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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 때문에.. 잉...ㅠㅠ

이든이맘 조회수 : 1,684
작성일 : 2009-09-19 02:43:52
저희 친정아버지께서 곧 환갑이세요..
퇴직이 이제 3년정도 남으셨는데..
요즘 직장에서 아랫사람들한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힘이 하나도 없으시더라구요..
경기 불황으로 월급도 대폭 삭감됐다 하시기에 맘이 많이 안좋았어요..

작년에 평생의 로망으로 삼으셨던 외제차도 큰맘 먹고 사셨는데..  
몇달 타보지도 않으시고 기름값 대기 힘들다고 팔았다고 하시면서..지금껏 뚜벅이 신세셔요..
매일 왕복 2시간 거리를 버스로 출퇴근 하시네요..
옷도.. 제가 스무살 때 봤던 그 옷.. 계속 입고 다니시구요..
직장생활 하시면서 시민운동을 하셔서.. 평생 큰 돈도 못 만져보셨어요..
돈만 생기면 여기저기 기부하시고.. 책 펴내시고..
아빠 지갑에 만원짜리 있는걸 본 기억이 몇번 없네요..
다른 아빠들처럼 술을 드시는 것도 아니고.. 술값 대신 책!! 이라고 하시는 분입니다...

제 결혼도 엄청나게 반대하셨거든요..
남편이 시부모님도 다 안계시고.. 집안도 내새울게 없고.. 학벌까지 저랑 너무 많이 차이가 나서..
사윗감이라고 데리고 온 놈.. 성에 안차셨을거에요.. 저한테 엄청 기대를 많이 하셨기 때문에..

제가 결혼 2주정도 앞두고.. 남편이랑 크게 싸우고 나서.. 결혼 하기 싫다고 했을 때..
혼내기보다는 해맑게 웃으면서(^^;) 너무 좋아하시던 우리 아빠..^^;;;;;
얼마나 사위가 맘에 안들면.. 결혼식 내내 눈 감고.. 쳐다도 안보시더랍니다..ㅡ_ㅡ;;;
결혼 하고도 친정에 가면.. 식사만 겨우 같이 하시고 안방에 들어가셔서 안나오시구요...

곧 저희 신랑 생일인데요.. 결혼하고 2번째 생일이거든요..
어제 갑자기 저를 찾아오셔서.. 봉투 하나를 주시네요..
"ㅁㅁ이 생일이 다음주지?" 하시면서요.. (*서방~ 안하시고 ㅁㅁ야!! 하세요.. 그냥 편하게^^;;)
이게 뭐냐고.. 열어보니까
현금 100만원이네요...

저희 신랑이 두달 전까지 직장에서 급여가 재때 안나와서..ㅠㅠ 좀 힘들었거든요..
제가 같이 번다고 해도.. 아무래도 가장이 못 벌면.. 휘청 하잖아요..
참 안쓰러워 보이셨나봐요..

생일이니까 보약 좋은 걸로 지어서 먹이고..
남은 돈은 지갑에 용돈 넉넉히 넣어주라고..
지나가다 봤는데 그 녀석 너무 말랐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아빠가 줬다고 하지 말라고.. 하시구요..

지금 아빠한테 100만원이면 엄청나게 큰 돈일텐데..
사위의 처진 어깨가 맘에 걸리셨었나봐요..

손주 주려고 길거리에서 샀다는 만원짜리 춤추는 인형까지 손에 쥐어주고..
또 버스타고 집에 가신 우리 아빠...ㅠㅠ

얼마 전 아빠 생신때는 우리 형편이 안 좋다고 슬쩍 넘어갔는데..(불효녀 맞습니다..ㅠㅠ)
이번 추석 때 좋아하시는 맛난 음식들도 사다 드리고..
재롱 좀 실컷 떨면서 기분 풀어드려야 겠어요...
IP : 124.63.xxx.17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국민학생
    '09.9.19 2:46 AM (124.49.xxx.132)

    아.. 눈에서 액체가 흐르네요.. 아버님 건강하시길 바래요.

  • 2. ...
    '09.9.19 2:55 AM (98.166.xxx.186)

    아버지,,,,가 그립습니다,,,ㅠㅠ

  • 3. 막내딸
    '09.9.19 3:02 AM (121.138.xxx.16)

    저도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철이 들어서일까요.
    직장에서 일하다가 집에서 밥하다가도
    문득문득 친정 엄마 생각에 마음이 짠해지고 보고 싶고 고 그랬어요.

    근데 이든이맘님 글 보니
    저만 보면 얼굴에 라이트가 켜지는 울 아빠도 있었네요.
    어린시절, 월급날만 되면 술 드시고 약간 취하셔서
    양복호주머니 안쪽에서 군것질거리를 꺼내주셨던...

    아..아빠도 보고 싶어요. ㅠㅠ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사는데도 맞벌이라 바빠서 얼굴 뵌지도 좀 됐네요. ㅜㅜ

  • 4. 착한
    '09.9.19 3:10 AM (114.206.xxx.149)

    따님이시구 아버님 사랑이 애틋하시네요. 딱히 표현이 진하지는 않지만 은근한 그런 정이요.
    부러워요.아버지랑 이런 정을 나누시는 분들 전 오늘 울 아부지 때문에 가족들이랑 한바탕 하고 와서 기분이 별로인데..그래서 잠도 못들고 있어요.
    이런 가족들과의 정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거니 얼마나 소중해요.
    꼭 간직하고 아버님과 행복하시길 바래요.

  • 5. ㅜ.ㅜ
    '09.9.19 6:11 AM (61.254.xxx.61)

    아버지께 잘 해 드려야겠어요....
    멋진 아버님이시네요.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드리면 그걸로도 충분할 거예요.

  • 6. 아버지..
    '09.9.19 6:23 AM (221.138.xxx.213)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립네요
    저는 외동딸이자 맏딸이어서 엄마보다 아버지가 더 세심히 챙겨주시고 사랑주시고
    기대도 많이 하셨거든요.
    그래서 엄마에겐 비밀이지만 아버지가 제겐 늘 뽀빠이 시금치 같은 든든한 힘이었어요.
    아버님께 따뜻한 전화, 맛있는 한 그릇 음식이라도 대접해 드리세요

  • 7. 곰맘
    '09.9.19 6:31 AM (201.231.xxx.7)

    정말 머찐 아버님이시군요. 이든이맘 하는 일 두루 두루 잘되길 기도할께요.

  • 8. ㅠㅠ
    '09.9.19 8:09 AM (203.229.xxx.234)

    아.. 눈에서 액체가 흐르네요.. 아버님 건강하시길 바래요. 22222222

  • 9. 눈물이 나요.
    '09.9.19 8:53 AM (121.98.xxx.45)

    제가 딸 하나인데, 결혼하자마자 외국나와서 10년이 넘었거든요.
    갑자기 울아빠가 너무 보구싶어요. 엉엉...
    멋진아빠 두셔서 좋으시겠네요. 행복하게 사시는게 보답하는 길이죠. ^^

  • 10. 해라쥬
    '09.9.19 9:20 AM (124.216.xxx.172)

    제작년에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나네요
    효도 많이 많이 하세요
    부모란 그런거죠 .................

  • 11. 아버지..
    '09.9.19 9:41 AM (122.35.xxx.21)

    저에게도 그런 아버지가 계신데..
    건강이 요즘 안좋으셔서 걱정이여요..그렇지만 워낙 강단있으셔서 잘 이겨내시리라 믿어요..

    이든이맘 아버지도 우리 아버지도 건강하시길 잠깐 기도 드려요..

  • 12. 우리
    '09.9.19 12:34 PM (58.224.xxx.7)

    아버지도 그런 분이셨는데...
    제 남편 결혼 전 교제할 때에 미리 운전 면허 따라고 돈 보내 주신 분입니다
    시댁은 자식에게 해 준 거 없이 받기만 바라지만
    울 아버지는 네 명의 사위를 끔찍히 챙기셨어요
    사위들도 장인어른의 사랑 못 잊는다 해요
    저 결혼 일년만에 천국가신 아버지~진짜로 보고 싶어요

  • 13.
    '09.9.19 9:49 PM (125.188.xxx.27)

    돌아가신..아버님..생각나네요.
    워낙 어릴때..돌아가셔서..기억도 희미하지만..
    부러워요..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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