, 제철 등 국내 제조업의 수많은 규제들을 푸는데 기여하면서 우리나라가 현재처럼 제조업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발판을 마련했던 것처럼 말이다. 특히 내수 산업으로만 머무르고 있는 은행과 보험, 카드, 투신 등 금융업 분야를 국제적인 수출 산업으로 뒤바꿔 놓을 수 있는 유일한 행정 관료라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1년 반의 부총리 재임 기간은 너무 짧았다. 그나마 한 부총리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한미FTA도 거센 풍파를 맞고 있다. FTA 자체가 물 건너갈 가능성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 관련 정책은 단 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부의 통화 정책이 실제 경기에 반영되면서 소비자가 체감 경기로까지 느끼려면 적어도 1년에서 길게는 7, 8년까지의 기간이 필요하다. 사실 지금 현재 나타나는 경제 현상만 갖고 경제 수장의 능력과 업적을 평가하는 것은 절대 무리다. 한 부총리 재임 시절 재정경제부가 내놓은 부동산 종합 대책이라든지 과세 개혁 방안 등도 지금은 강남과 목동 집값이 계속 치솟고 부자고 서민이고 할 것없이 낼 세금 많아졌다고 아우성쳐도 이것이 5년 후면.. '아, 그 때 시작했던 정책 때문에 이렇게 편해졌구나'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한 부총리의 임기 이후 후속 부총리들이 FTA와 같은 대표적인 개방화 정책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한 부총리가 처음 임명됐을 때 다소 의아한 점도 있었다. 경제 관련 부처에서의 실무 경험이 부족할 뿐 아니라 현 정권의 코드와는 너무나도 안 맞아 보이는 인사였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혐오하는 집단,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면서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집단은 다음과 같다.
미국, 서울대학교, 삼성전자, 조선일보, 경기고등학교, 강남, 타워팰리스, 외국어고등학교, 엘리트,...
한 부총리의 경우 현 정권이 혐오할만한 위의 조건들을 대부분 갖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이끌어가는 수장으로 전격 발탁이 된 것은 정권의 색깔에 관계없이 발휘되는 '그의 능력' 때문이다. 한 부총리는 내가 보기에 '데리고 있으면 내가 정말 편한 부하'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탁월한 논리력과 업무 처리 능력, 그리고 설득력은 그의 상관들의 흔들리지 않을 듯한 마음을 움직이고도 남는다. 그러나 누구처럼 말발만 탁월한 세치 혀를 가진 것이 아니라 풍부한 지식과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설득력을 지녔다. 상공부 수송 과장 시절 세 명의 장관을 설득해 결국 자동차 관련법 규제를 하나로 통합해 버린 일화는 산업자원부 내에서는 전설로 남아 있다. 결국 이런 그의 능력은 노무현 정권조차도 요직에 부르지 않을 수 없는 충동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런 인사는 1년 반 동안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한 부총리가 추진한 부동산 정책은 내게는 이번 정권의 '강남 혐오증'을 대변해 준 정책 정도로밖에는 비쳐지지 않았다. 세금 폭탄을 수단으로 한 이같은 정책은 적어도 지금까진는 서민들이나 샐러리맨들로 하여금 아예 강남 진입을 원천 봉쇄해버리는 효과를 만들어내는데 그쳤다. 강남 사람들의 기득권을 재확인시켜주고 강남과 다른 지역 사이에 쌓여져 있는 '벽'의 높이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재경부는 기본적으로 많이많이 '찍어내서' 많이많이 '뿌릴수록' 소비자는 덕을 본다는 기본적인 경제 원리를 간과했다.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쉽게 말하면 많이많이 높이높이 지어서 널리 뿌리면 된다. 사람은 욕심으로 가득한 동물인데 더 나은 것을 소유하고 더 나은 곳에서 살고 싶은 욕구 자체를 없애버릴 수는 없다. 한정된 주택 공급량 내에서 세금으로, 규제로 묶고 가둔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내리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나는 한 부총리가 부동산 정책 초기에는 세금 폭탄을 사용하면서 점차 공급과 재건축 카드를 사용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공급 카드는 꺼내기도 전에 부총리 직을 그만둬야 했다.
아쉽지만 한 부총리는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직 한 부총리에 대한 기대는 저버리지 않았다. 다음 정권 쯤에서 다시 한 번 경제 요직에 기용될 것으로 믿는다. 그 때에는 부디 좀 더 안정되고 여유있는 기간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정 관료직은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말 중요한 자리이다. 내 학교 후배라고 해서, 내 지역 출신이라고 해서, 내 인척이라고 해서, 나랑 생각이 같다고 해서 뚝딱 '너 해라'고 시키는 그런 자리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개인이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경쟁력만 갖추고 있다면 그 개인이 내 학교 후배, 같은 지역 출신, 인척이라고 해도 눈치 보지 않고 시킬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덕수 부총리는 학연, 지연을 초월해 기용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다시 한 번 그의 중용을 기대해 본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 사퇴를 지켜보며(참여정부때 글)
rhl 조회수 : 305
작성일 : 2009-09-21 21:30:49
IP : 121.165.xxx.20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