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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이...

위험해!!! 조회수 : 352
작성일 : 2008-10-10 09:11:41
요새 경제위기 때문에 난리입니다.
우리나라도 곧 미국발 경제위기의 직접 영향권에 들 것 같은데
그럼 인플레이션이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오면 어떻게하나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에게 며칠동안 계속 물어봤습니다.
"진짜 인플레이션이 올까?"
그랬더니 제 머릿속 깊은 곳에서 이런 소리가 울려나오는군요
"택도 없는 소리!"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한번 정리해 봅시다.

미국에 사는 조지씨는 80만 달러를 빌려서 100만달러짜리 집을 샀습니다.
그런데 집값 하락으로 집값은 70만 달러가 됐는데 빚은 90만달러가 됐습니다.
이말은 곧
조지씨도 그대로고 조지씨의 집도 그대로고 하늘도 파랗고 지구도 둥근데
갑자기 20만 달러라는 빚이 생긴 것입니다.

집에서 쫒겨나지 않기 위해 조지씨는 열심히 빚을 갚기 시작합니다.
그의 수입의 많은 부분이 부채상환으로 사라집니다.
조지씨 입장에서는 그의 돈을 빨아들이는

빚이라는 '블랙홀'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죠.

미국의 상황이 바로 위와 같습니다.
미국의 금융기관들도 난데없는 빚이라는 블랙홀에

현금을 쪽쪽 빨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사람들이 빚을 갚느라 소비를 안하니 경기는 더 나빠져 빚은 더 커지고
전세계의 달러를 미국의 블랙홀이 빨아들이니 달러값은 계속 오릅니다.
은행들은 누가 얼마나 큰 블랙홀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 돈을 꾸어주지 않습니다.

요새 보면 갖가지 음모론적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달러가 강세인 것은 블랙홀과 신용 경색 때문이지 미국의 계략 때문이 아닙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산적들에게 몇년씩 발목이 잡힌 것을 보면 미국애들이 머리가 좋은게 아니라는 건 금방 알수 있습니다.
전 국민이 공짜점심은 없다는 사실을 몰랐으니 바보쪽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빚이 있는사람은 빚갚는데 돈을 다 쓰고
빚이 없는 사람은 믿을사람이 없어서 돈을 안빌려줍니다.
즉 시장에서 돈의 씨가 마른다는 것이죠.
난데 없이 나타난 블랙홀이 돈을 다 빨아들이고
그나마 남은 돈은 금고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미국 전체의 빚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빚이 얼마인지도 모르며

앞으로 경기 침체로 더 발생할 빚은 더더욱 모르고
신용위기가 알트에이, 카드론 까지 번지면 새로 발생할 빚은 더더더욱 모릅니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유동성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죠?

그럼 또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금리를 내리거나 발권력을 발휘하면 인플레이션이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온다고.
정말 그럴까요?

전세계가 초과 공급에 의한 디플레이션에 접어든 상태에서
아무리 금리가 낮다 한들 대출해서 투자할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대출해서 집사고 소비할 사람은 더더구나 없지요.
여러분들은 지금 금리가 1%라면 대출받아서 공장 기계를 사거나 아파트를 사시겠습니까?
일본은 금리를 0%가까이 내렸지만 인플레이션은 커녕 디플레이션이 왔습니다.

발권력을 동원해서 돈을 마구마구 찍어낸다?
그럼 아마 대부분의 돈은 은행 금고속에서 잠잘겁니다.
누가 얼마만큼의 빚을 진지 모르는 상황에서 은행은 누구에게도 안빌려줍니다.
그리고 개인이나 기업은 이런 상황에서 소비나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즉 돈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이고 시중에 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통화량이 증가하고 물가가 상승한다고 합니다.
그건 그야말로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통화량이 늘어나는게 아니라 아니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금리가 내리거나 통화량만 증가한다고 해서 물가가 상승하지는 않습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연 통화증가율이 20퍼센트가 넘기도 했습니다만
실물 시장에서 초과수요가 없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없었습니다.
금리, 통화량, 물가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기계적이지 않습니다.

그럼 프리드먼의 말마따나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면 어떨까요?
일본은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에 실패하자 세금 감면을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줄어든 세금을 저금해버려 효과가 없자
개개인에게 상품권을 지급합니다. 제발 돈 좀 쓰라는 것이죠.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상품권도 돈으로 바꿔 저금해버립니다.
앞날이 불안하고 이미 디플레이션 심리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사람들은 돈을 움켜쥐고 있으려 합니다.

결국 금리인하나 발권력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금리인하나 발권력 동원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킵니다만
지금 상황은 너무도 거대한 블랙홀이 돈을 빨아들이고 있고
경제 상황이 너무도 불확실하며
이미 실물 자산에서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해서
금리 인하나 발권력 동원이 아무 효과도 없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재건축 규제완화와 그린벨트 해제 따위의 정책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가져오지만
부동산 하락이 대세인 상황에서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정책당국자는 전능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마음대로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아무리 유능해도 '대세'는 거스를 수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초유의 사태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디플레이션의 강도를 약간 낮추는 일 뿐입니다.

앞으로 문제는 디플레이션입니다.
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일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살기는 좀 어려워지지만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초과공급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곧 기업 도산, 일자리 감소를 의미합니다.
경제의 빙하기죠.
정말 얼어죽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친듯이 폭등하는 환율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환율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으면 그때부터는 디플레이션이 올 것입니다.
사재기? 글쎄요 가계에 크게 보탬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물투자? 현재의 주식투자 만큼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육쪽마늘님 글 펌-

IP : 119.149.xxx.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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