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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효, ‘내가 노무현 추모콘서트 사회를 보는 이유’
아마 밤샘 촬영을 하고 단잠을 자고 있었던 듯 잠긴 목소리였지만, 흔쾌히 응해 주었다.
그가 단잠을 양보한 것은 ‘노무현’이라는 이름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친노 연예인’인 권해효씨는
6월21일(6시30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노무현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의 사회를 보기로 했다.
이 공연을 알리기 위해 ‘급인터뷰’ 부탁을 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도 권해효씨에게 ‘급부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노무현 이회창 정몽준, 세 대선주자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의 지지글을 받기로 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쪽으로 권해효씨를 선정했었다.
2002년 11월의 일이었다.
참 좋은 글이었다(아래 첨부).
당시 이회창을 지지했던 연예인은 ‘내가 아는 사람이라 지지한다’ 수준의 글을 보내왔고,
정몽준을 지지했던 연예인은 도저히 글을 쓸 실력이 안 돼 직접 찾아가서 구술 받았었다.
탄핵 정국 때 그는 ‘거리의 사회자’가 되어 ‘노무현 구하기’에 앞장 섰었다.
6월10일 서울광장 범국민대회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 사회를 봤었다.
노무현의 일이라면 열일 제쳐두고 달려오는 권해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시국이 어수선한데, 사회를 보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나는 별로 부담스럽지 않은데, 주위에서 자꾸 걱정을 해줘서 그게 더 부담스럽다.
- 출연 가수들은 많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가수들은 공연 자체에 대한 부담보다 공연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인터뷰를 하는 것을 더 부담스러워 할 것이다. 순수한 추모공연이라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공연을 공연답게 잘 만들면 그런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어땠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방에서 계속 왔다갔다 했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냥 멍하게, 그렇게 있었다.
- 노무현 시대를 평가한다면?
노무현은 우리가 정치를 대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게 해준 사람이다. 정치에 대해서 패배주의적으로 대하고,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내 손으로, 내 힘으로 바꿀 수 있구나’하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했다. 노무현은 당선 된 것만으로도 역사적 책임을 반 이상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당선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었다.
- 노무현 시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우리가 수구언론의 프레임에 빠져서 너무 방관하고 외면했던 것 같다. 뽑으면 그가 다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하고 소홀했다. 물론 탄핵 이후 과반수 의석을 얻고도 효율적인 개혁 정책을 펴지 못한 부분은 있다. 그러나 그 부분 역시 청와대가 당을 좌지우지 하지 않았기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그런 가치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이번 추모콘서트가 대학생들의 갖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 대학사회는 한총련 이적 규정이후 위축되었다. 경쟁적으로 비운동권 선언을 하고 탈정치화했다. 학생들의 관심은 현실 문제에만 집중되었다. 그런데 이제 변화가 생기고 있다. 사회문제를 외면하면 자신의 미래가 없어진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촛불집회 경험 등을 통해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원경험이 생겼다.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노무현, 그에게는 꿈과 희망이 있다
글 - 권해효 (2002년 11월 작성)
지난주에 내 형이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아홉 살과 일곱 살인 두 조카가 조기 유학을 떠났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유를 말하는데 난데없이 기러기 아빠가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결코 무관한 얘기가 아니다.
원칙이 인정되지 않고 편법이 이기는 사회, 1등만이 성공하고 2등은 기억조차 하지 않는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이다. 아마 형은 이런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얻게 될 사춘기를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아서 유학을 보냈을 것이다. 형의 처진 어깨를 보며 내 아이들(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다섯 살과 5개월 된 두 아이 아빠다)을 떠올렸다. 최소한 나는 형처럼 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유를 굳이 밝히자면, 자신의 이익을 좇지 않고 원칙을 지키고 모두의 가치를 추구해 온 그의 삶을 좋아해서이다. 이런 그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다수가 된다면 나는 기러기 아빠가 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른 후보들, 특히 화려한 과거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분들을 오랫동안 마음으로부터 흠모해서 지지한다고 말하는 사람과 나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문성근 명계남 박광정 등 연극계와 영화계의 선배 동료를 비롯하여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 모인다는 연락을 받고 나는 누구를 지지하고 있는가 반문하게 되었다.
당시 이회창씨를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한 한나라당에 반해 민주당은 이인제씨가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지고 앞서가고 있었다. 지난해 5월, 당시 누가 노무현이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리라 확신할 수 있었나? 그러나 우리 문화 예술인들의 모임은 현실에 안주해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대통령감을 찾자고 했다.
그런데 노무현이 있었다. 우리는 지난해 12월17일 처음으로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노문모)을 결성하고 노무현 지지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는 물결이 되어 변호사 학자 종교인 등 각계각층에서 인간 노무현에 대한 사랑 선언이 이어졌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고, 대통령 노무현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후 민주당은 국민 경선을 하기로 결정했고, 그는 마침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지금 노후보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전국을 휩쓸고 있는 희망 돼지 열풍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은 성금들이 우리 모두를 훈훈하게 데우고 있다. 나는 확신한다. 희망은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그리고 노무현은 참으로 많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 경선이 끝난 후 경기도 어느 수련원에서 있었던 노사모의 자축연이 기억난다. 그 날 우리는, 12월19일에는 온 국민과 함께 희망에 흠뻑 젖어 밤을 지새우고 아침 해를 맞자고 약속했다. 모두가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나는 그 꿈이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다.
주> 다음은 '다시, 바람이 분다' 관련 연세대 총학생회의 공지사항입니다.
http://poisontongue.sisain.co.kr/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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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효씨의 글 중에 '자신의 이익을 좇지 않고 원칙을 지키고 모두의 가치를 추구해 온 그의 삶을 좋아해서이다.'
라는 부분이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들의 공통된 이유일 겁니다.
공인임에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권해효씨 존경합니다. 실력 있는 배우로 많은 활동을 바랍니다.
1. 멀티닉
'09.6.17 1:40 AM (115.21.xxx.111)2. 바람의이야기
'09.6.17 1:44 AM (121.151.xxx.233)권해효, 그의 글을 보니 그의 인품이 느껴지는군요.
이번에도 수고가 많겠습니다.3. 권해효
'09.6.17 1:50 AM (58.140.xxx.219)너무 걱정해 주니 오히려 부담되나봐요.^^
몽새를 지지한 글 못 쓰는 연예인은 누군지 짐작이 가는데
회창옹을 지지한 연예인은 누구였을까요?4. ..
'09.6.17 1:55 AM (121.88.xxx.84)항상 고맙습니다.
5. 낭만고양이
'09.6.17 2:02 AM (125.142.xxx.28)권해효씨 연극도 하시나요? 연극 본 지 꽤 됐는데, 이왕 본다면 권해효씨 나오는 거 보고 싶네요^^
6. 풋
'09.6.17 8:02 AM (112.148.xxx.150)정몽준을 지지했던 연예인은 도저히 글을 쓸 실력이 안 돼 직접 찾아가서 구술 받았었다...누군지...아는사람들은 다~~알지요...ㅋ
7. ..
'09.6.17 8:28 AM (58.148.xxx.82)멋지시네요.
사회문제를 외면하면 자신의 미래가 없어진다.
바로 저겁니다....8. 권해효씨
'09.6.17 8:44 AM (121.188.xxx.198)봉하마을에서도 분주히 오가는 그사람을 보았는데 어쩌면 그렇게 반듯한지 말이라도 나누어보고 싶었지만 워낙 바빠서 한참을 지켜보아도 몸짓에 진실함이 가득하더군요.
9. 추모콘서트
'09.6.17 8:50 AM (81.152.xxx.191)추모콘서트에 반가운 이름들이 눈에 띄네요.
윤도현밴드,뜨거운 감자,신해철,안치환,그리고 고딩때 좋아하던 이상은...
갑자기 눈물이 나네요.
이 뒤숭숭한 시국에 저 추모공연의 참가여부로 어찌될지 모르는데도 ....
고마운 분들입니다..ㅠㅠ10. ▶◀ 웃음조각
'09.6.17 8:59 AM (125.252.xxx.14)권해요씨 멋집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11. //
'09.6.17 10:39 AM (61.106.xxx.78)개념이..충만하신 분이네요
권해효씨의 영원한 팬이 될렵니다.12. 은혜맘
'09.6.17 12:22 PM (124.5.xxx.89)항상 응원하겠습니다.
13. phua
'09.6.17 2:39 PM (221.143.xxx.174)저두요~~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드라마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었음 해요.14. 쟈크라깡
'09.6.17 5:47 PM (119.192.xxx.134)저도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