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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여성스러운 게 가끔은 컴플렉스에요

-- 조회수 : 1,643
작성일 : 2008-10-10 21:56:02
어릴 때는 어디를 가든 친구들과 함께이니
다들 그저 각자의 개성을 이해하고 웃음으로 넘겨주고 했던 것 같아요.
일이 힘들어도 상사가 악질이라도 참을만 했죠. 나에게는 든든한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점점, 나이가 들고 모두들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고,
저 역시 한 직장에서 어느덧 중간관리자가 되었네요.
물론 직장 내 사람들과 큰 탈 없이 진심으로 웃고 위로해주면서 잘 지내고 있지만
직장에서 학창시절과 같은 친분을 기대하는 것은 그냥 꿈인 것 같더군요.
해를 거듭해가면서 이런 게 조직생활이구나 느끼고, 이미 그런 부분은 접은 지 오래에요.
그저 데문데문 지낼 뿐이지요.

몇번은 눈 앞에서 코 베어가는 정말 나쁜 사람도 겪어봤고,
단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마치 자신만이 바르고 올 곧은 생각을 가진 듯 도취된 듯한 사람들도 만나봤고
어디를 가든 무슨 일을 하든 내실 보다는 주목받고 튀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어요.

물론 정반대로, 있는듯 없는듯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더러는 일만 죽어라 하고 자기PR에는 약해서 조직에서 내쳐지는 사람들,
너무나 신중하거나소심해서 작은 일에도 약간의 변화에도 겁내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요.

사람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다양하고, 결국 이런 모습이 각자의 개성이겠지요.
되도록이면 그 사람 성격에 굳이 맞서서 서로 불편해지는 일은 피하려고 하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보완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사람들 중에도 유독 저를 힘들게 하는 타입이 있네요.
바로, 신중하지 못하고 목소리만 크고 뻔뻔하고 사람들 사이에 말 옮기는 타입이에요.
이러한 말과 행동에도 물론 그들 나름의 생각과 논리가 있고,
그것이 건전하고 활발한 사교의 한 모습이고, 이런 게 바로 사회성이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왜 은근히 비꼬아 그저 가만히 아무에게도 해악을 끼치지 않는 사람을 못괴롭혀 안달일까요.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참 조용하고 차분한 편입니다.
일부러 나서는 편은 아니고, 남에게 행여나 피해가 갈 일이면 제가 한 번 참고 하고 싶은 말도 한번 삼키고 말아요.
그렇다고 소심해서 할 말을 못하거나 리더십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일도 아주 열심히하고, 능력으로도 인정받고, 회사 내 평가도 최고이지만
다만 떠들썩하게 일하거나, 왁자지껄 어울리는 것은 그냥 제 성격상 맞질 않을 뿐이에요.

떠들썩하게 일하고, 왁자지껄하게 어울리는 사람들.. 저와 다른 바로 그 부분을 좋아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일할 때 잡담하느라고 시끄럽고, 한심한 이야기나 남의 험담따위를 하느라 몰려다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런데, 저와 반대되는 성격의 동료 - 떠들썩하고 왁자지껄하고 늘 몰려다니기 좋아하는 - 하나가,
제 별명을 지어서, 동네방네 상사며 후배며 다른 부서며 거래처에까지 저도 모르게 퍼뜨리고 있었네요.
칭찬인듯 하면서 알고보면 비아냥거리는 그런 거요.
이제 그 말이 제 귀에까지 들리는데 은근히 비꼬는 의도인줄 알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불편하고, 그 사람(들)의 그런 모습이 너무 불쾌해요.

어이없고 유치하다 싶으면서도, 조용하면 밟히는 게 바로 사회인건가 하는 생각에 힘이 빠져요.
전에도, 회사 동기 모임에서 사람들이 뒤에서 남의 욕 하는 것을 들으면서 너무나 놀란 적이 있었어요.
상대방은 잘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의 주변인에 대해서 어쩌면 그렇게도 몰아부쳐 험담을 하던지요...
나는 정말 운이 좋아서 온순한 부서에서 좋은 사람들과만 지내왔구나 싶었고
동료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 된 이 사람들이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그들의 안주가 된 것 같네요.
저는 그저 따뜻하게 챙겨주고, 잔잔하게 웃어주고 함께 나눌 줄 알고,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활달하든, 조용하든, 덤벙대든, 꼼꼼하든, 관심사가 무엇이든.. 왜 그것이 험담할 이유가 될까요?
일이 아닌 부분이고, 그냥 사람마다 다른 그 사람의 본성일 뿐인데 이것을 비꼬고 도마에 올리다니요.....
대개는 악의 없는 험담인 줄을 알지만, 욕먹는 사람이 한심하기는 커녕
사람 바보 만들기에 적극적인 이런 사람들이 너무 한심하고, 이런 말을 들은 저 또한 기분이 다운이네요.

오늘도 이런 제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심히 발랄하고 사회적이고 유희를 좋아하시는 그분들의 말에 속이 끓었습니다.
그냥 딱히 싸울 일도 아니고 사회생활이란 게 별의 별 어이없는 상황이 많다는 것도 알고,
저도 겉으로는 그럭저럭 농담으로 맞받아치고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부대끼는 거 너무 싫고 속상하네요.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이렇게 뒤틀린 걸까요?
마음에 안들면 비꼬아 욕하고 뒤에서 당사자도 모르게 도마에 올려놓으면 그만일까요?
'너나 잘하세요' 한마디 쏘아주고 싶은 밤입니다 ㅎㅎ
IP : 221.146.xxx.15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8.10.10 10:29 PM (211.212.xxx.47)

    저랑 비슷하시네요.

    심히 발랄하고 유희에 강한 사람들.. 사회성 좋고 인간성 좋아 보이는 그들 사이에
    가끔 치이는 것 같아서 오늘 좀 우울했는데.. 반가워요 ^^

  • 2. --
    '08.10.10 10:32 PM (221.146.xxx.154)

    네.. 말씀하신 게 딱 제 심정이에요.
    심히 발랄+유희사랑+뛰어난사회성+오지랖 이런 거 다 좋은데
    보조를 맞추어주는 사람과, 삐딱한시각으로 나를 뜯어보는 사람은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저는 그냥 배려심 많고 사람들 상처주지 않은 사람이 편하고 좋으네요. 저도 우울...

  • 3.
    '08.10.10 10:41 PM (211.212.xxx.47)

    ㅎㅎ 저두요.
    적당히 얌전하고 착한,, 그런 사람이 좋아요.

  • 4. 님,,
    '08.10.10 11:14 PM (119.201.xxx.6)

    정말 좋으신분일 거 같아요,,글읽어보니까요,,
    이런저런사람들잇지만,,, 그런동료넘신경쓰지마세요,,
    님의 차분하고,, 그런면이,,다른사람들한테좋게보일수도있구요,
    다 성격마다 장단점이있느거니까요,,

  • 5. 원글님
    '08.10.10 11:45 PM (222.98.xxx.131)

    님 같은 분이 제가 닮고싶어하는 분이에요.
    저도 사교적이고 활달하긴하지만 나이가 점점 들어감에따라 내실의 깊이가 있는사람이되고싶더군요.
    그 사람들이 님에게 열등감 같은게 있나봐요.
    신경쓰지 마시고 묵묵히 님 갈길 가시되 한번 더 거슬리면 일침을 가하세요.

  • 6. ..
    '08.10.11 12:02 AM (218.146.xxx.190)

    사람들 많을땐 계속 이미지 유지하시며..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시다 둘만 있을 때 속삭여주세요.

    죽고싶냐 ㅆ ㅂ ㄴ ㅇ

    아주 독하고 싸이코 틱하게 내뱉는 게 중요.
    내뱉은 뒤 바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시는 게 중요.
    들은 넘이 저 얘길떠벌려도 아무도 믿지않을만한 님의 평소이미지 중요.
    제가 저런말을 어떻게,,왜 저한테 이러시는지..라며 눈물 흘릴 수 있는 연기력 중요.

    하실 수 있으면 강추합니다. 힘내세요~

  • 7. --
    '08.10.11 12:51 AM (221.146.xxx.154)

    그냥 혼자 실컷 즐기라고 그대로 둘 생각입니다.
    만약 그녀와 친구가 된다면 그 때는, 입단속을 하라고 말해주어야겠습니다.

  • 8. 맞아요
    '08.10.11 11:24 AM (116.120.xxx.189)

    그런 사람들...자기는 뒤끝없고, 하고 싶은말은 그자리에서 해야지
    마음에 담아두지 못한다고 꼭 토를 달지요
    하지만 대부분 상당히 뒤끝있어요

    남의 마음에 대못 박아놓고 자기는 아주 털털한 사람인양
    표현하는데 저도 딱 질색입니다.

    대학생인 아들 한테도 항상 부탁한답니다
    이담에 오지랍 넓은 신부감 난 싫다고..

    그냥 이렇게 생각하세요
    님 같은 성격 무지 부럽고 그렇게 하고 싶은데
    인력으로 도저히 안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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