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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

음... 조회수 : 1,144
작성일 : 2009-09-19 01:18:48
저는 입시 학원 선생입니다.
과외로 몇명 더 가르치고 있는데...
해마다  있는 일이긴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제 속을 뒤집는 일이 있군요.
과외비를 떼어먹는 경우에도 이렇게 속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제일 속상한 경우는...
대학 입시철...(수시...정시...)
밤새도록 원서 쓰는 것 상담해줍니다. 것도 공짜로요... (학원에서 저랑 원서상담하려면 며칠전부터 예약해야됩니다..)
제가 입시만 20여년 경력이니  원서질에 참으로 능숙합니다. 학원에서야 그렇다 하지만... 몇명하는 일대일 과외의 경우 제과목만 봐주면 될일이지 제가 원서쓰는데 관여 안해도 그만인 것을 압니다. 그래도 오지랖병이 도져서 이번 수시에도 자기 소개서 쓰는 것 다 봐주고(참고로 저는 국어선생 아닙니다)... 학부모님이나 학생모두 저한테 목을 맵니다...
원서 넣는 마지막까지 경쟁률 일일이 체크하고...다시 상의하고 ..계획수정하고...
원서 넣기 일주일 전부터  전화로 문자로.. 정말 새벽 3시까지 상담해줬습니다.
이제  대부분학교가 원서를 마감한지 3일째되는 날입니다.
그학생... 그리고  그 학생 부모님... 몇곳 원서가 상당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잘 찔러 넣어서 제 경험상 두 곳정도 아마 붙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만  제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오늘 문자 한 통 왔네요.
이제부터는 혼자 공부 시켜야 할 것 같다고...2주분 과외비 남았으니 계산해서 돌려달라며 계좌번호 보내셨네요.
혼자 공부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
원서쓰는 것 도와주느라  몇날 며칠 잠도 못자고... 성적 올리려고 방학 내내 무보수 보충 해주고...(물론 이건 제가 점수 올리고 싶은  제욕심에서 한일이긴 합니다만...성적은 많이 올랐습니다)

참 씁쓸합니다.
학생에 대한 나의 정성은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원서 쓰고 나니  두주분의 과외비가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내가 하찮은 선생인건지...
원서 쓰는거 도와주시느라 고생했다는 말한마디만 있었어도 이렇게 속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도와주는 것을 당연하게 아시는 듯...
다음부터는 과외하는 학생들의 원서쓸때는 관여하지 말자며 다짐합니다...
붙으면 자기가 잘나서 붙었다 생각하고 떨어지면 선생이 잘 못 찍어줘서 떨어졌다  말 나오테니 말입니다...




IP : 112.148.xxx.24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9.19 1:27 AM (112.144.xxx.72)

    아 저도 과외를 많이 해본지라..이 마음 알 것 같아요

    전 특히 대학생들 상대로 편입영어과외를 많이 했었는데, 이쪽도 나름 박터지는 경쟁률 싸움이라 제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로 시간내서 상담도 해주고 저랑 별로 나이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 동생들이라 심리적인 상담도 해주면서 친하게 지냈던 학생들에게 시험 잘보라고 초콜렛도 사주고,
    때론 학교 시험이랑 편입공부 둘다 하면서 지방에 있는 학교 왔다갔다하는게 안쓰러워 수업끝나고 밥도 사주고 했었는데... 시험이 있는 달이 되면 혼자 정리하겠다고 과외 그만두고 남은 수업비 돌려달라고 부모님들께서 연락이 오더라구요

    그런 애정을 준 것도 제가 좋아서 했던 거지만,
    학생들과 과외 선생님의 관계는 딱 돈 지불한 정도 하는것이 제일 좋은것 같아요~ 원래 잘되면 본인이 잘나서 합격하는거고 못되면 선생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거라..그 이후엔 그냥 시간 딱딱 맞춰서 수업해주고 더이상의 관심과 애정은 주지 않습니다.

  • 2. 에휴
    '09.9.19 1:32 AM (122.35.xxx.84)

    저도 애들 많이가르쳐서 그맘 알아요...ㅠㅠ 근데 애들도 애들이지만 부모들이 참 문제인것 같아요...그게 해가 바뀔수록 더 심해져서 예전에는 애들한테 정도 많이주고 오래동안 연락도 하고 그랬었는데(그게 가능했었는데)정 주었다가 제 마음 다친 이후로 애들 이뻐서 절로 가는 정도 안 가지려고 노력하네요.ㅠㅠ 자기 방어라 할까...세상 참 팍팍해 지는거 같아요...

  • 3. 에휴
    '09.9.19 1:32 AM (122.35.xxx.84)

    저는 그림 가르쳤었어요...

  • 4. 씁쓸해도...
    '09.9.19 1:43 AM (58.233.xxx.148)

    님 잘 도와주셨어요.
    그래도 가르치던 넘이 어쨌거나
    좋은 결과를 얻은 걸로 위안을 삼을 밖에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배신당하면서도
    또 도와주실거면서...ㅎㅎ
    그것이 그대의 운명이라오

  • 5. ...
    '09.9.19 2:05 AM (122.46.xxx.98)

    그래도 또~~ 이것 저것 물어 보시는 어머님들 그냥 지나치지 않으실 거잖아요...
    알아요... 님 속상한 맘을요....
    그래도 고마워 하시는 분들 많으시고... 아이 실력 오르면 또 신이 나고...
    어쩌겠어요... 고마움... 노력을 모르는 사람들을...

  • 6. 코스모스
    '09.9.19 8:15 AM (121.146.xxx.132)

    마음이 씁쓸하시겠네요.
    저도 고3 아들 과외를 받는데.. 그러면 섭섭 하시겠어요.
    요즘은 학교 선생님 보다 과외 선생님한테 더 위로(?)를 받고 있답니다.
    너무 정보가 빠르고 잘 해 주시더라고요.
    고마운 마음이 넘쳐 제가 제부를 삼고 싶은 흑심을 품고 있습니다^^

  • 7. 고3맘
    '09.9.19 8:35 AM (220.88.xxx.134)

    에~효 정말 개념 없으신 학부모네요.. 저도 아이가 언어를 그만 하고 혼자 한다고 하는데 제가 잘 아는 쌤이라서 죄송스럽고 불안한 마음에 그럴수는 없고 일주일에 한번으로 정하구
    교육비는 그대로 드리려고 합니다.. 최소한 도리 아닐가요..

  • 8. ..
    '09.9.19 10:28 AM (118.220.xxx.165)

    하 대단한 엄마네요

    어찌그리 한치 앞만 보고 사시는지.. 학원도 다니다 그만둘땐 말하기가 미안한데

    그리 신경쓴 선생님께 자기 볼일 다 봤다고 딱 자르고 안멸몰수하면 아이는 뭘 배울까요

    저도 과외할때 비슷한 경우가 있어 님 마음이 이해가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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