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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서점’에서 10대 토론장으로… (시사인 펌)

인디고서원 조회수 : 218
작성일 : 2009-08-06 14:16:24
‘별난 서점’에서 10대 토론장으로…  
2004년 문을 연 부산 인디고서원(사진)에서는 책을 둘러싼 모든 일이 벌어진다. 청소년들이 시험에 나오지 않는 인문학 서적을 읽고 고민하고, 저자를 불러 논쟁도 한다.  

[99호] 2009년 08월 03일 (월) 14:35:02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지난 7월25일 오전,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인디고서원 뒤뜰에 중·고등학생 10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청소년 토론 모임 ‘정세청세(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 자리에 어른은 없었다.

참가자 신청 접수를 받고 이름표를 나눠주는 기획자도, 토론을 이끄는 각 모둠의 사회자도, 카메라나 캠코더를 들고 행사를 기록하는 자원봉사자도 모두 청소년이었다. ‘

저항하기’라는 주제 아래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토론 시간, 강요하고 이끄는 ‘선생님’이 없는 자리를 처음 겪어보는 학생들은 머뭇거리며 서로 눈치만 봤다.  “저…, 뭐 말해도 돼요?”
또래 친구인 ‘청소년 사회자’가 대답했다. “아무거나 말해도 돼요. 뭐든 틀린 게 아니니까요.”

‘청소년 인문학 공부의 장’으로 자리매김한 인디고서원은 허아람 대표(38)가 2000년부터 꾸려온 작은 독서토론 모임에서 출발했다.
‘아람샘’이라는 공부방에 모인 부산 청소년들은 당장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될 만한 ‘족집게 독서’ 대신, 느리더라도 두꺼운 책 한 권을 다 읽고 자신과 세상에 대해 고민하는 ‘비실용적’ 독서의 길을 택했다.
인문학으로 아이들의 생각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 허 대표는 2004년 8월, 입시학원이 빽빽이 들어선 부산 남천동 한가운데에 청소년 인문학 서점인 인디고서원을 열었다.

인디고서원은 단순히 책을 팔기 위한 곳이 아니라 ‘책을 둘러싼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으로 성장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주제와 변주’ 시간에는 의미 있는 고민거리를 던져준 책의 저자를 초청해 토론을 벌이고, 일 년에 여덟 번씩 독서·영상 토론 모임 ‘정세청세’를 열어 청소년 자신과 사회를 향한 고민을 나누도록 장을 열었다.
2006년부터는 격월간 인문 교양지 <인디고잉(Indigo+ing)>을 펴냈고, 2008년부터는 ‘인디고 유스 북페어’도 열고 있다.

인디고서원은 처음에 학원가 한가운데서 참고서와 문제집을 팔지 않는 ‘별난 서점’으로 이름을 알렸고, 좀 지나서는 해외 유수 지식인에게서 글과 인터뷰 허락을 받아낸 성공담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인디고서원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가치는 바로 청소년들의 ‘자발성’이다. 누구 하나 시키는 이가 없어도 스스로 책을 읽고 함께 고민할 주제를 뽑아 토론하거나 글을 쓴다.
주제와 변주, 정세청세, 북페어 등 인디고서원에서 벌어진 모든 행사 아이디어도 청소년의 머릿속에서 나와 그들 손으로 기획·진행됐다.


인디고서원에는 참고서가 전혀 없다. ‘정세청세(위)’에 참여한 청소년들.  <사진>

    
“학원 땡땡이, 저항일까요?”

처음 인디고서원을 찾는 청소년들은 스스로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이곳의 문화에 겁을 집어먹는다. 지난 7월25일 정세청세에 참가한 청소년 대부분은 ‘저항하기’라는 주제를 받아들고 한참 동안 죄를 지은 듯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든 해보자”라는 또래 사회자의 제안에 외국어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한 남학생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 매일 아침 6시30분에서 오후 5시30분까지 수업을 듣고, 그 후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학원까지 가면 집에 밤 11시에 도착해요. 그래서 이런 이야길 해볼 기회가 한 번도 없었어요.”

‘야자’와 ‘학원’ 이야기가 나오니 토론에 불이 붙었다. 다른 남학생은 부모님 전화를 끝까지 받지 않고 “굳세게” 학원 땡땡이를 친 이야기를 하며 물었다. “이것도 저항일까요?”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선생님의 부당한 지시에 맞섰다가 “어린 게 무슨 반항이야?”라는 소리를 들은 중학교 2학년생, 만화를 좋아해서 부모님과 부딪쳤는데 만화 동아리에 들어가 전시회를 여는 등 뭔가 ‘성과’를 냈더니 그나마 인정을 받았다는 중학교 3학년생, 공부가 싫은 건 아닌데 친구들과 경쟁하는 게 싫어 견딜 수 없이 괴롭다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 각자의 ‘저항’ 이야기를 꺼냈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은 겁을 풀었다. 각자의 사례가 정당한 저항인지 아니면 무례한 반항인지, 체 게바라와 말콤 엑스의 저항은 우리의 저항과 얼마나 닮았는지, 사회에 부당한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 생각을 나누고 큰 종이에 “소수가 다수에게, 약자가 강자에게 하는 것” “눈치 보지 말고 내가 먼저” “저항은 신념을 내포한다”라고 자신만의 경구를 적으면서 학생들은 저절로 인문학자가 되어갔다.

‘다른 생각’을 ‘틀린 생각’이라고 빨간 줄을 긋지 않는 인디고서원 안에서, 청소년들은 이렇게 서로가 선생님이 되어 생각을 키워나갔다. 이들의 토론 내용을 책으로 엮은 <정세청세>(궁리)를 보면,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훌륭한 인문학적 성찰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암기식 교육을 만든 어른들을 욕하면서도 막상 수행평가 등 정해진 답이 없는 시험을 치르려 하면 “그냥 쪽지 시험이나 치자”라고 아우성치는 또래 청소년들을 비판하고(김나리),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 나가는 청소년들이 자신과 국민의 생존권을 주장하는 데에서 그칠 뿐 ‘왜 미친 소와 병든 닭이 생기는지’에는 관심이 없는 현상을 보고 ‘얕은 관계만 맺는 습관’으로 정의 내리기도 한다(정재윤).


인디고서원에는 참고서가 전혀 없다. ‘주제와 변주’에 참여한 청소년들.  <사진>
  

독서·토론보다 실천이 우선

하지만 인디고서원 아이들은 알고, 고민하고, 토론했다고 함부로 뿌듯해하지 않는다. 그들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실천’이다. 책을 읽고 궁금하면 저자를 찾아가고, 뜻 깊은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 직접 따라 하며 실천했다.
소외 계층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클레멘트 코스’를 소개한 얼 쇼리스의 책 <희망의 인문학>을 읽고 아이들은 전국의 또래 친구들과 함께 인문학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정세청세’를 만들었다.
프랑스의 두 청년이 ‘또 다른 무하마드 유누스’들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담은 책 <세상을 바꾸는 대안 기업가 80인>을 읽고는 전 세계 지식인들을 만나러 다니는 ‘인디고 유스 북페어’를 기획했고(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햄버거 재료를 얻기 위해 환경이 엄청나게 파괴된다는 사실을 알고 당장 ‘에코토피아’라는 유기농 식당을 차릴 것을 제안했다(왼쪽 상자 기사 참조).

    
‘저항하기’라는 주제로 토론을 마친 청소년들이 모둠 별로 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실천을 통해 아이들이 얻고 싶은 것은 나와 남과 세상의 ‘변화’이다. “나의 진심이 담긴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의 가슴에 작은 진동을 일으켜 그 사람의 삶이 조금이라도 변하기를, 또 그 사람도 진실한 마음을 표현하기를, 그리하여 많은 사람이 서로 소통하며 서로를 변화시켜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꿈꾸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인디고서원을 찾는다.
그리고 “부산역 벤치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아픈데 이제껏 아무것도 실천한 게 없어요. 앞으로 그들과 동질감마저 느끼지 못할까봐 겁이 나요. 어떻게 하면 나와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김신혜)와 같은 고민을 하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인디고서원에서, 그 꿈은 결코 ‘몽상’이 아닐 것이다.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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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도 이런 좋은 곳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네요 ~

요즘처럼 어지러운 시절에 ...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켜주는 기사인 것 같아 링크 올려봅니다.

IP : 114.204.xx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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