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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없이 살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던 그 말씀을 기억합니다
모두 그 한마디를 못해서
박정희는 유신을 했고
김일성은 죽은 뒤에 나라를 개판으로 만들었으며
386은 당적을 옮겨서라도 정치판에 늘러붙으려 애썼지요
왜정 때 빨치산했던 세대는 그 시절에 기대어 반세기를 누리고
4.19를 뛴 세대는 그 시절의 제 땀을 빌어 이후를 치세하고
87년을 산 세대는 그 시절의 피눈물을 빌어 어깨에 힘을 주지요
이명박을 포함한 '그들'도, 언젠가는 제 삶에서
그렇게들 정의로웠을 겁니다
모두들 그때 그 시절만큼은 나름의 영웅이었을 겁니다
당신은 그렇게 정의롭지 못했습니다
한 시절에 기대어 그리 마음 편히 정의롭지 못했습니다
정의롭지 못해 정의롭고 난 이후의 세상을 책임지려 들었고
정의롭지 못해 검찰청을 들락날락해야 했으며
정의롭지 못해서, 한 시절 정의로웠던 것을 알리바이로 삼는
허물많은 이들에게 작은 허물까지 낱낱이 들켜야 했습니다
영웅없이 살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과거의 영광 속에 홀로 찬란했던 양복쟁이 영웅들 중
그 누구도 이후의 세계를 챙기려 들지 않습니다
한철 정의로 족하므로, 다음은
후대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이 땅에 존경할만한 '전설'은 많아도
존경할 만한 어른이 드문 이유가 그것 때문이겠지요
아직도 이 땅엔 짧았던 젊은 시절의 정의를 발악같이 외치는,
그리하여 다음 세대가 토해놓을 조루같은 열성당원을 기다리는
허물많은 어른들이 너무 많습니다
현재의 허물에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과거의 정의를 과거의 박제로 놔두지 못하는 바보에게는
한없이 추상같은 자들이 이 땅엔 너무 많습니다
있지도 않은 도덕군자를 기리는 속물들 사이에서
과거의 정의도 현재의 과제도 죄다
웃음거리로 만드는 자들이 이 땅엔 너무도 많습니다
그 속에서 당신은
알리바이 없는 세상을 참 오래도록 앓으셨습니다
김지하도 황석영도 웃음거리가 되던 21세기에
저 또한 영웅없는 세상을 오래오래 앓겠습니다
쉽게 정의롭지 않고 쉽게 기대지 않고
쉽게 늙어가지 않겠습니다
제가 어른이 되었을 때, 제 후배 제 자식 세대들에게
당신이 가졌던 얼굴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당신은 내가 만났던 최고의 '어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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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없이 살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 조회수 : 211
작성일 : 2009-05-24 02:28:45
IP : 119.207.xxx.15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5.24 2:29 AM (119.207.xxx.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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