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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3 산수 가르쳐주다가 뇌졸중 일으키는줄 알았음

주여 조회수 : 1,664
작성일 : 2009-08-06 18:22:32
제가 제 초3짜리 자식놈에게 학교공부를 한번도 가르쳐 준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방학을 맞아
선행학습 한 번 해보자는 굳은 결심을 하고
집에서 해법수학을 풀고 있는데

A컵에 물 1리터 200 밀리리터
B컵에 물          800 밀리리터가 있다.

A컵과 B컵이 똑 같은 양의 물을 만들고 싶다.
A컵에서 얼마의 물을 B컵에 부을까요?

이거 거짓말안하고 2시간 설명했습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몰라서
사과, 돈 실물을 써가면서 심지어 물도 따라가면서 설명했습니다.

자식놈 이해를 못합니다.

화가 치밀어 오르고 나중엔 너무 약이 올라서
누구한테 화풀이도 못하고
여기다 이렇게 잡글을 쓰고 있네요.

이 산수 문제가 자식놈에게는
나한테 미적분인것처럼
아주 어려운 문제인 것이야...하면서 맘을 다스려도

실물로 시물레이션까지 해줬는데도 이렇게 멍때리는
자식놈의 학업능력에 마구 회의가 생기네요.

공부말고 잘 하는게 뭐지
어떤 적성을 내가 키워줘야 하는 거지
공부 못해도
어릴때 적성을 못 찾아도
자기가 철들면 알아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갈꺼야
건강하고 착하게 커가는것에 고마워 하자
고마운건 고마운거고 일단 학교 공부는 어느 정도 따라가 줘야 하는 거 아니냐구
암튼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휩쓸고 가네요.

애 공부를 봐주면서
실망도 커지고 머리도 복잡해지고 자꾸 또래 다른 애들과 비교를 하게 되고(아직은 자식놈 앞에선 내색은 안함)

아무리 설명해도 애가 잘 모를때
다른 어머님들은 어떻게 상황을 극복하시고 맘을 다스리시는지 궁금하네요. ㅜㅜㅜ
IP : 221.121.xxx.123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런말..
    '09.8.6 6:27 PM (59.5.xxx.131)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원글님...정말... 귀여우셔요......

    수고 하셨어요..^^;;;

  • 2. 같은 처지
    '09.8.6 6:33 PM (125.177.xxx.49)

    ㅎㅎ 초4 엄마에요
    아이 키우는게 득도하는거보다 어려운거 같아요
    자꾸 많이 포기하게 되네요

    그래 어차피 영재급도 아닌데 맘 편히 살자하기 싫다면 좀 덜 하게 하고 점수 덜 나와도 다음에 잘하면 돼지 하고는 혼자 울어요 ㅠㅠ

    아이에게 화내봐야 효과도 없고요 며칠 있다 다시 해보세요 어느 순간 깨닫더군요

    사실 그 단원 그닥 어렵지 않아요 - 우리 애도 이해한거보면요ㅎㅎ

    아이가 개념을 못 잡아 그러니 좀 기다려보세요

  • 3. ..
    '09.8.6 6:54 PM (118.220.xxx.107)

    a컵이 b컵보다 400리터가 더 많으니까...짱나잖아요...
    일단 뺏어오라고 하세요...
    그리고 인간은 공평한걸 좋아하니까...200씩 나누어 가지면 되니까
    옛다~~너나 가져라 하고 부어주라하심 쉬울텐데요...
    백원짜리 동전가지고 다시 해보세요...^^

  • 4. ^^
    '09.8.6 6:58 PM (218.39.xxx.13)

    진짜 님 넘 귀여운 엄마세요...
    힘내시구요
    어째 아드님이 엄마마도 몰라주는걸까요~

  • 5. ㅎㅎㅎ
    '09.8.6 7:05 PM (59.11.xxx.184)

    원래 그래요...
    초등학교 2학년인가 3학년때 시간 계산하는게나오는데
    어떤 엄마가 그걸 아이한테 설명하다가 뒷목 잡았대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야 이해를 하더군요...

  • 6. 저도
    '09.8.6 7:47 PM (220.117.xxx.70)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분수 이해하는데 진짜 힘들었어요. 원래 수학쪽에도 감각이 없었던 탓이 있겠지만.

    엄마가 사과 잘라 가면서 반으로 자르면 1/2, 이런 식으로 설명하셨는데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엄마도 거의 사과 던질 뻔..

    근데, 주의하실 점은.. 수학은 특히 스스로 익혀야 하는 거라서.. 애가 이해 못한다고 해서 화내시고 그러면 '수학 공포증' 생깁니다. 제가 딱 그랬거든요. 그러면 그게 학창시절 내내 발목을 잡지요.

    조금만 더 인내심을!!!

  • 7. ..
    '09.8.6 8:14 PM (125.177.xxx.49)

    수학 개념에 대한 책들이 있는데 볼만 해요
    개념씨? 찾아보세요

  • 8. 로그인
    '09.8.6 8:26 PM (218.238.xxx.216)

    근데..낼 다시 물어보세요.울 아이도 쉬운 순서개념(아마 어른입장에서 쉬운거겠죠?)을 모르길래 장시간 열내며 가르치는데 울남편 다그치니 모른다며 자기도 차근히 설명해도 또 모르더라구요..둘 다 울아들 한심해하며 걱정까지 햇는데..ㅎㅎ 뒷날 물어보니 너무 쉽게 잘 알더라구요..아마 엄마가 몰아세우니 당황해서 전혀 생각이 안 난 모양이에요..그 뒤로 그런문제는 심화까지도 너무 잘 풀더라구요..그러니 넘 걱정마세요..낼이나 며칠지나 물어보세요 알거에요

  • 9. 전초1
    '09.8.6 8:39 PM (125.184.xxx.42)

    초1 아들넘둔 엄만데요
    저도 비슷한 경험때문에 뒷목 잡았심다..ㅜㅜ
    어흐흑,,

  • 10. ㅅㅅ
    '09.8.6 9:35 PM (123.213.xxx.132)

    이니셜이 넘 재밌어요 주여 ㅎㅎㅎㅎㅎ
    그런데..오랜기간 지나고 보니
    그 기본이 안되는 애들은.....참 세월이 지나도 안되더군요 절망적인 말일지 몰라도..
    제가 아들녀석 일학년때 친구랑 같이 수학 문제지를 풀려 봤는데
    그 친구는 정말 잘하더라구요 입이 쫙 벌어질 수준....
    전 우리 아들이 맨날 다 틀려서 다른 집 애들도 그럴까 했는데 ㅎㅎㅎ
    그 애들이 지금 중 1인데요
    그 친구는...전교 1등한대요
    울 아들은 -_-;;;;; 보나마나겠죠

  • 11. ..
    '09.8.6 10:31 PM (124.5.xxx.181)

    ㅎㅎㅎ..님덕분에 많이 웃었어요..
    '고마운건 고마운거고'에서 아주 넘어갔습니다.
    차라리 모른다고 하면 낫지요..
    저도 초3짜리 남자아이 키우는데요..이놈이 자신감만 하늘을 찔러서
    학교 시험보러 가는날도 '엄마..올백을 기대하세용~'하고 가서는..수학을 75점 받아왔습니다.
    시험 보고와선 '엄마 엄마..검산까지 했는데..글쎄 엄마엄마아~~나 100점같애..ㅋㅋ'하던놈이었어요..아이쿠..정말 못삽니다. 우리애들 어떻게할까요..

  • 12. 그림으로설명해주세요
    '09.8.7 12:05 AM (203.130.xxx.135)

    ------ㅣ (200)
    ------ㅣ----------(800)
    그리고 뒤에있는 부분을 반으로 나눠서 각각 한 덩이씩 가져가면 됩니다.

    일단 막대 그림으로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계속 풀어보게 하세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절대로 계산하지 말고 그림으로만 이해한 다음에

    다시 돌아와서 계산도 하면 됩니다.^^

  • 13. m
    '09.8.7 12:35 AM (121.134.xxx.73)

    제가 예전에 아르바이트로 고만한 애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결과

    '리터' 라는 단위 자체의 거부감..또는..이해못함 인 것 같았어요.
    물 이라고 하지말고 공 200개 800개 등등 평상시 쓰는 쉬운 단위로 해보세요.
    공 200개 800개도 이해가 많이 늦다면... 단위 문제가 아니겠지요;;

  • 14. ㅎㅎㅎ
    '09.8.7 12:58 AM (119.196.xxx.91)

    위에 m님께 동감이에요

    저는 초3때 시계읽는걸 배웠는데요. 어찌나 돌상황이었던지
    (시계의 60분 단위를 이해못한거에요)
    오히려 곁다리로 제가 시계읽는거 배우며 혼나는걸 보던 동생(당시 초1)이 먼저 배워버린 웃지못할 상황도 있었지요.
    그런데 그 윗학년 가서 숫자의 X진법을 배우면서 개념이 잡혀서 깨달았어요
    천천히 보아 주세요.. 물론 안된다는거 잘 아니까요

  • 15. 부피
    '09.8.7 1:08 AM (118.35.xxx.128)

    아이가 부피의 개념을 당장 이해하는 것이 참 중요할 것 같아요 ..
    이해를 못 할 것 같으면 계량컵이나 집에 있는 페트병이나 혹은 길쭉한 병이거나 간에 눈금이 없으면 그리거나 테잎으로 붙여서 한쪽에 200(밀리)리터, 한쪽에 800(밀리)리터를 넣어서 같이 맞춰보라고 하겠어요. 잘 하면 칭찬해 주시고, 어려워하면 쉬운 문제로 바꿔 내 주세요. 100밀리와 300밀리, 그런식으루요. 처음 눈금에 빨간색을 칠해두고 결과물에 파란눈금을 긋게 하고 그 '차이'를 눈으로 보고 '읽어'보게 하고 그렇게 '해'보면 잘 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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