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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부모님의 불화

노래하는곰 조회수 : 1,060
작성일 : 2009-09-05 17:15:30

배고픈 밤마다 키톡 드나들면서 침으로 배 채우는 유령 회원입니다

오늘은 지혜로운 회원 님들의 위로, 아니면 실천방안(?) 같은 것을 얻고 싶어서 글을 올려요



저희 어머니는 이번에 환갑을 맞으셨고, 아버지는 그보다 여덟 살이 많으세요

저는 막내딸이라 다른 자식들보다 특혜(?)라든가 살가운 관심을 더 많이 받고 자란 편이지요

그래서 부모님에 대한 저의 마음도 애틋하고 언제나 짐처럼, 아니면 기둥처럼 자리잡고 있고요

그런데 막상 부모가 곤경에 처해 있거나 도움을 필요로 하면

거기에 휩쓸리기 싫어서 도망치고 싶고, 멀리하고 싶어하는 게 진짜 제 모습이더라고요

제 자신에게 실망스럽지만 이번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부모님은 원래 아주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자식 앞에서 무서운 소리까지 해가며 싸우는 모습도 여러 번 봤어도

어떤 때는 살갑게 의지하는 모습도 봤기 때문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지요

그런데 최근에 어머니 몸이 많이 쇠약해졌어요

어디 입원해서 수술하고... 뭐 그런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 여러 가지 병이 들이닥쳐서

매일매일 병원 가고, 운신하기 힘들고, 우울하고, 그중 어느 한 가지 병도 가볍지 않은....

어머니가 아프다는 얘기를 평소에 너무 가볍게 지나쳤다는 죄책감이 들어서 저도 많이 울었죠

그런데 웬일인지 아버지가 어머니가 아프다는 얘기를 듣고도 한마디 알은 체도 안 하고

본인이 일하는(취미삼아 작은 농사를 지으세요) 데 들어가서 며칠씩 연락도 없고 그러신 거예요

한번은 저한테 전화를 하셔서 본인 심정을 토로하신 적이 있어요


네 엄마가 사사건건 독 깨지는 소리를 해서 나도 집에 들어가기 싫다,

엄마가 아픈 건 왜 알은 척도 안 해요?

그게 무슨 말이냐, 병원에 같이 가려고 날짜도 다 생각해 두고 있구만(엄마 말로는 거짓말이라고...ㅠㅠ)

그래도 말 한마디 없으면 엄마가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그래 네 말도 맞다 (이러고서 처음부터 한 얘기 다시 리와인드....) 나는 최진실이 같은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 것 같다(자식이 이런 말 듣고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스트레스가 쌓여 미치겠다


이런 얘길 들으면 아버지가 또 불쌍해져서 스르르 위로해 드리고 전화를 끊습니다

두 분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꼭 이번 사건 때문이 아니라

몇십 년이나 캐캐 묵은 섭섭한 일들, 견딜 수 없는 상대방의 습관, 식구들에 대한 태도...

이런 것들이 절대 해결되지 않고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그렇게 오래된 문제들이지요


오늘은 어머니가 전화를 하셔서

아버지에게 가서 나를 위해 대판 싸우고 따져라, 그리고 돌아와서 보고를 해라

그러시네요(제 나이가 서른 하나인데 대사까지 하나하나 일러 줍니다 ㅠ.ㅠ)

아픈 엄마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어서 알겠다고는 했지만

70이 다 된 노인이 제 몇 마디에 바뀔 리도 없고

나이 들고 병 든 부모가 서로 으르렁대며 제 처분(?)을 기다리는 것 같아 도망치고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못난 부모 만나서 네가 고생이라고 위로하는 어머닐 보면 죄책감이 들고....





이런 일이 일 년에 한 번쯤은 꼭 일어납니다

엄마는 남의 자식들은 제 엄마를 위해 잘도 싸워주는데, 나는 자식 복도 없다며 또 한숨이시고...

아버지에 대해 정말 격한 욕을 저한테 하시는데,

제가 그러지 말라고, 나는 자식이라서 그런 말 듣고 싶지 않다고 하면 불같이 화를 내십니다

요즘은 금슬 좋은 부모 둔 친구들이 제일 부러워요

  
회원님들은 어떠신가요?

부모가 불화를 겪을 때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도와주시는 편인지?
(저희 어머니는 저만 빼고 다른 집 자식들은 다 그런다고 하십니다만...ㅠ.ㅠ)

아무리 생각해도 양쪽이 분명한 결점을 가지고 있어서 도저히 한쪽 편을 들 수가 없다면 어떡하나요?
(제가 경찰도 아닌데 이런 판단이 우습지만 전 실제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부모가 겪는 불행에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이 죄책감은 또 어떻게 덜어야 하는지...

어떻게 둘을 도와줘야 하는지....

회사에서 집에 돌아오면 그 생각부터 나면서 얼굴이 굳어지는 요즘입니다  



  
IP : 110.11.xxx.1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9.9.5 5:25 PM (125.181.xxx.215)

    이제와서 두분을 화목하게 만드는건 불가능할걸요. 그냥 두분이 따로 별거하시고, 님도 독립하시고, 부모님 얼굴 안보고 사는게 나을것 같네요. 각자 편히 사는게 답입니다.

  • 2. ..
    '09.9.5 5:47 PM (61.74.xxx.61)

    두분이 해결 하실 일인데 왜 자식에게 그러시는지...
    부모님한테 두분이 결정 하시는 대로 따르겠다고 하시고
    님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해도 다 들어 주지 마시고 두분이 잘 해결 하시라고 하세요.

    부모가 돼서 자식들 한테 걱정거리가 안 돼야 되는 데......
    님이 걱정이 많으시겠네요.

  • 3. 동경미
    '09.9.5 5:49 PM (98.248.xxx.81)

    정말 난감하시겠어요. 저도 부모님이 연로해지시는 자식으로서 원글님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원글님이 참 착하고 순종적인 따님이시네요.

    언젠가 제 글에 한번 나왔던 얘기인데...자식으로 하여금 양쪽 부모 중 한 부모를 옳다고 선택하게 만드는 것처럼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답니다.

    부부는 인륜이라도 부모 자식은 천륜이지요. 자식이 어떻게 부모의 싸움에 심판을 보겠습니까.
    원글님이 부모님의 사이가 좋아지게 도와드리는 방법은 실질적으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분이 이미 연세도 있고 이런 관계가 하루 이틀 안에 시작된 것도 아니고요. 오랜 습관처럼 자리하고 있는 그 분들의 삶의 일부분으로 보셔야 할 거에요

    그리고 원글님이 보시고 듣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문제인 것같고 두 분이 심적으로 너무 고통을 받으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 두분은 그렇지 않으실 수도 있어요.
    그냥 그때 그떄 관심을 받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의 독특한 표현으로 받아 넘기세요.
    어머니가 하소연하시면 다정하게 들어드리면서 아버지 흉 보시는 거 맞장구 쳐드리세요.
    그리고 시간이 없으실 때에는 공손하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다음에 듣겠다고 하시고요.

    또 아버지가 하소연하시면 꼭같이 맞장구 치며 공감해드리세요.
    보통은 자식 입정에서 안타까운 마음에 하소연하는 아버지에게는 엄마 편들어 얘기하고, 하소연 하는 엄마에게는 아버지 입장 설명하게 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되지요. 해결책같은 것 절대로 제시하지 마시고요.
    노인들은 남의 말 안 듣는답니다. 그리도 본인이 생각하는 해결책 외의 것을 얘기하면 아주 많이 고까워 하세요.

    어머니가 너무 심하게 욕을 하시고 화를 내시면 원글님께서도 화는 내시지 마시고 공손하게 어머니께 잘라 말씀하세요. 엄마가 이렇게 너무 지나치게 얘기하시고 나에게 자식으로서 하기 어려운 것을 하라고 하시면 더 이상 얘기할 수가 없다고요.
    그렇게 한 것에 대해 어머니가 화를 내시고 분해하셔도 그것에 대해 흔들리지 마세요.

    제 말의 포인트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자식으로서의 예의를 갖추되 일정 한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셔서 원글님이 불필요하게 휘둘리지 않게 단도리를 하시라는 것입니다.
    절대로 주의하실 것은 두 분 중 어느 분의 말에도 넘어가지 마시고 대신 싸워주는 등의 부탁은 들어드리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원글님이 해오셨던 착한 딸의 부조건적인 순종이 아니라 원글님이 할 수 있는 실제적인 것의 경계를 긋기 사작하시라는 것입니다. 성인 자식이 부모의 말이라고 다 순종할 수는 없답니다. 그동안은 원글님이 크게 어긋나지 않으며 들어드린 것이 아마도 부모님께는 가장 만만한 자식으로 보여지게 하는 기반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자식에게 다 그러시지는 않을 거고요.

    부모님의 말씀에 어긋나는 것에 죄책감 느끼지 마시고요. 옳은 이유로 그러는 거니까요. 지금은 원글님이 부모님보다 이성적일 수 있으니까 원글님이 교통정리를 하셔야 합니다.

    힘든 일이겠지만...좋은 결실 있기 바랍니다.

  • 4. 글쓴이
    '09.9.5 5:56 PM (110.11.xxx.10)

    댓글 주신 세 분께 고맙습니다만, 특히 동경미 님의 말씀에 깊이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주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헉,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은 이야기도 있긴 해요
    하지만... 대화의 힘이란 이런 건가 봅니다
    한 번도(자매에게도) 이런 하소연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위로를 받으니
    왠지 안심이 되는 느낌이에요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 5. 음~~
    '09.9.5 6:09 PM (125.180.xxx.5)

    동경미님 글을 읽어보니 울아이가 참 현명한걸 알겠네요
    30살먹은 미혼인 울딸아이는 제가 남편이랑 말다툼을하면(딸아이가봐도 아빠가 잘못한일)
    제앞에서 맞장구치면서 아빠가 잘못했네 합니다
    그럼 아빠한테 아빠의잘못을 인정하라고 한마디만해라 하면 웃으면서 알았어...하고는
    한번도 아빠한테 싫은소리하는걸 못봤어요
    제가 뭐라고하면 엄마부부싸움은 두사람이 알아서해요...이러구...
    전 자식이면서 가정일에 무관심하다고 너시집가면 니집안일 엄마한테 상의하면 안된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는데...
    부모는 천륜이라서라는말에 심히 공감을 하게 되네요
    에고... 부부싸움에 자식들 편가르지 말아야겠다고 반성합니다
    그렇다고 심하게 부부싸움하는 가정은 아닙니다
    가끔 의견충돌로 말다툼정도...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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