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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가만히 있음 아빠가 너무 그리워서…"

ㅠㅠ 조회수 : 351
작성일 : 2008-12-16 18:28:36
가만히 있음 아빠가 너무 그리워서…"
2008년 12월 16일(화) 6:35 [노컷뉴스]

[경남CBS 최호영 기자] 경남CBS는 사상최대의 경제불황을 맞아 생존의 위기에 내 몰리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아픈 현실을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부모와 생이별 하는 아이들
6살 현진이(가명), 4살 수진이(가명), 3살 하진이(가명). 동생 수진이와 하진이는 보육원 방에서 또래들이랑 TV 만화영화를 보고 있다.

오빠 현진이는 오늘 하루 종일 보육원 정문만 바라보고 있다.

“아빠가 올 때가 됐는데……”
지난 달 이맘때 아빠가 다녀가면서 다시 온다고 약속한 한 달이 다 됐다는 것을 현진이는 알고 있다.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아빠가 오지 않자, 현진이는 금새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다.

눈물을 소매로 훔친 현진이는 동생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전 보육원 재롱잔치 때 발표했던 노래를 다시 연습하며 열심히 불러본다. 내일 아빠가 오면 꼭 불러 주고 싶단다.



◈엄마는 가난이 싫어 도망가고, 아빠는 돈 벌어온다 떠나고
2년 전 겨울. 막둥이 하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현진이 엄마는 집을 나갔다.

아이가 셋이나 되는데 현진이 아빠의 월급은 100만 원밖에 되지 않았고, 엄마는 달셋방에서 아이 셋을 키워야 하는 그런 가난이 싫어 도망갔다.

아빠 김철수 (35.가명)와 남겨진 아이 셋. 아빠에게 가까운 친척도 없었다.

간혹 동네 아주머니들이 밥을 해 갖다 주기도 했지만, 당시 4살이었던 현진이는 밥보다 라면을 많이 먹었다. 당시 2살이었던 수진이와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하진이는 우유에 빵을 적셔 먹어야 했다.

또래 아이들보다 발육이 늦었고, 손발톱이 갈라져 보기 흉할 정도로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였다.

지난 해 10월. 김 씨는 하진이를 업고, 현진이와 수진이의 손을 잡은 채 마산의 한 보육원을 찾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남겨두고 돌아섰다.

헤어진다는 의미를 조금이라도 아는 현진이는 미친 듯 울면서 아빠를 불렀고, 세 살배기 수진이는 오빠가 우니까 따라 울었다. 막내 하진이는 보육원 원장실 소파 한켠에서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아빠는 돈 벌어서 꼭 데리러 온다는 약속을 하고, 울면서 돌아섰다.

보육원 원장은 “보육원에 들어오는데 아이들은 뼈만 앙상했다”고 그날을 기억했다.

◈'아이들과 함께 살 날 꿈꿨는데…' 경기한파에 나날이 불안


아빠 김 씨는 이후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회사생활에 전념했다.

올 초에는 월급이 150만 원까지 올랐다.

막내 하진이가 혼자 잘 걸어다닐 정도가 됐을 때, 아이들을 보육원에서 데려와 함께 살 집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아이들이 눈앞에 아른거려도 이를 악물고 일을 했다.

보육원에서 생활한 뒤 아이들의 건강도 많이 나아졌다.

김 씨는 한 달에 한번은 보육원을 찾아가 아이들을 만났다. 밖에 나와 외식도 했다.

다시 헤어질 때는 한사코 아빠를 보내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눈물을 쏟아내며 “아빠 가지마”라고 울부짖었다.

그때마다 김 씨는 “곧 같이 살게 될거야…"라는 말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김 씨는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김 씨는 이 희망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싸여 있다.

그럭저럭 운영되던 회사가 경기 한파 때문에 일감이 점점 줄어들었다. 월급은 삭감됐고,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비정규직인 김 씨 입장에서는 곧 해고통보가 날아들 것만 같다.

이대로 가다가는 집을 장만하겠다는 꿈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사는 날이 몇 달, 아니 몇 년은 더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고통스럽다.

아이들 얼굴 보는 것도 두렵다. “아빠가 빨리 데려 갈게”라는 말도 이번에는 못할 것 같다.

◈보육원 막둥이, 생후 8개월 하늘이
지난 9월.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하늘(가명)이는 보육원에 버려졌다.

보육원 원장님 말로는 하늘이 엄마는 하늘이를 낳자마자 집을 나가 버렸다.

일용직 노동일을 하는 하늘이 아빠는 자기 자신도 먹고 살기 힘들어지자 결국 하늘이를 보육원에 맡겼다.

하늘이 아빠는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

◈너무 빨리 '이별'을 배운 9살 민성이
15일 오후. 마산시 한 보육원 마당으로 초등학교 2학년인 민성(가명)이가 책가방을 둘러메고 친구들과 함께 뛰어 들어왔다. 보육원 원장에게 “엄마, 학교 다녀왔어요”라고 말한 뒤 자기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민성이는 다시 스케치북과 물감통을 챙겨들고 미술학원으로 뛰어갔다.

작년 4월. 민성이는 이모의 손에 이끌려 보육원에 들어왔다. 엄마는 민성이가 태어나자마자 집을 나가 버렸고,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20대 초반의 민성이 아빠는 어떻게든 아이를 키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변변치 않은 직업에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무리였다.

결국 민성이는 외할머니 댁으로 보내졌다. 나이도 많은데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외할머니도 도저히 키울 능력이 되질 않아 민성이는 보육원으로 오게 됐다.

그 이후 민성이를 찾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보육원에 버려진 민성이는 처음 몇 달간 밤만 되면 아빠를 찾으며 울었다.

민성이는 지금도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가만히 혼자 앉아 있으면 아빠가 보고 싶어요. 아빠랑 함께 살고 싶어요. 아빠가 꼭 오겠죠?”
민성이 일기장에는 오늘도 아빠가 등장한다. 돈 많이 벌어서 아빠가 얼른 데려와 줄 것이라는 바람을 안고 또박또박 아빠의 이름을 적는다.

민성이를 바라보는 보육교사는 “차라리 아무 기억이 없는 갓난 아기로 보육시설에 왔더라면 부모로부터 버려졌다는 아픈 상처가 기억에 오래 남지 않았을 것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보육원 원장은 “민성이가 자기가 크면 여기서도 나가야 되느냐고 자주 물으며, 버려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빨리 데리러 올께' 그 약속 언제쯤…
요즘 보육원에는 혼자 아이를 키울 처지가 어려운 아빠들이 아이들을 많이 맡겨오고 있다.

대부분 가난을 견디지 못한 엄마가 집을 나간 뒤, 혼자 아이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아빠들이 많이 찾고 있다.

마산의 한 보육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부모가 모두 없는 고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경제가 너무 힘들다보니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위탁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생떼같은 아이들을 보육원에 맡긴 아빠들은 쪽방에서 자고 공사판에 나가거나, 혹은 회사 한 켠 마련된 숙소에서 잠을 자며 열심히 일을 한다.

하지만 최근 줄어가는 일감과, 임금삭감, 구조조정의 한파에 내몰리면서, 아이들과 같이 살겠다는 그들의 계획은 자꾸만 멀어져 간다.

"빨리 데리러 오겠다"고 아이들에게 한 약속도 자꾸 미뤄져만 간다.
isaac0421@cbs.co.kr
IP : 125.186.xxx.14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기
    '08.12.16 6:30 PM (122.199.xxx.42)

    낳아 키워보니 이런 글 볼때마다 저도 억장이 무너져요..
    나라도 여유가 있어서 이런 아이들 좀 도와주고 싶지만..
    가슴만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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