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게시판은 오늘 스승의 날 이야기로 꽤 시끄럽네요
재작년 저희 아이 담임이셨던 분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시고,
매달 시간을 내어 들놀이도 가고, 엄마들이랑 밤에 호프도 가고
방학땐 조를 짜서 아이들을 집에 불러다 재우고,
엄마들 집에 불러 떡볶이도 해 주시고,
여기저기 희망자 가족과 함께 여행도 많이 다니는,
작년, 재작년, 그 이전 엄마들까지 선생님을 차지하고 싶어해서
너무나도 바쁜, 그래서 자꾸만 말라만 가는 언니같은 분이 계시답니다.
이제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신 선생님이 너무 그리워서
어제 밤에 메일을 보냈답니다.
우리 선생님 답장 한번 읽어 보실래요?
-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지난 해 언젠가 옆반샘한테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들어 볼래요?" 했어요
"그래 한번 들어 봅시다." 그러더니 " 안 들어도 다 알고 이는데, 뭘 또 얘기하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때부터 메일을 보내거나 문자 쓸 때 '행복한 사람 보시오.' 이렇게 보냅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이 된다는 것은 참 어려워요.
그 아이를 마음으로 들여다봐야하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마음으로 보려해도 잘 보이지도 않고요.
늘 부족하고 모자란 내 모습이 부끄러울 때가 많죠.
아직도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지 확신도 없고 늘 흔들리죠.
그리고 가끔 어른들 편에 서서 편하게 살고 싶은 유혹도 많습니다.
이 땅의 모든 교육 정책과 학교 운영은 어른들(힘있는 자)이 우선이니까요.
아이들 입장을 말하면
"뭘 그리 따지냐" 하죠.
그래서 따진다는 말이 듣기 싫어 슬쩍 넘어갈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안 된다'는 마음과 '대충해' 하는 마음이 늘 싸웁니다.
그래서 괴로울 때가 많아요.
특히 새롭게 학교를 옮기고 나서는 그 싸움이 더 많습니다.
제가 늙는 것은 그 괴로움 때문인 것 같아요.
오늘 우리학교는 체육대회를 했어요. 교실에 들어오지 않고 운동장에서 바로 운동회하고 집으로 갔죠.
6학년 아이들인데도 운동장에 앉혀 놓으니 흙장난을 많이 합니다.
1학년하고 또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 단속한다고 힘들었어요. 밥 먹고 아이들이 한 사람씩 저에게 선물을 주고 갑니다. 꼭 안아주면서 "선생님, 스승의 날 축하드려요" "오늘 너무 말 안들어서 죄송해요" 인사를 합니다.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을 미리 주문했거든요.
땀 냄새 나는 남자 아이들 어린애마냥 안기는 모습이 명기처럼 든든한 아들 같고요.
내 키만한 여자 아이들은 살집 두둑한 이든이 같아요.
아까 야단쳤던 것이 참 미안해지는 순간이예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편지를 받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서로 좋아하니까 마음이 통하잖아요.
이렇게 힘나는 글을 읽으면 '아,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이렇게 힘나는 글을 읽으면 '더 많이 아이들을 사랑해야겠다' 생각합니다.
늘 만나고 싶고 만나면 오래도록 같이 있고 싶은 사람.
의왕에 아름다운 사람들과 오래 같이 하고 싶어요. 특히 언니로 대해주는 것 -
어때요?
세상에 이런 선생님이 진짜로 계시더라니까요.
부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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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생님도 계십니다.
.. 조회수 : 1,057
작성일 : 2009-05-15 22:36:59
IP : 121.190.xxx.20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참
'09.5.15 10:50 PM (125.190.xxx.48)엄마같은 선생님이네요..
내 아이 선생님은 아니지만 고마우신 분입니다..그려..2. 세상에...
'09.5.15 10:50 PM (77.57.xxx.161)부러워하면 지는 건데... ㅎㅎㅎ
원글님 복이 많으시네요.3. 부럽네요
'09.5.16 11:26 AM (222.120.xxx.50)진짜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시는 선생님은 분위기가 벌써 틀리던데요..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그 선샘 어디로 가셨나요? 이사 가야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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