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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천원 때문에 울었습니다.

에이고 조회수 : 2,124
작성일 : 2009-09-16 13:13:29
남편이 결혼하고 일년동안 월급을 못받아 옵니다.
아기는 지금 돌쟁이구요
처음엔 처녀적 제가 모아둔 돈으로 살다가
얼마전부터 그 돈이 다 바닥나서 시가에서 빌려서 씁니다.
그냥 돈만 안나오게요?
일은 얼마나 많다구요.(프로그래머거든요)
밤샘작업은 물먹듯이 하고요
친정은 너무 먼 지방이라 저는 자주 친정에 와서 한달씩 있다 가곤합니다.

지금 친정에 와 있어요.
친정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오던 날 남편에게 말했어요.
"참 친구들이 예쁘더라 화장도 하고 꾸미고..나는 그럴 여유가 없어졌지만 애때문이기도 하고"라고요

처녀때 예쁘다는 말을 하루에 한번씩이상 들었는데
이젠 내가 제일 후줄후줄 하더라
연예인 누구 아니냐고 싸인해달라 쫒아오던 사람이 있었다는건
내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거울 보면 괴물같아. 푹꺼진 눈 꺼진 볼
.....주절주절 남편에게 그렇게 이야기 했더니

우리 남편 그러네요
"자기는 여전히 너무 아름다운데
내가 돈을 못 벌어와서 나때문에 기가 죽어서 빛이 꺼져있는거야"라고요

그리고 이 남자 사고쳤습니다.
없는 돈에 비싼 화장품을 사서 친정으로 보내왔더라구요.
이돈이면 현금으로 주지..싶었는데
결혼하고 첫 기념일도 돈 없어서 남편 시간이 없어서
잠시 집에 들려 짜장면 시켜서 눈물 삼키며 둘이 먹었던거 생각하니
그냥 그래 칭찬해주자 싶어서 고맙다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남편이 그걸 쇼핑몰에서 구입하면서
적립금 신청을 안해서 14000원가량을 못받았네요.
쇼핑몰에 전화해서 따박따박 따지다가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말듣고
남편을 쥐잡듯이 잡았어요.

왜 안하던 짓을 했냐고 누가 화장품 필요하다고 했냐고
적립금 신청은 왜 안했냐고
빽 하고 말을 뱉어내고는
그깟 돈 만사천원에 이렇게 속상해 하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한참을 울었어요.

결혼하고 처음으로 선물이라고 한 남편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하고
그냥 모르겠어요 화나면서 슬프고 짜증이 나는게

아마 시간이 지나고나면
내가 했던 바보짓 중에 가장 크게 후회하는 일로 남겠지만
한시간이 지나도록 눈물이 멈추지 않는거보면
참 내 성격도 어지간하다 싶어요.

굳이 표현하자면
돈 만사천원이 아까워서라기보다는(아깝긴 진짜 아까워요 살이 따가울 정도로 아까워요)
그돈에 속상해서 아둥거리는 내 현재 상황이 너무 짜증난다는 거....그게 제일 가까운 표현같아요
IP : 218.239.xxx.70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9.16 1:16 PM (58.230.xxx.25)

    님...그 심정 이해는 가요
    돈에 쫓기면 그런 실수(별거 아닌일로 남편을 쥐잡듯)도 할 수 있어요
    지금은 숨막히듯 어려운 시절이지만 남편 취업하고 나면 점점 좋아질거에요
    어차피 지나갈 시절, 지지고 볶고 그러질 마시고 허허 웃고 맘에 여유가지고 사는걸
    연습해보세요

  • 2. 토끼네
    '09.9.16 1:29 PM (118.217.xxx.202)

    다른 사람이름으로
    하나 더 사시면서 적립금 신청하시고...
    먼저 결제한걸 반품처리하면 안되나요? 제품은 두번째 산걸 반품하는거죠..

  • 3. 그럼요
    '09.9.16 1:30 PM (210.221.xxx.57)

    눈물나지요
    그게 얼만데요.
    그 돈으로 할 수 있는게 얼마나 많은데요.
    그래도.....
    아내의 투정에
    마음 깊이 미안해하는 남편이 있잖아요.
    그런 것도 없이
    저 잘났다고 큰소리치는 남편 82에도 부지기수랍니다.
    힘 내시고
    남편 달래주세요.
    옛말 할 때 올거예요.

  • 4. 애구..
    '09.9.16 1:30 PM (202.30.xxx.69)

    글을 읽으니 가슴이 아프네요.
    돈때문에 마음써준 남편에게까지 화내야 하는 처지 저라도 많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돈 좀 있는 사람들도 적립금 그런거에 목숨거는 경우 많이 있어요. 만사천원이면 크잖아요. 그러니 넘 속상해하지 마세요.
    그리고 남편분이 아내분을 많이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원래 형편이 어려울수록 서로 위하는 마음이 많이 생겨 애틋함이 더 커질수도 있고, 아님 서로 사는게 힘들어 치이다보니 원수같이 될수도 있는데 남편분 힘들게 일하시는데 많이 위로해주시고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나중에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달라고 남편 많이 북돋아 주세요.

    그리고 애좀 크면 원글님도 일을 가지시는 것도 방법이고 아님 친정부모나 시부모님께 애기 맡기시고 일하시는 것도 방법이실거에요. 일을 하면서 바쁘다보면 오히려 마음이 나아지고 그리고 돈이 있으니 덜하실수도 있거든요.

  • 5. 휴..
    '09.9.16 1:32 PM (220.83.xxx.39)

    일년동안이나 월금 안 나오는 회사에 왜 다니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월급도 안 주는 회사에 왜 몸바쳐 밤샘작업까지 하는지...
    1년동안 월급 못 주는 회사라면 상당히 문제있는 회사라고 보는데요.
    빨리 그만두고 다른 직장 알아보는 게 어떨지..

  • 6. 에고
    '09.9.16 1:32 PM (222.110.xxx.21)

    위로드려요. 그 마음이 어떠셨을까 충분히 이해되네요.
    저도 반품비가 들긴 하겠지만, 그냥 반품하시는 거 어떨까 싶어요. 소심한 복수랄까요...
    화장품 일은 훌훌 털고 그 돈으로 두 분이서 오붓하게 식사하시죠^^
    그리고 남편분 일은 언젠가 잘되시겠죠. 너무 한숨짓지 마시고, 남편분 마음도 달래주세요.

  • 7. 제가
    '09.9.16 1:35 PM (118.176.xxx.153)

    지금 님과 같은 그런 시절을 보내고 있어요.
    작년 여름서부터 시작된 지독한 생활고에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가는데 돈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끝이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러다가 올해 초에 결혼 5년만에 임신이 됐다는 걸 알았는데
    신랑도 저도 이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가 없더군요.
    임신 초기에 빚에 허덕이느라 신랑이랑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울기도 많이 울고...
    돈 아깝고, 아까워할 돈도 없어서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먹었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 정말정말 막다른 길까지 갔다가
    이제 조금씩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중입니다.
    아직까지는 밝은 빛이 잘 안 보여요.
    하지만, 반드시, 꼭 이 시절도 끝날 때가 오겠죠.
    7개월째인 요즘은, 마음의 평안도 많이 찾았고 스스로를 절망의 나락에
    빠뜨리지 않으려고 좋은 기분 유지하려 애쓰며 삽니다.
    신랑에게도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대하고, 맘 편히 해주려고 노력중이구요.
    님~ 힘내시구요, 머지않아 '그렇게 힘든 시절도 있었지~'라며 여유롭게
    회상할 그 날이 곧 올겁니다.^^

  • 8.
    '09.9.16 1:42 PM (220.70.xxx.185)

    자기는 여전히 너무 아름다운데
    내가 돈을 못 벌어와서 나때문에 기가 죽어서 빛이 꺼져있는거야"라고요
    남편분 넘 감동적이시네요 ㅠ
    남편분이 많이 힘드실텐데 옆에서 많이 도와주삼
    그런데 이후에 적립이 안되나니 이런쓰블 ㅋ 적립금은 물건사면 자동으로 적립되게 만들어줘야지 또 따로신청을 한다구요? 인간이 하는일이라 말 지대로하면 다 해줄텐데요...쇼핑몰 어딘감요?

  • 9. 에고
    '09.9.16 1:45 PM (59.1.xxx.154)

    기운 내세요
    그래도 이쁜남편분이 계시네요!!

  • 10. 홧팅요~
    '09.9.16 1:49 PM (119.67.xxx.242)

    속상하셔도 이쁜 아가와 좋은 남편분이 계시니까 참으시고 힘내세요..
    좋은 날이 곧 올겁니다..홧팅~!!!!!!!

  • 11. ..
    '09.9.16 1:51 PM (118.220.xxx.165)

    차라리 조용히 반품하고 다시 주문하시지 그랬어요

    남편도 님 마음 알거에요

  • 12. ..
    '09.9.16 1:55 PM (122.35.xxx.34)

    취소했다가 다시 구매하면 안될까요..
    저도 예전에 그런적 있는데 다시 구매해서 적립금 받았거든요..
    알아보세요..
    힘내시구 화이팅입니다.. 아자아자!!!!!!!

  • 13. 근데
    '09.9.16 3:07 PM (211.219.xxx.78)

    진짜 일년이나 월급 안 나오는 회사에서
    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해주시나요 ㅠ
    그리고 남편분 너무 좋으시네요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다 감동적이에요..

  • 14. 아..님
    '09.9.16 3:20 PM (202.156.xxx.103)

    좋은 날 반드시 와요.
    님 심정... 고맙고 미안하고 화나고 짜증나는 그 심정 고스란히 알것 같아요.
    그래도 지나고 나면요.... 고맙고 미안함이 남는답니다.
    돈도 못벌고 성질도 드러운 인간들이 남편이랍시고 와이프 깔보고 무시하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데요...
    성품 좋은 남편분이시네요..

    이 어려운 시기 다 지나고, 고맙고 미안함으로 남편분 보실날이 멀지 않았어요.
    기운내세요~~~

  • 15. 그래도
    '09.9.17 12:49 AM (222.236.xxx.108)

    님 좋은 남편분두셨네여
    안그런사람많습니다. 자기가 돈안갖다주면 세금이고 뭐고 올스톱하라는생각
    토닥토닥.. 힘내세여.. 저는 이말박에 할말이없네여 저도 애낳고 그러고 산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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