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이야기를 읽어 보시고, 심사숙고하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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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은(8 개)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자영업에 대해서 많은 토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만큼 살기 힘들다는 반증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많은 글을 보다가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에 대한 가장 큰 화두는 2 가지 입니다.
1. 자영업자 비중이 경제활동 인구의 35 %로 OECD에 비해서는 2 배 가량 높고 미국에 비해서는 3 배가 높다.
때문에 구조조정을 통해 자영업자 비중을 낮추지 않고서는 답이 없다.
2. 35 %의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제아무리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번다 해도 내수가 무너지기 때문에
경제는 더 불안한 구조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고로... 자영업자를 구제할 방안이 필요하다.
둘 다 맞는 말 이라고 생각 합니다. 양시론이 아니라... 정말로 둘 다 맞는 말입니다.
비정상적인 자영업 비중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제살 뜯어먹는 구조인 것도 문제이고...
500-750 만 명으로 추산되는 자영업 종사자들을 보호하지 않고서는
경기가 살아 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 아닙니까?
핵심은 2가지 입니다.
첫째... 물류와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여럿이 적당히 쪼개 먹던 시장이
상위 5 %만 배 터지게 살아 남고 나머지는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는 것...
개나 소나 있는 자가용 끌고 우리 동네 보다 더 맛있는 옆 동네에 가서 외식하겠다는데 그걸 어찌 막는 단 말입니까?
물류 창고형 쇼핑몰이 저마진 대량판매로 인터넷에 물건을 마구 뿌려대는데...
(요즘은 본사에서 모델명만 조금 다르게해서 직접 뿌리는게 대세죠?) 그걸 어쩌실랍니까?
절단기 들고 인터넷 선이라도 자르고 다니시렵니까?
집안에 앉아서 쇼핑해도 내일이면 물건이 배달되는 손바닥 만한 나라인데... 어쩌시렵니까?
도로를 폭파라도 시키시렵니까?
1980~90 년 대에는 우리 동네 10 개 식당하고만 경쟁해서 이기면 먹고 살만 했지만... 지금은
100 개 식당과 경쟁해서 살아 남으면 중소기업보다 더 한 매출 올리는 거고...
못살아 남으면 나머지 95 개는 졸지에 쪽박매장 됩니다.
둘째는...' 대기업의 소매시장 진출' 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도소매업이 미쳐버리는 구조...
3000원 티셔츠 생산- 총판에서 5000원 - 도매상에서 10000원 - 점포에서 20000원... 이런 구조가,
대형마트의 압박- 2500원 거의 원가에 티셔츠 생산 - 마트에서 10000원 판매... 이런 구조가 되었죠.
이 경우... 도,소매업자의 몰락과 중소규모 생산자의 수익성 악화라는 기가막힌 악재가 두가지나 생겨나죠.
환장 할 노릇 입니다.
서비스업의 상황도 다를게 없습니다.
중대형 프랜차이즈의 과학적 이고 실증적인 품질 개선... 프랜차이즈 매장에 대한 인식 변화...
소비자의 프랜차이즈 선호도 증가의 문제입니다.
닭집을 보면 이 같은 상황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잔뼈가 굵은 닭집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페리카나, 맥시칸 이런 작은 프랜차이즈가 나름 규격화된 튀김 환경으로
닭집을 후라이드 치킨 집으로 모조리 바꿔 놨습니다.
여기 까지는 뭐 그런대로... 프차들이 그저 인테리어해서 좀 남겨먹고...
닭이나 식용유 대주고 유지비 건지면서 덩치를 키웠으니까... 자영업자들도 큰 불만 없었다 이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에 대형 프차들이 좀 더 정교한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규격화된 맛을 개발한 것이지요.
BBQ 불과 2-3년 만에 전국에 점포 다 개설했습니다.
얼씨구? 그거 끝나지도 않아서 교촌치킨 전대 미문의 스피드로 시장 먹었고...
급기야 농협이 또래오래로 잠식하고... 요즘은 굽네치킨? 뭐 이런식으로 시장이 개판이 되었죠.
그 결과는 가관입니다. 가맹비는 그렇다 치고... 프차가 인테리어를 몇 번씩 바꿔서 벗겨먹고...
신제품 나오면 조리기구 팔아 먹어 뜯어가고... 심지어 잡지에 사은품... 홍보비까지 별도로 뜯어가기 시작합니다.
그 몫은 고스란히 자영업주들 몫입니다.
10 년 전에도 닭 한마리 팔면 3000원 남았고... 지금도 닭 한마리 팔면 3000원 남습니다.
닭값은 2 배가 비싸졌는데 말이죠. 나머지 3000 원이 자영업자가 가져가야... 생활 수준 유지하는데...
10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닭집이 버는 돈은, 적으면 100 만원 많으면 400 만원 입니다.
10 년 전에는 100 만원 벌면 근근히 먹고 살았지만 지금은... 이자에 치어 죽습니다.
10 년 전에는 400 만원 벌면 대박 자영업하는 거지만... 지금은 부부 자영업자가 400 만원 벌어서는
그런 소리 죽어도 못듣습니다. 중산층 소리 들으면 후한거고... 좀 살만한 서민 정도겠죠.
(그나마 이정도면 다행이죠.)
어쩌 실랍니까? 인터넷 쇼핑을 못하는 법을 만드시렵니까?
차 타고 30 분 거리 이상 밥집 못가는 규제를 도입 하렵니까?
프랜차이즈 수익률 제한 법 이라도 만들어야 합니까?
대형마트 도심 거리 제한을 만들자는 대안도 나오지만... 이건 15 년 전에 했어야죠. 이제 와서 어쩌렵니까?
도심은 커녕 이제는 동네 마다 있는 마트... 죄다 외곽으로 보내시렵니까? 그럼 자영업이 살아 납니까?
택도 없는 소리죠. 인터넷 마켓이 반사이익을 보고... 대형마트에서 짤린 서민 계약직만 오히려 넘쳐 나겠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하는 분들 이쯤에서 많으실 겁니다.
현실을 좀 받아들이시라는 겁니다.
자영업... 10 년 20 년 전보다 몇 배는 살아 남기 힘든 시대가 왔습니다.
그런데 자영업자 수는 전혀 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아직도 자영업이 만만하고... 가게 차리면 먹고는 살겠지... 하고 생각하십니까?
정부가 잘 못해서 자영업이 죽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그런 면이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긴급조치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현실을 무시한 자영업에 대한 환상이 피해자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원죄는 언론도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정부의 책임은 없는가? ......있습니다!!
500 만명 이상의 목줄이 걸려 있는 자영업에 대한 구조적인 대책은 단 한번도 세워본 적도 없고...
그저 돈 빌려주고... 더 급하면 돈 대주는 사채업자 수준의 행정... 제일 큰 죄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급변 하는데, 전혀 변하지 않은 자영업자들의 사고방식도 그 못지 않은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자영업 해서 돈벌던 시절에 모은 돈으로 뭐했죠?
개뿔도 모르는 주식으로 털어 먹고... 번돈도 모자라 빚까지 얻어서 부동산에 꼴아박고...
좀 더 직선적으로 말하면... 제가 우리나라 자영업들의 발언 중에 제일 한심하게 생각하는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번에 가게 빡세게 10 년 해서 돈좀 벌어 작은 건물이라도 사서 세 받아 먹고 살아야지'하는
말 입니다.
장사 시작 하면서 그 장사에서 벗어 날 생각부터 하는 사람이, 무슨 수로 요즘 같은 세상에 10 년 동안
꾸준한 수익을 낸답니까? 진짜 장사해서 돈 번 사람들은 그렇게 널널하게 안삽니다.
건물에서 세 받아 먹고 살아도 되지만... 무릎에 고름이 고여도... 손님에게 굽신거리면서 장사합니다.
편하게 사는건 그 사람들 다음 자식들이나 편하게 사는 겁니다.
물론 그 다음 자식들은 더 정신 똑바로 차리는게 정상이겠지만...
여튼... 자영업 해서 남 부럽지 않게 살고 싶거든... 상위 5 % 안에 드십시요.
상권이 상위 5 % 건... 음식 솜씨가 상위 5 % 건... 유통을 한다면 자본이 상위 5 % 가 되건...
그렇지 않고서는... 그냥 대기업 프렌차이즈 해서 간당간당 서민 장사하는 게 제일 현명 할 겁니다.
2 년 동안 프차한 끝에 직영점 개설하고 30 시간 째 오픈 준비 하다가 지쳐서 잠들기 전에
답답한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제가 개설 해 준 점포들 동네에서 1 등 놓쳐 본 적 없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하지만 얼마 전에 동네에서 1등하다가 문 닫는 매장 하나 나왔습니다.
맘이 아픕니다. 한달에 순이익 300정도 버는데... 문을 닫습니다. 이유야 어떻건 간에 말이죠.
요즘 세상이 그렇습니다. 동네에서 1등 해 봤자, 문 닫는 거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제발 자영업에 뛰어 들었거나 뛰어 드실 분... 현실을 좀 직시하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영업 한 두번 해서 말아 먹으면.... 인생 들어 먹는 서민들입니다.
정부 정책이 이렇다 저렇다... 저도 할말 많습니다만,
자영업 하시려는 분들께 밀레니엄 시대에 맞게... 압축 요약해서 조언 드리겠습니다.
1. 그 바닥에서 상위 10% 안에 드는 경쟁력이 있으면... 시작은 하라.
2. 그 바닥에 상위 5% 안에 드는 경쟁력을 확신하면... 할 만은 하다.
3. 그 바닥에서 내가 상위 1% 다...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4. 그렇지 않은데 자영업 해야 겠다면...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하고... 큰 수익 기대 말고...
그냥 먹고 사는데 만족하라. 그나마 먹고 살 확률이 가장 높다.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프차 : '프랜차이즈'를 모지락스럽게 줄인 말.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신년계획으로 가게를 여실 생각 이라면....⌒⌒
거시기 조회수 : 1,253
작성일 : 2009-01-27 17:54:40
IP : 211.218.xxx.197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여러번
'09.1.27 9:59 PM (222.234.xxx.44)읽어보고 남편한테도 읽어보라고 권해야 겠네요
귀한 경험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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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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