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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여덟, 그 쓸쓸함..

쓸쓸함 조회수 : 8,159
작성일 : 2009-04-22 00:45:03
앞만 보고 달려 왔고, 달리는 기간 중에는 늘 최고였는데,
서른 여덟인 지금 돌아보니, 왜 이리 쓸쓸한지요.

밖에서 보기에 좋은 학벌에, 좋은 직장에, 이 나이까지 일하고 있다고 하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하나 있는 아들래미는 남의 손에 키우고,
여기 저기서 문제 뻥뻥 터지고 있고,
같은 계열인 남편과 저, 도대체 언제까지 이 일을 하고 있어야 하나,
그리고 이제 인생 8,90 까지 살아야 한다면,
제 2의 인생에서 뭘 할 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나 싶고

사회에 기여하고, 내 자신도 풍요로와 지고, 정신적인 성장 어쩌구 저쩌구..
그치만 정작 처해 있는 현실은 아이 눈도 못 뜰 때 집에서 나가고,
커피 한 잔 여유있게 못 마시고, 적지 않은 돈을 받아도,
돈 쓸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그런 삶의 되풀이네요.

아이 때문에 직장을 관두고 싶었다가도,
정말 내가 아이를 위해 헌신하고 싶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다가,
결국 그것도 아이 문제에 대해서도 남들보다 못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결국.. 그냥 채워지지 않는 쓸쓸함 때문 같네요.

30대 후반, 엎어지면 40대, 뭘 보고 다시 한 번 열정을 불태우며 살 수 있을까요..
삶이..너무 쓸쓸합니다.
IP : 116.34.xxx.75
3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래그런
    '09.4.22 12:50 AM (59.4.xxx.202)

    원래 삶이 허망한거라고 했어요.
    삼천년전 불교경전에.
    그 허망한걸 잡고앉아 공들이고 가꾸고 다듬고 안놓칠려고 발버둥치는데서 인생의 비극이 시작된다고.
    삶을 선물로 생각하고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그게 참 잘 안되지만..

  • 2. 별사랑
    '09.4.22 12:58 AM (119.70.xxx.169)

    서른 여덟..부럽네요.
    마흔살만 됐어도 춤추고 다니겠구만..ㅎ

  • 3. 서른일곱
    '09.4.22 1:00 AM (210.94.xxx.137)

    전 둘째아이 늦게 낳았는데 천식이라 너무 힘이 드네요..
    전 언제쯤 님처럼 제 삶을 되돌아볼까요?
    내 삶을 되돌안볼 시간이 있었으면 ^^
    그래도 지금이 소중하다 생각해야겠죠?

  • 4. 원인을
    '09.4.22 1:09 AM (218.238.xxx.188)

    잘 찾아보세요, 분명 원글님께서 정말 하고 싶고 원하는 것이 있을꺼에요.
    그것이 현재하고 있는 일일수도 있는데 잠시 이런 기분이 든것일수도 있구요, 아님 육아일수도 있구요...
    전 현재 전업이구요, 영어전공에 미국거주도 몇년했고 경력도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과외라도해서 돈좀 벌수있지만, 제 자신을 가만 들여다보면 전 육아하고 제 생활하는게 적성인것같아 아직 아이키우며 행복,만족해하며 살고있어요, 저도 30대 중반이구요...
    돈좀 적게버는대신, 육아에 전념하며 만족하게 살고 싶구요, 혹시라도 나중에 내가 꼭 돈을 벌어야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가서 경제활동을 할 생각이에요.

    원글님께서도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삶이 무엇인지 꼭 찾으시길 바래요~

  • 5. 쓸쓸함
    '09.4.22 1:09 AM (116.34.xxx.75)

    아이 이제 초등이 됬으니, 사실 돌아보고 말고의 겨를이 없어요.

    일에, 아이에 이러다 보니, 제 이름은 회사에서만 쓰고..아니군요. 회사에서는 성에다 직책을 붙이는 군요. 제 이름을 불러 줄 친구들과의 모임은 무슨 연례행사이고, 그것도 애 키우는 애 엄마가 쉽게 가기 어렵고 홈커밍데이도 가기 어렵고..

    이 모든 걸 떠나서, 요즘은 뭔가 하고 싶은 게 없고, 그냥 관성으로 가고만 있네요. 하하 호호 웃는 남편과 아이가 있어도, 한없이 사랑스러운 그들이지만, 그 속에서 가끔 쓸쓸하고 고독하고, 우울하고 그러네요.

    어릴때의 종교로 다시 돌아갔고, 전문 상담도 받아 봤고, 취미도 가져 봤는데, 끝도 알 수 없는 쓸쓸함은 계속 계속 남아 있네요.

  • 6. 산낙지
    '09.4.22 1:22 AM (122.100.xxx.111)

    어째든 우울증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우울증 중에는 우울할 상황이 아니라도
    뇌속의 도파민, 세로토닌 등의 화학물질 작용에 이상이 생기면 우울증이 생길수 있습니다.
    프로작이란 약물이 도움이 될것 같네요.
    정신이 물질의 지배를 받는 다는 것인데, 심리적인 이유에서 답이 없다면 이런 접근도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 7. 30대중반
    '09.4.22 1:56 AM (59.19.xxx.86)

    저는 집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좋아하는 일을 하는데다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예요) 혼자 아이 봐가며 할려니 요즘은 일이 거의 진행이 안되고 있네요.
    하루에도 몇 번씩 속으로 제 자신과 싸웁니다.
    내 일을 열심히 하면서 성취감을 느낄건지, 아니면 그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이런 저런 시간을 보낼건지... 그러다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 땐 만감이 교차하고 그러네요.
    그나마 요며칠은 아이 잘 때 이렇게 인터넷도 짬내서 하고 다운받아놓은 외국드라마 보면서 나름 어학 공부도 하고 하지만... 전업이든 저처럼 전업 같은 프리랜서든 직장맘이든 다 이 나이쯤엔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도... 내년쯤엔 아이 어린이집 보내고 저도 새로운 걸 좀 배워볼려고 하고는 있는데 당장 지금... 하루 하루가 너무 헛되게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그래도 열심히 사는 수 밖에 없겠지요. 같이 힘내보아요. 화이팅~~

  • 8. /
    '09.4.22 2:02 AM (124.49.xxx.204)

    저도 그 나이부터 올 해까지 꼬박 방황? 비스므레 제정신이 아닙니다 ㅎㅎ
    여하튼.. 에니어그램 책 읽은 기억이 후다닭 지나가네요.. 유형3들이 원글님같은 딜레마가 오기도 하나봐요.. 시간 날 때 한번 읽어 보세요..
    여하튼 화이팅하세요.
    직딩맘이던 전업맘이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갈급함은 누구나 있는 겁니다.
    전 전업맘인데도 자식을 과연 잘 키우는 걸까 ㅡ,ㅡ 맨날 스트레스 속에서 허우적댑니다.
    ...^^

  • 9. ㅅ.ㅅ
    '09.4.22 4:08 AM (114.108.xxx.51)

    인생의선물 -양희은노래,sada masashi

    1. 봄산에 피는 꽃이 그리도 그리도 고울 줄이야
    나이가 들기 전엔 정말로 정말로 몰랐네
    봄산에 지는 꽃이 그리도 그리도 고울 줄이야
    나이가 들기 전엔 정말로 생각을 못했네

    만약에 누군가가 내게 다시 세월을 돌려준다 하더라도
    웃으면서 조용하게 싫다고 말을 할 테야
    다시 또 알 수 없는 안갯빛 같은 젊음이라면
    생각만 해도 힘이 드니까 나이 든 지금이 더 좋아

    그것이 인생이란 비밀 그것이 인생이 준 고마운 선물



    2. 봄이면 산에 들에 피는 꽃들이 그리도 고울 줄
    나이가 들기 전엔 정말로 정말로 몰랐네
    내 인생의 꽃이 다 피고 또 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내 마음에 꽃 하나 들어와 피어 있었네

    나란히 앉아서 아무 말 하지 않고 고개 끄덕이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하나 하나 있다면
    나란히 앉아서 아무 말 하지 않고 지는 해 함께 바라봐 줄
    친구만 있다면 더 이상 다른 건 바랄 게 없어

    그것이 인생이란 비밀 그것이 인생이 준 고마운 선물

  • 10. .
    '09.4.22 6:11 AM (121.163.xxx.184)

    윗님 글 보니..
    양희은의 내나이 마흔살에는? 이라는 노래가 생각나요
    그노래도 얼마나 좋은지 시간나시면 한번 들어보세요

  • 11. 나자신..
    '09.4.22 8:09 AM (116.127.xxx.11)

    나자신을 위해서 살고있는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요....

    전 친정어머니께서....연년생키우는 제게... 5년은 니인생을 없다고 생각하고 살라하셨습니다..
    5년을 그렇게 살았고..두아이모두 유치원에 입학할때쯤..
    제인생에서 가장 하고싶었던 그림을 배우기시작했습니다.
    제가 평생을 두고 가장 좋아했던것이라서 거의7~8년을 정열적으로 매달렸고(지금그렇게 하라면 못합니다..아이들이 유치원보내놓고..세군데를 뛰어다니면서 그림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화가로 활동하고있고...맘의여유가 생겼습니다...
    예전에 그 허망했던 세월들이 이젠 꽉~찬것 같아요...
    분명 하고싶은일이 있으실테고..아님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실수도 있고...
    더더욱 중요한것은...님이 아이와 함께 하지못하는 시간을 가치없다고 생각하실수도 있어요..
    사람들마다 인생이 가치가 틀리듯이...
    오랜기간동안 진정 원하시는게뭔지..많이 고민하시고..꼭..찾으시길 바래요^^

  • 12.
    '09.4.22 9:10 AM (110.9.xxx.70)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는데..
    생활에 활력이 되네요.
    아이키우면서 다른 할 일 다하고 하려니 쉽진 않지만
    도전 자체가 즐거워요. 소망도 품어보고..
    막상 그 일을 하다보면 일에 찌들리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간절히 소망했던 그 순간을 생각해보려구요.

  • 13. 38세전업주부
    '09.4.22 9:15 AM (124.56.xxx.161)

    그래도 전 님이 부러우네요.. 좋은학벌에 좋은직장에..
    시댁형제들.. 저만 빼고 신랑까지 모두 좋은 학벌에 여자들은 좋은 직장아니어도 대학테솔다 이수해서 나름 일하고 시누이는 외국대학 석사까지..-신랑도 s대공대 석사중-
    12년차인 지금 결혼 정말 후회하고 있어요. 늘 저만 겉도니.. 저만 초라해보여서 늘 저는 부엌데기같다는 느낌만 들고 ..
    저야말로 파출부 노릇하며 산다는 생각에 많이 우울하네요.. 신랑은 자기일밖에 모르구요.
    애들은 몸이 약해 초등인데도 비염 달고 살고...
    애들 아빠도 늦게 대기업 들어가서 월급도 적고..
    아 돈이나 많고 학벌 무난한 곳으로 시집갈껄 후회하고 있어요. 전 인정을 전혀 안해주거든요 시엄니가...시엄니 본인은 초등학교도 안가본 사람인데 자기자식 학벌이 자기 학벌인양 그러거든요..

  • 14. 원래
    '09.4.22 9:29 AM (203.142.xxx.240)

    마흔전에 한번씩 그런 허전함.허망함.쓸쓸함을 경험하는거 같습니다.
    제가 39살인데 작년말 겨울 한두달..한참 그런 마음이 들더군요. 제 친구들도 다들 한번씩 그런 우울함을 지나왔구요.. 그냥 마음 편히 가지시구요.
    어차피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좀더 성숙해지기 위한 단계같아요.

  • 15. .
    '09.4.22 9:32 AM (210.180.xxx.126)

    서른 후반에서 마흔 초에 뒤늦은 사춘기를 앓았었습니다.
    친구들은 사추기 라고 하더군요.
    그 나이때가 그런가봐요.

    콕 집어낼 수 없이 외롭다고나할까. 한가해서 그런건 절대 아니구요.
    원글님 그냥 이 시간을 잘 보내세요. 몸을 많이 움직이도록 하시고,
    유혹에 흔들리지 마시고, 없는 시간 내어서 아이한테 할애하세요.
    아이가 금방 커버려서 나중에는 잘해주려고 해도 안되더라구요.

  • 16. 마흔
    '09.4.22 9:43 AM (114.206.xxx.221)

    얼굴도 모르는 님이지만 전 부럽기만 하네요..
    학벌 좋고 직장도 있다니...
    매일매일 티 나지 않는 집안일 하느라 너무 힘들거든요.
    직장에서 자기일 하는 거...아주 큰 행복이랍니다.

  • 17. 레이디
    '09.4.22 10:12 AM (210.105.xxx.253)

    전 39살. 딸은 12살. 서울 살고 대기업 다니는 맞벌이입니다.

    눈떠서 세수-식사-출근-일-퇴근-식사-샤워로 이어지는 매일의 반복입니다.
    전 술 좋아한는데, 이젠 술자리도 귀찮아요.
    기운 딸려서요.

    1년에 1~2번 해외여행도 가고, 가끔 국내여행도 가죠.
    그런데도, 재미가 덜해요.
    올들어서 부쩍 힘이 드네요.

    특별히 불만은 없는데, 마냥 쉬고만 싶어요

  • 18. ....
    '09.4.22 12:09 PM (121.165.xxx.69)

    38 !
    지나고 보면 찬란한 나이입니다. 저도 그 나이 때 님과 같은 생각 많이 했지만

    이제 지나고 보니 아름다운 나이였습니다.

    되도록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면서 현실에서 보람을 찾아보세요

  • 19. 그래서..
    '09.4.22 1:23 PM (121.88.xxx.95)

    안식년이란게 있지 않을까요..
    다른 상황을 부러워 하는 것은 내가 그 상황이 아니라서겠지만..
    매일 같은 삶으로 바쁘게 반복된다면 기계가 아닌 사람은 지칠거에요..
    돌아 보고도 싶고 다른 길도 한번 생각해 보고 싶고 그냥 쉬기만 해 보고도 싶은데 나는 여전히 쉬지 않고 매일을 같게 보내고 있죠..

  • 20. 마냥
    '09.4.22 2:15 PM (211.229.xxx.169)

    부러운 나이네요

    그 때만 되어도 난 행복할듯 싶어요

    사람은 누구나 만족하기 힘든것 아닐까요

    누구는 저를 부럽답니다

    나이48에 직장다니고 사회생활하고 있다구요

    있는것에 만족하고 즐기세요

    위만보면 끝이 없다네요

    정말 아름답고 좋은 나이입니다

  • 21. ...
    '09.4.22 2:38 PM (220.77.xxx.123)

    어떻게 살아도 삶이 후회 스럽진 않을까요?
    그래도 든든한 직장에....
    전업주부로 된다 해도 집에서 아이만 쳐다보고 사는것도 하루이틀이고 또 그생활에 회의도 느껴진답니다.
    지금의 생활에 감사해야합니다. 전 30대초반이지만 아직 제대로 된 집도 생활이 불안정해서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지라 숨이 찬데 님은 한숨 돌릴 형편이니 말입니다^^

    뭔가 새로운일을 모색해보세요
    취미생활을 해본다든지... 한 아이를 후원한다는 보람찬 일을말이죠...

    살다 뒤로 돌아보면 인생을 알차게 잘 보냈다는 사람이 몇있을까요^^

  • 22. ㅡㅡㅡ
    '09.4.22 2:54 PM (218.39.xxx.112)

    정말로 38이 좋은 나이였군요!
    지나보면 30대가 제일 좋았더라..하는 어느 글보고
    한창때의 청순한 아름다움도 없고 가사와 아이 어쩌면 거기다 직업까지 더해
    자기 돌볼 여유 없을때가 바로 30대인데 뭐가 좋다는건가....
    저도 성격상 평생 우울이란걸 모르고 산 40 목전인데
    그냥 이렇게 똑같이 살다...병 걸리다...애들 때문에 웃고 울다...
    그러다 죽는건가..싶을땐 쫌 우울합니다.
    30대가 제일 좋을때라면 이제부터 죽을때까지는 지금보다 더 좋은때는 없는건가 싶기도 하고.

  • 23. ....
    '09.4.22 4:05 PM (124.80.xxx.133)

    원늘님 맘! 그 맘 알겠는데요!
    저도 삼십대땐 사십대가 되면 어떻게 살까??
    생각하믄 우울하고 그랬는뎅~~ㅎㅎ
    지금 사십대 되니 걍~~그럭저럭 살아요!
    나이가 삼십대가 아니여서 혹은 사십대 여서 어덯게 될거 같아도
    또~~그렇게 사십이 되어도 숨쉬고 살고 있어요!

  • 24. 원글님..
    '09.4.22 5:31 PM (211.58.xxx.156)

    저와 같은 나이시고, 저와 같은 처지시네요.
    또한 같은 마음이구요.

    저는 다행히 출 퇴근시간은 9시 6시 정확한 편이라 님보다는 나은거 같기도 하고,
    7, 5살 두 아들 데리고 출 퇴근하면서, 매일매일이 동동걸음이네요.

    우울하다기 보다는 쓸쓸하다는 말이 딱입니다.
    가까이 계시다면, 차라도 한잔 나누고 싶어집니다.
    얼굴한번 본 적이 없지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25. 마흔
    '09.4.22 5:53 PM (203.247.xxx.70)

    마흔이 되니 정말로 행복해요.
    힘든 서른여덟, 미칠 것만 같았던 서른 아홉 가을과 겨울을 지내고 나서
    어느덧 마흔의 봄이 왔어요.
    마흔이라는 나이가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이 불혹이라는 말을 자꾸만 떠올리게 하네요.
    사춘기가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데
    저는 삼십대의 마지막 두해가 인생 어느 때보다 더 힘들었어요.
    외부적으로는 점점 안정되고 있었지만
    내부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광풍이 휘몰아치고
    악마가 들쑤시고 다니는 듯 했어요.
    가슴엔 커다란 불덩이가 오르락 내리락...
    이러다 미치지... 그런 생각 자주 했구요.

    마흔이 되고 나니 정말 놀라울 정도로 평온해졌어요.
    올 봄 꽃들이 얼마나 예쁘고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나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네요.

    전 나이드는 게 너무너무 좋아요.
    사람들이 몇 살이냐고 물을 때, 손가락 네개 펼쳐서 마흔이라고 말하는 순간
    내가 마흔이라 너무 좋아,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 시기를 견뎌야 하는 거 같아요.
    약이나 치료 다 심각하게 고려해봤지만
    주위에서 많이들 말렸어요.
    약에 의존하면 안된다고
    별 거 별 거 다 해봐도 안되구요...

    아마도 남성성이 강해지면서 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 비율이 바뀌는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요새는 남자애들이 사춘기를 어떻게 견딜까 애처로운 생각이 들 정도예요.
    '테스토스테론 폭풍' 이라고 한다죠. 미국에서는 남자아이가 더 많이 태어나지만,
    교통사고, 자살, 익사 등으로 사망하는 남학생 수가 많아서 남녀 성비가 18세 때 바뀐다네요.

    대책없는 그 시절에는 자신을 돌아보거나 깊이 생각하지 말아야 할 거 같아요.
    그냥 기계적으로 삶을 지속하면서 자신의 판단 능력을 믿지 말아야 해요.
    마음속 악마의 작용으로 늘 오판을 하게 되거든요.
    그나마 바쁘게 몰아치지 말고 좀 여유를 갖고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잘 먹어두고
    체력을 비축해 두는 게 제일 인 듯 해요.

    저도 다시는 삼십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 26. 생각을 달리
    '09.4.22 5:56 PM (119.64.xxx.171)

    저도 같은 나이. 맞벌이하면 앞만 보고 달렸는데..지난달부터 쉽니다. 회사 안다니면 밥 굶을것 같았는데..정말 욕심이었습니다.
    초등 4학년 아이가 하교후 종알종알 대는 모습, 토스트라도도 구워주면 좋아죽겠는 표정. 아파트 문을 열며 "엄마~" 하고 외치는 모습, 학원 마칠때 기다리며 바나나우유 사줄때 아이의 기뻐하는 표정 보고 마음 바꿨습니다. 남편보다 연봉이 많았는데도 제가 버는 거 정말 없어도 살아집니다.

    저희도 10년이상 둘이 동동거리며 애를 어떻게 키운지도 모르게 살았어요. 엄마, 언니, 시누이, 종일반 어린이집..,전전하며...지나고 보니 사람사는게 아니었어요. 물론 빚없고, 집은 있지만....가족과 사는게 뭔지...요즘 새록새록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식사는 아이와 함께 스파게티 만들기^^

  • 27. ..
    '09.4.22 6:01 PM (221.153.xxx.237)

    아래를 보고 사세요..

    내일때매 바쁘고 내아이 때매 종종 거리는데요.뭘..

    어린나이에 결혼해서 이십대 몽창 시아버지 병원수발로 보내고 돌아가시곤 시어머니랑 합쳐서 지금까지 시어머니 병원 뒷바라지 합니다.
    한때는 베란다 보면 뛰어내리고 싶었다는...
    그때 젤 부러웠던게 직장 가진 아줌마 들이었습니다.

  • 28. 나지금
    '09.4.22 6:16 PM (220.122.xxx.86)

    5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너나 없이 사는게다 비슷비슷 하구만요
    그게 인생이겟거니 하고 살아야지요
    애들 다커보세요 그나마 그때가 좋았다 싶지않을까요

  • 29. 우선은
    '09.4.22 6:20 PM (121.134.xxx.139)

    감동적인 영화를 보셔서 기분 전환을 하세요.
    눈물 흘리시다가 님의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세요.

  • 30. ..
    '09.4.22 6:36 PM (121.144.xxx.90)

    님 대단하시네요...내가 해야할 숙제라면 용감하게 해내야겠지요...님은 해내셨구요...물론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요...이런과정이 삶인것같아요...열에 열 모두 다르게 사니까요...그런데 어느누구도 100%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있을까요 ?...모두에겐 숙제가 있는데...다른이들보다 조금 더 어려운문제를 푼다고 생각하면 좋을듯 싶어요...

    원글님 힘내시고요...

  • 31. 저도
    '09.4.22 6:46 PM (121.132.xxx.49)

    서른여덟이네요..

    저는 전업주부구요..하루가 어떻게 가나 생각할 시간도 없이 가버리네요..

    아침에 큰애(6학년) 학교 챙겨보내고, 남편 도시락 싸고 (8년째) 작은애 유치원 보내고 남편 출근시키고..9시부터 3시까지 주식매매로 반찬값,애들 책값 정도 벌고..집청소하고..애들오면 간식 만들어 먹이고..학원안보내고 끼고 앉아 큰애 영어,수학,한자 공부 가르치고,둘째 끼고 책 읽어주고.. 저녁준비하고..애들, 남편 다 자고나면 새벽3시까지 커피한잔 마시며 좋은 음악 들으며 주식 공부하고.. 제 하루 일과지요..

    직장다니는 사람은 다니는 사람대로 집에 잇는 사람은 집에 있는 사람대로 바쁘고..뭔가 놓치고 사나 싶은게..가끔은 쓸쓸하기도 하고..하루종일 종종거리다보면..기운도 하나도 없을때도 있지요..

    하지만 아무리 힘들고 바쁘고 해도..내가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그 가족들을 위해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게 참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삽니다..

    저는 하루종일의 스트레스를 음악들으며 커피마시며 주식공부하는 걸로 풉니다.. 내 쓸쓸함을 풀 수 있는 걸 얼른 찾으셔요..

  • 32. 그래서
    '09.4.22 7:03 PM (211.212.xxx.238)

    저도 이런가요?
    저도 서른 여덞인데요...
    작년까지도 짜투리 시간만 나면 빨빨거리고 할일을 만들고 돌아다녔던 제가....

    올해는 애들 둘다 보내고 저만의 시간이 많이 생겼는데...

    이상하리 만치.... 가라앉네요.
    의욕도 없고... 하기도 싫고....

    그냥 하루하루 이유없이 힘듭니다.

  • 33. 저도
    '09.4.22 7:07 PM (121.144.xxx.220)

    저도 38입니다.
    요즘..제가 딱 님 같네요.
    우울? 우울이라기 보다는.... 텅빈.. 쓸쓸함..
    잡을 수 없는 세월에대한 두려움? 이제 곧 삼십대도 지나 마흔이라는 나이가 ... 적응못할 것 같아요.
    되돌아 가고 싶은 젊음...??? 되찾고 싶은 열정?? 뭐..그런 생각들로 멍때릴때가 많네요. 요즘 특히.
    그냥 자연스럽게 지금의 우울함을 즐기려 하고 있네요.
    애절한 음악도 듣고..사색에도 잠기면서....

    부모님 잘 만나 공부하고 싶은 만큼 다 해봤고, 젊은 시절..해외여행도 돈 걱정 없이 신나게 다녔고, 너무나 신실한 전문직 남편에 사랑스러운 두 딸...
    그런데..왜 그런것들도 위로가 되지 않는지...
    그저..이 시기가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네요.

  • 34. 작은키키
    '09.4.22 8:25 PM (221.150.xxx.142)

    그렇군요..
    저도 같은 나이...
    요즘 저도 무척 쓸쓸하답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였네요.. 윗글 많은 분들이 슬쓸함을 느끼며 사네요..
    적당히 슬쓸함을 즐기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살도록 합시다..

  • 35. 취미생활요
    '09.4.22 8:54 PM (115.136.xxx.70)

    저두 비슷한 나이에 직장다니며 아이키우며 바쁘게 살다가 어느날부터 운동을 시작했어요.
    적성에 맞는 운동이 생기니 너무 재미있어서 틈나면 운동하고, 그 시간 기다리고 그게 낙이네요.

    지난 겨울엔 아이랑 같이 스키 배워서 겨울내내 스키장 오가는 재미에 살았구요.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 있어야 인생이 즐거운것같아요.

  • 36. 원글이
    '09.4.22 9:24 PM (116.34.xxx.75)

    도움 주는 말씀, 공감 주는 말씀, 모두 감사드립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것으로도 많은 위안이 됩니다.

    물론, 여전히 풀 수 없는 쓸쓸함은 가지고 있긴 하지만요..

    쓸쓸함에 대해서 시리즈로 여기다 풀어봐야 할라나요.

  • 37. 저도 38
    '09.4.22 11:41 PM (125.135.xxx.221)

    전 부모님이 연세가 많으세요..
    부모님 사실 날을 세어보고
    내 나이 세어보니..
    삶이 전과 다르게 보이면서..
    마음 한켠이 뻥 비는것 같아요..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내려지는 것 같아요..
    그 허함이 한편으로는 쓰리고 한편으로는 편안해져요..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아온 분들,
    그저 나이가 같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요....
    그래서 나이가 들면 옛날 친구들을 찾게 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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