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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신선과 놀다 온 농부.
오늘 아침
파리의 고운님께 드릴 쑥을 뜯으러 갔다가
그 새 쑥이 쑤욱 자라서 정신 없이 뜯다보니
어느 새 가지고 간 비닐봉지에 가득차서
누르고 눌러 담아도 더 이상 담을 수 없어
할 수 없이 더 이상 뜯기를 단념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헉!
시간이 벌써 열 시가 넘어 있어습니다.
쑥을 뜯다보니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숙이 너무 크고 탐스러워
조금만 조그만 하고 미기적 거린 것이
그 개 두 시간 반이 훌쩍 날아 가버린 것입니다.
처음 숙을 뜯으러 갈 때는 한 시간 정도
고운 님께 드릴 쑥만 뜯어야 겠다 생각하고 갔는데
여기 저기에서 농부를 향해
“나를 뜯어 가세요.” 하며 손짓하는
쑥들의 간절한 기대와 외침을
마음 약한 농부가 차마 못본 채 외면하지 못하고
농부를 향해 간절하게 손짓하며 유혹하는 쑥을 열심히 뜯다보니
그만 시간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신선놀음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더니
옛날 어떤 나무꾼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동굴 속에서 노인들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벌써 300 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던가?
동굴 속 노인들 바둑 세 판 뒤는 것을 보고 내려왔을 뿐인데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 농부가 잠시 쑥을 뜯는다 생각하고 정신 없이 뜯는 사이
두 시간 반이 훌쩍 지나 가버린 것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아침 농부는 쑥을 뜯은 것이 아니라
신선과 놀다 온 것 같습니다.
덕분에 쑥은 2.5kg 넘게 뜯었지만...
*절대 파리에서 쑥을 팔려고 광고하는 것 아니니
혹시라도 오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1. 통통생쥐
'09.3.19 11:00 AM (122.35.xxx.4)농부님 너무 부럽네요..따뜻한 햇살과 아직은 조금 찬 바람..그 속에 가득한 쑥향기..
그곳에서 묵묵히 좋은 사람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셨을 님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같습니다.
갑자기 쑥향이 저의 곁에도 맴도는거 같네여..^^2. 나물
'09.3.19 11:03 AM (119.69.xxx.26)해마다 봄만 되면 시골 시댁에 가서
손윗 시누이들과 모여서 쑥이며 냉이 씀바귀 고사리 뜯으러 다녔는데
올해는 시누이 남편이 쓰러져서 나물 뜯으러 못다니네요
혼자 다니면 심심하고 재미도 없더라구요3. 참으로
'09.3.19 11:32 AM (123.111.xxx.15)부럽네요.
마음편히 들판에 앉아 봄나물 실컷 뜯고 싶습니다,,
봄볕도 이렇게 따뜻한데...도시에 살다보니 이런여유를 누를 장소가 없네요,,ㅎㅎ4. 지천이 쑥이라지만
'09.3.19 11:34 AM (122.34.xxx.205)부럽당 판매는 안하신다니 해남까지 쑥 뜯으려 내려가야하나
5. 해남사는 농부
'09.3.19 11:42 AM (211.223.xxx.38)파리의 고운 님들!
자신이 파리의 고운 님이라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언제라 약속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메일이나 카페 '무농약 채소"에 글을 남겨 주시면
시간이 나는 대로 쑥을 뜯어
많이는 못하고 조금 선물 하겠습니다.6. 82쿡에 오셔서
'09.3.19 11:43 AM (211.247.xxx.152)판매하시는 남성분들은 감수성이 참으로 대단하신것 같아요.
그 바람님도 참 온갖 미사여구 다 동원하시면서 여심을 흔드는듯한 글을
참 많이도 올리셨었는데,
쑥 뜯으시고 신선놀음을 떠올리시는 농부님을 뵙자니
무척이나 간지러운 생각이 드는것이 제가 너무 돌같은 여자인것같아
반성?한번 하고 갑니다.7. 해남사는 농부
'09.3.19 12:10 PM (211.223.xxx.38)82쿡에 오셔서님!
사람은 누구나 결국 자기의 시선으로 사는 것 아닐까요?
세상의 어떤 것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어렵습니다.
모든 것이 자기가 보는 대로 보이는 것이지요.
그것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자기만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거울 앞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시간은 느긋하게 기다리는 반면
사람은 조급해 기다릴 줄을 모른다는 것이 시간과 사람의 차이겠지요.
몰룬 모든 사람이 아닌 일부 사람들에 관한 것이지만...8. 남자는
'09.3.19 6:16 PM (118.216.xxx.87)나이들면 정말 여성스러워 지나봐요..
농부님 연배는 모르지만, 덩치큰 남자분이 밀짚모자 쓰고
엉거주춤 논두렁에 앉아 쑥뜯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저도 나물뜯는거 너무 좋아하는데, 도대체 도시에선 장소가 없어요.
공기좋고 깨끗한 그런곳이 참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