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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체포당한 이춘근PD가 무도 태호PD에게 보냈던 편지
촛불 권하는 사회
- 무한도전 김태호PD에게 보내는 편지
이춘근 (MBC 시사교양국 PD)
태호야~ 네가 나보다 1년 먼저 입사한 회사선배지만, 우린 스무 살부터 친구니까 이 편지는 사석에서처럼 반말로 쓸게~
안암동에 있는 너희 학교와 신촌에 있는 우리 학교는 사람들이 라이벌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서로 자극이 되는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 우리가 처음 만난 건 94년 봄에 있었던 신방과 과교류회였지.
너에 대한 첫인상은 뭐라고 해야 하지. 음... 쇼킹했던 의상선택, 패셔너블한 아이템 등 척 봐도 보통사람이 아니구나 싶었단다. 나도 청바지에 그림을 그리고 다니던 우리 과에서 알아주던 ‘돌아이’였지만, 재기발랄한 네 모습에 그냥 혀를 내두르고 말았지.
종이컵에 따른 소주에 안주라고는 새우로 만든 과자밖에 없었지만, 잔디밭에 둘러앉아 서로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던 그날 밤은 아직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단다. 그로부터 16년 후 넌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예능PD가 되었고, 나도 부끄럽지 않은 언론인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지.
태호야! 근데 이상한 사람들이 MBC를 민영화해야 된다는 둥 자꾸 헛소리를 해대서 요즘에는 마음이 좀 심란하다. 자막 없는 <무한도전>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네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
우리는 신문방송학을 공부한 사람들이잖아. MBC가 만약 공영방송이 아니었다면 <무한도전>이나 <PD수첩>같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도 시청률이 낮아서 고전한 적이 있었잖아? 만약 MBC가 돈 버는 게 제일 목표인 민영방송이었다면, <무한도전>은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진작 폐지되지 않았을까 싶어.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며 1등이 되기를 강권했던 대기업이 MBC를 가지고 있었다면,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캐릭터만 모인 <무한도전>이라는 기획이 윗선에서 까이지 않고 전파를 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유머감각이라고는 쥐뿔만큼도 없는 보수족벌신문이 MBC를 가지고 있었다면, <무한도전>의 백미인 ‘자막’도 높으신 분들 심기불편하게 하는 게 없는지 검사를 받아야 했겠지.
만약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 또는 유통하는 기업이 MBC의 대주주라면 작년에 내가 만들었던 <PD수첩-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를 방송하게 놔뒀을까? 작은 제작비로 돈 벌려고 저질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몇몇 케이블TV를 가지고 있는 재벌들이 MBC의 주인이라면 국제시사프로그램 <W>는 고환율 때문에 진작 폐지했을 것이고, 명품다큐로 칭찬 듣는 무려 20억이나 제작비를 들인 <북극의 눈물>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꿨을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MBC가 민영화가 된다면 아마 지금처럼 프로그램 만들기는 힘들 것 같아. 그럼 시청자들도 지금 같은 MBC 프로그램을 보지 못할 거구...
내 친구 태호야! 16년 전 어느 날처럼 오늘밤도 우리는 안에든 내용물이 바뀌었을 뿐 종이컵을 같이 들고 있구나. ‘술 권하는 사회’에서 ‘촛불 권하는 사회’로, 대한민국은 그동안 진보한 걸까? 퇴보한 걸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뉴스데스크> 신경민, 박혜진 앵커의 멋진 클로징멘트를 계속 듣고 싶다면, 퇴근하고 집에 가서 가족들과 <PD수첩>, <불만제로>를 보고 싶다면, 주말에 깔깔 웃으며 배꼽잡고 <무한도전>을 보고 싶다면 우리 MBC가 계속 공영방송으로 남아야한다는 거겠지.
국민들이 많이 도와주셔야 가능하겠지만 ‘촛불 권하는 시대’가 끝이 나고 따뜻한 봄날이 오면 신촌이든, 안암동이든 다시 한 번 만나서 소주 한 잔 마시자꾸나.
아~ 물론 MBC의 주인인 국민들께는 더 멋진 프로그램으로 보답해야겠지. 추운데 감기 조심하구~
잠이 달아납니다.
엿같은 나라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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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현 시국 상황을 고찰하고
이에 따른 향후 가능성에 대하여 논한 개인적인 견해, 주장입니다. ㅎ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정부나 기타 기관에 대한 명예훼손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ㅋ
그냥 일기예보라고 생각하세요. ^^
동 트기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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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흑
'09.3.26 12:42 AM (203.229.xxx.234)ㅠ_ㅠ
2. 은석형맘
'09.3.26 12:45 AM (203.142.xxx.147)전에도 읽었지만...맘이 짠한 글입니다..
촛불 권하는 사회.......
독재를 묵인하는 사회.........
어째야 하나요....어째야 하나요..........3. 울컥
'09.3.26 12:48 AM (24.211.xxx.211)아침에 일어나 밥 앉히고 인터넷 창 띄우니 다음에 이춘근 피디 긴급체포 이야기가 뜨네요.
우리가 이 분들 어떻게 지켜 드려야 할 지... 너무 많은 빚을 매일매일 지고 사는 기분입니다.
다음 달에 한국 가는데, 그 때는 저도 촛불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4. 정말
'09.3.26 1:06 AM (121.134.xxx.24)엿같은 사회~~~엿같은 검새~~~
5. 이 불량한 자의
'09.3.26 3:02 AM (218.149.xxx.232)터무니 없는 만행을 누가 멈추게할 수 있을까요.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이 무력함이
너무나 힘듭니다.6. ㅁㅁ
'09.3.26 8:02 AM (114.204.xxx.22)우리나라 이상태로 살아야 하는건가요? ...
7. 진실
'09.3.26 8:25 AM (119.108.xxx.70)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파렴치한 자들이...
스스로 부끄러워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뻔뻔하고 가증스러움은 "그들"이 소수임에도 세상의 반을 집어삼켰었던 이유이며,
뻔뻔한 가증스러움은 "그들"이 진실앞에 무너져 망해버리고, 이미 망가진 엉터리 이념의 포로임이 실증적으로 들어난 지금도 '허위사실'유포를 해서라도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이유이지요.8. 세우실
'09.3.26 8:54 AM (125.131.xxx.175)오! 진실님 드디어 촛불 드시는 건가요?
전부 지금 정부와 똑 떨어지는 얘기로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9. ...
'09.3.26 9:14 AM (118.223.xxx.154)몸은 점점 지쳐만 가고..
내 맘의 화는 점점 더 깊어만 가고..
이 놈의 정권이 제 삶을 갉아먹고
있네요..오래 살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 엿같은 정부가 계속된다면...10. ..
'09.3.26 9:27 AM (211.108.xxx.34)지금 눈 감았다 뜨면
개같은 4년이 획~ 지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꿈이었으면...11. ...
'09.3.26 10:30 AM (218.232.xxx.15)눈물나네요 ㅠㅠ
12. 답답해요
'09.3.26 10:37 AM (121.88.xxx.149)할 수 있는 게 뭔지...저도 눈물밖에.
13. 이런
'09.3.26 11:33 AM (221.138.xxx.212)긴 악몽이 없습니다.
14. ㅠ ㅠ
'09.3.26 12:55 PM (219.250.xxx.60)눈물이 납니다..
15. 요즘 화분기릅니다.
'09.3.28 8:43 PM (82.225.xxx.150)봄이라 씨뿌렸더니, 싹이 나와서 이제 곧 큰데다 옮겨심어야 될것 같네요.
전에는 굳이 이럴 필요가 없었어요. 맘에 화를 품지 않고 살아왔으니.
그런데, 이제는 화분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화를 풀고 있습니다.
아... 너무나 암울한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