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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6...공부양 좀 봐 주세요

제이니 조회수 : 1,254
작성일 : 2009-03-16 19:13:02
제 아이는 참 느립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밥 먹는 거 옷 입는 거 다 느리고..
심지어 잠자는 것도 오랫동안 뒤척여야 잡니다.
일상적인 일처리가 서툴고 오래 걸립니다.

이 모든 것들이 자라면서 아주 조금씩 나아지곤 있지만
여전히 또래에 비해선 다 부족합니다.
하지만..
오랜 양육과정 속에서 그 모든 것들이 아이의 개성이라 결론지었습니다.
제 몸에 사리가 그득할 겁니다.(제가 좀 성질이 급해서  조율하느라 애먹어요)

어릴 때부터 이 아이가 얌전한 성향의 adhd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병원엔 안가봤어요.
남한테 피해를 주는 건 아니라서...

초3까지는 공부를 거의 안 시켰습니다.
많은 학습량을 디밀기엔 아이나 제가 넘 힘들고
제가 일도 했구요..

초3겨울방학에 제가 일을 그만두면서 처음으로 수학문제집 한 권을 다 풀었습니다.
그전에 몇장하다가 집어친 적은 있지만...
모든 과목을 통틀어 한 권을 다 한 건 처음이었지요.

초4가 되면서 아이는 공부를 잘 하기 시작했어요.
모든 과목마다 평가마다  100점을 맞아오는 신기한 현상에 아이나 저나 당황할 정도였어요.
공부하는 방법을 제가 좀 가르쳤구요
공부를 시켜보니 흡수력이 좋더군요.
초4부터 공부를 좀 시킨다는 영어학원에 낮은 레벨부터 시작했는데
재밌어 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 하는 숙제를 힘들어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자기가 공부를 잘 할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아이의 자존감이 참 높아지더군요.
그리고 수학분야 책들을 여러권 읽혔더니 수학에 대한 사고가 확장되어서 수학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결국은 제 욕심이 많아졌습니다.
초4땐 부족한 영어를 잡느라 학원에 과외에..거기에 많은 숙제들..
숙제 하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5학년 중반 쯤 되니 영어가 어느 정도 올라섰길래
그때부터 수학학원을 보냈어요.
물론 모든 결정은 아이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했습니다.

아이는 지금
일주일에 두 번 영어학원..숙제가 살벌하게 많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수학학원..여기도 숙제 많기로 유명합니다.

아이는 여전히 느리고 어쨋든 차곡차곡 레벨업도 하고 실력도 쌓이고...
그 많은 숙제를 느릿느릿 다 해 갑니다.
학교공부는 5학년 내내 최고점수였어요.
학교공부는 시험전 주말에 이삼일 소나기식으로 네 과목을 몰아서 합니다.
아이를 보고 있음 기특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요.

초6이 되면서 학원에선 더 많은 숙제를 내주고
아이는 하루종일 숙제를 합니다.
학교-숙제-학원-숙제..이것이 하루의 흐름입니다.
평일에도 12시전에 못잡니다.
일요일엔 놀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숙제를 합니다.
에세이 공책 한 페이지 분량, 딕테이션 한 페이지 분량,
독해 및 문제 풀이, 써머리, 단문 해석, 문법 외우고 문제 풀이,
리딩, 리스닝, 단어 100개 5번씩 쓰고 외우기, 통문장 외우기..
그 외도 더 있는데...
이것이 한 회 분량의 숙제입니다.
단어 100개나 통문장 외는 건 전부 30분도 안걸리지만
다른 건 오래 걸립니다. 하루 종일 합니다.
아이는 느리고 집중력이 자주 끊기기 때문에 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1시쯤 시작해서 놀면서 하면서 드나들면서 먹으면서 밤까지 합니다.
그동안 전 집중해서 빨리 끝내라고 10번 쯤 말합니다.
수학도 세 번 학원에 가니까 갈 때마다 숙제가 많이 나오는데
이건 심화과정 할 때와 기본과정 할 때 소요시간이 매우 달라서
지금은 한 회에 3시간 정도 걸립니다.(기본)

그리고 일주일에 논술 1회(그만둘까 함), 운동 1회 합니다.

제 마음이 요즘 조마조마 한데....
오늘 아이가  힘들다고 하더군요.
지켜보는 저도 참 힘든데..
어떻게 조절해줘야 할지...
학원은 재미있답니다. 영어도 수학도...
그만 둘 생각은 없는데..자긴 숙제만 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저역시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전 특목고를 보낼 계획은 없지만
어찌되었건 좋은 대학은 나와야 아이가 살아가기 좀 수월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합니다.
달리 잘하는 게 없는 아이라서요.

그런데 이런 학습량으로 지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을런지..
주변의 의견은 다 어쩔수 없이 해야한다는 분위기고..
지금부터 이렇게 공부해야 좋은 대학에 갈까요?
이렇게 어려서부터 피터지게 해서 대학 나와서
이 아이들이 자랐을 때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을까요?

특목고를 준비하지 않는 다른 초6들은 얼마나 공부하나요?
아이를 먼저 키우신 선배님들의 생각도 궁금해요.
기계같은 아이의 인생이
너무 화가 나면서도
어쩌지도 못하는 못난 엄마입니다.
IP : 61.253.xxx.75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초6
    '09.3.16 7:37 PM (119.196.xxx.24)

    전 아들, 성향, 기질이 모두 반대인 아이네요.
    님의 아이 이야기 들으니 저희 아인 너무 한심한 것 같아요.
    영어, 수학 학원도 대충 비슷한 곳 같아요. 숙제량도 그렇구요.
    근데 저희 아인 꼼꼼하고 성실하게 해내질 못합니다.
    하루 공부량이 반 시간도 안 되요.ㅠ.ㅠ.
    정말 대충하고 갑니다. 그래서 남아서 하는 경우도 많구요. 두 과목다 레벨은 엄청 높아요.
    그러니 다른 애들과 비교가 많이 되는데 저희 아이만 이렇게 대충대충 하고 맨날 남아서 하니 한심합니다. 대충에 약간의 집중력이 있어 속전속결로 하는 것 같아요. 나 숙제한다 하고 나오면 조금 지나면 끝내고 책보고 놉니다. 학교 숙제는 학교에서 끝내고 옵니다. 글씨는 정말 벌레가 기어가구요.
    책은 엄청 좋아하니 계속 읽습니다.
    작년 기말시험 두 번다 사회만 한 두어시간 했으까나? 나머지는 책도 안 들여다보고 갔습니다.
    저도 이렇게 키워도 되는지 걱정입니다. 레벨은 그럭저럭 따라가는데 불성실함으로 인해 여기저기 엄청 구멍나있을 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님의 성실한 아이가 너무 부럽구요, 장기적인 면에서 더 믿을만 하네요. 정말 뭘해도 성공할 아이인 듯 해요. 본인이 원해서 하는 것이니 놔두시고 너무 힘들어하면 조금 내려놔 주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아이처럼 전혀 안하다시피 하는 아이도 많이 있으니까요.

  • 2. ....
    '09.3.16 7:43 PM (125.177.xxx.130)

    저의 아이가 더 어려 제가 조언할 입장은 안되겠지만...주말 하루를 완전하게 자유를 좀 줘보심이 어떨까요...? 조절만 좀 하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하루쯤 완전한 자유시간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숨좀 쉬게 해줘야 할꺼 같아요...슬픈 현실이지만 공부는 해야하자나요..것도 잘해야 하자나요...그게 사는게 편한건 현실이니까요...아이와 의논해서 하루를 스트레스 해소의 날로 정하자고 해보세요..재충천해서 다시 힘을 얻지 않을까 싶네요..

  • 3. 원글
    '09.3.16 7:53 PM (61.253.xxx.75)

    저도 초6님..제 아이도 남자아이구요.
    제 입장에선 재빠르고 집중력 좋은 님의 아이가 부럽습니다.
    매우 영리한 듯.. 어찌되었건 높은 레벨을 소화하는 거잖아요.
    제 아인 성실하긴 한데 책상 앞에서 딴짓이 매우 많아요.
    한글 일기도 평균 30분 걸려요. 한시간쯤 걸릴때도 있구요.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인데..남들보다 손해가 많죠.
    그리고 점4개님.. 토요일은 암것도 안해요. 그날하루 온전히 놀게 하죠.
    그래도 나머지 날들이 늘 바쁘니까...또 토요일은 참 빨리 가구요.
    토요일에 친구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 좋아하는 게임도 하고 티비도 보고 해요.
    아이도 힘들지만 지켜보는 저도 참 힘듭니다.

  • 4. 저도 초6
    '09.3.16 8:21 PM (119.196.xxx.24)

    제 아이는 아주 잘하질 못해요 ㅠ.ㅠ.
    근데 제가 성적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안 하는 편이고 공부하라고 채근하지도 않아요. 왜냐면 아이가 수업시간에 잘 듣는다는 것을 제가 알고 믿도 있는 편이어서 그정도면 됐다고 생각해요. 한 두개 더 맞자고 애 잡을 필욘 없겠다 싶어서요. 작년에도 틀려온 것 보니까 정말 교과서 그림 속 어느 작은 부분의 이름 써넣기던데 그런건 어차피 다 잊을 거 잖아요. 그거 맞자고 밤새서 공부하는 게 제가 용납이 안 돼요.
    대신 학원 숙제 부분에선 걱정이 많아요. 너무 많다 싶으면 안하고 개기거든요. 머리가 좋다기보다 요령이 뛰어나서 요리조리 피해다니니 제 실력만 구멍나고 자기만 손해인 걸 몰라요 ㅠ.ㅠ.
    전 성실히 하는 아이의 저력이 무섭다고 봅니다. 저도 제 아이가 정신 차리는 날만 기다려요. 대신 묵묵히 기다려요. 스스로 할 때까지..
    사소한 것에 목숨걸고 아이 진력빼는 것만 주의하면 될 것 같아요.
    아참 대충 아이의 성향을 파악해서 학원을 조정하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이과쪽 성향이라 과고를 계획하시면 영어는 조금 쉬운 곳으로 옮기겨나 집에서 하는 것이 낫고 외고쪽을 생각하시면 수학을 좀 내리는 것은 어떨지요..

  • 5. 중학생
    '09.3.16 8:22 PM (59.28.xxx.185)

    우리아들보다 공부양이 더 많은거 같네요.
    저도 초6님 아들이야기 듣다 보니 우리 아들 같아요.
    아직까진 버티고 있는데 고등학교 걱정됩니다.

  • 6. 저도 사리 가득
    '09.3.16 8:29 PM (210.221.xxx.190)

    저 또한 느리고 느린 중딩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사리 얘기라면 뭐 저도... 여튼 한 2년 먼저 아이를 키운 엄마 입장에서 보자면 님께서는 상당히 정석대로 (학습면에서 말입니다.. 일단 아이가 수긍하는 범위라고 말씀하셨으니) 잘 밟아서 공부를 다져온 느낌입니다..어찌 보면 초등학생을 무슨 하루종일 숙제를 시키는 스케쥴이냐고 비난 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일주일에 영어 2번 수학 세번 .. 어찌보면 뺼데가 없는 시간표입니다.. 일단 여름까지는 아이와 의논하여 그 시간표로 가보시구요.. 아이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식적인 시간을 한 번 더 넣어주실 수 있으면 좋을듯 합니다. 저희 아이는 비올라를 한시간씩 일주일에 두 번 가는데 비올라 자체보다 그 선생님꼐서 멘토 역할을 해주시며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아이에게 참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문제나 숙제를 풀다 답답하면 한번씩 악기를 꺼내 연습곡을 켜보기도 하면서 안정을 찾는거 같습니다.. 가뜩이나 느린 아이에게 그런 시간을 내어 주려면 힘드시겠지요..가능한 수학은 놓지 말고 그대로 심화과정까지 시키시는 것이 현명하구요. 영어는 2학기나 겨울 방학 즈음해서 리딩교재만 편하게 읽는 곳으로 숙제를 좀 줄여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아이가 좋은 대학을 가서 좋은 직업을 갖게 해주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셨다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영어는 사실 그렇게나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봅니다.. 일정 수준만 채워주면 되구요.. 대입의 관건은 수학이거든요.. 느린 아이들이 언어는 오히려 다질 수 있지만 수학은 한 번 선행에서 밀리거나 하면 만회하기 어렵습니다 또하나 복병은 이제 조금 있으면 아이에게 사춘기가 찾아오는데요 느린 아이라고 사춘기가 늦게 오는것은 아니더라구요.. 오히려 시키는대로 묵묵히 엄마 말을 쫓아 하던 아이들이 자아가 강해지면 확 비뚤거나 감정을 폭발시키기도 합니다.. 우리 딸아이는 네에 네에 하며 대답은 잘 하면서 절대로 말을 듣지 않는 것으로 표현하더군요.. 저 하고싶은 것만 하는거죠.. 느렸지만 말랑말랑 하던 딸아이가 꿋꿋이(?) 내말을 듣지 않으니까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직도 그 과정중이지만 서로 의견조율을 해가며 티격태격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가 버틸때까지는 공부 시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7. 원글
    '09.3.16 9:57 PM (61.253.xxx.75)

    윗님..정성스런 조언 감사드려요.
    제가 이런 답변을 기다렸나 봐요. 특히나 같은 성향의 아이를 키우고 계셔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저역시 곧 닥칠 아이의 사춘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아이와 대화 많이 하고 상황 봐 가면서 조절해 주는 융통성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해 보렵니다.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제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도 커요. 진지한 고민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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