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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네요

산이맘 조회수 : 222
작성일 : 2009-03-06 20:50:05
작년, 재작년 그리고 그재작년..

요 몇 년 사이 계절이 지나는게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이즈음 같은 겨울 끝자락, 봄의 문턱에서는 그저.. 아, 한 살 더 먹겠구나.. 했지요.

이 봄도 아이의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 진급과 함께 시작되었더랬습니다.

아, 내년엔 중학생 아이의 엄마가 되겠구나..하는 막연한 느낌.

시간이 지나면 나이 먹는거고, 자라고 늙고 그러다 누구나 그렇듯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겠지..라는

남의 일 같지만 어쩌다 거울을 보면 그 남의 일이 내 얼굴에 남은 흔적에 놀라기도 하죠.

봄맞이 여성잡지들에 붙어 오는 화장품 샘플 부록 따위를 챙기다가,

늘상 하던 버릇대로 주문했던 계간호 문예지를 들춰봤습니다.

그게 엊그제.. 읽었던 시 가운데 밀린 82열독 중 문득 떠오르네요..

*** 2008년 6월, 서울   - 최영미

광장엔 옛날 사진들이, 피 묻은 신문들이 붙어 있고

확성기에서 울려퍼지는 노래도 어쩜! 이십년 전과 똑같지만,

큰길에서 나눠주는 선언문은 그대보다 두껍고 인쇄상태도 좋다

21세기의 IT 강국에서 인쇄된 빨간 느낌표는 세련되었고

느긋하게 서 있는 얼굴들은 군사독재에 저항하던 80년대처럼

분노로 일그러지지 않았다

일회용 컵 안에서 안전하게 타는 촛불처럼 온화한 눈빛.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는,

외치다가 내가 죽을 구호를 모르는 건강한 입술.

어깨에 부딪치는 익명의 팔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내 옆의 젊은이에게 촛불을 건네주고 지하로 들어갔다

유모차 부대를 호위하는 청년들이 어찌나 멋있던지!

한국 남자들의 품종이 눈부시게 개량됐어

역사는 이렇게 진보하는 거야

친구와 수다를 즐기며 시청에 가까운 식당에서

칼을 들고 연어의 생살을 갈랐다

입 안에 죄의식의 거품을 품지 않고.

*******************

IP : 118.222.xxx.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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