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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랑 편해지는 게 너무 두려운 분들은 혹시 안 계시나요?(길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요 조회수 : 1,253
작성일 : 2009-02-02 10:34:49
아까 어떤 글 쓰신 님 혼만 나시다 끝내 글 삭제하셨네요.^^
그 글 쓰신 원글님 혹시 보시면, 현명하게 대처하셔서 좋은 방향으로 잘 해결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요...
저도 표면적으로만 보면 현재 그 글 쓰신 님과 비슷한 사람이거든요.
결혼한 지 오래 됐지만, 여전히 대면대면하게 대하고, 딱 도리만 하고, 행사에는 참석하지만, 평소 찾아 뵙지도 않아요.
왜냐...시가와 친해지는 건 저에겐 너무 두려울 따름이거든요.

친구들보다 늦게 결혼하게 돼서인지 처음엔 시가가 생긴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잘 하려고, 빨리 친해지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워낙 남편이 자기 가족들에 대해 좋은 말만 많이 해서인지...부모, 형제 다들 너무 좋은 분들이신 듯 했어요.

뭐 하나라도 더해 드리려고 했고, 친해지려고 자주 드나들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저 태어나 그런 허름한 집은 처음 가 봤지만, 그마저도 아늑하고 고풍스럽게(-.-;)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래, 돈이 없는 건 조금 불편할 뿐이야...이런 좋은 사람들과 가족이 되다니, 정말 나 결혼 잘 하는 거야...

그런데, 막상 결혼식이 닥쳐 오면서...말 그대로 '시가는 시가'란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일단 우리 힘으로 집 구해, 결혼도 우리 힘으로 하게 됐습니다.
시가에서 방 한 칸도 못 해주신다는 거 정말 한 톨의 원망도 없었어요.
형편 안 돼 못 해 주시는 부모님 마음은 오죽하시겠냐는 친정 어머니 말씀 들으니, 너무 안 되셨단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말 아무것도 안 해 주시면서...예단은 남들처럼 하기 바라시더라고요.
게다가 그렇게 아무것도 못 해 주신다던 시부께서는 결혼식날 늙어 보이시기 싫다시면서 주름살 제거 수술할 돈은 있으시더라고요.
그 외의 이런저런 황당한 사건들이 있었죠.
친해지고 편해지니...어려운 요구도 참 편하게 건네시더라고요.
늘 말씀하시듯...딸처럼 생각하셔서 그러셨는지 딸에게 하듯이요. 아니, 딸에게도 건네기 힘드신 얘기도요.

점점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시가친척들까지 가까이 지내려 노력했어요.
신행 후 시가 친척댁에도 일일이 가가호호 방문해 선물에, 과일바구니에 들고 다 찾아 뵈었고요.
심지어는 저 먼 지방까지 기차표 주말마다 예매해 놨다 내려가 결혼식에 와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드리고 올라왔어요.
단지 친밀도를 높이려고요.
당연히 시부모님들은 흐뭇해 하셨죠. 시부모님들 얼굴 올려드리는 일이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점점 시가나 시가쪽 일가친척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 극심한 경제적 부담이 되더라고요.
친척들 지나가다 갑자기 들리기 부지기수고, 그럴 때마다 저희가 식사 대접 기본, 심지어는 유흥접대비까지 다 부담하게 됩니다.
지방 친척들 서울 올라오시면 시가 놔 두고, 저희 집에 주무시고 가기도 하고요.
남편 친척 누나들이 좋아하는 맥주라 하니, 박스째 들려 주기도 하고, 골프공이니 뭐니 저희 친정서 받아온 물건이 시가 쪽으로 가느라 남아나는 게 없었죠.

평생 백수이다시피한 미혼 아주버님은 뻑하면 자기 새 걸로 바꾸려니, 의무약정기간 남은 휴대폰이나 컴퓨터 우리 보고 쓰라고 넘기질 않나...마치 지금도 자기 방에서 같이 뒹굴던 남동생한테 툭 말 던지듯이요.
얄미운 시누이처럼 자기는 안 가면서, 사돈의 팔촌 경조사마다 참석하라고 연락하지를 않나...먼 친척 아기 백일까지요.
그 사람들 나중에 저희 아이한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예전에 아기 낳고 몸조리 중이었는데, 아침에 온 가족이 갑자기 아기 보러 오신다고 전화 하시더니 조금 있으니 들이닥치셨더라고요.
시부께서 오시는 길에 낙지볶음 꼭 드시고 싶다 하셨다고 생낙지 몇 마리 사 오셨더군요.

시어머님께서 내가 한다...하셨지만, 그냥 보고 있을 수 있나요.
밀가루에 낙지 박박 문질러 씼는데,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형님댁 아이들도 꼬마였던 때라...집안은 온통 뒤집으면서 놀고, 자기들끼리는 하하호호 하루종일 정말 즐겁더라고요.
가고 나니 밤이었고, 바쁜 남편은 일찍 출근해야 하니, 집이 난장판이라도 치워줄 수가 있나요.
고스란히 제 몫이었죠.
제가 어려운 사람이라도 그렇게들 하셨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사설이 너무 길어졌는데요.
아무튼 저 이제는 시가하고 절대로 친하게 안 지냅니다.
어떨 땐 이젠 혼자 되신 시아버님 모시고, 여행이라도 갈까...집에 모시고 와서 하루 지내시라고 할까 싶다가도...
그 하루밤이 이틀밤 되고, 그러다가 다시 친하게 지냈던 예전처럼 불시에 들이닥치실까 무서워 멀찌감치 떨어져 지냅니다.
IP : 210.217.xxx.18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후유키
    '09.2.2 10:48 AM (125.184.xxx.192)

    몸조리 중에 낙지 손수 손질..
    찬물에 씼었겠네요.. ㅠㅠ
    인간관계는 헌신을 다하면 헌신짝 취급받는다고 적당히 거리두는게 좋은거 같아요.

  • 2. 아이고
    '09.2.2 10:56 AM (211.170.xxx.98)

    님... 산후조리하실때 나서서 낙지 다듬은 건 정말 잘못하신거에요.ㅠ.ㅠ 왜 그러셨어요~
    그걸 내버려둔 시어머니는 더 나빠..ㅠ.ㅠ

  • 3. -.-;
    '09.2.2 11:04 AM (221.139.xxx.183)

    저도 그래요... 아직도 가깝게 지내고 있지만 선은 좀 그어놓은 상태에요...
    사실 어머니 자주 놀러와 그리 사랑하시는 손주 실컷 보시라 하고 싶지만 주말 외에는 안된다고 못 박아 놓은 상황입니다....
    알아서 어머니께서 선을 그으셔서 평일에 초대해도 다음에는 좀 안오신다던가 하셔야 하는데 한번 경계를 흐트러뜨리면 자꾸 파고드셔서 급기야 같이 사실 생각까지 하시니 말이죠...
    그래서 집키도 못드려요... 전에 하두 데인적이 있어서... 집키를 드려도 지킬거 지키시면 얼마든지 가깝게 지낼 수 있는데 왜 그리 구분을 못지으시는지...T,.T

  • 4. ..
    '09.2.2 11:08 AM (118.32.xxx.126)

    너무 가까이 지내셨네요..
    죄송하지만.. 원글님이 자초하신 것도 있어요..

    저도 사람좋아하는 성격이라.. 만나면 잘 지내고 그랬더니...
    전 시댁식구들 어려워하지 않고 편하게만 생각하는줄 알더라구요..

  • 5. .
    '09.2.2 11:10 AM (125.246.xxx.130)

    일부러 안친해지려는 건 아니지만...맘 속에 저절로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더라구요.
    서로 불편하지 않고 만나면 웃으며 지내고 헤어지면 대부분 잊고 살고
    할 도리만 딱딱하고 지내요.

  • 6. d
    '09.2.2 11:36 AM (124.3.xxx.2)

    원글님도 자초하셨지만..
    몸조리하는데 일가족이 몰려와서 죽치고 노는 집안도 정말 이상하군요.

  • 7. 맞아요.
    '09.2.2 11:45 AM (211.210.xxx.30)

    친해져도 무서워요.
    그져 적당한게 좋은것 같아요. ^^

  • 8. 그 시집
    '09.2.2 12:09 PM (125.186.xxx.199)

    황당하고 무례하네요. 아니 뭐 그리 생각없고 염치없는 사람들이 다 있나요;;;
    그런 사람들은 필히 선을 긋고 지내야 합니다. 딱히 시집 아니라도요. 읽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히네요.

  • 9. ^^
    '09.2.2 1:17 PM (58.73.xxx.180)

    제목이...시가와 편해지는게 두려운게 아니라
    시가와 가까워지는게 두려운거겠네요...
    저는 시집식구들과는 근본적으로
    '요즘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네...'
    딱 고 정도로 지내는게 젤 좋다고 봅니다..

  • 10. 저도 선그어요
    '09.2.2 1:17 PM (219.250.xxx.112)

    저도 친해질려고 노력해서 실제로 친해졌다가 다시 금을 그은 상태예요..

    시이모들이랑 친해지니 김치 준다고 아가씨 보낸다..하니 아가씨 대접해야 하고

    시댁 형님들 모임 하자해서 모이니 저만 돈쓰고 접대하고 자주 만나니 제 뒷담화 생기고
    나물 뜯으러 오라..누구네 집 김치 담구는데 너도 와서 놀아라..
    잘 알지도 못하는 시댁 아주버님 병문안 하러 저 먼 지방까지 시외버스 타고 가자 ..
    보험 들어달라..피라미드 다단계 옥매트 사라..정수기 사라..

    어느날 확 선을 그어버렸어요,,,전화 안받고 모임 참석안하고 명절때 선물 안돌렸어요..
    저 지금 맘 너무 편해요,,시 형님들이 제가 생깐다고 욕한다던데 욕 하던지 말던지..

  • 11. 잘해드리면
    '09.2.2 3:12 PM (203.170.xxx.16)

    점점 더 잘해주기를 원하셔서
    저도 금그어놓고 지냅니다

  • 12. 참....시짜란..
    '09.2.2 9:45 PM (222.118.xxx.80)

    저도 참 철없던 생각으로 시어머니와 친해지겠다는 생각을 감히?? 너무도 어리석게 생각한걸 두고두고 후회했습니다...첨엔 제얘기를 했지요..친구얘기...머...이런저런얘기..나중에는 다...화살이 되서 돌아오더라구요..무조건 선긋고...어렵게 보여야 한다는게 제 결론입니다...약해보이면 밟는게 시댁이더군요

  • 13. ...
    '09.2.2 11:31 PM (125.177.xxx.49)

    님이 순진해서 실수하신거에요
    시가나 처가나 서로 적당히 거리두고 살아야 실수 안하고 편해요
    사람이란게 편하면 더 편하길 바라고 더 잘하길 바라죠

    저 주변 미혼녀 들에게 결혼전에 너무 잘하지 말라고 항상 충고하거든요
    결혼전에야 선물도 돈 안아끼고 하지만 막상 결혼해서 살면 한푼이 아쉬운데 시집선 더 잘하기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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