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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의 기억...

초보엄마 조회수 : 709
작성일 : 2008-12-05 02:33:06
어제...
평소보다 좀 바빴음에도...다른건 미루고 짬을 내어 이곳에 들렀다가
가슴이 터억 막혀버렸습니다.
잊은척....아니 조금은 잊어가고, 또 얼마간은 잊은
제 기억을 단숨에 헤집어놓아 숨이 막힐듯 했습니다.

다운증후군....

이 단어를 지금..키보드로 입력하고는 가슴이 터질듯 울음이 터졌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남편이 집에 없는 날입니다.
아이는 잠이 들어있고....

첫 아이를 보내기로 하고.....
그 손을 놓아버리기로하고....
놓아버리기 전날 밤...
아이와 단둘만 있던 그밤...
뱃속의 아이를 쓰다듬으며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며
울면서 계속 자장가를 불러주던 제 모습이 기억나버렸습니다.
그냥 끄고 나가면 될걸....읽지 않았으면 될걸....

댓글들을 읽다가....
가슴이 터질것 같고.....
나한테 하는 소리들도 보이고....
얼른 컴을 꺼버렸습니다...

그리고 남편 보면 안되니...눈물을 지우고
외출하고...바쁜 일상에 묻혀....
그냥 어제가 지나갔습니다.

오늘.....
아이 키우면서 방치한 옷장, 온갖 살림살이들 정리 좀 하기 위해
동생까지 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이 봐 달라고 해놓고 거의 창고로 전락한 안방을 이제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화장대를 정리하는데....
임신테스터기가 보였습니다.
그건 우리 아이것이지요. 세살박이....
이걸 이리 방치하다니 하면서 잘 둬야겠다고 깊숙이 잘 넣을 곳을 뒤적이는데...
색상만 다른 똑같은 임신테스터기....
순간 기억이 활칵 몰려왔습니다.
그 짧은 찰나같은 순간동안 어찌나 많은 순간들이 지나가는지....

남편이 미처 뺏지 못한 단 하나의 물건...
그리고 이곳에서 읽었던 글도 생각이 났습니다.

첫 정밀초음파에 아이 목둘레 칫수가 좀 이상이 있는듯 하다는 선생님 말씀이또렷합니다.
그때부터...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어떤 맘으로 양수검사때까지 지냈는지....
결과를 들었을때...그 순간...
그 울부짖음....
배를 쓰다듬으며 자장가를 불러주며 눈물로 용서를 구하며 지샜던 집에서의 마지막 밤...
입원해서 처리를 받고 밤새 산통아닌 산통을 겪으면서 죄책감에 소리도 절대 내지 않던
내가.....마치 유체이탈이 된던 양....다 보입니다..
양수검사란게.....성별을 안알래야 안 할수 없지 않지요
그 후론 정말 오랫동안 밖에 나가면 여자아이들을 잘 바라보지도 못했습니다

아이는 떠나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지요.
제 손으로 밀어내고 미련하고 못된 어미는...
나중에 엄마는 네 얼굴도 모르는데 어떡하니..아가...
아가 네가 먼저 아는체 해다오..그때 내가 정말 잘할께...
하면서 가슴을 뜯는 시간들이 지나갔습니다.

돌 던지실 분들...계실겁니다...
네가 사람이냐고....
............뭐라 제가 변명해야할까요...
고개 숙여 아무소리도 못하겠지요.

오늘 임신테스터기를 본 후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였을까....
그 후 정말 죽고 싶었던, 지옥의 나날의 연속이...
내 죄값이었던걸까...
간사하고 미련해서 묻은듯...야금야금 잊어놓고...
어제 오늘의 눈물로 또 핑계를 대고 있는거겠지요....

남편을 참 미워합니다.
쌓이고 쌓인 미움이 봇물처럼 터져서 감정을 주체를 할 수 없더군요.
언젠가 이 미움을, 이 설움을 꼭 갚아주리라...마음에 새겨가고 있었는데....
그 때....가까이 아무도 안계셔서....몸조리할때 먹을 미역국을 내손으로 끓여놓고
병원에 가있으면서 남편에게 국 상할테니 집에가서 한번 끓여놓으라고 부탁했는데
몇시간이 지나도 안와서 좀 의아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그 국 솥을 보고 울음이 터져서....
한참이 지나서야 오게되었다는.....
제가 갖고 있던 아이의 흔적을 모조리 찾아 빼앗아서...마당 나무 아래서 태우면서 보이던
너무도 슬퍼보였던 뒷 모습...
남편의 모습들도 기억이 났어요...
그 시간을 같이 겪고 헤쳐나온 우리인데....
이제 그 미움도 털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편이 퇴근하면 아이와 함께 정말 진심으로 반겨야겠다는 생각 해봅니다.






IP : 211.207.xxx.17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T_T
    '08.12.5 2:59 AM (119.64.xxx.227)

    너무 슬퍼요...

    님 괴로워 하지 마세요.. 그 아기 .. 세상에 나왔더라도 이런 괴로움 버리지 못하셨을꺼에요..

    절대 님의 죄가 아닙니다. 님의 탓이 아니에요..

    저도 유산경험이 2번 있는데..(자연유산)

    처음엔 쏟아져나왔고.. 두 번째는 뱃속에서 애기 심장이 멈추어 어쩔수 없이 소파수술을 해야했어요..

    검사결과를 받고 아니야 아니야 얼마나 절망했는지...

    심장은 멈추었다는데 입덧은 여전하더군요....

    수술날짜를 잡고 며칠 동안 머리속이 하얬습니다...

    진통하는 산모들 사이에서 눈물을 닦으며 숨죽여 수술차례를 기다렸고..

    수술후 회복실에선 가느다란 애기 울음소리와 기쁨어린 탄성을 들어야했죠...

    커텐하나 사이에 두고 그 모든 소리들을 들으면서 내가 정말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었어요.


    지금은.. 돌지난 예쁜 딸이 제 곁에 있습니다.

    그런데 어쩔때 생각나네요. 그 아이.. 어떤 아이였을까..

    그만큼 우리 딸이 소중합니다.

    님도 건강한 아이가 생기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렇지요

    우리.. 우리가 잃은 것보다는.. 받은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며 살아요.

  • 2. ...
    '08.12.5 3:45 AM (211.209.xxx.193)

    아이고 이 늦은 새벽 ...
    그런 아픈 기억 때문에.. 잠 못드시고...
    글 읽는 제 마음도 짠해서.. 얼굴 모르는 원글님의 어깨를
    가만히 안아들이고 싶어요.

    윗님 대로 자꾸 뒤돌아보느라..
    현재와 미래까지 힘들게 하는 건..
    원글님의 가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오늘만 우울해 하시고.. 지금 아이에게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또 다른 후회를 부르지 않을 거라 생각되요.

    감히 말씀드리지만..
    제가 만약 님 같은 입장이었어도.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아무도 님에게 돌 던질 수 없을 겁니다.
    이렇게 아파하시는데....

    기운내세요..

  • 3. 저도....
    '08.12.5 8:55 AM (118.47.xxx.63)

    어젯밤엔가 흡연에 대한 글을 읽고 저도 이 글을 씁니다.
    대학교때 재미로 담배 피워 보다가 결국은 흡연의 길로 들어 섰지요.
    결혼하고, 첫 애 때까지는 담배가 피고 싶지 않더군요.
    남편도 담배 피는 여자 싫어하는 사람이라 저는 애시당초 남편을 만나고는 담배 피는 걸 숨겼고
    그러다가 결혼하자마자 허니문 베이비가 생겼는데 담배가 의외로 쉽게 끊어 지더군요.
    둘째를 임신하게 되었는데 가끔씩 담배 생각이 나더라구요, 속상한 일 있을 때.
    임신 5~6개월에 몇 번 숨어서 한 대 정도 흡연한 적이 있는데(남편 담배가 집에 있으니)
    연기를 들이 마시면 뱃속 아기가 꿈틀 거리더군요.
    그러면 죄책감이 생겨서 꺼 버리고 하긴 했지만
    유독 그 아이만(아이가 셋 인데 그 아이때만 흡연을 했었네요)
    태어나서 황달이 심해 인큐베이터에서 보름 정도 있어야 했고
    지금도 그 아이는 담배 냄새를 너무 싫어 합니다.
    아빠가 담배 핀 후 옆에 다가오면 냄새 싫다고 코를 막고 도망가 버려요...
    몸도 다른 애들에 비해 약하고, 길거리에서 담배 피는 남자들 있으면 냄새 싫다고
    혼자서 중얼 중얼 짜증을 내고 다닙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감기만 걸려도 그 때 일이 생각나면서
    마음 속으로 아직도 죄책감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그 아이가 중2 입니다.
    담배 피고서도 건강한 아이만 잘 낳더라~ 하시는 분들, 저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 4. 사랑이여
    '08.12.5 10:01 AM (210.111.xxx.130)

    산다는 것이 왜 이렇게 가혹한 시련이어야 하는지 ...
    비록 산고의 아픔을 직접 느끼지 못하는 주말부부인 아내의 남편입장이지만 님의 그 아픔에 공감을 느낍니다.
    이런이야기를 아내에게 전해주면 아내도 님의 아픔에 공감을 보낼 것입니다.
    부디 삶에 대한 용기를 잃지 말고 극복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같은 입장에 놓여있는 어머니들 그리고 아이들 ...늘 밝고 따뜻한 세상만 함께 하기를....빕니....다.
    눈물이 나는 순간입니다.
    제대로 키보드를 칠 수 없을 정도로....

  • 5. 로얄 코펜하겐
    '08.12.5 2:45 PM (121.176.xxx.111)

    제가 눈물이 나서...
    윤회를 믿고 싶어요. 이번에 못온 아기가 다음에 다시 올수 있다고..
    힘내세요.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 6. 저도
    '08.12.5 3:06 PM (125.243.xxx.10)

    한번 유산한 경험이 한번 있는데... 지금 딸아이가 어느날 문득 저에게 뱃속에서 엄마를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말하길래 정말 먼저 보낸 아기가 다시 태어난게 아닌가 해서 울컥 했습니다. 저도 윤회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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